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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보고 손목이 꺾이는 줄 알았다. 페이지가 엄청나다. 이걸 언제 다 읽어.
서문이 쫌 긴데, 이것만 참고 견디면 술술 넘어간다. 대부분은 아주 짧은 르포 형식의 글이고, 각양각색의 사람들 이야기라서 지루할 틈 없이 술술 넘어간다.
대부분은 런던 생활에 대한 푸념이거나 찬양인데, 가끔은 정말 빵빵 터지는 표현들이 눈에 띈다. '런던'과 '런딘'은 다른 도시이며, 런던에도 강남 문화라는 게 있고, 버킹검 궁전의 근위병들은 런던 게이 신사들의 표적이었다!
엔지니어 출신 트랜스젠더, 하루에 담배 꽁초 만 개를 줍는 청소부, 오바이트를 뒤집어쓰며 통근 열차를 타는 여자, 영드 <실크>에 등장하던 가발 쓴 변호사 등 이런저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마치 런던에 한 십 년 산 기분이 든다.
부동산 값이 오르니 이제는 사다리를 타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동산업자와 젊을 때 벌어서 집 살 생각하라고 훈계질하는 집 있는 사람과 삶의 양보다는 질을 생각하고 싶다는 집 없는 사람의 글 같은 경우는 부동산 지옥에 빠진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도 든다. 전지구적 현상인가.
사람 사는 데는 어디나 다 이렇지, 하는 생각과 함께, 언제나 가볼 수 있을까 하던 마음을 달래게 된다. 그래도 기다려라. 언젠가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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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엄청 마음에 든다. 나로서는 이렇게 말하기 쉬운 편은 아닌데, 그래도 말해 놓고 싶다.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노라고.
일단 책이 두껍다. 글자는 작고 읽을 거리는 많다. 이게 내 마음에 든다면 다른 말은 필요가 없는 게 아닌가. 500쪽이 넘는 책임에도 넘어가는 책장이 아쉽기만 하였고, 이런 글이라면 계속 읽어도 좋으련만, 그런 생각만 드는 것이었다.
모름지기 도시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이 책의 저자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다. 이제까지 내가 읽은,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의 도시 사랑 글들이 이 책 앞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그 정도로는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것이, 이 책 속의 런던 사랑이 너무도 깊고 풍부하여 제대로 거닐어본 적이 없었던 런던을 내가 마구 사랑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배경이 런던이고, 나오는 사람들이 런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조금만 바꿔 생각하면 굳이 런던이 아니어도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각종 직업 세계를 본 듯했다. 평범한 사람들로서는 알 수 없는 직업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고, 누구나 알고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고, 런던이 아니라 서울이라고 해도 비슷할 것 같은 삶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도 있고. 그러니 런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사람 이야기인 것이다. 나랑 같은 시대에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작가는 런던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찾아 만나면서 관찰하고 인터뷰를 하고 그 내용을 글로 쓴 모양이다. 어쩌면 이렇게 솔직하고 자세하게 자신들의 삶을 풀어 주었는지, 작가의 인터뷰 능력이 어떠했는지, 읽을수록 신기했다. 내가 인터뷰를 한다면, 혹은 인터뷰를 받는다면, 나는 내 삶을, 우리 땅에서의 이 삶을 이 책 속의 사람들처럼 진솔하고 감동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혹은 상대로부터 제대로 들을 수 있을까.
런던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문화 도시라는 것,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더 전통에 가까운 도시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나는 런던이 파리처럼 또는 뉴욕처럼(파리나 뉴욕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서양에서 최고로 발달된 도시 중의 하나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런던 그곳의 곳곳에서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니 막연하게 겉모습으로만 추측했던 도시의 실체를 조금은 구체적으로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서울도 그러하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곳곳의 사람들. 서울이 좋아서 살고 있거나 서울을 떠날 수 없어서 마지못해 살고 있거나, 서울의 구성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읽게 된다면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수준과 내용을 알 수도 있을 텐데.
런던이 훨씬 가까워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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