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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토요일이면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거나 미술 책을 넘겨보기를 즐겨합니다. 오늘도 <러시아 로망스> ‘Waves of Amur River' 'I Loved You' 'I met you' 등을 듣고 있습니다. 니나 코건(Nina Cogan)의 피아노와 박경숙의 첼로 연주가 심금을 울립니다. 푸슈킨의 시를 읽으니 러시아의 서정성이 가슴 시리도록 전달됩니다.
서영처의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을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저자는 음악으로 시작해서 그림과 문학을 넘나들며 삶을 이야기합니다.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에 감탄하면서, 그가 소개하는 작품들(음악, 미술, 문학, 철학, 심지어 영화들)을 때론 인터넷으로 찾아보면서, 삶과 예술을 말하는 저자의 음악 이야기에 푹 빠져 들어갔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열심히 듣는 것이야 말로 사랑의 태도”라고 생각하며, 나는 저자의 강의실에 앉아 있듯 열심히 이 책을 ‘듣고’ 즐겼습니다.
이 책은 인생의 다양한 주제들(사랑, 눈물, 별, 시간, 불멸, 등)을 수많은 음악과 미술과 문학 작품으로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사랑에 대해 말하면서 알퐁스 도데의 단편 <아를의 여인>과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 그리고 비제의 <제1, 제2 모음곡>, <카르멘>을 연결합니다. 심지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와 <카르멘>에서 표현된 사랑의 리얼리티를 언급합니다. 또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를 소개합니다. 이 작품의 음악적인 설명은 생략한 채, 이 음악에 영향을 받은 톨스토이의 작품 <크로이처 소나타>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말합니다. 톨스토이는 베토벤의 작품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공격적인 이중주를 들으면서, 삶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과 질투, 배신과 죽음이라는 강렬한 모티프를 얻게 되었답니다.
책을 덮었는데도 많은 선율이 마음에 흐르고 그림과 시들의 잔상이 남습니다. 구수한 커피, 에디오피아 시다모(Sidamo)를 드립으로 한 잔 내려놓고, 바흐의 <커피 칸타타>를 들어 봅니다. ‘4장. 바야흐로 바흐를 들을 시간’의 내용들이 떠오르는군요. 바흐 음악의 특징인 독립적인 대위 선율처럼,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는 토마스와 사비나의 가벼운 사랑, 토마스와 데레사의 진실되고 힘겨운 사랑이 대위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에는 이 두 사랑이 모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일까요? 바흐의 삶은 어떤 사랑이 지배했을까요? 알버트 슈바이처가 바흐의 심오한 정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슈바이처에게 순고한 신앙고백과 생명 경외의 사상이 그의 내면에 깊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우리네 삶과 예술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에 흐르는 모차르트의 음악들을 따라, 삶의 행복과 그 행복 뒤에 있는 존재의 비극성까지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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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참 좋았다. 좋았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살다 보니 여건이 안되어 잘 못 듣게 된다. 한때 조용한 곳에서 클래식을 들으면 정말 행복했는데...보통 클래식에 관한 에세이를 읽다보면 클래식에 대한 뒷이야기나 상식등을 버무린 그런 글들을 읽게 되는데 이 책도 물론 읽다보면 정말 몰랐던 이야기들을 알게 되는 것은 다른 책들과 같지만 뭐랄까 그래도 느낌이 많이 다른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 중에서 신선하달까.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또 국문학 박사학위를 딴 이력답게 그녀의 글쓰기는 음악적인 것도 또 문학적인 부분도 같이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겉멋이 없는 글이 읽는 재미와 함께 자꾸 이렇게 혼자 읽는 시간을 행복하게 만든다.
1장 사랑에서는 비제의 <아를의 여인>이란 곡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아를의 여인과의 관련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페라에 문외한이어서 그런 것인데 알퐁스 도데의 아를의 여인은 읽었으므로 얼마나 새로웠는지. 또한 비제의 <카르멘>도 사랑이 비수가 되어 자살도 살인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나 지독한 사랑인지...또한 지옥같은 사랑인지. 또 다른 소설인 톨스토이의 중편 <크로이처 소나타> 역시 베토벤의 그 크로이처 소나타와 관련있는 소설이 맞았다. 영화 '불멸의 연인'에서 베토벤의 삶을 색다르게 보았던 바로 그 영화에서 크로이처 소나타의 격정적인 연주들이 떠오른다. 톨스토이는 이 곡을 마치 연인들이 얽히는 그런 장면을 연상케 했나보다. 이 소설에서 한 남자가 자신은 바람을 피우면서 자신의 아내가 아이들을 여럿 낳고 성실하게 살다가 피아노 연주에 빠져 어느 바이올리스트와 바로 이 곡을 합동연주를 하는 것을 보고 그 무아지경에 빠진 남녀를 마치 연인 사이로 혼자 오해하고 상상하다가 다음번에 아내와 그 연주자가 함께 앉아 있는 것만 보고도 오해를 하고 그만 아내를 찌르고 마는 비극을 쓰고 있다. 크로이처 소나타만 들어 보아도 어딘지 이런 비극이 떠오른다.
2장 눈물에서는 비운의 첼리스트였던 자클린 뒤 프레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원래 오펜바흐의 첼로곡 <자클린의 눈물> 은 자클린 뒤 프레의 앨범 <자클린의 눈물>과는 다른 것인데 사람들이 많이 헷갈려 하고 있다고 한다. 자클린의 앨범에는 포레의 '엘레지', 멘델스존의 '무언가',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 등의 어둡고 무거운 곡들이 많다고 한다. 언어 이상의 언어인 눈물의 의미를 조선시대 사대부였던 심노숭이 31살에 동갑내기 아내를 잃고 쓴 '눈물이란 무엇인가' 를 소개하면서 조선시대에도 아내에 대한 절절한 사랑이 있구나 새삼 같은 인간이었음을 느끼게 한다. 왠지 조선시대의 사람들은 감정이란게 우리와 많이 다를 것 같았는데 다행이었다. 15장까지 읽어나가면서 와 참 좋다 좋아..몇번을 되뇌이었다. 이렇듯 잘 알려지지 않은 문학작품과 클래식을 소개해주고 누구를 감화시키고 가르치려 드는 글이 아닌 잔잔히 표현되는 에세이같은 글이고 무엇보다 나와 죽이 잘 맞는 책이어서 앞으로 책장에서도 더욱 소중히 여기는 책이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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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8월이 지나면 9월 초부터 오케스트라의 하반기 연주 시즌이 시작된다. 지난 주까지 9월에 있을 두 건의 연주회 곡목해설을 탈고했는데 바그너, 로시니, 슈만, 멘델스존, 브람스의 작품들에 대한 것이었다. 이 작곡가들의 이름만 보고도 부분적인 공통점을 찾아 냈다면 클래식 음악에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처음 이 업무를 맡았을 때는 클래식 음악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초보 수준에도 못 미쳤다. 그런데 이제는 악기의 소리를 골라낼 수 있게 됐고, 한 번 연주했던 작품은 주제 선율만 들어도 곡명을 맞출 수 있는 정도는 됐다. 나로서는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지만 새로운 작품을 접할 때마다 부족함을 절실히 느낀다. 그 때마다 인터넷이나 책의 도움이 요긴하다. 이랑에서 출간된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도 그런 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양서였다.
'인간과 예술, 시대와 흐흡한 음악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바이올린과 국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음악을 통해 문학과 예술을 이야기 하고, 문학과 예술을 통해 다시 음악을 이야기 하고 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발달한 클래식 음악사를 살펴 보다 보면 당시의 역사와 문화를 무시할 수 없음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고전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등 예술 사조가 곧 당대의 클래식 음악 사조와 같이 하고 있다. 책에서도 등장하지만 작년 라벨의 작품들만 모아서 연주했을 때는 인상주의 미술까지 같이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무소르그스키도 마찬가지다. 그의 대표작 '전람회의 그림'도 제목처럼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인상주의 기법으로 표현해 낸 명곡이다.
가만히 눈을 감고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으면 어느새 눈 앞에서는 대자연이 펼쳐져 있기도 하고, 한바탕 축제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 마법 같은 일들이 곧 고전 음악의 위대한 힘이지 않을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총 15장의 15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클래식 명곡과 시, 문학 작품의 발췌 문구, 미술 작품, 영화 등이 등장한다. 거기에 저자의 경험담이 어우러져 제대로 음악 에세이의 맛을 내고 있다. 역시나 아직은 알고 있던 작품 보다 새롭게 알게 된 작품이 더 많았고,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바흐나 바그너, 베토벤에 대해서는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었다. 또한 11장과 12장에 바이올린과 피아노라는 악기를 주제로 서술해 놓은 부분도 특색 있었다.
잔잔한 호수에 잔물결이 일듯 여운을 가지고 책을 덮으며 몇 가지 아쉬웠던 점은 책의 표지와 내지 그림, 그리고 음악의 부재였다. 우선 책의 표지는 이 책의 첫 인상과도 같은데 클래식 음악 서적이라고 해도 촌스러운 감이 없지 않다. 그리고 내지에서 각 챕터의 시작 페이지 마다 유명 화가들의 그림 작품이 실려 있다. 모노톤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내가 알고 있는 그 그림이 맞는지 다시 들여다 보게 된다. 적어도 이 페이지만은 컬러였다면 음악의 색채감도 훨씬 더 자연스럽게 연상될 수 있었을 것 같다. 끝으로 클래식 음악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안타까움은 음악이 곁에 없다는 사실이다. 일전에도 클래식 서적을 읽으며 다음에는 꼭 목차를 보고 일단 그 곡부터 찾아놓은 다음 들으면서 읽어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이번에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CD를 부록으로 받으면 더 없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책의 맨 뒤에 실린 '함께 들으면 좋을 음반' 리스트로 대신해야 한다. 그래도 세상이 좋아져 어렵지 않게 인터넷으로 해당 음악을 찾아 바로 들어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지금처럼 흐린 오후에 들으면 더욱 애잔한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을 미샤 마이스키의 연주로 들으면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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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에게 클래식이 감동을 준 것은 영화 ‘쇼생크탈출’이었다. 주인공이 교도소에서 음악실을 점령해 운동장에 모인 죄수들에게 클래식을 틀어준다.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소프라노 이중창 포근한 저녁바람이 죄수들에게 들려온다. 갑자기 흘러나오는 음악에 모두들 스피커를 향해 멍하게 서있다. 나레이터 흑인죄수는 말한다. 이태리여자들이 노래하는데 아무 생각이 없었다. 나중에야 느낄 수 있었다. 노래가 아름다웠다.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꿈에서도 생각할 수 없는 높은 곳에서 아름다운 새가 날아가는 것 같았다. 벽이 무너지고 그 짧은 시간에 쇼생크의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 클래식을 그냥 들어서는 사실 큰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영화 쇼생크탈출처럼 스토리와 함께 들을 때 가슴에 들어온다. 그러나 시인이자 바이올리니트라면 일반인보다는 클래식이 주는 울림의 진폭이 크다. 저자 서영처는 음악과 책 철학 영화 등의 해박한 지식과 감성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클래식을 느끼도록 스토리를 곁들여 인도한다. 아무 곳을 펴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형식으로 클래식을 알아가는 네이게이터가 된다.
# 아무데나 펴보자. 10장 음악속의 오리엔탈리즘을 보자. 김연아의 피겨곡으로 알려진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가 아닌 라벨의 성악곡 세헤라자데 첫 장면에 나오는 시에서는아시아를 동화의 나라로 표현한다. 18세기 유럽은 중국도자기와 공예품을 수집하는 중국취미와 아라베스크문양으로 실내를 치장하는 터키취미가 있었다는 얘기부터 시작하여 낭만주의가 극도로 발달한 음악은 동양이라는 신선한 자극이 필요했다고 전하며 왜곡된 동양의 이미지도 전한다. 특히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설명하면서 순종적인 동양여성이 자기를 버리고 결혼한 서구남성에게 자결로서 자신의 사랑을 완성하는 동양판타지에 전율한다. 오리엔탈리즘이란 시각을 역사학계에 제시한 에드워드 사이드도 소개한다. 그가 줄리어드 음대에 입학해 피아노를 전공하려 했었다며 역사뿐 아니라 ‘음악은 사회적이다’라는 책에서 동서양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적 다원성을 주장하며, 이스라엘에서 열린 바그너음악회를 바렌보임과 함께 주최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모인 서동시집오케스트라도 만든 사실도 알려준다. 이렇듯 주변스토리 얘기를 듣다보면 어느덧 클래식에 가까워진 당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