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완서란 작가는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작가이다. 그의 소설이 드라마화 되기도 하고 혹은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의 선정도서가 되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박완서하면 대중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또다른 면을 발견하게 되었다. 작가가 소설속에 형상화하고 있는 부분이 꼭 여성 혹은 페미니즘에 관한 내용이 아닌 제목처럼 작가자신이 체험하고 겪은 사회속의 사실이야기였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한 면을 보고 그 작가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단편소설 하나하나를 읽어가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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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문학이란(소설이란) 허구이면서 사실과 같은 이야기 전개로 독자에게 간접적인 인생의 경험을 가능케해서 삶을 풍성하게 해 준다는 기능이 유독 내 구미에 맞았다. 아마 좁고 제한된 내 생활테두리를 벗어날수 있는 유일한 통로일수 있다는 실용적인 사고방식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책값이 엄청나게 비싸 책 한권 구입하려면 많은 시간을 갈등해야 한다. 읽어보지도 않구서 표지나 제목을 보고 살수도 없고, 더군다나 소설은 그 차례만 읽어본다고 해서 논문들 처럼 내용이 머리속에 정리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작가를 보고 살 수밖에 없는데 내 좁은 시각으로 아직까지 망설이지 않고 덜렁 집어들수 있는 작가의 소설은 별로 없다. 이것도 내 편견이고 무지의 소산이겠지만, 요즘 신예작가들의 작품은 어쩌다 한권쯤 읽어보면 괜히 샀다 싶은 후회가 많이 들게 한다. 누군가의 책 제목처럼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느껴지기 때문에, 그런데 이런 내 두려움과 망설임에 가까운 책고르기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몇 안되는 소설가 중에 한 사람이 박완서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박완서의 책을 빠짐없이 다 읽은 것은 아니고, 그녀를 잘 안다고도 할수 없지만, 여하간에 이 사람의 책을 고르고, 읽고 난 후에 최소한 후회를 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어디선가 그녀가 소설을 쓸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기가 체험한 6.25와 그로 인한 갖가지 경험들을 말하지 않을수 없어서라고 고백한걸 읽은적이 있다. 조금만 체험기에서도 전쟁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16편중 5편이나 되었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 빌붙어 살고 있는 인간들에게 전쟁이란 얼마나 많은 비극과 상처와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남아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이지를 생생히 기억할수 있게 해 주었다. 전후세대인 내 자신도 그것이 남긴 상흔들을 경험할수 있게 할 만큼 박완서의 글은 실감이 나고고 절절한 것 같다.
조그만 체험기에 수록된 단편들은 모두가 7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만들어진 것이기에 그때의 우리나라 시대적인 상항을 다시금 들여다 볼수 있도록 잘 묘사해 놓았던 것 같다. 우선 전쟁에 대한 기억들이다. 전쟁이 끝나고 20년 쯤 지나서이지만 전쟁이 남겨놓은 흔적을 직접 체험한 인간들의 머릿속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가 수시로 나타나 그들을 괴롭히는 아픔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국토개발이 빚은 부동산 투기와 그 분위기에 잘 편승한 졸부들의 저질적인 형태들.. 전통적인 가족관계의 해체와 의사소통의 부재...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 우리가 소중히 간직하고 누려왔던 가치들이 물질지향적 가치관으로의 변모때문에 상실되거나 폐기해 버리려는 인간의 속물근성이 잘 그려져 있었다. 또한 악하지도 선하지고 않은, 그저 딱 정상적이고 평범한 인간이 소설집의 전반적인 주인공들의 성격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저항하기에 벅찬 난관들에 맥없이 타협해 버리는 소심증과 나약함을, 마치 한편의 코메디를 보여 주듯이, 부끄러운 자화상을 바라보듯이 들여다볼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면서 지금껏 잊고 있었던 우리들의 제대로된 모습을 다시금 기억하고 회복케 하려는 반성을 하게 한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박완서의 글들이 마음에 공감을 일으키고 믿음을 줘 기분 좋아지는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어느 날이고 자유를 유보하고 있는 상항이 좋아져서 우리 앞에 자유의 성찬이 차려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전 같으면 아마 가장 화려하고 볼품 있는 자유의 순서로 탐을 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있은 후로는 하고많은 자유가 아무리 번쩍거려도 우선 간장종지처럼 작고 소박한 자유, 억울하지 않을 자유부터 골라잡고 볼 것 같다."p--116 조그만 체험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