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방전후'를 쓴 이태준 선생의 호는 상허로 강원도에서 태어나 휘문고보를 거쳐 일본 조치대학에서 공부를 한 그 시대 신 지식인이었다. 또한, 작가로 알려진 이태준 선생은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잡지사와 조선일보에서 기자 활동을 한 전적이 있는 사람이다. '이효석, 김기림, 정지용, 박태원'등과 함께 일종의 문학 친목단체인 <구인회>를 결성해 활동 하셨는데 이태준 선생의 본격적인 문단 활동은 <구인회>의 결성을 전후한 시기부터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해방 후에는 임화, 김남천 등과 함께 좌익 문학 단체인 조선문학건설본부를 조직하였고 조선문학가동맹의 중앙집행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미 군정 시기에 월북하셨다. <해방전후>는 조선문학가동맹이 제정한 제1회 해방기념 <조선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이 소설을 처음 읽게 됐을 때 처음에는 단편 소설 치고는 만만치 않은 분량에 놀랬고, 읽으면서는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해서 당황해 했다. 아직도 이 작품의 주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내 의견을 정리하려 한다. <해방전후>의 부제는 '한 작가의 수기'이다. 이 부제가 말해주고 있듯이 이태준 선생은 자신의 해방전후의 사실을 수필 써 내려가듯 소설로 형상화 하였다. 따라서 작중인물 '현'은 작가 이태준 자신이라고 말 할 수 있는데 현은 일제시대를 살아가는 문학자로서 자신의 확고한 신념은 있지만 운명과 환경에 적응하고 타협하며 살아가는, 신변적인 데 소재를 둔 '체관-1.충분하게 관찰함. 샅샅이 자세하게 살핌. 2.단념-을 무기력하게 반복했던 순수문학자였다. 무슨 사상가도, 주의자도 아닌 자신이 파출소 일본 순사들의 명단에 준요시찰인으로 올라, 까닭없이 파출소를 드나드는게 싫어 서울에서 시골로 이사를 가고, 고기나 잡고 징용이나 면할 목적으로 간 시골에서조차 낚시터에 가려면 주재소 앞을 지나야 하는 사실을 알고는 길도없는 산등성이 하나를 넘어서 낚시를 다니고, 일본 제국이 전쟁에서 완전히 이길 때까지 낚시질을 그만 두라는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는, 그러나 속으로는 '살고싶다'고 외치는 소극적인 사람이다. 무시로 대산의 시를 입버릇처럼 읊조리면서 자신이 걸어온 문학의 길은 봉건시대의 소견문학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던 현은 자신이 예견한 대로 일본이 망하고 해방을 맞이하자 좌익과 우익의 이념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좌익을 택해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이념을 확고히 펼치게 된다. 소설에서는 현의 무기력하고 나약한, 소극적인 모습과는 달리 현과는 너무 대조적인 모습의 김직원 영감이 나온다. 김직원은 순사의 말이라면 무조건 '예'라고 대답하는 현과는 달리 상투를 자르라는 일본 순사에게 유생인 자신이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느 ㄴ성현의 말씀을 지키지 않고 유생이라고 할 수 없다며 끝까지 상투를 지켜내는 강직한 성격의 인물로 나온다. 소설 후반부에 해방이 되자 좌익파에 들어 자신의 신념을 펼치는 현을 보고 김직원 영감은 현에게 변했다고 말한다. 전주이씨 왕조의 부활을 열망하는 봉건적 유생 김직원이란 그야말로 세계사의 대사조속에 명멸해가는 한 조각 티끌에 불과하고 그러한 노인을 연민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주인공은 세계사의 대사조에 전신을 던진, 미래를 지향하는 신생의 인물일 것이라고 정호웅 문학평론가는 말한다. 이 소설은 봉건-밥ㄴ봉건의 선명한 도식인 셈인데 이 도식은 신변적 체관의 순수문학대 민주주의 민족문학의 이분법과 맞물리며 작품의 기본구도를 이룬다. 해방 직후의 소설을 보면 지금은 전설기이므로 과거에 묶여 있지 말고 역사 창조의 과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소극적이고 퇴영적인 세계관을 자기비판적이고 적극적이고진취적인 세계관으로 무장해 되태어나야 한다느 ㄴ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룬 작품이 많다고 하는데 이들 작품을 지배하는 것은 빛나는 미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며 그같은 미래 실현을 향한 적극적 자기투신이라고 말할 수 있고, 이태준의 <해방전후>도 이들 소설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글을 쓴 지금도 소설같지 않은 소설 <해방전후>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해방직푸의 지식인의 의지와 신념의 변화, 자기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