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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와 선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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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는 왜 선취권을 노리는가?”라는 책 제목에 대한 대답을 내려보면, 간단하다. 그래야 인정받고, 이름이 남으니까. 여기서 선취권이란, 영어로 priority라고 하는 것이다. 근대 과학 이후 이 선취권이라는 것은 절대절명의 가치를 지니는 것이 되었다. 이 선취권은 누가 먼저 발견했느냐보다, 누가 먼저 발표했느냐의 문제다. 과학이라는 게 보편적인 것이 되기 이전에는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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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는 왜 선취권을 노리는가?”라는 책 제목에 대한 대답을 내려보면, 간단하다. 그래야 인정받고, 이름이 남으니까.

여기서 선취권이란, 영어로 priority라고 하는 것이다. 근대 과학 이후 이 선취권이라는 것은 절대절명의 가치를 지니는 것이 되었다. 이 선취권은 누가 먼저 발견했느냐보다, 누가 먼저 발표했느냐의 문제다. 과학이라는 게 보편적인 것이 되기 이전에는 이게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를테면, 피타고라스 학파 같은 경우에는, 자신들이 발견한 것을 외부로 유출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고, 그것을 어길 시에는 집단에서 내쫓기는 것은 물론 암살까지 했다고 한다. 중세에서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도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나 영국에서 왕립학회가 만들어지고, 과학적 발견이 개인적, 혹은 몇몇 그룹 사이에 편지 왕래를 통해 교류되던 것이 그 편지들을 모아 정기적으로 잡지 형태로 발간하게 되면서 누가 먼저 발표하느냐, 즉 선취권은 그 발견에 대한 절대적인 권위를 갖게 되었다.

 

물론 그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던 이도 있었다. 캐번디시 경 같은 이가 그렇다. “과학자 중에서 가장 갑부이면서, 갑부 중에서 가장 위대한 과학자였던 그는 야스퍼거 증후군이었다고 여겨지는데(이 책에서는 그런 언급은 없다. 다만 굉장히 내성적이었다고만 쓰고 있다), 자신의 집에다 차려 놓은 실험실에서 발견한 사실들을 그저 원고 형태로만 보관하고 그것을 발표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가 죽은 후에야 또 다른 위대한 과학자 맥스웰에 의해 정리되고 발표되면서 그의 업적이 알려졌다.

 

그런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 선취권에 목을 맨다. 아주 유명한 얘기로는 뉴턴에 관한 것이 있다. 그는 만유인력의 법칙(역제곱의 법칙)과 관련해서는 훅과, 미적분 발견과 관련해서는 라이프니츠와 선취권 다툼을 했다. 여기서 거인의 어깨라는 표현(내지는 비아냥)이 나오고, 영국과 독일 사이의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과학계에서 2등은 (거의) 기억되지 않는다. 정확히는 기억되지 않는 걸로 기억된다. 주기율표에 관해서 마이어도 그렇고, 상대성 이론에 관해서도 로렌츠가 그렇다(그들은 발견에 있어서 2등이라기 보다는 위대한 발견의 바로 앞에서 멈춰 섰던 이들이다). 2등을 기억하지 않는 이 과학계는 더러운세상이라기보다는 매우 냉정한 세계다. 과학자들이 그걸 가장 절실하게 깨닫기에 많은 다툼이 나기도 하지만, 사실 많은 1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세균 신종(新種)을 찾아내 발표하는 것은 대부분 큰 이목을 끌지 못하지만, 선취권의 중요한 예이기도 하다. 그러니 선취권은 노벨상에만 관련이 있는 게 아니다. 소소한 발견들, 그것들 모두가 선취권을 갖는 것일 수 있고,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이 아니더라도 이전 발견을 굳건하게 하는 연구도 종종 발표한다. 그게 과학 활동이고, 그런 활동을 통해서 과학은 발전하고 의미를 갖게 된다. 당연히 선취권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이 과학은 아니다.

 

고야마 게이타의 『과학자는 왜 선취권을 노리는가』는 일본 책답게 매우 얇아, 단숨에 읽을 수 있다. 비록 오래 전에 출판된 책이지만, 과학사의 몇 장면을 흥미 있게 그리고 있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n*****m 2019.06.25. 신고 공감 4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