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보스토크는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하는 당신의 뒤를 조용히 따라갑니다. 그리고 당신의 일터, 일자리에서의 당신을 가만히 지켜보려 합니다. 어쩌면 어제와 똑같은, 또 내일도 똑같을 일터와 노동의 풍경 속에서 당신의 자리는 어디인지, 또 그곳에서 당신의 얼굴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를. 일터는 우리가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지만, 한편으로 좀처럼 사진으로 남지 않는 공간입니다. 보스토크는 매일 반복되는 출근과 퇴근 사이에서 당신이 느끼는 일의 기쁨과 슬픔은 과연 어떤 모습과 빛깔인지를 질문하는 사진과 글을 모았습니다. 이 질문은 평범한 일상을 견디는 당신을 향한, 그리고 우리 모두를 향한 안부이기도 합니다.
권경환 작가와 저녁을 먹고 작업실로 돌아오는 길에 그가 어제 친구들과 술마시며 나눈 얘기라며 말했다. “어제 친구들이랑 모여서 술마시다 나온 얘긴데, 작가들은 잘 되봤자, 빛 좋은 개살구라고… 그래도 다 같은 개살구라면 빛이라도 좋은 게 좋은 거 아닐까요?” --- p.154, 김희정(사진가), 「1년, 개살구, 작업실,」
내레이터를 통해 하나의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정작 그 사진 자체는 보이지 않고 잠재적인 채로 있다. 마침내 이 사진이 스크린에 보이고 현실화될 때, 앞서 들은 이야기는 우리의 기억 속에 일종의 잔상(afterimage)처럼 남아 그 사진과 중첩된다. 그리고 이 사진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또 다른 사진에 얽힌 이야기와 중첩된다. 이렇게 해서, 언어에서, 이미지에서, 언어와 이미지 사이에서, 현실적인 것과 잠재적인 것 사이의 간극이 복원된다. 그리고 영화란 언제나 이러한 간극을 통해서만 출현하고 또 거기에서만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 p.229, 유운성(영화평론가), 「도래할 것을 향한 노스탤지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