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詩'選'이라고 했는데 시야말로 그 길이를 고려할 때 요런 책 한 권에 적절히 골라 선집 형식으로 묶어 낼 수 있겠다 생각한다(제대로 즐기려면 노튼 앤솔로지 같은 걸 봐야 한다는 건 말할 것도 없겠지만). 더군다나 '현대'라는 한정수식어까지 붙었으니 '탑승시의 안정감'이 더 증가하는 격이겠다(물론 노튼도 더 제한된 범위의 에디션들을 세분화해서도 펴내는 걸로 알지만, 확인은 아마존 등에서 각자 해 보시길).
이 시리즈의 다른 책은 몰라도 시선집의 경우(시사영한대역문고 100 중 '詩選'으로는 현대영시선, 영국낭만시선, 이것까지 총 3권이고, 내가 가진 것은 이거 하나임)는 번역자, 해설자의 '솜씨'가 정말 필요하고, 그를 넘어선 내공까지 좀 선봬주시면 감사한 일인데, 이일환 국민대 학장이 번역,해설한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만족할 만하다. 유익한 해설이 페이지 곳곳에 있어서 감상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산문의 경우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의 해설이란 별 도움이 안 되는 군더더기가 많았으며, 때로는 틀린 것도 많이 발견되었다).
버릇대로 오탈자나 이상한 부분 굳이 지적하자면, 139쪽 '갖은->가진' 229쪽 '구데기->구더기'(구데기가 더 시적이긴 하다만ㅋㅋ) 173쪽 'agent provocateur'는 '밀정'이 직접적인 뜻이라기보다, 밀정들이 주로 맡곤 하는 역할인 '배후선동자'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본래는 형법에서 '교사범'이라고 하는 개념으로, 프랑스 뿐 아니라 영미, 독일 법학에서도 이 용어를 외래어로 수용하여 그대로 쓴다. 194쪽의 Randall Jarrell의 '제 8 비행대대'에서 제 4연은 전체가 다 요한복음 해당대목을 모티브로 했고, 그 단어들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말이 나온 김에, 저 시인의 이름은 이 책에 적힌 대로 '저렐'이 아니라, '야레일'로 읽어 줘야 하는 특이한 경우라고 아는데, 혹시 아는 분 있으면 좀 가르쳐 주시길.
ps 제목은 이 책에 실린 스티븐스의 작품 '아이스크림의 황제'의 한 행을 패러디한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