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0%
  • 리뷰 총점8 10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7.0
  • 50대 0.0
리뷰 총점 종이책
역사는 약자의 아픔에 공감할 줄 모른다
"역사는 약자의 아픔에 공감할 줄 모른다" 내용보기
“고려인들은 남녀가 쉽게 결혼하고 헤어져 그 예법을 알지 못한다” 이는 성리학의 수혜를 과도하게(?) 받은 조선인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고려인들의 삶에 대한 평이다. 이혼과 재혼이 자유로웠고 근친상간도 서슴지 않았던 고려인들의 모습을 조선인들의 입장에서는 문란함이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앞뒤 콱 막힌 사고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뿌리
"역사는 약자의 아픔에 공감할 줄 모른다" 내용보기

“고려인들은 남녀가 쉽게 결혼하고 헤어져 그 예법을 알지 못한다”


이는 성리학의 수혜를 과도하게(?) 받은 조선인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고려인들의 삶에 대한 평이다. 이혼과 재혼이 자유로웠고 근친상간도 서슴지 않았던 고려인들의 모습을 조선인들의 입장에서는 문란함이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앞뒤 콱 막힌 사고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뿌리 깊은 남녀차별에 한숨을 짓게 될 때면 한 편으로 그 시절의 자유가 그립기까지 하다.

이 책은 제목부터가 참으로 자극적이다. ‘스캔들’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왠지 이 단어를 사용하면 몰래 다른 이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만 같은 긴장감을 느낀다. 금지된 것을 깨트리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쾌감을 독서로부터 맛볼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조금은 적나라해 보이는 제목과 달리 그 내용은 평범했다. 아니,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고,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역사를 언급함으로써 지금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끔 해주기까지 한다. 어차피 역사라는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한 기록을 다룬 것이었으니 오늘날 텔레비전 채널을 돌릴 때마다 만나게 되는 소위 막장드라마를 기대해서는 아니 된다. 그러한 것을 기대했다면 당신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상류층의 생활은 화려하다. 그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권력을 갖고 있으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건 할 수 있다. 단, 이는 남성에 한해서이다. 최근에야 여성들도 재벌 기업 경영의 최전선에 나서는 등 그 양상이 조금씩 달라지고는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부잣집 며느리들은 사회생활을 하지 않으며, 현모양처라는 전통적인 여성상을 수행할 것을 주문받고는 한다.

고려시대에도 그랬던 모양이다. 기본적으로 남녀가 평등한 일부일처제였다. 후기 몽골의 침입을 받으면서부터는 수시로 공녀의 징발이 잇따랐고, 관료들이 몽골의 일부다처제를 유행마냥 좇는 등 남녀평등에도 균열이 가해지긴 했지만 말이다. 문제는 일부일처제가 모든 계층에게 폭넓게 수용되었던 게 아니란 점이다. 오늘날 상류층이 그러하듯 고려시대의 왕실은 남녀평등이라는 시류로부터 철저히 배제된 공간이었다. 그렇다 보니 왕실의 여인이 된다는 것은 그녀가 속한 가문의 입장에서 본다면 최고의 영예였겠지만, 여성 개인의 입장에서는 불행의 시작과도 같았다. 일례로 왕이 사망하면 제 나이가 아무리 어릴지라도 평생을 홀로 살아야만 했다고 한다. 실제로 순종의 비였던 장경궁주는 결혼한 지 두 달 가량, 나이 스물도 채 되지 않아 남편을 잃었다. 그 짧은 결혼생활도 병 수발을 드는 데에 바빠 달콤치 못했으니, 그녀로서는 억울하다 호소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겠다. 영원히 홀로 사는 것을 그녀가 운명으로 받아들였더라면 어땠을까마는, 역사에 따르면 그녀는 궁노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 결과 그녀의 오라버니였던 이자겸은 무려 22년의 기다림을 참아내야만 했다. 전적으로 그녀가 잘못했다고 역사는 여기겠지만, 내게는 이자겸의 오랜 침묵보다도 그녀의 박복한 삶이 더욱 안쓰럽다.

아버지를 잃고 남편마저도 무심함을 보이자 악공과 사랑에 빠진 안정궁주의 이야기도 어딘지 모르게 짠하긴 마찬가지다. 좀처럼 마음의 안정을 되찾지 못하던 그녀에게 악공이 선사한 것은 육체적인 쾌락은 물론이요, 삶을 향한 의욕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선왕의 딸이었기에 용서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본인은 작위를 회수 당했으며, 남편 역시 집안 단속을 제대로 행하지 못했다는 죄목으로 작위 삭탈을 당했다. 기록에는 남편 왕박의 경우 2년 후에 다시 작위를 회복했다고 하던데, 그녀는 이후 어찌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이처럼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들은 운명을 조용히 따르지 못함으로써 일탈했다는 평을 받는 안타까운 이들이었다. 나름 개혁의 기치를 높이던 충선왕을 혼미하게 만듦으로써 고려의 멸망을 재촉한 숙창원비는 요부이기 전에 사랑 받고 싶은 여인이었고, 충혜왕의 아내이자 충목왕의 어머니인 덕녕공주 역시 외로움과 싸워야 했던 여인이었다. 어찌 이들을 욕하겠는가!

일반적으로 사회 고위층에게는 좀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제로 그들 사회가 깨끗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들이 만약 남성이었더라면, 그랬더라도 사회의 많은 지탄을 받았을까에 대해 묻게 된다. 안타깝지만 역사는 약자에 대해서까진 고려해주지 않는 법이다.


이달의 사락 q*****2 2012.10.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