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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어느 날, 이때만 해도 건재했던 뉴욕의 쌍둥이빌딩 사이에 한 남자가 서 있다. 두 빌딩 사이의 고공에, 420미터 높이에 맨 쇠줄 위에. 두 빌딩 사이를 줄타기로 건너려 하는 것이다. 이 남자는 왜 죽음을 무릅쓰고 이런 일을 하는 걸까? 라는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독자는 남자의 위태로운 몸짓에 마음을 졸이다가 남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두서없는 생각에 함께 빠져들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줄에 집중했다가 하며 첫 장을 마친다.
그러니까, 이 남자는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를 알고자 한다면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이 남자가 아홉 살 꼬마 셜보였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셜보는 집시다. 전후의 빈곤 속에서 집시에 대한 핍박은 더욱 커졌고, 셜보는 이 때문에 부모님이 불타 죽는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인 셜보는 영혼을 벗어던짐으로써 고통 없는 삶을 살고자 한다.
이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최고의 줄타기 곡예사로 이름을 떨치지만 불행한 운명을 그를 놓아주지 않고 대서양 너머까지 따라온다. 행복해질 듯 보였던 그의 삶에 최악의 불행이 찾아오고, 이 엄청난 충격으로 셜보는 깨닫는다. 영혼을 내던진 이후로 고통을 느끼지 않고 살았지만 그건 진정으로 살아 있는 게 아니었음을. 셜보는 이제 두려움을 그대로 껴안고 줄 위에 선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면서, 누군가 세상에 던져놓은 대로 그저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살아서 살아 있다고 느낀다.
다시 첫 장의 쌍둥이빌딩으로 돌아와, 셜보는 줄에서 떨어져 추락한다. 그러나 그는 상승한다.
세상이 그를 뭐라고 부르건, 얼마나 지독히 흔들건, 그는 흔들리지 않는다. 수난의 역사를 살아온 집시들이 자신들의 존재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아름다운 전설들처럼, 그는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해줄 전설을 만들었으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