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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학교에 박완서님이 오셨었다. 인문학부의 기획강연이였는데, 예전의 강연들에 비해 눈에 띄게 많은 학생들이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이내 강연은 시작되었고, 술렁거리는 좌중은 쥐죽은 듯 고요해졌는데, 그 모습은 마치 여름밤 손주들이 둘러앉아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았다. 칠순이 넘은 나이, 그분이 꼭 나만할 때 이야기를 '감수성'을 잃지 않은 소녀같은 눈빛과 목소리로 90분동안 한치의 거짓없이 솔직하게 들려주셨다. 그것들은 첫 장편소설 <나목>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이야기였지만, 결국 그분의 모든 소설에 해당되는게 아닐까. 어젯밤 집으로 돌아가 잠들기 전까지, 전에 읽었던 박완서님의 몇개 단편소설을 다시 읽어보았다. 그 중 하나가 <가는 비, 이슬비>. 첫문장에서 마지막문장까지의 하나의 호흡으로 막힘없이 연결되는 자연스러움. 그것은 오랜 작가생활이 빚어낸 노련한 말솜씨일 것이다. 그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글쓰는 일은 숙련이 되지 않고 날 절망케 한다시던 그 말씀때문에 여느때 같았으면 단숨에 읽어버렸을 이 짧은 단편이 훨씬 길고 깊은 무게로 느껴졌다. 소설 가득 메우고있는 스산함이 어쩌면 이 가을과 잘 어울린단 생각도 해본다. 한동안 박완서님의 소설에 묻혀 지내게될 것 같다. [인상깊은구절] 그리고 조금도 아쉽지 않은 마음으로 이슬비가 오는구나, 중얼대며 발길을 안으로 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