| 안녕하세요. 오늘은 GA 예술과 아트디자인 클래스 5권의 리뷰입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아야노이학원 공대부속 아야노이 고교. 하지만 그 전체적으로 평화로운 교정에서도 한부분 툭 잘라내면 분명 어딘가에선 오싹오싹한 호러 서스펜스가 절찬리에 상영되고있기 마련이고 이곳 아야노이 고교에서 그런 이상 현상이 발생할 곳이라고는 더 볼것도 없이 십중팔구 부로서의 제대로 된 기능은커녕 아슬아슬하게 채운 그 부원들마저 거의 자격미달에 가까운 수상쩍은 미술부밖에 없었죠.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미술부원들로서는 밖에서의 이런 시선이 조금 억울할수 있을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 호러 서스펜스의 내용이 그저 기괴하고 난해한 오컬트같은게 아닌 어쩌면 소중한 부원의 목숨이 달렸을지도 모를 절박한 생존의 문제에 더 가까웠거든요. 그들이 한낮의 학교 부실에서 맞닥뜨린 불운한 재난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어느날 부실 안쪽에 있던 작은 방 하나에 들어선 미술부의 실세 미즈부치. 그러다 이제 방문 목적도 완수했겠다 이제 다시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기위해 문의 손잡이를 잡은 미즈부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손잡이를 아무리 당기고 또 당겨봐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잘만 작동하던 그 문 손잡이가 도저히 열리지가 않았던 겁니다. 밖에선 이런 그녀의 셀프 감금을 알래야 전혀 알수없는 상황이었고 설상가상 안에서 이 사실을 밖으로 연락할 수단도 마땅치않은 최악의 최악만 꼬리를 물고 몰려드는 밀실의 스노우볼. 게다가 한참을 문고리와 씨름한 탓인지 안의 산소도 부족해져 지금 자신이 마주한 이 현실이 꿈인지 실제인지조차 구분할수 없게 된 미즈부치는 더욱 초조해져 다시 한번 손잡이를 세게 당겨보려 시도해보지만 그렇게 눈앞의 문 손잡이에 집중하는 사이 그녀는 미처 몰랐습니다. 방의 한구석에 앉아 자신을 지긋이 쳐다보는 의문의 형체가 있다는걸. 여기까지만 보면 충분히 잘 팔리는 공포 스릴러 시나리오에 버금간다며 짜릿한 박수갈채를 쏟아낼지도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미즈부치를 위협할 그 미지의 밀실 귀신의 정체는 우리가 익히 잘아는 인물 중 하나였죠. 바로 GA의 1학년 멤버 중 교수라는 닉네임으로 더 불릴 때가 많은 걸어다니는 만능 미술백과사전 미야비. 서로 활동하는 범위는 다르지만 어찌됐든 비슷한 느낌의 실세 캐릭터끼리 이렇게 만난 김에 미즈부치와 미야비는 GA와 미술부를 대표하는 모처럼 허심탄회한 정상회담을 가지기로 합니다. 뭐 정상회담이라고해서 그렇게 거창한 주제로만 대화한건 아니고 지금 당장의 밀실 공포를 이겨낼만한 그 어떤 사소한 주제든 뭐든 죄다 튀어나온 말그대로 무의식의 흐름에 의존한 뒤죽박죽 저세상 대화에 더 가까웠지만 그래도 이 아무 의미도 없을 평범한 감각을 다시 되찾자마자 불안에 요동치던 미즈부치의 신체에도 곧이어 안정적인 신호가 확실히 감지되고 말죠. 물론 돌이켜보면 이 잠깐의 감금이 질식사를 초래하는 진지한 생명의 위기나 그런 것은 전혀 아니었고 실제로도 얼마지나지 않아 고장난 손잡이를 수리해 금방 석방(?)될수 있었지만 당장 눈앞에 굳게 닫힌 문을 마주하는 갇혀버린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침착하라는 훈수를 해봤자 전혀 소용없는 일일테죠.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언제나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교수 역시도 사실은 그 밀실 안에서 상당히 겁먹고 있었던게 아니었을까요?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교수는 변함없는 무표정 그 자체였지만 굳이 먼저 꺼내지않아도 될 교수라는 닉네임의 유래나 친구들과의 관계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 지와 같은 고급 정보들을 그렇게 술술 풀어낸 것을 보면 나중에 집에 돌아가 시원하게 이불에 하이킥 여러번 날려버릴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소동 하나가 마무리되고 이야기의 포커스는 다시 GA 1학년 중에서도 유일하게 미야비를 교수가 아닌 마사라는 출처 불명의 별명으로 부르는 유쾌한 수비수 나미코로 맞춰집니다. 여느 때와 다를바 없이 친구들과 진지하게 예술과 수업을 경청하던 나미코. 하지만 점점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돌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교내 곳곳을 정신없이 돌아다니기 시작하죠. 언제나 든든한 GA의 정상인 마지노선 역할을 하던 그녀가 이토록 평정심을 잃고 방황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같은 시각 미술부의 부실을 오랜만에 방문한 전설적인 OB. 그 전설의 미술부 OB이자 나미코가 눈에 불을 켜고 찾는 기습 방문자의 정체는 바로 전직 미술부 부장이자 나미코의 언니 후지코였죠. 그녀가 현역으로 활약하던 그 당시 미술부는 지금과 달리 전문영역과 일반취미반 사이를 연결하는 제대로 된 핵심 부활동 중 하나였는데다 규모와 인원도 꽤 컸었습니다. 이 모든 영광은 천재 예술가이자 아직까지도 그 수많은 전설적인 일화들로 회자되는 OB 후지코 덕분이라고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었지만 그녀의 졸업과 함께 미술부는 과거의 영광을 잃고 빠르게 쇠퇴하고 말았고 마찬가지로 그런 그녀의 거대한 그림자를 여실히 실감하는 또다른 인물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지금도 실시간으로 그녀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그녀의 여동생 나미코. 처음 그녀가 이곳 아야노이 고교의 예술과를 선택한 데에는 그녀의 언니 후지코의 영향이 없다고는 도저히 말할수 없었을 겁니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언니를 동경해 그녀와 같은 길을 가고자 꿈에 그리던 그 GA에 당당히 발을 들였으나 언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이 장소에서 전설 후지코의 동생이라는 신분은 그 어떤 사소한 행동도 바로 주목하게 만들 정도로 위태롭고 치명적인 고양이 목의 방울이나 다름없었고 결국 기대에 찬 주변의 중압감에 시달리다 지쳐버린 나미코는 급기야 교수의 약혼자를 가로채 언니와 같은 성씨를 갈아버리겠다는 위험천만한 계획에 매달리는 지경에 이르고 말죠. 물론 그 계획이 실제로 이루어져 교수와 사랑의 라이벌이 되는 그런 막장 전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지만 그때의 트라우마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는지 뭐든 잘나가는 언니를 향한 모종의 반발심리가 어느샌가 나미코의 내면에 강하게 자리잡아 지금도 이렇게 교내를 이잡듯이 뒤지며 자신에게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저 닿지않는 태양을 어서 빨리 치워버리려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햇빛이 뜨겁고 짜증난다 할지라도 그 햇빛의 열기가 없으면 이 세상 모든 생명이 결코 살아남을수 없듯이 가족의 존재 역시 언제나 비교대상이 되고 때때로 나에게 풀 길없는 스트레스를 무한정 안겨주곤 하지만 결국엔 그 모든 상호작용의 본질에는 조건없는 순수한 사랑이 제대로 자리잡고 있을테죠. 물론 지금 당장은 어서 빨리 나가라며 언니를 닦달할 뿐이지만 자신의 은퇴 이후 완전히 몰락해버린 미술부를 보며 어찌됐든 후배들을 격려해주긴 했지만 한편으론 숨길수없이 굉장히 씁쓸해하던 후지코를 그저 멀리서 지켜보던 나미코의 표정을 보면 언니를 향한 첫 동경의 감정 역시 그녀의 안에 분명히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발버둥칠수록 푹푹 빠지는 상처뿐인 콤플렉스의 늪지대를 벗어나 뒤따르고자했던 그 신선하고 건강한 자극만을 마침내 회복할 나미코의 위대한 숙제를 또다른 영원한 경계인의 한 사람으로서 멀리서 계속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