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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믿고 보는 허연 시인의 작품입니다. 시가 어렵다는 편견을 깨준 분이에요. 잘 읽히는 것은 물론이고 시에 담긴 표현이나 문장들이 생생하게 와닿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모두 소장중인데 이번 작품 역시 너무 좋네요. 고민하다가 샀는데 제목 선정 또한 임팩트 있는 것 같아요. "숨막히게 아름다운 세상에는 늘 나만 있어서 이토록 아찔하다"라는 시구가 자꾸 생각나네요. 혼자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허연님 작품은 무조건 살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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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의 시집이라 기대는 했지만, 허연 만큼 기대하지 않았던 시집이긴하다. 그런데. 나의 최애 시집 중 한권이랄까~ 머이리 조으냐 헤헤헤 가끔. 허연의 현실이라는 그 허무와 우울속 함축된 반어적 유머가. 그럴땐 빵! 터지면서 이것이 '시'라는 걸. 이것이 시인이라는 걸. 살게 하는 시집이랄까~ 살은 굳었고 나는 상스럽다 굳은 채 남겨진 살이 있다. 사스러웠다는 흔적. 살기 위해 모양을 포기한 곳. 유독 몸의 몇 군데 지나치게 상스러운 부분이 있다. 먹고살려고 상스러워졌던 곳. 포기도 못했고 가꾸지도 못한 곳이 있다. 몸의 몇 군데 흉터라면 차라리 지나간 일이지만, 끝나지도 않은 진행형의 상스러움이 있다. 치열했으나 보여 주기 싫은 곳. 밥벌이와 동선이 그대로 남은 곳. 절색의 여인도 상스러움 앞에선 운다. 사투리로 운다. 살은 굳었고 나는 오늘 상스럽다. 사랑했었다. 상스럽게. 나비의 항로 기억처럼 더러운 것은 없다 사막까지 따라오는. 아주 먼 길을 왔다. 언젠가는 바다 밑이었다는 북구의 항구도시를 떠나 살 만큼 산 나비처럼 기류에 떨다 밀리고 밀려서 남쪽으로 왔다. 사막, 쓰고 말한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는 곳 아무것도 남겨 놓지 않는 기적이 하루 종일 일어난다는 생전 처음 듣는 모래 바람 소리는 자꾸만 기억을 불렀다. 혼자서 먼 길을 왔다. 사막에만 산다는 포아풀 더미와 섞여 기억이 따라서 굴러 왔다. 저항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이 낯선 모래 무덤 위에도 그놈의 소금기, 소금기가 묻어 있다. 멸치 언젠가 하얀 눈보라처럼 바닷속을 휘저었을 멸치 떼가 말라 간다. 영혼은 빠져나갔는데 하나같이 눈을 뜨고 있다. 죽기 싫었던 멸치가, 사랑의 정점에 있던 멸치가 눈도 못 감은 채 말라 간다. 말라서 누군가에게 국물이 되는 종말. 그 종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눈 뜬 놈들이 뒤엉켜 말라 가는 홀로코스트의 현장에서 한 됫박의 미라와 한 됫박의 국물과 눈물을.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저렇게 단순하게 눈물이 되는 걸. 이제 와서 후회한다 나의 사유가 늘 복잡했던 것을. 내 사랑이 모두 음란했던 것을. 끔찍한 결과들로 뒤덮인 마트를 걸어 나오며 깨달았다. 말라 가는 것이 내가 아는 생의 전부라는 걸. 슬픈 빙하시대 5 잉글랜드 축구 3부 리그 수비수가 날 울릴 때가 있다. 얼마나 더 살겠다고 MRI 찍는 통 속의 고독을 견디는 구순의 노인이 날 울릴 때가 있다. 쓰러지기 전 거품 문 투우의 마지막 진실 같은 거. 그게 날 울릴 때가 있다. 누군가와 일요일 아침 식은 밥을 물에 말아 먹고 싶다고, 겨울 내내 촌스러운 화장을 하는 여자. 카운트는 끝나가는데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곧추세우려는 실패한 복서의 눈빛 같은 거. 절대 고독 안에 뒹굴고 있는 입석들의 폐허다. 인생은 떨어지기 전, 떨어지기 전, 그 간들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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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은 굳었고 나는 상스럽다"라는 시를 오래 전 읽었고, 그 빚이 문득 떠올라 시집을 구매했습니다. 어떤 문장은 상처처럼 남는 것 같습니다. 기어코 흉이 된 언제적 기억을 그대로 회귀시키는 이 시를 좋아하고 증오했습니다. 시인에게 감사합니다. - 굳은 채 남겨진 살이 있다. 상스러웠다는 흔적. 살기 위해 모양을 포기한 곳. 유독 몸의 몇 군데 지나치게 상스러운 부분이 있다. 먹고살려고 상스러워졌던 곳. 포기도 못했고 가꾸지도 못한 곳이 있다. 몸의 몇 군데 흉터라면 차라리 지나간 일이지만. 끝나지도 않은 진행형의 상스러움이 있다. 치열했으나 보여주기 싫은 곳. 밥벌이와 동선이 그대로 남은 곳. 절색의 여인도 상스러움 앞에선 운다. 사투리로 운다. 살은 굳었고 나는 오늘 상스럽다. 사랑했었다. 상스럽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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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 기자이자 1991년 <현대시세계>로 등단한 허연 시인. 그의 첫 시집 <불온한 검은 피>에 이어 발간된 두 번째 시집. “세월이 흐르는 걸 잊을 때가 있다. 사는 게 별반 값어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파편 같은 삶의 유리 조각들이 너무나 처연하게 늘 한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나도 믿기지 않지만 한두 편의 시를 적으며 배고픔을 잊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표제작인 <나쁜 소년이 서 있다>를 비롯해 <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 <살은 굳었고 나는 상스럽다> 등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현실감있고 가슴 찡한 대목이 가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