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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을 대표하는 작가 게 아요르잔의 소설 『사먼의 전설』. 아시아 대륙의 심장인 러시아 바이칼 호수를 둘러싼 꿈과 환상, 설화와 기담의 세계로 초대한다. 바이칼 호수의 올혼 섬에 모여 사는 알타이족 집단 속의 샤먼들, 특히 무당 지망생인 젊은 텡기스와 늙은 하그대 샤먼의 우정과 성장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몽골 간에 벌어진 근현대사의 비극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져 있다. 작가는 수천 년을 내려온 바위와 그 주변에 얽힌 ‘샤먼의 전설’이 늙은 샤먼에서 젊은 샤먼에게로 전승되고 실현되는 과정을 리듬감 있는 문장과 현대적 장편 서사의 구조로 풀어놓았다.
게 아요르잔은 1990년대 몽골 ‘신문학운동’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가이다. 그는 신문기자로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으나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 전업작가로 변신했다. 처음에는 시인으로 문학의 길을 시작했으나 현재는 소설에 주력하고 있는데 그의 작품 세계는 동양과 서양 문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탄탄한 창작 이론 및 배경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풍성한 서사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 유학의 영향으로 20대 시절에는 러시아 문학적 조류를 반영하는 데 관심이 많았으나 점차 몽골의 설화와 전통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주체의 내면과 영성 등이 함의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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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뭘 전공했느냐는 물음에 '종교학'이라 답하면 종교가 있느냐는 질문이 바로 이어진다. 없다고 답한다. 왜 갔느냐고 다시 묻는다. 재밌으니까, 하고 답한다. 보통 이쯤에서 다른 화제로 이어지지만 궁금증이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재차 묻는다. 무엇이 재밌느냐고. 드미트리의 답은 상황에 따라 달랐지만, 대충 종교를 공부하는 건 재밌다, 정도로 답한다. 종교사든 종교사상이든. 개별 종교로 따지자면, 불교와 유교, 도교, 무속 등 주로 아시아 쪽 전통에 흥미가 많았다. 이중에서 가장 매혹적인 전통은 단연코 무속이다. 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종교체험만으로 본다면 무속 만큼 종교적인 지극히 종교적인 현상도 없을 테다. 샤먼이 종교의례를 행할 때 동반되는 황홀경은 성스러움, 그 이외의 단어로 표현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성스러움이 종교를 이해할 때 가장 핵심적인 개념임에도, 사실 성스러움으로도 무속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 성스러움은 루돌프 옷토의 『성스러움의 의미』 이후로 줄곧 종교 담론에서 논의된 개념이었으며, 엘리아데가 즐겨 사용한 성과 속이라는 구분으로 종교현상학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이른다. 유감스럽게도 종교학 외부로 오면 성스러움이라는 가치는 사정이 다르다. 종교학에서야 중요한 개념이나, 세속화된 일부 사회에서는 성스러움이 전근대성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멸시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모더니티는 계산 가능함, 즉 양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성스러움은 계산 불가능함, 예측하기 어려운 성질이다. 샤먼이 행하는 종교의례는 불교나 기독교 등 고전종교가 행하는 종교의례에 비해 비이성적으로 보였다. 모더니티는 기독교 신앙마저 비합리적이로 비판할 정도였으니, 근대성이 샤먼에 취했을 태도는 말해 무엇하리. 『샤먼의 전설』은 바이칼호에서 활동하던 샤먼의 이야기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바이칼호의 올혼 섬이다. 이 섬에는 황교의 탄압을 피해 몰려든 샤먼이 활동하던 곳으로 예로부터 샤먼의 성지였다. 소비에트가 이 지역을 다스리고부터는 더 폭력적인 지배를 겪는다. 소비에트는 무속을 무지의 소산으로 본 데다 민족주의 문제도 섞이면서 샤먼을 탄압한다. 한때 공동체를 이끌던 샤먼들은 강제 노역에 동원되거나 정신병원에 갇힌다. 소설에 등장하는 하그대 박수 역시 소비에트 치하에서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불행을 겪는다. 소설 속 화자는 텡기스라는 몽골 청년이나, 이야기는 하그대 박수를 중심으로 이어진다. 즉, 이 작품은 1인칭 관찰자 시점이다. 텡기스는 삶에 절망하여 (그가 세상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작품 중후반부에 나온다) 방황한다. 방황 끝에 도착한 곳이 바이칼 호수의 올혼 섬이었다. 마침, 올혼 섬에는 무속에서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는 흰머리독수리가 출현하여 온 섬이 축제분위기였다. 텡기스는 거기서 하그대 박수를 만나고, 하그대 박수의 조무로 들어간다. 텡기스는 하그대 박수의 조무로 7년을 보낸다. 그 시간 동안 있었던 일이 단상처럼 스쳐가는 가운데, 이야기는 하그대 박수의 회상으로 채워진다. 조상 대대로 박수였던 그의 가문, 불행했던 어린 시절, 이승에서는 이루지 못했던 찰나의 사랑 등 하그대 박수는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서술한다. 개인사와 함께 무속에 관한 하그대의 설명이 이어지는데, 과연 소문난 박수답게 통찰이 대단하다. 이야기의 절정은 한때 텡기스가 연정을 품었던 캐나다 여성 레지가 흰머리독수라에 관해 폭로하는 부분이다. 텡기스를 샤먼의 세계로 이끌었고, 올혼 섬 전체를 신성함으로 뒤덮었던 사건인 흰머리독수리의 출현이 실은 레지가 꾸며낸 사건이었던 것! 이 대목이 없었더라면 소설은 그저 그렇고 그런 이야기에 불과했을지도 모르겠다. 몽골의 인기작가 게 아요르잔은 이 장면을 노련하게 배치함으로써 『샤먼의 전설』을 명작으로 올려놓는다. 작가는 독자에게 묻는다. 인류에게 무속은 그저 싸구려 속임수에 불과한가? 이에 대한 답은 하그대 박수의 말로써 작품 곳곳에 등장한다. 무속이 싸구려 속임수라고? 아니! 하그대 박수는 샤먼이 미래를 예측하고, 부를 얻고자 굿이나 벌리고, 초능력으로 공동체를 혼란에 빠뜨리는 존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잘못된 샤먼의 모습은 TV에서 초능력을 증명하려다 사망하는 무당이나, 하그대 박수 임종 직전에 신령을 팔라고 제안하는 무당의 모습 등으로 세밀하게 묘사된다. 이러한 샤면과 달리 진정한 샤먼은 공동체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치유하는 존재인데, 이때 중요한 점은 물리적인 세계가 아니라 정신적인 세계가 샤먼이 활동하는 무대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무속에 비판적인 모더니티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한때 무속은 공동체를 결합하고, 아픈 사람을 치유하며 나름의 세계관으로 자연을 해석하는 데 훌륭했다. 이후 인류의 지성이 발전함에 따라 의학이 치유를, 다른 여타 학문이 세계를 해석하는 데 훨씬 더 뛰어나게 되었다. 이제 무속은 필요 없다. 과연 그럴까? 생각해 보자. 우리가 자랑하는 그 의학이 생각보다 사람을 치유하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 않고(심지어 감기조차 제대로 치료할 수 없지 않나), 근대 학문이 세계를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기에는 이르다(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세계공황, 어떻게 할 건데). 절대 빈곤으로 굶어 죽는 사람이 여전히 많고, 풍요 속의 빈곤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사람도 적다고는 할 수 없는 현대사회. 과연 무속이 공동체를 규합하던 과거보다 훌륭하다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대안이 무속이라는 건 아니다. 당연히 무속보다 근대학문이 뛰어난 점이 많다. 하지만 고전종교가, 모더니티가 깎아내린 무속에는 단순히 거짓이나 무지로 치부하기에는 아까운 훌륭한 지혜가 많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이 소설은 그러한 사실을 깨우쳐 준다. 소설적 재미를 더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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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 별무리들이다. 초원에 누워 금방이라도 쏟아질듯한 별무리들을 감상해봤으면 하는 것이 일생일대의 소원이 되버렸다. 몽골여행을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밤하늘 별에 대한 감상을 들은 후 그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또한 만약 역사속으로 시간여행을 갈수있다면 고구려의 광개토왕과 더불어 가장 만나보고 싶은 사람인 칭기즈칸의 고향이라는 것도 좋았다.
샤먼이란 무당을 말하는 것이니《샤먼의 전설》이란 무당의 전설이란 말이기도 하다. 우연한 기회에 바이칼 호수의 가장 큰 섬인 톨래트 섬에서 벌어지는 제의를 가게된 텡기스는 그곳에서 제의를 구경하다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몸에 이상이 와서 그런것도 아닌 어떤 충격에 의한 실신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상황이 기묘하다고 할까. 그것을 계기로 한동안 섬에 머물던 그가 그것을 떠나려다 다시 인도 출신의 캐나다 여자 레지(레기나 무당이라고도 불린다)라는 무속 연구가를 만나고 그녀에게 반해 정착하게 된다. 게 아료르잔의《샤먼의 전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몽고의 전설을 이야기하던 김형수 작가의 소설《조드》가 떠올랐다. '조드'는 테무진(칭기스칸)이 광활한 몽골 초원을 누비며 칸이 되기까지 겪었던 유목민의 생활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인도 출신의 캐나다 여자 레지는 무속 연구가로서 톨래트 섬의 무당들이 모시는 신령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고. 그녀가 텡기스와 더불어 톨래트 섬에 머물기를 기원했으나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는 캐나다로 돌아가 버렸다. 하긴 잠시 필요에 의한 동거라고 말해야 하나~ 결국 그녀는 사랑과 야망 둘 모두를 쟁취했고 원하는 것을 얻어 돌아간 것이다. 텡기스와 인연을 맺는 하그대는 레지가 '진짜 무당'이라고 인정한 유일한 사람이다. "하그대는 대장장이잖아요. 쟁기도 만들고 칼이나 도끼도 만들고, 목걸이나 반지도 만들어요. 그 헛간은 대장간이에요." (p.37) 무당이 점을 봐주거나 굿을 해서 얻은 수익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대장장이라는 부업을 통해 생계를 이어간다? 하그대 박수의 정식 이름은 '하그대 세르게예비치 불라가토프'다. (응? 너무나 어려워서 적어놔야만 외울수 있겠네 그려)
김형수 작가가 소설《조드》를 그려내기 위해 몽골에서 머물며 온몸으로 조사를 해왔고 그 결과로 만들어어진 것이 내가 읽은 책인《조드》다. 공기가 맑아 밤하늘의 별들이 잘 보인다는 나라 몽골에 가보고 싶다. 저자 게아요르잔의 고향은 몽골 바양홍고르 아이막으로 작가는 자신의 조국인 몽골에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와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하여 글로 써낸 것이다. 조형수가 몽골의 전설적인 영웅 테무친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면, 저자는 젊은 예비 무속인인 텡기스를 주인공으로 삼아 샤먼의 전설을 이야기하고 있다. 몽골에 '선녀와 나뭇꾼'의 전설과 같은 전설(톨래트 섬)이 있다는 사실도 신기했다. 무당을 보조하는 제2의 무당이라 불리는 조무, 하그대는 자신을 도울만한 적당한 톨마쉬를 구하지 못해 지금까지 혼자였다며 '텡기스'에게 자신을 돕는 조무를 해달하는 부탁을 한다. 그 말은 텡기스에게 진짜 무당이 될만한 자질인 신기가 있다는 말이겠지, 과연 텡기스의 선택은?
세계 최초의 무당이 나왔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바이칼 서부 올혼 섬의 '보르한 바위'가 이 소설의 배경인 '올혼 섬'은 또는 토끼를 닮았다 하여 '톨래트 섬'이라 불리기도 한단다. 옮긴이의 말을 통해 책의 배경이 되는 '톨래트 섬'을 머리속으로 그려보았다. 재미난 사실은 몽골 사람들도 한국 지도를 보면 토끼를 닮았다는 소리를 한다는 것, 재미난 우연이지만 우리네 한국인은 나라 지도가 초식동물인 토끼를 닮기보다 용맹하기로 이름난 호랑이를 닮기 바라는데. 우연한 인연으로 하그대를 만나고 하그대의 조무를 하게되는 텡기스, "여보게! 이 세상을 보는 눈을 자네에게 남기겠네!" (p.316) 책은 하그대의 조무를 시작으로 그가 무당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실고있다. 그는 과연 하그대의 대를 이어 큰 무당으로 거듭나게 될까?
"승려들도 산제를 드리고, 영혼을 부르고, 시신의 부정을 씻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의 해악을 막는 주술들을 행하잖아요. 또 굿을 하는 황무당도 있구요. 누가 본질적인 것을 거래한다는 건가요?" (p.210)
바이칼 호수는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쪽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은 호수다. 2,600여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는 생물종다양성의 보고로 1996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그리 넓지 않다. 길이 635킬로미터이에 평균 폭은 48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수심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다. 이 호수의 수심은 무려 1,640미터이며 총 2만 3,000세제곱킬로미터의 물을 담고 있는데, 이는 북아메리카의 오대호의 물을 모두 합친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