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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무엇보다 좋은 책을 선별해 사람들에게 팔고 싶은 사람. 그 사람들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꼭꼭 묻어두었던 작은 꿈 하나가 생각난다. 희망사항이 조금씩 바뀌기는 하지만 책과 관련된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예전엔 도서관 사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었고, 최근엔 조그만 동네책방을 하는 사람이 멋지다.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면서 책에 둘러 싸여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생각을 곧잘 한다.
하지만 도서관 사서는 책을 볼 시간이 없고, 동네 책방은 책이 잘 팔리지 않아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으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지 않는가. 그저 책방을 탐방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가.
표지도 예쁘고 서점에 관련된 이야기라 구매한 책이다. 대학다닐때부터 아르바이트 부터 시작해 10년을 서점에서 일한 츠키하라 잇세이의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이 있다. 이런 류의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데 내 취향에 딱 맞는 책이었다.
오래된 백화점의 한 코너에 위치한 긴가도 서점의 문고본 담당 잇세이는 말수가 적지만 책에 관한한 숨은 명작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나 '보물 찾기 대마왕'으로 불린다. 다른 아이들에게 휘말려 책을 훔치던 소년을 쫓다가 소년이 다친 뒤로 사람들의 뭇매를 맞았다. 그 이유로 좋아하던 서점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를 한 사람 중의 하나가 '오후도 서점 주인이었다. 오후도 서점이 위치한 사쿠라노마치 마을의 아름다움과 책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오후도 서점의 블로그의 새글이 올라오지 않아 궁금했고 아프고 난 뒤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어 떠난 여행이었다.
앞서 긴가도 서점의 문고본 담당으로 있을 때 드라마 작가인 단 시게히코의 소설 <4월의 물고기>를 발굴해 많은 사람들에게 팔릴 거라며 책을 알리는 POP를 제작하려고 했고 사인본을 선점하고자 했었다. 잇세이가 오후도 서점의 주인을 만나 그곳에서 일하기로 하며 그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오후도 서점 주인에게 그리움을 안겨주는 잇세이의 외모와 인기작가인 요모기노 준야와 닮은 이유, 서로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블로그를 하며 같은 서점일을 한다는 것으로 친해진 친구의 존재 등, 잇세이는 모르지만 독자들은 알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잇세이가 오후도 서점을 맡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저 흐뭇하게 만드는 이유, 이래서 일본 소설을 읽는 것 같다. 잔잔하면서도 감동이 있는 소설. 더군다나 책이 가득한 서점이야기라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피할 수 없는 주제가 아니던가.
그 다음 이야기 <별을 잇는 손>이 나와 있었다. 오후도 서점을 이끌어가는 잇세이의 새로운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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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나름대로 책과 관련된 즐거운 경험 또는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것을 소재로 한 책은 항상 반갑게 느껴지게 된다. 무라야마 사키의 [오후도 서점 이야기]가 '4월의 물고기'라는 책을 발굴하여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다루었다면 [별을 잇는 손]은 그 사람들이 당면한 상황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특히 본격적으로 '오후도 서점'을 맡게 된 츠키하라 잇세이를 중심으로 책과 관련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시종일관 즐거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러한 이야기들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서점의 현실과 함께 다뤄지기 때문에 우리는 책과 서점에 대한 정겨운 추억과 오늘날의 어려운 도서 시장의 현실을 오가게 된다.
본 적 없는 벚꽃 안개 속에 자리한 그 서점을 상상한다. 눈꺼풀 위로 아른거리는 그 모습은 추억 속 아련한 서점의 모습과 하나가 되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그 서점이 벚꽃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은, 그런 황홀한 착각이 들었다. - p. 27 中에서 - '오후도 서점'을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자신이 즐겨 찾던 서점으로 오버랩하는 이 장면은 독자들로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국영수에 관련된 책만 보다가 서점을 방문하는 순간 거기에서 해방되어 온갖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을 만날 수 있었던 그 시기를 떠올린다면 누구나 이와 같이 눈을 감으면 아련히 떠올릴 수 있는 서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아련함이 현재에 옛서점이 존재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슬프면서도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이 '오후도 서점'의 주인이 되어 서점을 되살리기 위한 츠키하라 잇세이에 대하여 우리는 자연스럽게 응원을 하게 된다.
서점이 처한 현실은 솔직히 어렵다 할 수 있다. 온라인 서점의 편리함은 물론 근본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했던 세대는 나이가 들어서 점점 인생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젊은 세대는 책보다는 스마트폰의 활용에 관심을 갖고 있으니 일본이나 우리나 그러한 점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츠키하라 잇세이는 서점의 공간을 재배치하면서 카페를 결합한 다양한 아이디어에 골몰하게 된다. 그러나, 다카오카 켄이라는 작가의 [검푸른 바람]이라는 신간조차 출판사로부터 물량을 확보할 수 없는 '오후도 서점'의 현실은 왠지 초라하게 보인다. 사쿠라마치라는 산골짜기에 위치한 '오후도 서점'을 주위 사람들은 자부심과 함께 애정을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서점을 운영하는 잇세이의 입장에서는 한계에 봉착한 것처럼 보인다.
이전의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책이 출간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설명하였다면 [별을 잇는 손]은 서점 운영에 대한 현실적인 부분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현실이 여의치 않음은 우리 역시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다. 동네 서점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들어가도 대부분 참고서와 필기구를 판매하는 것이 전부이기에 예전의 서점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만을 느낄 뿐이다. 물론 서점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이지만, 이제 그마저도 결코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소설이지만, 그 안에서 잇세이가 처한 상황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보통 출판사가 자신들의 책을 공급하기 위하여 서점을 찾기 마련인데, '오후도 서점'은 그러한 출판사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원하는 책의 물량 자체를 제대로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잇세이가 서점을 층별로 나누어서 새로이 인문 코너와 아이들을 위한 만화 및 라노벨 코너를 만들려고 해도 그것을 맡아서 운영해 줄 인력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잇세이가 처한 상황은 현실 세계의 서점들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게 묘사되고 있다.
그래도 소설이기에 저자는 그러한 어려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물꼬를 틀 수밖에 없다. 아닌게 아니라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뒤이어 잇세이에게 생각하지도 못했던 행운이 연이어 발생하게 된다. '긴가도 서점'의 실질적인 사장으로부터 '오후도 서점'을 체인점 형식으로 운영하자는 제안은 물론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오후도 서점'을 돕기 위하여 등장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오후도 서점'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인물들이 모두 책과 관련된 나름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긍정적인 결말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잇세이에게 좋은 상황이 연달아 등장한다면 개연성이 떨어지면서 그저 장미빛 환상으로만 보여질 수 있는 전개를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하여 극복하고 있다는 점은 이 작품에 읽을거리가 만만치 않게 포함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전쟁 이후 책이 다시 마을을 재건할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던 '긴가도 서점'의 사장이라든지 소노에와 나기사의 우정이 바로 책으로 인하여 시작되었다는 점이라든지 아이돌 출신으로서 책과의 만남을 통하여 새로운 삶을 경험한 여배우의 이야기는 그들이 잇세이를 돕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불어 [오후도 서점 이야기]에서 보여준 잇세이의 책에 대한 열정과 애정에 감탄하여 오히려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검푸른 바람] 시리즈의 저자인 다카오카 켄의 도움과 [4월의 물고기]의 저자 단 시게히코의 후원은 책을 매개로 하여 상생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이들의 사인회를 통하여 '오후도 서점'의 새로운 운영 및 부활을 꾀하는 잇세이를 돕는 손길 역시 무엇보다 책에 대한 사랑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어서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의 흐름처럼 보일 수 있는 대목마저 감동의 순간으로 치환된다. 나 역시 근처에 있는 작은 서점의 현실을 마주하면서 안타까움과 동정심을 갖고 있었기에 소설로나마 부활하는 서점의 이야기가 더욱 와닿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저자는 이야기꾼답게 사쿠라노마치 마을의 전설을 통하여 성황리에 끝난 '오후도 서점'의 행사를 묘사한다. 예전에 이 마을에 한 공주가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을 때, 그 누구도 공주를 도우면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밤중에 공주가 별빛을 의지하여 탈출할 때까지 돕지 못하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별빛은 사실 마을 사람들이 몰래 등불로 만든 것이었다. 전설속의 그 등불은 결국 잇세이를 돕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 및 헌신과 같은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도저히 마리 공주 혼자서 산을 넘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어요. 마을 사람들이 작은 등불을 손에 들고 몰래 마리 공주를 데리고 도망치게 도와줬던 거예요. 공주의 손을 잡고 호수를 건너고 산을 넘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요." - p. 242 中에서 -
사쿠라노마치 마을의 전설을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 책의 제목 [별을 잇는 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현실에서는 사실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 중 잇세이의 서점 운영에 대한 고민은 현실에서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사인회를 드라마틱하게 이끌어내고 있지만, 사실 동네의 작은 서점이 그러한 사인회를 유치한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나면 비록 직접 서점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왠지 함께 고민하게 된다. 유명한 작가를 작업실을 제공하여 해당 도시의 위상을 높이는 방법에 착안하여 서점 역시 비록 유명하지는 않지만, 발전 가능성이 있는 작가와의 제휴를 통한다든지 지역의 독서 동호회 유치 및 서점 특유의 차별화된 마일리지와 같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된다. 독창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것을 확장하여 계속 고민하다보면 나름 좋은 방법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스스로가 책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한 관심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주위에서도 덩달아 관심을 갖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말처럼 일단 책에 대한 관심이라는 파이 자체를 키우는 것이 분명 서점의 생존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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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후도 서점 이야기> 속편인 <별을 잇는 손>을 읽었다. 이렇게 적으니 내가 <오후도 서점 이야기>의 엄청난 팬인 듯 보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몇 해 전 표지가 예뻐 읽게 된 책이었고, 읽고 난 후에는 따뜻하고 잔잔한 이야기이구나, 딱 그 정도의 느낌으로 남아있던 책이었다. 그렇게 가물가물해진 기억 속에 넣어두었다가 얼마전 서평단에 선정되어 <오후도 서점 꿈 이야기>를 만났을 때에야 ‘아, 맞아 그래서 잇세이는 어떤 서점을 꾸미고 있을까?’ 잊고 있던 궁금증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그렇게 (알고보니) 순서를 살짝 뒤바꿔 속편이 아닌 번외편이었던 <오후도 서점 꿈 이야기>까지 읽고 나니 그 중간 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졌다. 결국 속편인 <별을 잇는 손>을 구매해 시리즈 모으기를 완성시킬 만큼.
앞치마가 잘 어울리는, 키가 크고 친절해 보이는 서점 청년, 똑똑해 보이는 소년, 하얀 앵무새와 사랑스러운 작은 고양이가 있는, 어딘가 동화 같은 분위기가 흐르는 서점이었다. p.23
아하, 키가 크고 친절해 보이는 서점 청년 잇세이(오후도 서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된 주인공)와 똑똑해 보이는 소년 도오루(오후도 서점 주인의 손자)는 오늘도 열심히 오후도 서점을 운영하고 있구나! 세번째 만남이어서인지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인사를 건네게 된다.
산골짜기 마을은 신록이 우거져 있고 멀리에 잔잔한 물결이 반짝이는 커다란 호수도 보인다. 작은 새들의 지저귐과 매미 소리가 섞인 바람 소리를 들으며, 완만한 언덕과 빛나는 시냇물 위로 걸쳐놓은 오래된 나무다리를 건너 배달을 하니 그림책 속 세상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p.44
그림책 속 세상에 자리한 동화 같은 분위기의 서점이라니,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지는 풍경이다. 이런 곳에서 느긋한 마음으로 책을 고르고 느릿한 속도로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은 법이어서 (비록 소설 속이라 하더라도?!) 이렇듯 예쁜 시골의 작은 동네 서점의 운영은 수월치가 않다.
씁쓸하지만 시골의 작은 동네 서점에 신간이 들어오지 않는 건 드문 일도 아니다. 뉴스에는 최고 인기를 누리는 화제작이 대형 서점에 탑처럼 쌓여 있는 모습이 나오지만, 찾는 손님을 위해 한 권이라도 구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작은 서점에는 그 한 권조차 들어오지 않는다. pp.34-35
서점 수입만으로는 앞으로 먹고 살기 힘들 것 같아 카페를 만들려고 하는데, 그 때문에 서점의 기능을 희생해야만 한다면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서점인데 책을 줄여야 한다니. p.41
문득 책을 좋아하면 서점 운영을 하지 말고 간간이 서점에 들러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둘러보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던, 어느 서점 운영인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책을 좋아해서 서점을 열었는데, 운영에 급급해 막상 전보다 책을 더 읽지 못하게 되었다는 조금은 씁쓸한 내용이었다.
동네책방 대표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애초에 책방이 큰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시작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이문이 박하고 일이 많은 게 책방이라는 비즈니스다. <동네책방 생존 탐구> 중에서
오후도 서점의 잇세이 역시 녹록치 않은 서점 운영에 조바심을 내기도 높은 벽을 앞에 둔 듯 막막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책을 사랑하고, 일상에 지칠 때 숨 쉴 공간인 동네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듯이 (현실에서도!) 예상치 못한 제안을 받기도 하고,
“아 참, 한 가지 더 부탁해도 되겠나? 부디 서점 문을 닫지 말아주게. 힘들다면 자금을 대줄 테니 서점의 불빛을 꺼뜨리지 말아줘. 서점에 오는 손님들을 위해. 책을 읽고 인생이 달라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네. 책에는 그런 힘이 있지. 그러니 서점은 마을에 계속 있어야만 해.” p.78
오후도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저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리며 손을 잡아준다. 마치 내가 동네서점에 들를 때면 꼭 한 권 이상의 책을 사고, 음료를 마시고, 에코백이나 수첩같은, 서점에서 판매하는 굿즈를 구매하는 것처럼 말이다.
“거창한 게 아니면 어때.” 아라비아의 석유왕도 아니니 책을 어마어마하게 사들일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라도 읽고 싶은 책은 서점에서 사기로 마음먹었다. p.188
“그래서 난 오후도 서점에서 신간을 사지.” 앞으로도 그래야겠다고 마리노는 다짐한다.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응원을 하는 것. 서점을 좋아하니까. 내 주위에서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으니까..(중략)..내가 할 수 있는 있었을 텐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후회를 하기 전에, 한 권이라도 책을 사야겠다. 서점이 아직 그곳에 있을 때. p.189
책에는 잇세이와 오후도 서점 이야기 이외에도 책을 사랑하고 오후도 서점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렇게 짧은 아홉 편의 이야기들 중 책의 제목이기도 한 <별을 잇는 손>은 마지막 챕터로 눈길을 끄는 예쁜 책표지의 소재이기도 하다.
“전설에 나오는 공주님의 축제예요. 호수에 등롱을 띄워 보내요. 호수와 주위에 있는 전나무 숲에 등롱이나 촛불을 밝혀두면 마치 하늘에서 별이 내려와 앉은 것처럼 보이거든요. 정말 아름다운 축제예요. 그리고 호수에 등롱을 띄워 보내면 소원이 이루어진대요.” 효과가 있을지도 몰라요, 하더니 소리를 낮춰 키득키득 웃었다. “오후도 서점이 문을 닫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거든요.” p.214
도오루의 소원처럼 나 역시 내가 사랑하는 작지만 나를 안온하게 쉬게 해주는 서점들이 계속 그 자리를 지켜주기를 다시 한번 바라게 된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반짝이는 한 아마도 내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마음으로나마 별이 내리는 밤에 작은 등롱을 호수에 띄워 보내고 싶다.
전설에 의하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밤이라고 하는데, 이런 마법같이 아름다운 밤이라면 어떤 기적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에는 신이 켜놓은 별들이 반짝이고, 땅에서는 사람들이 밝혀놓은 등롱이 따뜻하게 빛나고 있다. 이것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p.238
*기억에 남는 문장 아마도 사람은 자꾸만 위를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적어도 그래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은. 평생 헤엄쳐야 하는 물고기처럼. 날아야만 하는 새처럼. p.19
‘마음은 전하는 것이 중요하구나.’ 나루미는 이것을 잊지 않으려 항상 노력하고 있다. 고마운 일이나 기뻤던 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반드시 말로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언젠가 말은 마법이 되어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고, 행복하게 해줄지도 모르니까..(중략)..살아 있는 동안에, 세상에 마법을 많이 뿌리고 가야지. p.22
우선 혼자 힘으로 해보고 난 후에 말해도 늦지 않으리라. (중략) 내밀어준 손에는 감사하며, 일단은 스스로 서점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배려에 대한 성의라고 생각했다. p.49
사람은 정의를 동경하다 보면 선의로 누군가를 탓하게 된다. 자신도 그런 마음이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사람이라는 존재의 슬픔과 친절과 어리석음이 사랑스럽게 여겨졌다. 세상에 제대로 된 정의가 살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생겨난, 슬픈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89
소노에에게 그림은 ‘세상에 보내는 러브레터’일지도 모른다. 말로 생각을 표현하려면 눈물에 녹아버리고 마는, 소노에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생각이 색채와 구도가 된 것이다. 자신의 러브레터를 세상에 남기고 싶어졌다. 책이라는 형태로. pp.124-125
“그 마음을 말로 표현해보세요. 우리가 인어 공주도 아니고. 사람이잖아요. 말로 마음을 전해봐요.” 생각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전해지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마음과 같다. 인어 공주의 마음이 왕자에게 전해지지 못했던 것처럼. p.170
“그런 말이 아니라, 동네에 책이 잔뜩 진열되어 있는 장소가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지..(중략)..인터넷으로는 사고 싶은 책만 사게 되잖아. 그게 아니라 살 예정이 아니었던 책과 사고 싶은 책만 사게 되잖아. 그게 아니라 살 예정이 아니었던 책과 아이들이 우연히 만날 장소가 필요하다고.” p.191
“서가가 있는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묵는 게 요즘 유행이잖아요. 책이 있는 곳에서 모두 모여 함께 자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는 건 상당히 즐거운 일이거든요.” p.229
“마을에 서점이 있다는 건 그런 거라고 생각해. 그 마을에서 자란 아이에게 꿈의 세상으로 가는 문을 준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 그래서 나는 지금 우리 동네 서점을 지키고 싶어. 그것이 현재, 그리고 미래 누군가의 꿈을 키우고 지키는 것으로 이어질 거라 믿으니까.” p.232
이 세상을 살다 갔음을 기억하는 누군가가 있는 한 그 영혼은 영원히 이 세상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지구라는 따뜻하고 커다란 요람 안에.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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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하는 사람치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서점을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서점에 관련된 추억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서점에 관련된 기억 한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목포에 '국제서림'이란 곳이 있었다. 차가 다니지 않는 길목에 있는 곳이어서 어딘가 특정한 장소를 정할 수 없을 때, '국제서림 앞'에서 주로 만났다. 약속 시간이 되기 전 미리 도착해서 책을 들춰보게 되는데 나는 항상 소설 앞을 서성거렸다. 거기서 발견한 소설을 좀 읽다가 한두 권을 계산하기도 하며 친구를 기다렸었다. 지금도 그 곳에 그 서점이 있는가 모르겠지만 국제서림은 내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그립고도 그리운 시절을 추억한다고나 할까.
무라야마 사키의 소설 『오후도 서점 이야기』를 읽고 무척 좋았다. 책을 좋아하는 주인공의 책에 얽힌 이야기와 서점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어서였다. 물론 하나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책이 좋아 책과 가까운 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에도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어딘가에서 그처럼 밤잠을 설쳐가며 책을 만들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좋다.
주인공 츠키하라 잇세이가 백화점 안에 있는 긴가도 서점에서 일해 오다가 어떠한 사건으로 인하여 서점에 폐가 갈까봐 그만두고 시골 마을에 있는 작고 오래된 서점의 주인이 되는 이야기가 『오후도 서점 이야기』였다. 『별을 잇는 손』은 그 후의 이야기다.
츠키하라 잇세이는 긴가도 서점에서 일할 때 <4월의 물고기>를 발굴하여 크게 히트를 쳤다. <검푸른 바람>이라는 인기작이 곧 출간된다는 소식에 기쁘게 기다리지만 시골 마을의 작은 서점에 배본되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그러던 차에 긴가도 서점의 점장이 전화를 걸어와 사장과 만났었고, 오후도 서점에 <검푸른 바람> 신작이 들어왔다. 무려 5권 씩이나.
소설은 서점에 얽힌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작고 오래된 서점에서 위로 받았던 일. 편집자인 아빠가 만든 모든 책을 좋아했던 아이. 말이 없지만 마치 사진처럼 기억력이 좋아 그 기억을 그림으로 펼칠 수 있었던 아이들. 모두 책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알게 모르게 오후도 서점을 중심으로 츠키하라 잇세이와 연결되어 있다. 혹은 연결되어진다. 인문 서가를 꾸리려는데 음악 카페 가제네코 주인인 전 편집자 후지모리 쇼타로가 일하겠다고 하고, 만화와 아동 서가엔 오래도록 그림을 그려온 구루미가 하겠다고 했다. 구루미는 오후도 서점을 방문하고 자신의 알을 깨고 세상에 한 발을 내딛은 거나 마찬가지다.
책에는 수많은 '사랑'이 넘치고 있었다. 그것은 세상을 향한 '사랑'이었고, 많은 사람을 향한 '사랑'이기도 했다. 울면서 부르는 '사랑'과 춤추며 노래하는 밝은 '사랑'도 있었다. (239페이지)
세상의 좋은 것은 모두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져간다. 서점도 마찬가지다. 그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전우라고 생각해왔던 전국의 서점들. 서점에 이끌려 취재하고 집필해 엮은 서점들의 이야기. 훌륭하고 열정적이고 흥미로웠던 많은 서점들의 기록은 여러 권의 책이 되어 출간되었지만, 그 서점들 중에서도 많은 훌륭한 서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이가 빠지듯 문을 닫고 말았다. (297페이지)
마을에 서점이 있다는 건 그런 거라고 생각해. 그 마을에서 자란 아이에게 꿈의 세상으로 가는 문을 준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 그래서 나는 지금 우리 동네 서점을 지키고 싶어. 그것이 현재, 그리고 미래 누군가의 꿈을 키우고 지키는 것으로 이어질거라 믿으니까. (397페이지)
책값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지만 서점에 대한 애정은 늘 남아있다. 책만 팔아서는 이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각종 굿즈를 판매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서점들이 있다. 출판사에서는 동네 책방을 살리자는 취지로 동네 책방 에디션을 따로 만들기도 한다. 그 책을 사러 1시간이 넘는 동네책방까지 간 적이 있지만 혼자 가기엔 너무 먼 거리다.
가까운 곳에 오후도 서점 같은 책방이 생기면 좋겠다. 물론 걸어갈 수 있는 거리면 더 좋겠다. 젊고 잘생긴 책방 사장님이 계시면 더 좋겠고, 차도 한 잔 마실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무엇보다 서점의 풍경이 예쁘던 더 좋겠다. 아, 내가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굿나잇 책방' 은섭이를 바라는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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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가도 서점의 문고본 서가 담당자인 잇세이는 어느날 책을 훔쳐 도망가는 소년을 쫓게 되는데, 쫓기던 중학생이 그만 사고를 당하고 만다. 다행히 큰 사고가 아니었고, 주변의 강압에 의해 책을 훔쳤던 소년과 부모는 서점에 사과를 하고 일은 일단락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잇세이가 과하게 소년을 쫓아 사고가 났다는 사람들의 비난이 이어지기 시작하고 서점과 서점이 위치한 백화점에게까지 좋지 않은 소리가 이어지자 결국 잇세이는 자진해서 서점을 그만 둔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는 '4월의 물고기'라는, 잇세이가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손으로 서가에 진열하고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어했던 책과 서점을 떠난 그의 바램을 이뤄주기 위해 노력하는 긴가도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응? 제목은 ‘오후도 서점’ 아니었나? 이쯤 되고 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실제로 잇세이가 오후도 서점에 발을 들이기까지 2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지나간다). 하지만 일본 소설 특유의 섬세함이 묻어나 아, 그렇구나 이해가 되기도 한다. 다만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했던 인물들간의 관계라든가 벚꽃이 만발하여 아름다운 풍경 속 오후도 서점에서 잇세이가 새롭게 만난 공간과 익숙해져 가는 과정들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조금 아쉽기도 했다. 거기에 후반부가 조금은 과하게 감상적으로 흘러간 것은 아닐까 싶은 마음도 조금.
하지만 이런 작은 아쉬움과는 별개로 책을 읽는 동안 잇세이와 그의 동료들,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만나며 내게 있어 책은, 그리고 서점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았다.
‘성냥팔이 소녀처럼.’..(중략)..소녀에게 성냥이 있었다면 어린 잇세이에게는 책이 있었다..(중략)..만약 책이 없었다면 진작 마음이 얼어붙었을 것이다. p.46
잇세이에게 책은 외로운 마음을 지켜주는 존재였고, 그런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다는 생각에 그는 좋은 글을 찾아내려 노력한다.
‘나는 사금을 캐고 있는 건지도 몰라.’ 소중한 사금이 강물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눈에 띄지 못한 채 모래에 휩쓸려 강바닥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p.44
그 책이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잇세이는 거센 물살을 견디며 정성스레 사금을 캐고 있는 것이다. p.45
내게 책은 휴식이자 도피이다. 지친 일상으로부터의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로움이기도 하고 동시에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독서에 체계가 잡혀 있지 않고 눈에 띄는 대로 읽는 편이긴 하지만 그저 즐거우니(물론 가끔은 눈으로 들인 글을 머리로, 마음으로 보내느라 힘들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좋지 않은가 하는 다소 단순한 이유를 들어본다. 그리고 이런 책들이 가득 쌓여있는 서점이라니! 마치 맛있는 뷔페 레스토랑에 들어가 무엇을 먼저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잇세이와 서점인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한 권의 책이 서점의 서가에 위치하기까지, 또는 인터넷 서점의 추천 도서로 뜨기까지 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고민들이 있겠구나, 여지껏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을 바라보게 보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읽은 후 들른 서점에서 책들이 왜 이 자리에 놓였는지 추측해 보는 것도 나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덧붙이는 글 하나. 너무 생생하게 설명을 해 두어, 책을 관통하는 도서 ‘4월의 물고기’라는 소설이 실제로 있는 것은 아닐지 검색해 본 것은 조금은 쑥쓰럽지만 안 비밀 : ) (실제로 동명의 소설이 있었다. 일본소설이 아닌 한국소설이었지만 말이다) 두울. 얼마 전 리뷰를 남긴 '중쇄를 찍자'와 어딘가 이야기가 닿아있는 느낌 ('중쇄를 찍자'는 출판인들의 이야기가 중심인데, 함께 일하는 서점인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기억에 남는 문장 “살아가는 일을 포기하지 마, 행복해지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포기하면 인간은 그 자리에서 썩어버릴 뿐이야.” p.90
이건 ‘잘 있어’의 냄새다..(중략)..민감한 코에 눈물의 냄새가 아플 정도로 파고들었다. 가슴이 불안으로 꽉 조이는 느낌이었다. p.138
소용없었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말에 따르면,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지는 것이다. 별안간 벼랑 아래로 내던져지듯이 운명의 선고가 내려진 것이니 이제 와서 부정하고 저항해봐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p.150
식료품이나 의류와는 달리 책이라는 것은 없어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책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은 실상 그리 많지않다. p.174 *이 대목을 읽다가 책 없이 살 수 없는 이웃님들이 참 많다는 생각에 혼자 웃음을 지었다 : )
‘아아, 책 냄새다.’ 코 끝에 스미는, 침엽수를 닮은 냄새. 어렴풋이 냉기가 느껴지는, 알싸하고 적막한 냄새. 한없이 그리웠던 냄새. p.224
유백색 유리창 너머는 흑요석을 깔아놓은 듯한 캄캄한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이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온다는 사실을 잇세이는 알고 있다. 이 마을에서 맞는 첫 아침 하늘은 어떤 색일까. p.251
그들을 위해 서점 주인은 책을 고르고 추천해온 것이다. 활자 세계로 가는 머나먼 여정의 길동무, 혹은 하늘에서 빛을 발하며 방향을 알려주는 별처럼. p.274
‘살아있는 한, 그래도 되지 않을까요. 꿈꾸는 일은.’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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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
서점에 얽힌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서점 ’ 이라는 단어는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뭔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그래서 책 제목에 ‘ 서점 ’ 이 들어가는 책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가고 만다. < 오후도 서점 이야기> 는 개브리얼 제빈의 < 섬에 있는 서점 >, 미카미 엔의 <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 수첩 >이나 셸리 킹의 < 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 책방에서 시작되었다 > 등의 서점을 배경으로 한 소설과는 그 결이 좀 다른 것 같다. 서점을 배경으로 했지만 책과 사람이 주인공이었던 다른 소설들에 비해 < 오후도 서점 이야기 > 에서는 서점이 주인공이다. < 오후도 서점 이야기 > 는 바로 그 서점을 지키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을 어떻게 진열하는지, POP 를 통해 책의 내용을 홍보하고, 직장인들의 애환이 느껴지는 출판사 영업 직원들 간의 관계라던지 서점과 관련된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나와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인 ‘ 츠키하라 잇세이 ’ 는 오래된 백화점 안에 있는 긴가도 서점에서 문고본을 담당하는 직원이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는 않고 조용한 성품이지만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숨겨진 보석 같은 작품을 귀신 같이 찾아내서 ‘ 보물찾기 대마왕 ’ 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책을 사랑하는 직원이다. 긴가도 서점의 문고본은 잇세이가 진열한 책이 아니면 독자를 만날 기회가 없다. 수없이 쏟아지는 책들 사이에서 손님과 한 권의 책을 이어주는 오작교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잇세이가 하는 일이었다. 잇세이는 사금을 캐는 것처럼, 보물을 찾는 것처럼 수많은 책들 중에서 정성을 다해 좋은 책을 고르고 골라서 그의 서가와 평대에 책들을 진열했다.
언뜻 평범하게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책에, 책이 놓인 그 위치에 손님에게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가 숨어 있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책장 정리를 하는데, 그 때 나의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책을 정리하는 기준이 달라진다. 기분 전환을 위한 책을 읽을 지, 미뤄 둔 책을 읽을 지 아니면 일에 관련한 책을 읽을 지 특별한 목표에 따라 책을 정리해서 다시 책장에 진열을 한다. 나도 이렇게 책장을 나름의 기준을 세워서 정리를 하는데, 지금까지 서점에 갔을 때 직원들이 책들을 어떻게 정리해 두었는지 살펴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다음에 서점을 갈 때에는 서점 직원들이 책들을 통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는지 진열 상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 < 오후도 서점 이야기 >를 읽다보면 이렇게 사명감이 투철하고 책에 대한 철학이 확실한 직원들이 있다는 일본 서점에 혐한 서적 코너가 따로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타국을 비난하는 책을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유독 일본에선 우리나라를 혐오하는 책이 많이 출판되고 그런 책만 두는 코너가 따로 있다는 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권의 책으로 그날의 기분이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잇세이는 알고 잇다. 가령 운수가 나쁜 하루였다 해도 귀갓길에 들른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을 읽고 다음 날은 기운 내서 열심히 살아보자고 마음먹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읽는 사람의 기분을 살짝 좋게 만드는 것만이 책이 가진 힘이 아니다. 삶이 괴로울 때나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읽다 만 책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 내일까지, 또 그다음 날까지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잇세이는 출판사에서 보내온 신간들 중에서 단 시케히코의 < 4월의 물고기 > 라는 작품의 교정쇄를 보게 되고 이 작품은 ‘ 될 것 ’ 이라는 직감에 사로잡혔다. 단 시케히코의 < 4월의 물고기 > 를 어떻게 홍보를 할 것인지 기대에 부푼 나날을 보내던 중, 잇세이의 인생을 뒤바꾸게 되는 큰 사건이 일어난다. 그 사건으로 인해 서점과 백화점이 피해를 입을 것을 걱정한 잇세이는 그를 위로하고 감싸주었던 동료들에게 < 4월의 물고기 > 의 홍보를 부탁하고 서점을 떠나게 된다.
‘ 당신은 지금 ‘ 어딘가 ’ 로 가고 싶어 하고 있어요. 지금 ‘ 이곳 ’에서 ‘ 어딘가 ’로 떠나고 싶다고 말이죠. 하지만 당신은 ‘ 이곳 ’ 을 떠날 수 없다고 착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상처를 안고 사는 거죠. ’ 다리가 아프면 아무데도 가지 않아도 되니까. 아무 데도 안 보내려고, 안 가도 된다고, 뇌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갈 곳이 없던 잇세이는 자신이 운영하는 서평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온라인 친구가 만나러 가기로 결정한다. 그는 산골짜기 작은 마을의 ‘ 오후도 ’ 라는 서점 주인으로 책과 세상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넘치고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잇세이와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었다. 잇세이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 때문에 인터넷에 글을 올리지 못하는 동안 무슨 일인지 오후도 서점의 주인도 글을 올리지 않고 있어서 걱정되는 마음에 찾아 가보기로 한다.
앵무새 선장을 어깨에 태우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마을로, 작은 서점을 찾아 떠나볼까. 동화 속 주인공처럼...
사고 때문에 다친 왼발을 끌고 그는 몸과 마음을 치료해 주는 온천도 있고 벚꽃이 아름답다는 ‘ 오후도 서점 ’ 이 있는 깊은 산골짜기 작은 마을로 길을 떠나게 된다. 표지와 같이 아름다운 벚꽃에 둘러싸인 오후도 서점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 책을 읽는, 책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 ’ 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더 이상 사람들에게 ‘ 책 ’ 이란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정보나 재미를 대신할 수 있는 각종 영상매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스마트폰의 보급과 빠른 인터넷은 그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일본의 출판 시장은 우리나라 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고 들었는데, 일본의 상황도 우리만큼 좋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십 년 전통의 서점들부터 시작해서 동네 서점들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고, 몇 년 전에는 국내 2위 서적 도매상인 송인서적이 부도가 나서 출판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다. 소설에서는 잇세이의 말을 통해서 일본 출판계의 현실에 대한 작가의 걱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만큼이나 일본의 현실도 답이 없는 것 같아서 책을 사랑하는 독자 입장에선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책을 안 본다고, 시대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고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잇세이와 동료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책이 있다고 있는 힘을 다해 세상에 외쳤다. 실제 우리의 현실에선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라는 행복한 결말을 맞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지만 < 오후도 서점 이야기 > 속 현실에서는 잇세이와 동료들은 동화 같은 행복한 결말과 마주할 수 있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힘을 합쳐 좋은 책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모습들이 사랑스러웠고, 그들의 노력이 희망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음 속 상처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할 때 그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 오후도 서점 이야기 > 에서 잇세이와 그들의 동료를 통해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내 곁에서 나를 믿어주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달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일본 특유의 감성이 넘치는 소설이라 읽다보면 오글오글한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가끔 이렇게 오글오글한 느낌의 ‘세상이 아름답다는 메시지 ’ 를 던지는 따뜻한 힐링 소설이 읽고 싶을 때가 있다. 항상 매콤한 토마토 파스타를 먹다가 가끔 아주 느끼한 크림 파스타가 먹고 싶을 때처럼 말이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책과 서점에 관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지는 < 오후도 서점 이야기 > 를 읽어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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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그린 작품은 너무나 많다. 책을 집필하는 작가의 고뇌와 단어선택, 소재 발굴, 이야기 하고자 하는바를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 그와 얽힌 작가만의 노력과 아픔. 그리고 책으로 만들기까지의 출판과 관련한 맨 뒤 종이 한 장에 다 들어가 있는 관련자들의 숨은 노력. 수정하고 편집하고 디자인하고 그걸 독자의 손에 가기까지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
책이 만들어 졌다. 사람에게, 그 책을 원하는 사람에게 전달을 해야한다... 그것 또한 쉽지 않음을 이 책이 보여주고 있다. 잘 팔리는 책은 잘 팔리는대로 구하기 어려워 전달을 못하고 안팔리더라도 숨어있는 ㅊ책을 발굴해 의미있는 전함을 주고 싶어 노력하는 사람들의 수고 등.....
책을 사랑하지 않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이 책은 이야기하고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란들의 수고와 노력으로 나는 이 책을 손에 넣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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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야리야리한 몸매의 사서가 여주인공으로 나와 걸핏하면 책을 떨어뜨리거나 기침을 하다 중병에 걸리는 그런 스토리가 유행했다. 이젠 사서가 주인공인 책이나 드라마를 아예 보기가 힘들어서 왜곡된 이미지로나마 등장했던 예전을 그리워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주위에 사서가 많지만 그렇게 드라마틱한 현실인물은 만난 적이 없으니 이것이 바로 이상과 현실이랄까. 서점이야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서점은 인적이 드문 조용한 서점에 지적인 이미지의 서점 주인이 책을 읽다 손님을 맞이하는 만화의 한 장면 같은 것이지만, 서점을 하며 그 경험을 책으로 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쩐지 처절하다. 특히 혼자 서점을 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손님을 만나도 도망갈 곳이 없고 화장실 한번 가려고 해도 문을 잠그고 가야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라는 제목에 낭만적 그림이 그려진 이 소설은 읽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졌지만 대강 스토리가 예상되는 책이었다. 이런 책을 읽고나면 앞뒤 재지 않고 서점을 하고 싶다, 책을 쓰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에 빠지기 때문에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어봤지만 역시 읽고야 말았다. 처음엔 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일본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낡은 백화점에 입점한 서점, 긴가도 서점에는 보석같은 책을 발견해내는 능력을 가진 직원, 츠키하라 잇세이가 근무하고 있다. 그런 그가 사랑받을 책으로 선택한 것은 예전 드라마 작가였던 단 시게히코의 신간 <4월의 물고기>. 서점에 자주 책이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직원들은 용의자로 한 학생을 지목했고, 어느날 그 학생이 책을 훔치는 장면을 목격한 잇세이는 도망가는 학생을 추격하다 백화점 밖에서 교통사고로 이어질뻔한 일이 발생한다. SNS에 잇세이의 사진이 퍼지고 항의 전화가 빗발치자 10년간 근무했던 긴가도 서점을 그만두게 된다.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이 난 잇세이는 블로그 이웃이던 오후도 서점의 주인이 글을 올리지 않게 되자 직접 그를 찾아가보기로 한다. 오후도 서점의 주인은 병에 걸려 입원 중이었고, 자신의 아들을 닮은 잇세이에게 오후도 서점을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4월의 물고기>와 같은 좋은 작품을 알아보고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애쓰는 장면은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한참 잘나가는 드라마 작가일 때 그에게 슬리퍼까지 맞았던 여배우, 처음 책을 알아보고 홍보를 결심한 잇세이, 잇세이를 좋아하는 두 여자 나기사와 소노에의 라디오 홍보와 띠지, 포스터 홍보, 잇세이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1층 홍보 부스를 내준 백화점. 현실에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좋은 작품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아름다운 장면들이다. <중쇄를 찍자>에서도 본 것 같은데, 일본의 서점에는 "띠지 홍보" 라든가 "POP홍보"라는 재미있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새책이 나왔을 때 판촉을 위해 출판사 뿐 아니라 해당 서점 담당 직원이 개별 홍보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보통 드라마나 책에서는 그들의 실력 보다는 얼마나 그 책을 사랑하느냐 하는 진심으로 만드는 것들이다. 요즘 우리나라 서점에서도 개성있는 홍보수단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책 판매를 위한 것이지만 내적으로 그 책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어려운 일들이기도 하다. 단순한 스토리같아 보이지만 약간의 연애스토리도, 기억상실 스토리도, 또 약간의 판타지도 존재하는 "잘 읽히는 소설"임이 분명하다. 시끄러운 버스 안에서도 신나게 읽었고 다 읽고 나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다만 현실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좋은 책을 발견해 팔고 싶었던 서점 직원들, 좋은 책을 쓰고 싶었던 옛 드라마 작가, 좋은 책을 읽고 소개하고 싶었던 배우, 좋은 책을 추천하고 배달했던 노 서점주인까지 책을 사랑한 사람들의 행복한 이야기, <오후도 서점 이야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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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쩔수 없는 오래된 사람임에는 분명한 모양입니다. 저는 요즘 길거리를 다니면서 책방이나 서점이라고 적힌 간판을 본 적이 드문 것 같습니다. 도시에는 대형 서점이 있겠지만 동네 서점과는 다른 느낌이 들어 우리 같은 좀 지난 나이에는 방문하기가 부담스러워 지는 것이 정상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e북이라는 전자책을 보는 시대이니 동네 서점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동네 서점이 그립네요. 이 책을 보니 그런 기적이 내 주위에도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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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하기 전에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2017년 14회 서점대상 후보작으로 일본 내 서점 직원들이 직접 뽑은 올해의 책 5위에 선정된 소설이다. 저자 무랴아마 사키는 아동 문학으로 데뷔했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 두번째 이야기인 <별을 잇는 손>을 발표했고 한국에도 2019년 5월에 출간되었다. 오래된 백화점 내 긴가도 서점 문고본 서가에서 일하고 있는 잇세이는 숨은 명작을 찾아내는 '보물 찾기 대마왕'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날 서점에서 책을 훔치려던 소년의 뒤를 쫓던 중, 도망가던 소년이 그만 교통 사고를 당해버리고 이 사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서점과 백화점을 위해 잇세이는 오래 다니던 서점을 그만둔다. 이후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었던 사쿠라노마치의 오후도 서점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아픈 자신 대신 서점을 지켜 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게 된다. 고민 끝에 오후도 서점을 운영하기로 한 잇세이. 한편 긴가도 서점의 직원들은 잇세이가 떠나기 전 찾아낸 <4월의 물고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잇세이 또한 오후도 서점에서 그들과 함께 <4월의 물고기>를 알리고 오후도 서점과 사쿠라노마치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원래는 <별을 잇는 손>을 읽으려고 했는데 무심코 블로그를 검색하니 내가 이 책의 리뷰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급하게 다시 읽었다. 내용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리뷰를 남길 정도로 기억하고 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던 지라 조금이라도 끄적이기 위해 다시 읽었는데 확실히 기분이 좋은 책이었다. 얼른 후속작도 읽어보고 싶다. ■ 책 리뷰 나는 서점을 무척 좋아한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서점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내 책이 아니지만 빼곡히 차있는 책들을 하나 하나 훝다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편안해진다. 머리가 아플 때 서점에 있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그러나 나는 서점의 직원들이 하는 일을 잘 모른다. 작가별, 분야별, MD별로 책을 정리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일,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일 정도. 주변에 대형 서점에서 일을 한 친구들이 몇명 있기는 하지만 그들에게서 제대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러나 비교적 일본 서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데 아마 소설의 배경으로 서점이 등장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한국도 비슷한 일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 탓인지 어딘지 모르게 서점은 나에게 더 익숙하고 편안한 장소가 되었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에 끌린 것도 그 때문이다. 이 곳에 등장하는 서점의 직원들은 서점과 책을 무척 사랑하고 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열정적으로 그곳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잇세이가 긴가도 서점을 떠나게 되는 계기는 꽤 충격적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잇세이가 잘못한 것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만약 비슷한 일이 주변에 있다면 나조차도 서점 직원을 쉽게 감싸지는 못했을 것이다. 더욱이 잇세이는 자신이 받는 비난 뿐만 아니라 자신 때문에 비난 받게 된 서점과 백화점을 위해서 과감히 사직을 결정한다. 병으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누나를 교통 사고로 잃고 10년 동안 그의 삶의 지탱이 되어준 서점을 사직한 것이다. 이후 그가 오후도 서점으로 가서 다시 한 번 삶을 부여 잡는 과정은 다양한 감정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매우 담담하고 잔잔하다. 지루하다고 여겨질 수 있을 만큼 사건은 은근 파급력이 크게 흘러가는 데, 잇세이만큼은 조용하고 물의 흐름에 맡긴 듯 인생을 산다. 물론 그 인생은 잇세이가 선택했고, 잔잔해보이지만 결단력과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숨어 있다. 잇세이가 서점을 그만두게 된 계기를 제외하면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무척 조용히 흘러 가지만 무척 판타지스럽다. 실제로 있을 수 있을까? 여러모로 의문이 가득해진다. 아예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 평범함도 숨어져 있지만 솔직히 말해 너무 좋은 쪽으로만 흐른다. 거기에 좌절은 없다. 그러나 대신 열정이 있다. 그래서 판타지스럽지만 글을 읽어가면서 즐거워지고 행복해진다. 일상의 소중함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소소하고 편안한 느낌, 읽으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오면서 평범한 일상을, 그리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을 선보인다. 울컥 눈물이 쏟아지지는 않지만 감정적으로 부드럽게 상처를 매만져준다고 해야 할지. 다시 읽어도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 점이 무척 매력적인 소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