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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 에세이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접하는 사물과 겪는 일들을 통해 끊임없이 생각이 솟아나지만, 그것을 표현할 기회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그때마다 메모를 해두면 나중에라도 말이나 글을 통해 당시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만, 대부분 순간의 감정이나 생각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희미해지거나 사라지고 말 뿐이다. 그런 까닭으로 형식과 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수필이라는 갈래가 생겨났다고 하겠다. 그렇게 생성된 생각들을 갈무리하여 엮은 글들을 저자는 ‘세상이라는 탁자에 생화처럼, 유리잔처럼 놓이기를 바’라면서 그때마다 자신이 쓴 글들을 엮어 책으로 출간했음을 밝히고 있다.
각각의 글들이 짧은 형식을 취하고 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한편씩 혹은 분량을 따로 정하지 않고 읽어낼 수 있었다. 저자는 평소 자신이 읽은 시에 대한 감상과 혹은 시를 쓰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가를 토로하기도 한다. 지극히 감성적인 내용의 글들이 시인의 마음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부터 지금 읽고 있는 책에 대한 감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그저 저자의 붓 가는 대로 쓰는 ‘수필(隨筆)’로 펼쳐져 있다. 내 경우는 대체로 평소 생각나는 바를 그저 흘리는 경우가 많다면, 저자는 그것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가 한 편의 글로 완성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하겠다.
전체 5개 항목으로 구분된 목차를 통해서, 일상을 살아내면서 담아낸 마음씨들을 짐작할 수 잇을 것이라고 하겠다. ‘꽃은 맑게 준비되어 우아함을 내밀었다’라는 1부의 제목은 주변의 자연을 통해서 생각나는 바를 저자의 관점에서 풀어낸 글들이라고 하겠다. 2부의 ‘웃음으로 서로 바라볼 뿐’이라는 항목에서는,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이들과의 정서적 교감을 드러내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래에 대한 저자의 희망을 ‘또 다른 내일이 온다’는 3부에서 갈무리하고 있으며, ‘나는 문득 그대의 얼굴을 만난다’라는 제목의 4부에서는 저자가 읽은 시와 책 혹은 작가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 5부에서는 ‘가만히 내 마음 옆에 서서’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마음을 다잡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세상에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차니)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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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하나하나가 시구 같은 산문집 저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 시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시인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어디서나 쉽게 그의 작품과 기사들을 접할 수 있다. 그만큼 시인의 이름 뒤에 따라다니는 수식어도 화려하다. 이 책은 그런 시인이 10년 만에 발표한 산문집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은 첫 느낌은 한 편 한 편의 산문 속에 호흡하고 있는 문장과 문장이 시적으로 교신한다는 느낌이 든다.
1부. 꽃은 맑게 준비되어 우아함을 내밀었다. 2부. 웃음으로 서로 바라볼 뿐 3부. 또 다른 내일이 온다 4부. 나는 문득 그대의 얼굴을 만난다 5부. 가만히 내 마음 옆에 서서 이렇게 총 5부로 나뉘어져 있다. 먼저, 1부의 첫 산문에서는 유자의 우아함을 만날 수 있다. 시는 열매 맺는 자리가 각각 다른 듯하다. 얼마 전 유자를 따는 부부를 보았는데, 서로 다른 높이에 서로 다른 빛깔과 굵기로 매달린 유자처럼 한 편 한 편의 시는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유자마다 단맛의 정도가 다르고, 껍질의 두께가 다르다. 다만 유자와도 같은 시가 있어 그 시들이 바구니에 담겨지더라도 개중에 한두 개의 시는 나무의 가지 제일 끝에 매달려 거둬들여지지 않고 남겨져도 좋겠다. 그러면 그 남겨진 시는 햇살과 바람의 일부가 되거나, 새의 일부가 되거나, 별과 허공의 일부가 되거나, 벌레의 일부가 되거나, 툭 떨어지거나, 그곳에 시가 매달려 있었다는 기억이 사라질 때에 함께 사라질 것이다. -「유자와 한 알의 시」 中 일부 - 첫 페이지에 수록된 산문을 접하자마자 지면의 우아함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44쪽에 이런 제목의 글도 있다. ‘향기로운 꽃의 파도를 물결치며 바람의 배가 지나가듯이’ 위 제목은 파블로 네루다의 시 <알스트로메리아>의 일부에 나오는 시구라고 저자는 밝힌다. 이 책의 처처에는 여러 시인들의 작품이 인용되어 있다. 그들의 작품과 함께 읽게 되는 저자의 생각들을 잠잠히 음미하다 보면 정말 향기로운 꽃의 파도가 눈앞에 넘실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머지않아 우아함이 고개를 내밀 것 같은 느낌마저.
2부의 첫 번째 산문은 웃음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평정심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못가에 홀로 앉아 물 밑의 그대를 우연히 만나 묵묵히 웃음으로 서로 바라볼 뿐 그대를 안다고 말하지 않네. - 79쪽에 수록된 시편-
위 시는 진각 혜심 스님이 쓴 선시라고 한다. 스님은 누구를 바라보고 웃음을 건넸을까? 어느 못가의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게 미소를 보낸 것이라고 한다. 시에 대한 저자의 해설을 읽고 나서 시를 다시 읽었다. 나는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단 한번이라도 친절한 미소를 보낸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구라도 자신의 모습을 보며 묵묵히 웃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마음의 평정일 것이다.
3부에서는 또 다른 내일이 오는 한 편의 산문을 읽을 수 있다. 우리의 내면이 바깥의 세상을 만날 때에는, 접촉할 때에는 보다 유심한 상태여야 한다. 바깥 세상과 만날 때에 생겨나는 우리 내면의 속뜻을 주의깊게 읽어야 한다. 속뜻을 읽으려면 내 생각을 낮춰야 한다. 그리고 바깥 세상과의 만남과 접촉을 내가 일방적으로 종료하지 않고 그 끝을 가만히 기다려야 한다. - 「내 속의 거인을 깨워라」 中 일부-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그대가 아니기를 바란 적이 있는가? 어쩌면 우리는 매순간 떠오르는 얼굴이 그대이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4부는 그리움과 포근함이다. 저자는 경북 김천에서 출생했다. 그것도 김천 중심에서 떨어진 추풍령 지대에 가까운 버스가 잘 다니지 않는 산골마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정겨운 소똥 냄새와 포근한 흙냄새가 배어있다. 소의 배 속은 하나의 우주다. 나는 그 둥근 자연 속에서 살았다. 소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누워서 되새김질을 하는 소의 나른한 오후를 함께 살았다. 그 큰 눈이 잠깐 감겼다 뜨이는, 조금도 서두르지 않는, 조금은 참아내는, 뭔가를 가만히 기다릴 줄도 아는 듯한 그 자세를 배웠다. 찔레꽃이 오는 봄길을, 옥수수가 훤칠하게 선 여름의 시간을, 곡식을 수확해오는 결실의 가을을, 쇠죽 끓이는 아궁이가 따뜻한 겨울의 저녁을 함께 살았다. - 185쪽, 「소의 배 속에서 살았다」 中 일부 -
마지막 5부에 수록된 산문을 읽다 보면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저자는 시인이자 불교방송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의 곳곳에 스님들의 선시와 법문 같은 말씀이 자주 인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젠가 스님은 내게 “잘못되었다고 생각 말아라. 잘못된 게 오히려 복이야. 섭섭한 생각을 말아라. 일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거야. 사는 일은 남 비위 맞추는 것이야. 그걸 제일로 잘한 분이 부처님이야. 그 이상 그 이하도 없다. 인생은 이와 같고 저와 같은 것이야”라고 이르셨다. 나는 이 말씀을 마음속에 간직해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 296쪽 가만히 내 마음 옆에 서 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이 책의 5부에 수록된 산문들은 그 고난의 아픔을 치유하는 고요한 법문 같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문태준 #한국의 서정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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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서정 시인 문태준이 펴낸 10년 만의 신작 산문집. 자신의 내면을 새로운 풍경, 새로운 감각으로 채우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상의 자질구레함 속에서 작지만 단단한 깨달음을 발견하는 일, 자신의 마음자리를 돌아보는 일, 자연과 생명, 혹은 존재와 존재 간의 관계 의미를 성찰하는 일 등 ~ 시인의 언어로 세심하게 묶어낸 산문집에는 시인의 시선과 언어가 고스란이 담겨져있다. 깊게 농익어 표현되는 글들을 읽자니 시인의 인생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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