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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속 하늘색의 깊이 :: 쥘 베른 《해저 2만리》
"지도 속 하늘색의 깊이 :: 쥘 베른 《해저 2만리》" 내용보기
14년 전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일정 중 단독 호핑투어가 있었다. 우리 커플만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 음식을 먹고 주변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외딴섬에 가이드들과 넷만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섬뜩하지만 그때는 그저 천국 같았다.리조트 앞바다에서는 보지 못했던 물고기들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얕은 물 위에 둥둥 떠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만으로
"지도 속 하늘색의 깊이 :: 쥘 베른 《해저 2만리》" 내용보기

14년 전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일정 중 단독 호핑투어가 있었다. 우리 커플만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 음식을 먹고 주변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외딴섬에 가이드들과 넷만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섬뜩하지만 그때는 그저 천국 같았다.

리조트 앞바다에서는 보지 못했던 물고기들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얕은 물 위에 둥둥 떠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황홀했다. 물에서 나오니 작은 천막 안에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허기를 채우는 사이 가이드는 팔뚝만 한 물고기를 잡았다며 들고 왔다. 사진을 수십 장 찍었다. 

가이드는 조금 더 깊은 바다로 가보자고 했다. 수영을 못하고 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망설였다. 그래도 남편의 손을 잡고 산호와 바위를 건너 200m쯤 걸어 들어갔다. 아래를 보라는 신호에 물안경을 쓰고 얼굴을 담갔다.

깊은 바닷속 장면은 아직도 눈에 보이듯 선명하다. 완만하던 해안이 어느 순간 뚝 끊기듯 사라졌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맑은 물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 안을 수많은 물고기들이 유영하고 있었다. 해변에서 보던 바다와는 차원이 달랐다. 감탄사 외에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이가 《해저 2만리》를 읽어보고 싶다고 했다. 두 권으로 나뉜 비룡소 판을 사주었다. 학교에 가져가 한참을 읽던 아이는 너무 어렵다며 두 손 들었다. 사실 나도 읽어보지 않은 작품이었다. 궁금해 펼쳐보았고, 14년 전 그 바다가 떠올랐다. 



바다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괴생명체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진다. 이를 조사하기 위해 프랑스 생물학자 아로낙스 교수, 그의 하인 콩세유, 작살잡이 네드 랜드가 탐사선에 오른다.

그들이 마주한 것은 괴물이 아니라 놀라운 기술로 만들어진 잠수함 '노틸러스'호였다. 그 배를 이끄는 인물은 네모 선장이다.

“바닷속에서 살아 보십시오! 아무에게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그 어떤 지배자도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네모 선장은 육지를 떠나 바다에서만 살아간다. '노틸러스'호를 타고 세계의 바다를 자유롭게 누빈다. 심해 숲을 탐험하고, 난파선을 조사하고, 남극까지 도달한다. 바닷속에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진다.

이야기는 아로낙스 교수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해저의 모습은 놀라울 만큼 세밀하다. 소설이라기보다 탐험기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산호의 종류, 물고기의 학명, 해류의 흐름까지 빼곡하다. 시간에 따른 이야기보다는 설명이 길게 이어질 때가 많다. 아이가 어렵다고 느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렇게 해서 수면으로 올라가고 바닥으로 내려오는 이중의 흐름이 생겨나게 됩니다. 영원히 움직이고 영원히 살아 있는 거죠.”

아로낙스 일행은 경이로운 해저 세계에 매혹되면서도 네모 선장의 비밀과 복수심을 알아간다. 결국 탈출을 감행한다.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오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2만 해리를 항해하며 펼쳐진 장대한 풍경에 비해 '노틸러스'호의 최후와 세 사람의 탈출이 한순간에 끝나 다소 아쉽기도 했다. 

아쉬움은 3년 뒤 출간된 쥘 베른의 소설 《신비의 섬》에서 달랠 수 있다고 한다. 수수께끼처럼 감추어져 있던 네모 선장의 과거가 드러나고, 난파 이후 과거와 화해하는 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아! 박사는 언제나 똑같군요! 매번 방해 요인과 장애물만을 생각해요! 단언컨대 ‘노틸러스'호는 여기서 빠져나갈 겁니다. 뿐만 아니라 더 멀리 갈 겁니다!”

네모 선장은 바다에서 완전한 자유를 얻었지만 그 자유는 동시에 고립이었다. 누구보다 뛰어난 기술을 가졌지만 그 기술을 복수에 사용했다. 인간에 대한 연민은 있었지만 인간에 대한 분노에서는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노틸러스호는 바다를 항해했지만 어쩌면 네모 선장은 자신의 상처를 건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연이 만든 화려하고 눈부신 작품을 이렇게 많이 보다 보면 나중에는 이런 것에 익숙해져서 제아무리 멋진 광경을 봐도 시시해질 것 같아요. 이 상태로 육지로 돌아가서 초라한 땅덩이하고 인간이 만든 조잡한 예술품을 보면 어떨까요? 우리한테는 이제 인간들이 사는 땅은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에요!”

우리 집 안방 벽에 세계 지도가 붙어 있다. 어느 나라가 제일 큰지, 우리나라와 미국은 얼마나 먼지, 우리가 여행 갈 괌은 어디에 있는지, 알록달록한 육지만 보기 바빴다. 

책을 읽으며 하늘색으로만 칠해진 바다를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노틸러스'호의 항로를 따라 태평양, 남태평양, 인도양, 홍해, 지중해, 대서양, 남극, 북대서양을 눈으로 더듬었다. 얇은 종이가 어느 순간 깊이를 얻었다. 연어와 대구, 오징어와 돌고래, 향유고래가 그 아래를 헤엄치는 것만 같았다.




YES마니아 : 로얄 8*****e 2026.02.2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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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2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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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 클래식보다는 비룡소클래식이 아이들이 읽기 편하게 번역이 되어있는거 같아요. 고전들 네버랜드클래식으로 하나씩 구입하다가 네버랜드에 없는건 비룡소로 구입했는데 아이가 비룡소클래식이 훨씬 읽기 편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되도록 비룡소클래식으로 구매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재미있다고 잘 읽어서 다른 책도 사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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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 클래식보다는 비룡소클래식이 아이들이 읽기 편하게 번역이 되어있는거 같아요. 고전들 네버랜드클래식으로 하나씩 구입하다가 네버랜드에 없는건 비룡소로 구입했는데 아이가 비룡소클래식이 훨씬 읽기 편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되도록 비룡소클래식으로 구매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재미있다고 잘 읽어서 다른 책도 사줄 생각입니다.

f*****j 2021.11.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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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소설의 대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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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2만 리라는 이름은 나에게 있어선 모험소설의 대명사였다. 해저 2만 리가 원작이라는 나디아를 굉장히 좋아하기도 했고(말이 원작이지 가장 처음 부분 말고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그렇지 않아도 들어온 명성이란 게 있으니까. 다 읽고난 지금도 뛰어난 모험소설이라는 생각은 변한 게 없지만, 다만 19세기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더해졌을 뿐이다. 지금도 완전히 밝혀진 건 아니지
"모험 소설의 대명사~" 내용보기

해저 2만 리라는 이름은 나에게 있어선 모험소설의 대명사였다. 해저 2만 리가 원작이라는 나디아를 굉장히 좋아하기도 했고(말이 원작이지 가장 처음 부분 말고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그렇지 않아도 들어온 명성이란 게 있으니까. 다 읽고난 지금도 뛰어난 모험소설이라는 생각은 변한 게 없지만, 다만 19세기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더해졌을 뿐이다. 지금도 완전히 밝혀진 건 아니지만 해저 2만 리를 집필할 시기만큼 바다 밑이 장막 뒤에 숨은 세계도 아니고, 핵잠수함이 나다니는 시대에 석탄을 캐러 다니는 잠수함을 1세기 앞섰다고 칭찬하고 있는 건 별 감흥이 없을 수밖에. 내가 사는 시대엔 이미 남극이 정복됐단 말이다.

환상적인 모험을 기대하면 책을 편 나로서는 작품 해설 말따나 백과사전을 보는 듯한 해저 생물의 나열도 지루함을 유발했다. 그렇게 늘어놓을 수 있는 쥘 베른의 박식함이 대단하긴 하지만 소설적 즐거움과는 별개의 감탄이다. 처음에 봤을 때는 정말 놀랐다. 노틸러스 호에 타기 전의 부분은 그렇다 치고, 탄 후에 나온 첫 부분인 노틸러스 호에 대한 설명도 그렇다 치자. 나는 바로 눈 돌아가는 모험이 시작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학자인 아로낙스 박사의 시선으론 즐겁겠지만, 해저에 관한 지식이라곤 거의 없고 네드처럼 관심도 없는 나로서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독자가 이야기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은 정말 짜증나는 법이다. 엔딩도 마음에 안 드는 것이, 뭔가 씨는 뿌려놓았는데 떡잎이 벌어지는 시기 없이 바로 꽃이 피어버린 기분이다.

뛰어난 작품이란 것도 알겠고, 뛰어난 작품인 이유도 내 나름대로 조금은 이해하겠다. 아로낙스박사나 네모선장이라는 캐릭터도 뛰어나고, 바다 밑 풍경이나 동물들의 묘사도 세밀하다. 단 머리로 생각한 뛰어남이라는 게 문제일까. 장막 뒤를 상상으로 그려낸 작품이 장막을 벗겨낸 뒤엔 생명을 잃는 건 당연하잖은가! 작품에 조금의 동정은 보낼 수 있어도 우러나온 찬사는 보낼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읽는 동안 조금은 실망했고 19세기의 작품이라는 한계를 느꼈던 소설, 해저 2만 리였다.

w******e 2020.08.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