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지정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실크로드'에 대한 관심 또한 커져가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 중국이 야심차게 준비한 21세기 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는 점으로부터도 알 수 있다. 그러한 시점에 접하게 된 이 책, 제2의 실크로드를 찾아서.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세계사를 공부하다가 아랍에 대한 나의 무지함을 깨닫고 어중간하게 아는 사람이 아닌, '제대로'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약간 좀 피곤한 스타일이라 잘못 알고 있는 것, 어중간하게 알고 있는 것은 못 참는 성격이다) 이 구절은 딱 보자마자 약간 뭉클하달까 그런 느낌이 들어서 한번 찍어보았다. 누군가에게 저런 말을 들으면 정말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김병구 박사님께서 집필하신, 제2의 실크로드를 찾아서. 표지에 담긴 사진은, UAE 아부다비 7성 Emirates Palace Hotel 내부 메인홀로, 바로 이 곳 7층 Royal Suite 에서 2009년 12월 27일 한국 최고의 바라카 원전 수출 계약 서명식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밑에 명시된 아랍어는, '실크로드'를 의미하는 아랍어다. 책의 출판사는, 지식과 감성 되시겠습니다. 사실 아랍에 대해 자세히 배울 계기가 우리에게는 그렇게 많이 존재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로 인하여 아랍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지닌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다. 이슬람을 단순히 '테러집단'으로 집단화시켜 보는 사람들도 꽤 많고, 아랍과 이슬람을 동일시하여 보는 사람들도 꽤 많고, 홍해를 붉은 색깔의 바다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꽤 많은 편이다. 그런 오해들을 이 책이 풀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던 것 같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부터 사람들을 구출해주는, 그런 책이다. 아랍과 이슬람의 개념 비교만 해도 그런데, 사실 아랍과 이슬람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아랍은 종교와 관계없이 인조과 언어의 구분에 따른 개념으로 아랍어를 모국어로 쓰는 아랍인종을 의미하고, 이들의 대부분은 중동과 북아메리카에 모여 산다. 모두 22개국이 아랍국에 속하는데, 아랍어는 UN의 6개 공식 언어 중 하나이다. 22개 아랍국 사람의 대다수가 이슬람 신자지만 레바논 같은 나라는 국민의 30%가 기독교인이고, 이들은 아랍어로 쓰인 성경을 읽고 예수를 믿는다. 이에 반하여 이슬람은 인종이나 언어와 관계없이 종교적인 개념이다. 전 세계에 이슬람이 국교인 나라 또는 제1의 종교인 나라는 모두 57개국이나 된다. 전 세계 14억명에 이르는 이슬람 신자는 중동이나 북아프리카보다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에 더 많이 분포되어 있다. 이 지역에 전체 이슬람 신자 수의 70%에 해당하는 이슬람 신자가 분포되어 있다. 이렇듯, 아랍과 이슬람은 동일한 개념이 아닌, 전혀 다른 개념이다. 아랍인이 아닌 이슬람 신자가 아랍인 신자보다 훨씬 더 많다는 점을 기억하자. 번외로, -스탄 자가 붙은 국가들은 모두 이슬람국가들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모두가 은퇴할 나이에 아라비아로 떠나신 뒤 책까지 내신 김병구 박사님. 정말 존경스럽지 않을수가 없다. 끝없는 도전의 표본을 보여주시는 것 같다. 탈원전 시대에 원자력에 대한 논의를 펼치신 이유 또한, 책에 담겨있다. 책 중간 중간 '카타르' 가 나올 때마다 카타르 v. 바레인 판례가 떠올랐던 건 안 비밀. 로버트 페이프의 '자살 테러' 에 관하여 배우면서, 자살 테러 및 테러의 원인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도 테러의 근본 원인이 나와 있다. 영토 문제, 열강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이슬람 내부의 파벌 갈등 등 다양한 원인들을 제시하시며 대표적인 원인들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중동의 평화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인 팔레스타인 영토 문제, 중동 사태를 중재하는 미국과 러시아 같은 강대국 외교정책, 그리고 이슬람 내부의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균열과 갈등 (집권 세력이 자국 내 국민 다수와 종파가 달라 그 갈등이 내전과 테럴 이어지게 됨) 등에 관하여 자세히 설명해주시는데, 테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중동 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계신다. 표면화된 테러 주범들과 배후 세력을 색출하고 제거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테러범들을 색출해 제거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테러범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에) 중동 문제 해결이 테러의 근본 대책이라는 것이다. 시리나 내전이 종결되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한 중동지역의 지속적인 평화를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하시며 시리아와 이라크의 정세가 안정되면 IS 같은 테러단체는 저절로 소멸될 것이라고 하셨다. 수니파와 시아파에 관한 내용도 이 책에 담겨 있는데, 그 부분이 흥미로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읽었다. 책 중간 중간에는 이해를 도와주는 사진들도 고루 고루 분포되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가 바로 근거 없는 편견을 가지기 시작하며,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아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중요하고 대단한 일이지만, 올바르게 아는 것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문화나 역사에 관해서는. 아랍에 대해 정말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제2의 실크로드를 찾아서. |
|
우선 책 표지에 보이는 건물 내부는 UAE 아부다비 7성 Emirates Palace Hotel 메인 홀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 곳 7층 Royal Suite에서 2009년 12월 27일 한국 최초의 바라카 원전 수출 계약 서명식이 이루어졌답니다. 노란색으로 쓰여진 아랍어는 '실크로드'입니다. 정말 처음 만나는 주제의 책인 것 같습니다. 아랍세계와 원자력 이야기. 다음의 저자 이력을 보면 '우와~'라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왠지 낯설고 먼, 미지의 세계에서 살아온 사람 같다고 해야 하나... 저자는 미우주항공국(NASA) Jet Propulsion Lab 에서 화성 탐사선 테스트 엔지니어로 3년간 근무했고, 1974년 정부의 해외 과학자 유치 정책의 일환으로 이뤄진 '재미과학기술자 모국 방문단'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귀국하여 한국원자력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30년간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정년퇴직했습니다. 영광(한빛) 3·4호기 원자로설계 사업 책임자로 한국형 원전 국산화 기술자립에 기여했습니다. 2002년부터 7년간 IAEA(국제원자력기구) 기술협력국장으로 일했고,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처녀 수출로 인해 신설된 아부다비 칼리파 국립대학 원자력 공학과에 교수로 초빙돼 아랍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2013년부터 사우디 정부 산하 원자력/ 신재생 에너지청 (K.A.CARE)에서 원자력 자문관으로 5년간 근무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아랍세계와 원자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들려주는 생생한 경험담이라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을 어떻게 시작되었고, 원자력 발전에 소요되는 다양한 기자재의 공급과 이를 뒷받침하는 국내 산업시설은 어떻게 구축되었는지, 무엇보다도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라는 세기적 사건이 이뤄진 과정까지 그야말로 우리나라 원자력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젊은이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는 아랍세계의 문을 열어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신기한 건 이 책이 출간되기 이전에 영문으로 쓴 <Nuclear Silk Road (뉴클리어드 실크로드, 원자력 비단길) > (2011년) 책이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로 가게 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원래 2009년 12월 27일, 우리나라 최초로 UAE에 한국형 원전 수출이라는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책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이 날을 기념하려고 '원자력의 날'이 제정되었다는 건 깜짝 상식! 저자는 20년 동안 원전 국산화를 위해 노력했던 많은 기술자들의 피,땀, 눈물이 어떻게 결실을 맺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한 권의 책에 담았고, 그 책이 2012년에는 중국어판, 2013년에는 아랍어판으로 출간되면서 유럽과 중동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얻었다고 합니다. <제2의 실크로드를 찾아서>는 어쩌면, 알라딘의 요술램프? 저자는 우리를 아랍세계로 안내하는 램프의 요정 지니? 그러나 현실은 아름다운 환상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아랍세계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건 원자력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오해와 편견의 베일을 벗기고 이 책을 통해 진짜 아랍세계와 원자력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국내 '탈원전' 정책에 대한 논의는 별개의 문제로 다뤄야 할 것 같습니다.
|
|
순전히 이슬람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뒤로 하고 아랍이라는 곳이 무척 궁금했다. 저자 역시 아랍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앞으로 서로 발전하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희망으로 이 책을 엮으셨다고 한다. 작은 땅덩어리에서 취업난으로 고생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미지의 세계를 소개하고 미래의 발판이 될 수 있는 가망성을 보여준다. 저자는 아랍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아랍세계를 좀 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소개하기 위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저자의 개인적인 스토리와 우리나라 원자력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원자력에 무지한 나는 한 시민단체에서 원자력의 폐해에 관한 강의를 몇 번 듣다보니 원자력은 나쁜 것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도 그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원자력 얘기는 나도 모르게 자꾸 배척하는 느낌이 들곤 했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던 우리나라 원자력 역사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참 유익하다. 직접 그 현장에 있던 분에게 듣는 이야기는 그야 말로 생생한 이야기 그 자체였다. 2부는 아라비아 반도의 숨겨진 비경과 서구 열강들과의 복잡한 이해관계, 그리고 테러에 감춰진 진실 등을 다루고 있다. 사막이 대부분인 줄 알았던 그 곳은 마치 우주 어딘가에 있을 미지의 땅처럼 환상적인 곳이었다. 이집트나 로마를 능가하는 유적지며 새파란 바다빛은 잊을 수가 없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아랍에 있는 나라들의 근황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3부는 아랍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이슬람교의 탄생과 이후 기독교 세계와의 충돌을 역사적인 관점으로 실려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다. 세계사 책을 읽다보면 대부분 유럽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 책은 아랍 입장에서 쓰여졌다고 볼 수 있어 훨씬 객관적으로 역사를 볼 수 있었다. '무슬림의 신앙생활 엿보기'에서 믿음의 힘이 정말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4부는 독특한 아랍 문화와 과학기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어느 세계 못지 않게 멋지고 과학적인 건축양식과 사우디 국왕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안타까웠던 점은 여전히 차별대우를 면치 못하고 사는 아랍 여성들이다. 예전보다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나라면 단 하루도 못 살 것 같은 옥죄는 삶을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5부는 한국과 아랍 간의 '원자력 비단길'에 대해 이야기한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라 읽는 족족 신기할 따름이었다. 신라시대부터 아랍과 교역이 있었다는 점, 이후 우리나라와 사우디 간 원전 기술 교역까지 우리와 가까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탈원전'에 관한 저자의 견해가 실려있다. 저자의 입장에서 불편한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받아 들일 점은 받아드리고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은 극대화하자는 이야기가 와닿았다. 부록으로 아랍 주요 연대기와 이슬람 용어집이 정리되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만큼 간단한 정보라도 유용하다. 나에게 그저 꽉막힌 곳이지만 궁금했던 아랍 세계를 알게 되어 좋았고, 막연하게 두려워했던 원전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어 무척 유익한 책이다. 원자력에 관심이 없더라도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니 한번쯤 읽어두면 좋을 내용이다. 무엇보다 아랍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마치 유럽을 여행하듯 아랍 세계도 부담없이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