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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억울함을 호소하다. 가장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자 평화롭던 한 가정이 엉망이 되었다. 가장의 부재로 어머니가 생계를 꾸렸지만, 10년의 세월은 그녀마저 병으로 몸져눕게 하였다. 이제 갓 열두 살이 된 함 용이 집안을 책임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다행히 마을의 쌍둥이 장돌뱅이 형들[봉규, 봉삼]을 따라다니며 장사를 할 기회를 얻은 함 용은 아버지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전임 사또를 대신해서 “성품이 너그럽고 애면글면 백성을 보살핀다1)”는 신임 사또가 부임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에 신임 사또를 찾아갔지만 역시나 동헌 대문을 넘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풀려나는 것에 대한 실낱 같은 희망이 무산된 듯한 느낌에 설움에 겨워 절로 눈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 울음소리가 인연이 되어 함 용은 신임 사또를 대면하게 되었다. 비록 함 용이 그 아버지의 억울함을 하소연할 기회를 얻었지만, 그것뿐이었다. 왜냐하면 최근에 발생하여 목격자만 있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김 오선(金五先) 살인사건’이 이미 판결이 난 ‘함 봉련 살인사건’보다 시급하게 처리되어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함 용은 “사또 어른, 제가 만약 (김 오선 살인사건의) 목격자를 찾아서 데려온다면, 그때는 저희 아버지 누명을 벗겨주실 수 있나요 2)”라고 질문하지만, 두 가지 일이 서로 흥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답변을 듣는다. 역적 누명을 벗기다. 다음날 저녁, 신임 사또는 함 용에게 마을에서 감추고 있는 ‘이 계심(李啓心)의 난(亂)’의 주역인 이 계심의 행방을 알려줄 것을 요구한다. 아버지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함 용은 마을사람들을 배반하고 신임 사또에게 이 계심이 숨어있는 위치를 알려준다. 한 사람을 파악하기에는 두 차례의 짧은 만남이 너무나 부족했음을 감안할 때, 함 용의 행동은 무모한 일이었다. 조선시대에 역적을 숨겨주었다면 참형(斬刑; 목을 베어 죽이는 형벌)까지 가능3)하다. 그렇기에 함 용의 행동은 아버지의 누명을 벗길 수도 있다는 희박한 가능성을 위해, 방아다리 마을에서 쫓겨난 자신들을 받아 준 배꽃 마을 사람들 전체를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은 셈이다. 그를 받아들인 쌍둥이 장돌뱅이 중 형인 봉규가 “몸으로 직접 겪어 보지 않고, 덜컥 판단부터 내리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소문만 믿고 판단하면 낭패 보기 십상이라고. 물건을 흥정할 때 장사꾼이 손님 속내를 훤히 꿰뚫어 봐야 하듯이, 조심조심 신중하게 판단하는 게 제일이야.4)”라고 충고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신임 사또가 이 계심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뭇 백성을 위해 그들의 원통함을 앞장서 호소5)”하려고 하였음을 인정하였기에 다행히 해피엔딩이 될 수 있었다. 아버지, 가족 품으로 돌아오다. 함 용은 ‘이 계심의 난’이 해결되자, 처음 신임 사또에게 제안했던, ‘김 오선 살인사건’의 목격자를 데려왔다. 신임 사또의 예상대로 사건은 쉽게 해결되었는데, 문제는 살인자가 순간적인 충동에 소를 빼앗으려다 얼떨결에 사람을 죽인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도 평범한 관리였으면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사형을 판결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임 사또는 하찮게 보일 수 있는 아이의 이야기도 무시하지 않고 귀 기울여 듣고,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범인의 태도나 형편을 살펴 그마저 억울함이 없도록 살펴 주는 <목민심서(牧民心書)>에 나오는 목민관의 모범이 될 만큼 훌륭한 관리였다. 그 결과 신임 사또는 살인자에게 목숨을 구할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바로 노인령(老人嶺)의 도적떼를 토벌할 미끼가 되는 일이었다. 물론 이 일을 수행하다가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평소 “바탕이 건실하고,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반듯한 사람6)”이라는 평판과 다섯 살 먹은 딸만 하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베풀 수 있는 최선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살인자가 함 용의 아버지인 함 봉련(咸奉連)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함 봉련 살인사건’의 목격자였다는 점이다. 여기에 범인을 증인으로 바꾸면서도 시체확인서와 방아다리 마을의 장 부자를 살인자로 고발한 첫 번째 조사서를 그대로 둔 미숙함 등이 겹쳐 함 봉련은 누명을 벗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정약용의 <흠흠신서(欽欽新書)>7)에 기록된 실제 사건8)을 참고해 쓰였다는 이 동화는 한 편의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안겨주면서 정조 시대의 사회상, 모범적인 관리/지도자의 모습 등을 보여주어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할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1) 송언 글 / 양상용 그림, <배꽃마을의 비밀>, (스콜라, 2012), p. 10 2) 송언 글 / 양상용 그림, 앞의 책, p. 30 3)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태종 9년(1409)에 “최호 등은 역적(逆賊) 이언(李彦)을 숨겨준 자들이다. 순금사(巡禁司)에서 조율(照律)하여 참형(斬刑)에 해당한다고 하니~[(崔)浩等, 皆隱藏逆賊李彦者也。巡禁司照律當斬~]”라고 기록되어 있다. 4) 송언 글 / 양상용 그림, 앞의 책, p. 11 5) 송언 글 / 양상용 그림, 앞의 책, p. 52 6) 송언 글 / 양상용 그림, 앞의 책, p. 91 7) 조선시대 대표적인 판례집으로 중국과 한국의 형사 사건에 대한 수사 및 재판 관련 기록과 그에 대한 정약용의 주석과 비평이 실려 있다. 8) 이 계심(李啓心)의 난[<여유당전서> 소제목 自撰墓誌銘]이나 김 오선(金五先) 살인사건[<흠흠신서> 소제목 谷山府 強人 金大得 跟 捕査決狀]은 정 약용이 곡산도호부사(谷山都護府使)로 있을 때 해결한 사건이고, 함 봉련(咸奉連) 살인사건[<흠흠신서> 소제목 北部 咸奉連 獄事 詳覈回啓]은 정 약용이 형조참의(刑曹參議)로 있을 때 정조의 명으로 재조사하여 누명을 벗겨준 사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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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역사동화나 일반 역사소설이 재밌는 이유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과거 선조들의 이야기를 유물이나 유적의 흔적만을 참고로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해 멋진 이야기로 탄생시켜 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왠지 추리소설을 읽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긴박감을 주기도 하고 또 생각지도 못한 선조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배꽃 마을 쌍둥이 장돌벵이 형들을 따라 장사를 배우던 용이는 이제 갓 열두살 소년이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10년째 갇혀 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이어 나가던 어머니도 병져 눕고 집안 살림은 열살 여동생이 꾸려 나가는 대신 용이는 장사꾼이 되어 집안 경제를 책임지게 된것이다. 이제 열두살이면 아직 한창 어리광을 부리고 친구들과 신나게 놀아야 할 나이인데 벌써 어른노릇을 하는 용이가 참 안쓰럽다. 그러다 새로 부임한 사또를 찾아가 자신의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달라 하소연을 하고 사또를 도와 반란을 주도했던 이계심을 자수시켜 공정한 판결을 내리고 난 후로 사또는 민심을 얻고 미제의 사건들을 하나 둘 해결해 나가게 된다.
용이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자신이 직접 장돌뱅이가 되어 장사를 하러 나서는가 하면 사또를 찾아가 아버지의 일을 호소하고 사또를 도와 도적의 두목을 잡기까지 하는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 아직 열두살 어린 나이이다 보니 아버지를 그리워 하는 마음이 너무도 사무쳐 그럴수도 있겠다 싶겠지만 용이의 용기 있는 행동과 효심과 모험심등은 아무래도 남다르단 생각을 가지게 한다 . 그리고 각각의 사건들을 하나둘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고 생각지 못한 사건의 실마리를 잡기도 한다.
사또는 어린 아이 용이의 이야기도 무시하지 않고 귀 기울여 듣는가 하면 백성의 이야기에 귀를 열어두고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범인의 태도나 형편을 살펴 그마저 억울함이 없도록 살펴 주는 참으로 인자한 캐릭터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는 내내 과연 실존하는 인물 중에 이런 인물이 정말 있는걸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게 되는데 마지막에 용이에게 알려준 그의 이름을 듣게 되면 그제야 이 소설의 가장 큰 맥락을 잡은듯 그렇게 무릎을 치게 된다. 이런 사또만 있었다면 옛 조상님들이 탐관오리의 횡포에 고통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지 않았을까?
아직 어린 용이의 경우 자신의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마을의 살인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했지만 그 살인마 또한 계획적인 것이 아닌 우발적인 살인으로 아직 어린 딸과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자신이 아버지와 헤어져 10년을 살아오면서 겪은 일을 떠올리며 오히려 범인을 돕는 측은지심을 보인다. 또한 아직 어린 나이에 무서움에 벌벌 떨기 보다 적극적으로 도적 토벌에 압장서는 모습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아마도 용이가 소원하던 아버지의 석방이 더 쉽게 이루어졌는지도 모를일이다.
인자하고 지혜롭고 자상한 사또와 더불어 용기있고 모험심이 강하고 착하기 그지 없는 용이가 콤비가 되어 배꽃마을의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도적들을 토벌하고 10년만에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는 등의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가져온 무척 희망적인 이야기여서 참 좋다. 배꽃 마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도 조금만 더 용기를 내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