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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부여잡는 힘, 자부심
"과거를 부여잡는 힘, 자부심" 내용보기
낯선 공간에 대한 동경은 언제나 강렬하다. 단지 가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도 모두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장소가 이 세상엔 널렸다. 막상 가보면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프랑스 파리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 역시 비슷할 듯하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매력적이지만 유독 파리에 사람들은 더욱 이끌린다. 낭만, 패션, 기타 등등. 비로소 파리에서 완성된 것 같은 것들이 참 많다. 저자는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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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공간에 대한 동경은 언제나 강렬하다. 단지 가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도 모두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장소가 이 세상엔 널렸다. 막상 가보면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프랑스 파리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 역시 비슷할 듯하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매력적이지만 유독 파리에 사람들은 더욱 이끌린다. 낭만, 패션, 기타 등등. 비로소 파리에서 완성된 것 같은 것들이 참 많다. 저자는 파리에 거주하고 있다. 끽해야 며칠 뜨내기로 머무는 여행자들과는 다른 시선을 지닌 그가 주목한 것은 파리의 현재이자 과거였다. 우리는 언제나 오늘만을 산다. 되돌아가고 싶어도 현재의 기술로는 만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어제로도 돌아가지 못한다. 그런데 파리에서는 그와 같은 일이 가능하다. 과거가 온전히 현재 안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리 말하는 까닭은 현 거주지 서울이 그러하지 못한 탓이 크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진보를 겪은 끝에 서울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헐벗고 기본적인 끼니조차 해결이 어려웠던 옛날로 되돌아가야 한다면 손사래를 칠 것이다. 현재로부터 과거를 떼어내고자 기울였던 노력 중에는 폭력도 있었다. 무허가라서 때려 부순 집이 얼마나 많았는가! 법 테두리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는 그나마 양반이었을 수도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올림픽이 개최되는데 너저분해서는 곤란하다는 말과 함께 사라진 많은 것들을 과연 우리는 기억하는지. 좋게 말하면 꽃단장이었으나 그 안에서 역사를 발견하기는 힘들다. 기억을 지우고 새로이 세운 성은 모래 위에 지은 집과도 같다는 사실을 우린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유럽의 많은 도시에선 시간이 느껴진다. 파리의 경우, 중세의 흔적이 가득 느껴지는 여느 도시와는 또 다르다. 왜냐하면 파리 자체가 계획 도시인 탓이다. 여기까지만 언급했다면 서울과 파리 사이에 차이점이 과연 존재하긴 하는가 미심쩍다. 서울 역시도 나름의 계획을 따라 만들어진 도시기에. , 계획이 실현되기까지의 시간이 서울의 경우엔 너무도 압축적이었다. 적어도 100년 혹은 그 이상의 안목을 갖추고 하나둘 바꾸어 나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이따금 든다. 최첨단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파리에서는 오래 전 한 시대를 풍미한 일련의 흐름이 읽혔다. 논객들이 커피를 즐기며 세태를 논했을 카페 중 일부는 아직까지도 성행 중이다. 여행사를 따라다니며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놓치기 일쑤인 파리지앵의 여유가 깃든 장소라 하겠다. 고풍스러운 건물은 백화점이라고 했는데, 무려 1850년대의 것도 있었다. 당시의 사치는 극소수에게만 허락됐을 터이나, 왕정과 공화정을 사이에 두고 갈팡질팡하던 시기에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써 나름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짐작이 간다.

파리하면 절로 떠오르는 유명인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장소도 여럿 있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채용해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지 싶은 도로명 주소에서, 지하철 역사의 이름에서 한 시절을 풍미했던 문인이나 정치인 들은 살아 있었다. 조금은 고색창연하지만 얼마든지 눈 맞춤이 가능한 조각상들을 통해서도, 심지어 평등과 박애 정신에 입각해 누구나 편히 잠든 파리의 공동묘지에서도 그랬다. 엘로이즈, 아벨라르, 장 드 라퐁텐, 발자크, 쇼핑, 짐 모리슨, 이브 몽탕, 에디트 피아프, 오스카 와일드, 기욤 아폴리네르. 공원 마냥 묘지를 거닐며 이들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상상을 하니 오싹하면서도 가슴이 벅찼다.

그렇다고 파리가 과거에만 침착하는 도시는 아님이 분명하다. 내일로 나아가는 순간에도 과거의 끈을 놓지 않는, 난 그 자세가 부러웠다. 단지 옛 것이므로, 누군가가 기억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은 그리 하는 게 아니었다. 지금의 나를 존재토록 만들어준 원동력. 부정하지 않기 위해선 스스로를 향한 자부심이 필수다. 피리지앵에게선 그와 같은 자부심이 느껴졌다.


q*****2 2019.10.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