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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 - 임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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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모래 사라고 할 때는 두 가지 글자가 있는데 하나는 물 수변의 沙이며 다른 하나는 돌 석변의 砂입니다. 두 글자 다 윈도에서 지원하며 뜻도 (여러 개 중에) "모래"가 첫머리에 옵니다. 9호선 고터역 다음에 소재한 곳은 후자를 쓰며, 전라남도 화순군 소재의 한 면에 붙은 이름에는 전자를 씁니다(평은 平으로 같습니다).    이 소설에서 배경으로 삼은 곳은 물론 전남 화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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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모래 사라고 할 때는 두 가지 글자가 있는데 하나는 물 수변의 沙이며 다른 하나는 돌 석변의 砂입니다. 두 글자 다 윈도에서 지원하며 뜻도 (여러 개 중에) "모래"가 첫머리에 옵니다. 9호선 고터역 다음에 소재한 곳은 후자를 쓰며, 전라남도 화순군 소재의 한 면에 붙은 이름에는 전자를 씁니다(평은 平으로 같습니다). 

 

이 소설에서 배경으로 삼은 곳은 물론 전남 화순군 사평면입니다. 서울의 해당 지역에는 이 소설 창작 당시 전철역 같은 건 생기지도 않았고, 소설에는 먼 남도의 향토색이 물씬 배어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소설의 화자는 인심 좋은 역장님인데, 늦은 밤 이곳을 지나치는 열차를 기다리는 객들은 추운 겨울 날씨에 벌벌 떨며 각자의 애잔한 사연을 속으로 삭이거나 조용히 이웃과 공유합니다.

 

사평역이라는 곳이 역사적으로 실재했는지는 (개인적으로) 모르겠습니다. 다만 버스 노선이나 기타 대중 교통 인프라가 완비되지도 않았고 개인 소유 차량이 많지도 않았을 과거에는 삼등얼차가 지방 곳곳을 다녔겠고, 이 소설 중에서 자주 나오는 묘사대로 "급행열차(보통은 새마을호)를 먼저 보내는 이유로" 지방의 작은 역에 열차가 자주 서는 건 흔한 일이었습니다. 이 소설 중에는 사평역뿐 아니라, 인접한 학구역, 또 임촌역이 언급되는데 이들 모두 실존했었으므로 아마 철도역으로서의 사평역도 거의 틀림 없이 있었으리라 짐작합니다. 

 

독특한 건 이 소설 중에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가 길게 인용된다는 점입니다. 아마 해당 시로부터 어떤 영감을 얻어 이 소설을 임철우 소설가가 창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 전이 배경이다 보니 역사 안에서도 객들은 벌벌 떨며 고작 톱밥으로 온기를 뿜는 난로 곁에 모여 고생들을 하는데, 역사 구석에는 어떤 여인이 굽은 자세로 잠을 자는 중입니다. "세상에, 이렇게 추운 곳에서 사람이 잠을 잘 수 있다니..."

 

대학교를 다니다가 현실에 절망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아우슈비츠를 탄식하는" 이상주의자 청년도 있고, 집에는 화장품 회사를 다닌다고 속였지만 사실은 술집에서 몸을 파는 젊은 여인도 있으며, 가게에서 돈을 훔쳐 도망친 동생을 잡으러 이 먼 곳까지 내려온 뚱뚱한 서울 사모님도 있습니다. 그녀는 마치 주변 사람들과는 자신이 완전히 다른 부류라도 된다는 양 거만한 분위기지만, 그런 표현이 효과를 내기까지 들여야 하는 노력이 꽤나 버거워 보입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고민과 삶의 무게에 치인 통에, 옆의 대단하신 누군가가 무슨 말을 하려 드는지에 신경 쓸 여유마저도 없습니다. 

 

각자의 애달픈 사연이 독자에게 하나씩 소화되고 나서 드디어 기다리던 기차가 역에 도달합니다. 기차에 올라타면 당장의 추위도 면하고, 또 이 차를 막상 놓쳤을 시 그들이 겪어야 하는 불편과 손해 따위는 일단 피하게 된 셈입니다. 그러나 목적지에 내리고 난 후 이들의 인생 길목에서 기다리는 또다른 장애와 과제는 여전한 무게로 남아 있겠으며, 이들이 그런 지점을 어떻게 맞을지는 자신들을 포함해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오로지 세월의 진행을 한 자리에서 오래 지켜 본, 마치 역사 건물만큼이나 늙은 역장만큼은 어떤 그림이 그려진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띱니다. 

 

이 책에는 1988년 임철우 작가가 한승원씨의 <해변의 길손>과 이상문학상을 공동으로 받았던 <붉은 방>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프 25기 11주차 리뷰에서 이 작품 "사평역"에 대해 짧게 언급한 적 있고, 24기 36주차 리뷰에서도 임철우 작가를 거론한 적 있습니다. 

v*****7 2022.04.2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사평역
"사평역" 내용보기
임철우#사평역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를 모티프로 한 소설나주 남평역이 배경이라지만 가상의 공간완행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밤새 눈은 내리고 날은 춥고 난로옆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퇴학을 당한 가난한 학생출소를 해 동료의 어머니를 찾아 왔지만 돌아가셨고 돈을 훔쳐 달아난 사람을 찾아왔으나 되려 돈을 보태주고 가는 사람아픈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아들보따리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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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우


#사평역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를 모티프로 한 소설

나주 남평역이 배경이라지만 가상의 공간

완행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밤새 눈은 내리고 날은 춥고 난로옆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

퇴학을 당한 가난한 학생

출소를 해 동료의 어머니를 찾아 왔지만 돌아가셨고 

돈을 훔쳐 달아난 사람을 찾아왔으나 되려 돈을 보태주고 가는 사람

아픈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아들

보따리 장사를 하는 아줌마

시골에서 상경해 술집 여자가 된 춘심이

그리고 미친여자

"흐유, 산다는 게 대체 뭣이간디"

고단하지만 기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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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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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오면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꼬두메로 가는 아들

괘종시계처럼 정확했던 어머니는 뭔가 하나씩 무너진다

월남전에서 큰아들을 전사했다는 통보를 받는 장면이 찡하다

큰아들과 남편이 있는 꼬두메로 돌아가고 싶은 엄마. 하지만 막상 도착한 꼬두메는 사라지고 아파트만 들어서 있다


"찬우야. 꼬두메로 가자이. 더 추워지기 전에 피잉 우리 집으로 돌아가잔 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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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방

어느날 출근길에 연행된 교사 오기섭. 수배 중이던 이상준을 자기 집에서 지내도록 해준 혐의다. 붉은 색 페인트로 칠해진 방에서 고문을 당한다. 

고문 형사 최달식. 6.25때 인민군에 조부모가 죽임을 당했다. 빨갱이에 대한 분노가 가득하다. 아들이 죽고, 엄마가 치매에 걸린 자기 삶의 비극이 모두 빨갱이 탓이라고 생각한다

불구속으로 오기섭이 풀려났을 때, 오기섭이 이유없이 당한 폭력은 어떻게 해소될 수 있을까

폭력 가해자도 적개심과 복수심에 살게 하고 주변 사람을 파괴하고 자신을 저주하며 살며 자신도 피해자로 만든다고 하지만... 어떤 결말이든 분노가 끓어오를 소설. 분단과 한국전쟁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1980년대 군부정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볼 수 있고, 우리 일상이 공권력앞에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지는지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