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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게 『유품정리사』라는 제목과 단아한 여성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때문이었다. 남성 위주의 조선 시대에 여성들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했었고, 드라마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모라는 존재처럼 여성들의 죽음 뒤에 가려진 유품을 정리하고 그들의 사연을 캐는 유품정리사가 존재했을 수도 있겠다는 바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조선 시대 동부승지였던 아버지가 누군가의 의해 살해된 사실을 알고 그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우포도청의 포교를 찾아가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사연을 안타깝게 여긴 포교 남완희가 죽은 여성들의 유품을 정리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가 가산을 정리하여 과천으로 내려가고 한양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려던 화연은 몸종 곱분이와 함께 죽은 여성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 그녀가 열 번의 유품 정리를 해주면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보고서를 보게 해주겠다는 완희의 약조를 받아내었다.
양반가의 딸인 화연이 죽은 자들의 물건을 만지고 그들의 유품을 가려내는 일을 과연 할까 싶지만 꽤 완벽하게 해낸다. 물론 갑분이의 보조를 받고서 말이다. 갖가지 사연들을 가진 죽은 여인들을 조사하며 그동안 집안에 갇혀 세상을 바로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화연이었다. 객주를 운영했던 방씨 여인, 죽은 남편을 그리워 하다 죽음을 선택해 열녀가 된 별채의 아씨, 노름판과 여색 잡기에 골몰한 남편을 뒤로 하고 생계를 책임진 김소사 등. 이들의 유품을 정리하며 힘든 삶을 살았던 조선시대의 여성들의 모습을 그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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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가 즉위했던 시대를 다루었다. 화연의 아버지 동부승지도 사도세자의 죽음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죽음을 당했다는 것과 그 뒤에 대비와 왕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도세자의 죽음에 조금이라도 관여했던 인물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이유와도 같았다.
여인들의 죽음을 파헤치는 사람이 화연이어서일까.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여성들의 삶과 애환을 파헤치며 주체적인 여성으로 활동한다는 점이 눈의 띄었다. 물론 포교 완희의 도움을 받았지만 누가 죽였는지 살인자를 찾아내는 부분은 직접 나섰다. 죽은자들의 사연을 파헤치며 점점 세상에 눈을 뜨게 된 화연이 활약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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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의 사연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는 게 이렇게 엄중한 일인 줄 몰랐어. 마치 그 사람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구나. (111페이지) 추리소설의 느낌과 완희와의 알콩달콩한 부분도 없지않아 가독성이 좋다. 더불어 혼불 문학상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여성의 주체적인 삶과 성장을 다루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가 싶다. 다른 사건을 파헤치는 시리즈로 나와도 괜찮을 듯 싶다. 수많은 여성들의 죽음이 있지 않겠는가. 완희와 팀을 이루어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기대해 볼만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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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들이 강렬하지는 않아 심심하지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자극적이지 않은 소설.
# 여성과 소외받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기위해 작은 촛불들을 모아내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 손과 손을 맞잡은 것과 같은 온기를 책에서 느끼게 했다. 영웅을 내세워 결국 세상을 바꾸었다! 하는 과한 설정이 아닌 그저 '그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서로 도와 작지만 힘을 보탤 수 있다, 조금씩 바뀔 수 있다' 정도의 소소함이 오히려 따스한 응원으로 느껴졌다.
# 조선시대 배경 묘사를 위해 쓴 친숙하지 않은 용어들이 장면을 상상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 아주 낯선 단어들은 주석이 달려 있지만 책 전반에 걸쳐 시대적인 특징을 가진 단어가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보다 시각적인 묘사로 독자가 장면을 그려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나의 조선시대에 대한 사전 지식 부족을 반성하는 바이다.
= 자극적이지 않지만 그래서 심심한, 뜨겁지는 않지만 따스한, 특별한 매력이 있는건 아니지만 싫지는 않은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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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죽음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소설 [유품정리사]는 시리즈로 나와도 괜찮을 좋은 소재의 이야기다. 유교문화 속에서 비참했던 여인의 삶이 담겨 있으면서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죽은 이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주인공 '화연'은 양반집 규수다. 그 시절, 지체높은 양반이었다고는하나 아비는 살해당했고 집안은 역모로 기울어 괜찮은 정혼처 하나 찾기 힘든 열 여덟의 그녀에게 꼬장꼬장한 포교 완희는 일자리를 제안했다.
죽은 여인들의 시신과 유품을 정리하는 일. 반가의 여인이 아니라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일이건만 화연은 열 건을 처리하면 문서고에서 아버지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에 덥썩 일을 물었다. 맡겨진 첫번째 일은 돈많은 과부 객주의 시신을 수습하는 일.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자살했다는 객주는 강원도에 집과 밭을 사 두었고, 목에 남은 액흔도 붉은색이었다. 그래서 성격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한 화연을 통해 억울한 죽음이었음이 밝혀지고 뒤이은 공조참판댁 며느리의 자결 역시 수상쩍은 점들을 발견해낸다.
'열녀문'이라는 명예 때문에 가문을 위해 젊은 목숨을 버려야했던 며느리가 있는가 하면 노름쟁이 남편이 딴 사내에게 팔아넘겨도 아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다른 사내와 몸을 섞어야했던 어미도 있고, 이복 오라비에게 겁탈당한 채 억지로 혼례를 치르게 된 여인은 정조를 잃었다는 명분으로 벌을 받는다. '여자'로 살아야했던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 '유퓸정리사'는 잔혹한 묘사도 없고 흉악한 연쇄살인마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 어떤 범죄소설보다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불합리한 상황속에서 비밀리에 횃불을 든 여인들이 있다. 전체를 바꿀 순 없더라도 개인의 삶이 더이상 짓밟히지 않도록 서로를 돕는 그녀들이 그나마 희망이라면 희망이였을터.
화연은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몸종 곱분이에게 물려줬다. 그녀와 완희의 몸종을 함께 면천시켜 이어주며 또다시 여인들의 억울함이 죽음 속에 묻히지 않도록 돕는 동지를 얻었다. 보름달이 뜨면 여인들이 모이던 절터를 복원하며 사는 화연에게 곱분이 찾아왔다. 독살당한 시체에 의문을 품고. 그들에게 죽음은 끝이 아닌 것이다.
참 쉽고 재미나게 쓰여졌다. 죽은 여인들의 삶이 가축과 다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분노게이지를 상승시키기 보단 이성적이며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것 역시 작가의 계산인가 싶을 정도로 잘 쓰여진 소설이다. 가슴 속 울분이 쌓이지 않으면서도 불합리함을 꼬집어낼 수 있도록 이끌어낸 작가의 필력에 반해 다른 소설을 찾아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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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책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최근 것과 예전 것을 오가며 구입하고 있다. 시대도 다양하고 이야기거리도 다양해서 즐겁게 읽게 되는. 제목과 다르게 직업이 유품정리사인 사람의 이야기라기보다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처럼 유품정리사 일을 하게 되는 연화. 그런데 이번 책에서는 주인공인 연화보다 곱분이의 입장과 시선에 더 마음이 가곤 했다. 똑똑하고 한결 같기는 하지만 고집불통에 경주마 같이 내달리는 연화라는 캐릭터에 무의식적으로 못마땅한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닌지,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게 된다. 배송중인 신간도 기대 중. |
| 유품정리사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조선시대의 여성 화연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조선시대는 전기와 후기로 나뉘어 보았습니다. 조선시대 전기에는 여성들도 제사를 지냈으며, 재혼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선에 성리학이 들어오면서 후기때에는 여성들은 제사는 물론이고 재혼도 할 수 없었습니다. 유품정리사는 죽은 여성들의 삶을 고스라니 보여주는 유품을 정리하면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화연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