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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지나고 6월도 초순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5월은 우리에게 슬픔으로 남아 있는 달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그동안 쌓여 있던 슬픔에 또 하나의 슬픔이 포개어진지도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럼에도 슬픔은 전혀 희석되지를 않는다. 아마 그가 바라던 세상이 아직도 올 기미도 보이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이 시집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는 노무현대통령 10주기 추모시집이다. 신경림, 도종환, 안도현, 함민복 등 53명의 시인이 참여하여 시 한 편씩을 쓰고, 캘리 작가 33명이 각 시인이 쓴 시를 붓으로 썼다. 시인이 쓴 시중에서 한 구절을 뽑아 신영복 서체와 각자가 만든 이미지로 자기만의 구도를 만들어 한글 서예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처음엔 그 글씨들 모두가 신영복 교수가 작고하기 전 쓴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흰 꽃 많은 오월 이팝나무, 불두화, 아카시아, 찔레꽃 인디언 아라파호족은 이런 오월을 오래 전에 죽은 자를 생각하는 달이라고 불렀습니다 - 안상학/오월 1연 -
유난히도 오월엔 흰 꽃이 많은 것 같다. 10년 전 그 날을 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있던 그곳엔 아카시아 꽃이 만발해 있었다. 그리고 집 정원에도 유난히도 흰 꽃이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졌지만 아직도 안개꽃과 흰 장미는 만발해있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하얀 백일홍이 피어날 것이다. 아라파호족의 말처럼 흰 꽃을 볼 때마다 그가 생각나기에 시인은 오월을 조문하는 달이라고 했지 싶다.
오래 지날수록 더 그리워질 사람들의 오월 흰 꽃송이 더미더미 조문하는 오월입니다 - 안상학/오월 마지막 연 -
그래서 함민복 시인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어머니 당부에도/사람 사는 세상 만들려/정 맞는 길 찾아 살아간 사람//그래서/우리 가슴에 옳은 모 하나/세워준 사람//찔레꽃 피면/울컥/생각나는 사람’ (모 3,4연)이라고 했는지 모른다. 길가 논에 심어진 모들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은 모를 심고난 후 그 논 옆 어디선가 막걸리를 마셨을 그의 모습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은 희미해진다고 하는데, 봄엔 하얀 꽃이 너무 많기에 또렷해지는 것은 아닌지..
어느 봄 꽃잎 날려 눈처럼 쌓였다면 그 겨울 무릎까지 빠지던 눈 모두 꽃이었다
그 봄 꽃잎처럼 지는 것 모두 목숨이라면 어느 겨울 눈 녹아 흐르는 물 모두 눈물이었다
(중략)
어느 겨울 눈 내려 꽃잎으로 쌓였다면 이 봄 무릎까지 빠지는 꽃잎 모두 돌아오지 않는 바보들의 발자국이다 - 김병호/돌아오지 마라, 봄 1,2,5연-
어느 해 정월 초하루, 겨울 산에 오른 적이 있다. 전날 예고 없이 내린 눈은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모두 지워버렸다. 무릎까지도 푹푹 빠지는 눈을 헤치며 새롭게 길을 만들어 정상으로 향했다.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에 오르자 눈은 꽃이 되었다. 시를 읽으면서 그 날이 떠오른 건, 눈이 꽃잎이 되고 그 꽃잎 모두가 바보들의 발자국이라는 시인의 말 때문이었다. 우연이었을까? 그 겨울 앞사람의 발자국을 밟으며 산에 같이 오른 사람들은 흰 아카시아 꽃이 만발해 있던 곳에서 처음 소식을 들었던, 바로 그들이었다.
강물이 바다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듯,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그. 그가 떠난 지 10년이 되었지만 슬픔은 아직도 여전하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인들이 깨어 있는 시민으로 거듭나듯, 우리 역시 소박하게나마 그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시민으로서 깨어나길 소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