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채화가 아름다운 여행 에세이에 <원제무의 도시문화 오딧세이>가 있다. 2002년에 출간되어 지금은 품절된 책인데,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헬싱키, 스톡홀름, 오슬로, 베르겐, 코펜하겐, 동유럽의 빈, 바르샤바, 크라쿠프, 프라하, 부다페스트, 남미의 멕시코시티, 리마, 쿠스코, 브라질리아, 쿠리티바 등 총 17개의 도시에 얽힌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여행 정보책이 아닌 그런 도시에 대한 이야기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의 매력은 도시 공학을 전공한 원제무 박사의 에세이와 함께 수채화가 돋보인다는 점이다. 수채화의 특색인 번짐이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을 은은하면서도 우수에 젖은 듯한 느낌을 주기에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던 책이다. 도시의 이야기와 수채화, 그당시에도 신선한 발상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도 가끔은 내가 여행한 곳에 대한 이미지를 수채화에 담아 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한다.
![]()
그런데, <원제무의 도시문화 오딧세이>처럼 여행지의 모습을 수채화에 담아 내는 작가가 있다. " 여행은 감성이다" 라는 글과 함께 백승선은 감성 여행 시리즈를 펴내고 있는데, 이 책들을 독자들은 <번짐 시리즈>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6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출간될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읽는 책이기도 하다. 얼마전에 <추억이 번지는 곳 유럽의 붉은 지붕>이 출간되었는데, 곧 이어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
그래서 아직 <추억이 번지는 곳 유럽의 붉은 지붕>은 읽지를 못했다. *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 *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 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 * 추억이 번지는 곳 유럽의 붉은 지붕 *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백승선의 <번짐 시리즈>는 <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을 제외하고는 각 권마다 한 나라 또는 한 도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주 짧은 글들과 함께 그곳의 사진, 그리고 사진을 바탕으로 그린 수채화가 주를 이루는 것이다. " 지금까지 그랬듯 전, 그곳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잘 못합니다. 다만 소소한 감상과 느낌을 재주없는 짧은 글로 대신할 뿐입니다. - 그것 역시 잘 못하고 있지만요. " ( 프롤로그 중에서)
베네치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 가면의 도시, 베네치아. 영화제의 도시, 베네치아. 곤돌라의 도시, 베네치아.
저자는 그 중에 베네치아를 표현한 말 중에 가장 좋아하는 수식어로 '물의 도시'를 들고 있다. 나 역시 베네치아라면 물의 도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118개의 섬, 177개의 운하, 400 여개의 다리, 숱한 기둥을 박아 그 위에 건설한 도시가 베네치아인 것이다. 이곳은 수많은 여행자들로 붐비는 곳이고, 그 중심에는 산마르코 광장이 있다. 그 광장 한 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산마르코 성당은 아름답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동양의 비잔틴 양식과 서양의 로마네스크 양식이 절묘하게 혼합된 아름답고 화려한 건물.
그 앞에서 여행자들은 사진을 찍고, 성서 속의 이야기를 표현한 그림들을 넋을 잃고 보게 된다. 그와 함께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두칼레 궁전. 베네치아에 왔다면 꼭 한 번 타 보아야 할 곤돌라.
" 오래된 집들 사이로 흐르는 작은 운하를 따라 미끄러지듯 곤돌라가 떠다니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 누군가 말했다는,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아야 할 그곳이 바로 여기다. " (책 속의 글 중에서)
곤돌라는 베네치아의 좁은 골목 골목을 유유히 지나간다. 그 골목을 흐르듯 지나가노라면 빵집의 뒷문도 보이고, 가정집의 대문이 바로 곤돌라의 옆에 자리잡고 있기도 한다. 아무래도 곤돌라를 타는 재미의 하나는 곤돌리에가 불러주는 이탈리아 가곡이 아닐까 한다. 곤돌라로는 베네치아의 미로처럼 얽혀 있는 내부만을 볼 수 있기에, 베네치아를 더 밖에서 보고 싶다면 수상택시(모터보트)를 타고 나가서 보아야 할 것이다.
![]()
베네치아를 이야기하다 보니 시오노 나나미의 '세 도시 이야기'중의 하나인 <주홍빛 베네치아>가 생각난다. 비교적 르네상스 쇠퇴기의 베네치아를 잘 표현한 소설이기에 이 책도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것이다.
![]()
그리고 베네치아하면 가면과 유리공예가 떠오르기도 한다. 베네치아의 상점들에는 가면과 유리공예품이 가득하다. 이왕 베네치아에 왔으니, 이 도시를 상징하는 상품을 사고 싶은 마음에 이것 저것 고르다 보면 그 가격이 엄청 비싸다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 물건을 고르던 손길은 멈추게 된다.
베네치아에서는 매년 2월 중순에서 3월 초에 '카니발레'라는 가면 축제가 열리는데, 자신의 신분을 속이기 위해서 16세기부터 가면을 쓰게 된 것으로부터 유래가 되었을 것이다. 가면의 화려함과 다양함도 또한 좋은 볼거리인 것이다. 산마르코 광장에서 배를 타고 40분 정도 가면 베네치아의 유리공예품이 생산되는 무라노 섬에 갈 수 있다.
유리대롱을 불어서 유리 공예품을 만드는 모습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 은은하게 번지는 수채화의 느낌이 백승선의 <번짐 시리즈>의 책 느낌과 같기에 출간될 때마다 구입하게 되는 책.
이 책들에 소개되는 도시나 나라가 독자들이 여행한 곳이라면 추억을 되새기면서, 아직 가 보지 못한 곳이라면 언젠가 가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읽으면 좋을 책이다. 아니, 읽는다는 표현보다는 본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짧은 글들과 함께 사진, 수채화가 돋보이는 책이다. |
|
꿈과 낭만의 대륙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꿈과 낭만의 도시, 베네치아. 그곳에 발을 디디기 전에도,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과 운하를 누비고 다닐 때에도, 그리고 십 년 남짓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내게 베네치아는 여전히 꿈의 도시로 남아있다. 유럽 어느 도시보다도 많은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하는 곳이니만큼 인파로 북적북적 붐빌 만도 하건만, 복잡한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면 인적이 뚝 끊긴 조용한 골목을 맞닥뜨리기도 했던 곳이다. 그래서 더 몽롱하고 신비한 곳.
작가의 여행기 ‘번짐 시리즈’를 대부분 읽어보았지만, ‘번지다’라는 단어와 이만큼 느낌이 잘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 싶다. 두 발로 타박타박 걷는 골목길과 배를 타고 스르르 지나는 운하길. 구불구불 굽이지는 길을 지나며 저 모퉁이 너머를 상상하는 여행객의 설렘은 베네치아 깊숙이 들어갈수록 커져만 간다. 오래 전, 베네치아를 여행하며 설렜던 마음이 책을 읽으며 그대로 되살아나,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두근거렸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바로 ‘다리’이다. 118개의 섬들을 이어주는 400여개의 다리. 오죽하면 ‘탄식의 다리’이니 ‘리알토 다리’이니 다리가 관광명소가 되었을까 싶을 테지만, 베네치아 곳곳의 다리 위에서의 만남을 마주치면 그 숨겨진 매력에 금세 빠져들게 된다.
“다리는 길과 길을 이어준다. 다리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다리는 세상과 세상을 이어준다. 다리의 또 다른 이름은 ‘소통’이다.”
작가의 ‘번짐 시리즈’에는 늘 예쁜 창문들이 함께 한다. 화려한 장식이 있는 번지르르한 창문이 아니라, 세월의 손때가 그대로 묻어나면서 아귀가 맞지 않아 약간은 어긋난 창문들. 길게 늘어진 빨랫줄에 걸린 하얀 빨래나 붉은 꽃이 수북이 피어있는 화분을 장식 삼아, 군데군데 벗겨지고 바랜 페인트를 무늬 삼아 지나가는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창문 안에서는 수많은 이야기가 퍼져가는 세상을 내려다보고 창문 밖 사람들은 비밀을 간직한 듯한 창문 안 세상을 궁금해 한다. 창문은 그렇게 벽을 사이에 두고 세상과 대화한다. 예쁜 색이 칠해진 벽에 걸린 예쁜 창문은 욕심이 난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창문으로 세상을 본다는 말이 있다. 베네치아의 거리와 골목을 걸어다니는 동안 내내 누군가의 창문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바포레토를 타면서 온몸으로 맞았던 베네치아의 바닷바람이 더욱 그리워진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었던 영화 <투어리스트>를 보며,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이 누비는 베네치아 풍경으로 그리움을 달래야겠다. 작가의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나는 이 책에 대한 감상평으로 결론 내리고 싶다. “다시 한 번 베네치아에 가야겠다.” |
|
"당신이 이 책의 어는 페이지에서 본 사진 한 장으로 인해, 한 줄의 글로 인해 '그곳'에 대한 꿈이 좀 더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의 프로로그 中에서
'베네치아'라는 단어에는 어떤 주문이라도 걸려 있는 것일까? 가만히 소리내 불러보았을 뿐인데 어느덧 눈 앞에는 잔잔한 물결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곤돌라 한 척이 그려진다. <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을 덮자마자 이렇게나 빨리 새로운 번짐 시리즈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여전히 반갑고, 다시금 커다란 여행 가방을 챙겨들고 플랫폼에 선 여행자가 된 듯 설랜다. 특히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였으니 이 두근거림은 당연한 것이었다.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는 나라가 아닌 도시로의 여행기다. 이탈리아 베네토주(州)의 주도(州都) 베네치아를 보다 자세히 만날 수 있으니 나로서는 행운이었다. 올 초에 <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를 통해 베네치아를 스쳐갔지만 그 짧은 만남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런데 비로소 이 책으로 그 허전함을 채울 수 있었다. 베네치아를 수식하는 수많은 말들 중에도 "물의 도시"는 이 도시만의 독특한 정취를 모두 함축하고 있다. 산타루치아 역에서 내려 찰랑거리는 아드리아해를 마주하는 순간의 기분은 과연 어떨까? 실제로 가 본 것만은 못해도 저자가 책의 양 페이지에 펼쳐 놓은 베네치아 곳곳의 모습들은 첫 눈에 반하고도 남는다.
번짐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는 그림같은 풍경과 그 풍경을 그린 멋진 그림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얼핏 보면 모두 비슷한 풍경 같아도 시시각각 다른 베네치아의 모습임에 틀림없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도 서 있는 자리에서 조금만 돌아서도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베네치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산마르코 광장과 카페 플로리안은 앞서 읽은 책에서 만나선지 한층 친근하고,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베네치아에 갔다면 꼭 한 번 타보고픈 곤돌라와 금빛 찬란한 산마르코 대성당이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밖에 무어인의 슬픈 전설이 깃든 시계탑과 분홍빛 외벽이 인상적은 두칼레 궁전, 베네치아에 있다는 400여개의 다리 중 탄식의 다리, 리알토 다리에 얽힌 일화 등 베네치아에서 알아두어야 할 유용하면서도 재밌는 정보들도 인상적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은데 가장 놀라웠던 내용은 베네치아가 이민족의 침입을 피해 바다 위에 나무 기둥을 수없이 박아 그 위에 건설한 도시라는 것! 그래서 지금도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는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바다 위로 삐죽이 솟아나온 나무 기둥들이 증명해 보인다. 그리고 베네치아 본섬 외에 무라노와 부라노 섬이 책의 후반부를 예쁘게 장식하고 있다. 이웃과 잘 어울리는 색색의 집들, 아기자기한 창문들이 마치 동화 속 그림 같다. 그리고 책을 덮을 즈음 나는 영원히 이 아름다운 주문-베네치아-에 걸려 있고 싶어졌다.
"일생에 단 한 번 자신만을 위한 휴가를 보내고 싶을 때 당신이 찾아가야 할 곳 바로 베네치아."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中에서
|
|
여름 휴가철에 여행만큼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일도 없을 것 같다. 여행지를 정하고 일정을 계획하는 그 설레임. 그 곳으로 떠나서 경험하는 아름다운 시간들만큼 떠나기 바로 직전까지의 시간들도 굉장히 애틋하고 가슴 벅차다. 그런데 일이 생겨서 계획했던 곳으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떻게 달래야 할까-라고 묻는다면, 역시 여행서밖에 없다고 말하겠다. 인간은 상상력이 뛰어난 존재니까 자신이 가고 싶은 곳, 동경하는 곳의 사진을 보며 '다음 휴가 때는 꼭 가고 말거야!' 라고 다짐하는 것도 꽤 위안이 된다. 언젠가는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으니까. 힘든 일 다 참고 견딘 후 떠나겠다는 마음을 한 구석에 접어놓고 자신의 생활에 충실할 수 있다는 건 지금을 살아가는 데 힘을 준다. 이번 여름, 나의 마음이 꼭 이렇다!
유럽에 한 번도 발을 딛지 못했다. 가려고야 마음 먹었다면 얼마든지 갈 수 있었을테지만 대학교 때는 만만치 않은 비용을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었고, 그 보다는 유럽에 아주아주 가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의 관심은 오로지 일본이었으니까! 요즘은 일에 때가 있는 것처럼 어떤 나라에 끌리게 되는 것도 때가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남들이 다 가니까 나도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고 무엇을 보기 위해 가고 싶어하는지를 내 자신이 충분히 알고 있는 지금, 나는 여기저기 가보고 싶은 나라들이 생겼다. 그 중 이탈리아는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장소. 책으로 마음을 달랜 곳은 이탈리아 중에서도 물의 도시 베네치아다.
번짐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 특별한 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사진이 실린 것도 아닌데 번짐 시리즈의 책이 출간되면 어김없이 찾게 된다. 그 매력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글쎄. 지금 떠오르는 것은 책의 사이즈가 마음에 든다는 것 정도.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사이즈에 사진들이 가득 실려있어 내 가슴 속으로 쉽게 들어올 것만 같다. 이번 베네치아편의 사진들은 특히 마음이 간다. 물이 많아서일까. 내 마음도 물처럼 살랑살랑 움직이며 편안하게 흘러가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니 베네치아의 향취가 풍기는 것 같다. 기차를 타고 도착하게 되면 맨 먼저 보게 될 산타루치아 역,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 불리는 산마르코 광장, 300년 가까운 시간동안 베네치아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카페 플로리안, 물의 도시를 대표하는 곤돌라, 전통적인 궁전들과 이색적인 가면들, 밤과 낮이 다르게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들.
번짐 시리즈에서는 여유가 느껴진다. 둘러보아야 할 곳들을 꼭꼭 짚어주는 조급함이 아니라 내 자신도 그 곳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을 준다. 여행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하지 않을까. 또 언제 찾을 지 모르니 볼 수 있는 것은 다 보아두는 것도 좋겠지만, 여행=휴식이므로. 언젠가 그 곳에 내 마음 모두 내려놓고 현지인들처럼 그 곳에 녹아드는 충만함을 느끼고 싶다. |
|
번짐 시리즈 그 여섯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번짐 시리즈를 좋아했다. 그 책들은 잔잔하고 고요한데,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마음 속에 불을 지른다. 꽁꽁 감춰두었던 방랑과 여행자의 본능에 불을 붙인다. 이번 휴가에는 다녀오자, 이번 휴가에는 다녀오자 싶어진다. 꼭 거기가 아니라도 좋았다.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곳이라면 버스를 타든, 기차를 타든, 배를 타든 좋았다. 물론 비행기를 타고 더 멀리 갈 수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대체로 가까운 곳에 다녀왔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차를 타고 나갔다가 하루만에 돌아오던지, 하루를 묶던지 그랬었다. 그렇게 소란스럽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수식어로 이루어진 번짐 시리즈는 항상 마음을 둥실둥실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이번에는 베네치아다. 낭만이 번진단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지, 어떤 이야기로 마음을 설레게 할지, 또 어디로 가고 싶어지게 만들지 기대했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고 싶어지지 않았다. 아직 휴가도 다녀오지 않았는데. 너무 더워서일까, 올 여름 유난히 더웠는데 거기에 지쳐버린 것일까. 그래서 어딘가로 떠날 의욕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아니면 이 책에서 그전과 같은 느낌을 찾아내지 못했던 걸까. 번짐 시리즈에서 좋아했던 이야기는 대체로 소박한 기억들이었다. 이를테면 벨기에를 다룬 책에서 플라다스의 개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빵조각을 스프에 띄워먹는 것에 대한 묘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데, 그 향수는 나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바로 플란다스 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애니메이션은 그때도 슬펐고, 지금 봐도 슬프지 않을까. 그 책에서 그 이야기가 있었다. 네로가 꿈이 좌절되고 죽었던 그 곳에서 울었다는. 그 부분을 읽으며 마음이 짠했었다.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 있었고, 거기에 공감했었기에 이 책은 언제나 나에게 여행은 무척 좋은 것이라고 말해주는 무언가였다. 그랬었는데 이번 책은 나에게 별다른 말을 해주지 않는다. 여전히 사진을 예뻤고, 베네치아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야 비로서 번짐 시리즈의 어떤 부분을 좋아했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부분이 이 책에는 또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단순한 오해일지도 모르겠으나, 이 여행지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나 찬탄 같은 것도 이전보다는 덜 느껴진다. 그래서 이전 책과 비교하게 된다. 이전에는 참 좋았었는데. 어쩌면 변한 건 나일지도 모른다. 번짐 시리즈가 변한 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내가 달라진 것일지도. 그래서 더 이상 이전과 같은 크기의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건 아주 개인적인, 개인적인 아쉬움이었다. 그냥 기대치가 높았던 것일지도, 단순히 내 감성이 더위를 먹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과는 상관없이 사진은 무척 멋졌다. 페이지를 넘기며 보았던 베네치아의 풍경은 그야말로 화사했다. 우리 동네 건물색을 보며 사진 속 그 건물의 색감을 떠올려본다. 아...그러기 싫은데 비교되려고 했었다. 물의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건, 저렇게 통일되지 않은 화사한 색으로 물들어 있는 건물들이 있는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는 무척 궁금해 졌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베네치아는 꼭 가보고 싶어졌다. 여행지에서 무언가를 사가지고 오지는 않는 주의이지만, 대체로 먹어 없어질 수 있는 걸로 하자고 정해두었지만...저기에 가면 유리 공예품이랑 레이스는 꼭 사와야지 싶어졌다.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니까, 사라져버리지 않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서라도.
|
|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내가 아주 작은 꼬마 숙녀였을 때 나는 왕자와 공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외국작가의 그림 동화책을 좋아했다. 누구나 아는 인어공주 혹은 백설 공주는 평범한 이야기로 여겨졌을 정도로 다양한 공주 이야기에 빠져 지냈는데, 지금은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는 추억이 되었지만 어릴 적 나는 화려하고 예쁜 드레스를 입고 지붕 위가 뾰족한 궁전에서 사는 그들을 동경했었다. 그림 동화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이름부터 우리와 달랐고, 그들의 생김새는 물론이거니와 그들이 살아가는 공간 역시 내게 익숙한 것들과는 달랐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한 동경,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은 아마도 그때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그 후 나이가 들면서 예쁜 드레스를 입고 멋진 성에서 사는 공주에 대한 동경은 사라졌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풍광, 건축물 등 우리와 다른 문화에 대한 동경은 더욱 더 강해졌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베니스의 상인」의 공간적 배경이기도 하며, 매년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도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다. 베네치아에 대한 동경은 고등학교 때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을 담은 사진을 우연히 본 뒤 시작되었다.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에서 집전되는 미사에 참석하는 게 소원일 때도 있었다.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의 남쪽 해상에 떠 있는 산 조르조 섬에 위치한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은 사방이 바다다. 섬 위에 지어진 성당이 아니라 물 위에 지어진 성당으로 보인다.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흘러 다니는 성당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토당토않은 상상을 해 본 적도 있다. 번짐시리즈 그 여섯 번째 이야기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2012.7.25. 가치창조)》는 베네치아에 대한 나의 오래된 설렘을 일깨워 주었다. 빨랫줄에 널린 옷가지들까지 멋진 풍광이 되어버린 베네치아는 알록달록 제각각 다른 색을 입은 집과 제각각 다른 생김새를 가진 창문틀에서 소소한 일상에까지 침투해있는 베네치아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베네치아에 가면 저절로 마음이 느긋해 질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번짐시리즈를 만날 때마다 나의 여행도 이 한 권의 작은 책 속에 담긴 사진 한 장에서부터 시작되길 바랐다. 그리고 번짐시리즈가 계속 될수록 나의 마음속에는 이제 곧 시작될 여행 사진이 한 장, 두 장, 쌓여갈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마음속에 간직해 두었던 그 사진을 꺼내들고 그 곳으로 떠날 것이다. 나의 여행도,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다는 말과 함께. |
|
베네치아. 이곳은 내게 가장 아름다운 도시. 평생 같이 하고 싶은 도시로 새겨져 있다. 베네치아 현지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다. 베네치아의 진정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으면, 총 4번 와야 한다고. 첫째,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 지난 2012년 7월 두번째 방문에 이런 날씨였다. 푸른 아드리아해 바닷물에 비치는 베네치아의 건물들. 다리들. 곤돌라들 온통 푸른 빛이 돈다. 둘째,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흐린날. 지난 2008년 1월 첫번째 방문에 이런 날씨였다. 이런날은 온통 회색빛이 돈다. 셋째, 안개낀 날. 정말 보고 싶다. 어떤 모습인지 모르겠다. 넷째, 눈내리는날. 베네치아는 지중해성 기후로 눈이 오는날은 일년에 몇번 없다고 한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이 날씨의 베네치아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이말을 듣고, 난 이탈리아에서 아에 살고 싶어졌다. 눈내리는 날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의 플로리안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싶다는 내 인생 최고의 버킷리스트!!! 베네치아는 보통 낮에는 푸른 바닷빛에 비춰져 온통 푸른빛이 돌지만, 해질녘에는 노을에 비쳐, 온통 붉은 빛이 돈다. 너무 아름다운 도시다. 이번 두번째 방문 전, 이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를 읽었다. 이책의 가장 좋은 점은 일반 관광객들이 볼 수 없는 베네치아 안쪽의 조그마한 운하들의 모습. 일상생활의 모습의 사진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항상 북적이는 베네치아가 아닌, 한적한 거리의 모습. 일반 관광객들이 볼 수 없는 모습. 난 이런 모습도 보고 싶다. 열심히 공부해서 이탈리아로 유학가야겠다. 베네치아 다음으로 좋아하는 피렌체에서 살면서, 이탈리아 곳곳을 둘러보고 싶다. 아~ 베네치아 보고싶다. 아드리아해의 향기를 느끼고 싶다. 먹물스파케티가 먹고싶다. 다가올 그날을 기다리며... |
1987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도시 베네치아. 아드리아해 안쪽 베네치아 만 아래 펼쳐진 진흙 펄 위에 150만 개 이상의 나무기둥을 박아 건설한 이 도시는 118개의 섬과 177개의 운하, 이들을 연결하는 400여 개의 다리로 이루어져 있는 '물의 도시'이다.
2010년 제작된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투어리스트(The Tourist, 2010)'라는 영화를 보면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이라는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배우가 나오지만 정작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두 사람이 묵었던 호텔과 호텔 밖의 풍경과 베네치아 건물 위를 달리는 동안 보여지던 베네치아의 풍광이였다.
솔직히 영화는 별점 하나도 아깝지만 그 배경 만큼은 별 다섯개를 줘도 모자랄 정도였고, 저곳으로의 여행을 꿈꾸게 했었던 것이다.
차가 다니지 않기에 집앞 현관에는 저렇게 배가 정박되어 있고, 곤돌라가 여행객을 실어 나르는 낭만이 가득한 곳이 바로 베네치아다. 피사의 탑이 점점 더 기울어진다는 말과 함께 베네치아 역시도 점점 그 수위가 높아져서 건물의 1층의 경우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노을을 배경으로 하는 저 풍경을 직접 본다면 베네치아와 사랑에 빠질 것만 같다. 도시 전체가 어느 곳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으며, 특별한 사연을 간직하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은 멋진 곳이라고 여겨진다.
지친 어부가 자신의 집을 곧바로 찾기 위해서 집집마다 다른 색깔로 칠했다는 부라노(Burano)섬의 집들은 마치 동화속 마을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 인구 약 28만명의 도시 베네치아를 찾는 여행자는 연간 2000여만명이라고 한다. 내 생애 저곳을 한번이라도 가볼 수 있을지 의문스럽지만 그것이 언제든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바로 베네치아이다.
나폴레옹이 '유럽의 응접실'이라고 말한 산마르코 광장과 산마르코 대성당, 매일 정오가 되면 2개의 무어인 청동상이 나와서 종을 친다는 시계탑, 두칼레 궁전, 탄식의 다리, 리알토 다리, 현대 유럽 미술 수집가로 유명한 페기 구겐하임의 저택을 개조한 미술관 구겐하임 컬렉션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것들이 도시 전체에 가득한 곳이 바로 베네치아인 것 같다.
한번 보고 온다고 해서 그곳에 대한 갈증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책으로 보고, 상상만 하던 그곳을 꼭 한번 직접 보고, 느끼고 싶다. |
|
물은 하늘과 마찬가지로 동경의 대상이 된다. 바다, 강 어느 곳에서건 먼 내륙에서 살아서 그런지 창밖으로 펼쳐지는 바다만 봐도 행복한 오션뷰 등은 내가 호텔을 결정할때 늘 가장 우선순위가 되는 요건 중 하나였다. 신혼여행을 갈 적에도 발리 리츠칼튼 풀빌라를 선택한 이유는 오로지 하나, 모 여행사 사진에서 보았던 욕조와 풀빌라에서 바라보이는 바다가 꿈처럼 느껴졌다는데 그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다녀온 여행은 내 꿈을 꽤나 만족시켜주는 그런 여행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어쩌면 땅을 물처럼 여기고 살아가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야말로 한눈에 반하게 될 그런 곳이 아닐까 싶었다. 그냥 다른 여행서들을 보면서는 멋지다. 라고 짤막하게 느꼈던 감상들을 번짐시리즈의 한 책,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의 사진들을 만나면서, 내가 동경해온 그런 곳이 바로 베네치아였음을 알게 되었다.
저자의 여행도 한장의 사진에서 비롯되었다면서 이 책을 읽은 독자들도 책 속 어느 사진 한 장, 한줄의 글로 인해 여행을 꿈꾸고 이루게 되길 바란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나를 끌어당기는 사진들 또한 너무나 많았다. 글보다 사진이 많아도 그저 행복하게 느껴지는 그런 드문 책들의 하나가 바로 번짐시리즈였다. 글이 적어 사진으로 채워진다기보다, 글로 표현하기 힘들 그런 감상들을 적시적절히 찍은 사진으로 이미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고 해야할까?
118개의 섬과 177개의 운하, 그리고 400여개의 다리가 있다는 베네치아. 이민족의 침입을 피해 이탈리아인들이 숱한 나무 기둥을 박아 그 위에 건설한, 지금도 조금씩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다는 도시의 뒷골목에 숨어 있는 천 년을 뛰어넘는 이야기들을 찾는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 책은 다른 책과 달리 페이지가 나와 있지 않아 인용 구문 페이지를 적을 수 없음을 밝힌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 불리는 베네치아 여행의 중심, 산마르코 광장, 나폴레옹이 융럽의 응접실이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웅장하고 아름다운 곳이라 하였다. 유럽의 응접실이라는 찬사도 그 아름다움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나, 유럽 여행을 다녀오지 않아 베네치아의 궁극의 아름다움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었는데,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도 놓치는 것 없이 꼼꼼하게 보게 되는 여행이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쌓여가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유럽을 가게 된다면 베네치아를 눈에 담고 오리라.
베네치아에서 가장 폭이 좁은 곳에 가장 먼저 세워졌다는 리알토 다리는 베네치아의 명물 중 하나라 하였다. 또한 그 다리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건축가가 악마의 도움을 받고 가장 먼저 다리를 건너는 영혼을 넘기기로 약속한 대가를 어기려고 동물을 먼저 보내려 하자, 건축가의 사랑하는 임신한 아내를 먼저 건너게 악마가 꾀어, 슬프게도 아내와 뱃속 아기의 영혼까지 같이 잃었다는 전설은 충격적이기까지 하였다. 우리나라 에밀레 종 이야기의 전설이 너무나 가슴아팠던 것처럼 말이다. 다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또 들려준 이야기 중에 인용한 동화, 하인츠 야니쉬의 다리 라는 동화가 있었다. 나 또한 읽어봤던 동화였기에 더욱 반가웠다. 좁은 다리를 마주 건너오던 곰과 거인이 다리 한가운데에서 만나, 서로 양보를 안하다가 결국에는 서로 끌어안고 조금씩 돌아 다리를 건너기로 하였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책에 그림동화의 내용이 인용되니, (아는 내용이라) 더욱 반가웠다.
원래는 나무 다리였다는 리알토 다리는 현재는 대리석으로 되어 있다 하였다. 갯벌에 통나무 말뚝을 만 개 이상을 박아 만든 다리라는 이곳에는 지붕도 있고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의 배경이 된 곳 답게 상가들이 늘어서 있다 하였다. 베네치아가 베니스로 발음이 되기도 하는데, 베니스의 상인 이야기가 유래된 곳이라 하니, 리알토 다리, 베네치아에 가면 꼭 들러볼 명소임에 틀림없단 생각이 들었다.
믿기 힘들만큼 선명한 원색들로 벽을 칠한 색색의 집들, 도대체 어느 마을일까 싶었는데 산마르코 광장에서 바포레토를 타고 약 40분 정도 가면 나타나는 어촌마을 부라노 섬이었다. 아이들이 상상력으로 칠한 듯 노란색 벽과 푸른색 지붕, 빨간 창틀을 한 예쁜 집들이 섬 안에 가득하다.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는 것이 생업인 어부들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때 자신의 집을 찾기 쉽도록 집마다 각기 다른 독특한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를 생각한 마음들이 이제는 마치 꽃밭처럼 마을을 어여쁘게 수놓아 관광 명소가 되게 한 것을 보면, 이탈리아인들의 생활에 파고든 미적 감각을 느끼게하는 대목이기도 하였다.
아름답다 감탄하다 보니 어느덧 책장의 마지막장을 덮고 있어 너무나 아쉬웠다. 사진으로 채워진 여행에세이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가 사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여행서에서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것들이 있기에 사진이 너무 많거나 적어도 안되고, 글만 너무 빼곡해도 안된다. 사진으로만 채워지면 성의가 없다는 등, 여러 악평이 달리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 삐딱한 시선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지 않을까 싶었다. 사진이 담아내는 이야기가 너무나 풍성하기에 말이다. |
|
이 번짐 시리즈는 하도 평이 좋아서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고 드디어 시리즈 중에서 베네치아편을 처음 만나보게 되었다. 전에도 몇 번 베네치아 여행기를 읽어봤지만 이상하게도 책은 재밌게 읽어도 베네치아만큼은 그다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질 않았었는데(이런 나 자신도 이해가 가질 않지만) 이 책을 통해 드디어 베네치아가 꽤나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특별한 여행 에피소드도 없고 책의 절반 이상이 사진 한가득인데, 웬지 이 책의 이런 분위기가 참 좋다. 그저 사진을 한없이 들여다보게 되고, 멋진 장소의 사진 뿐 아니라, 그냥 평범한 창문이나 하물며 빨랫줄의 빨래들까지 참으로 예뻐 보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 베네치아가 그런 매력을 지니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이 시리즈가 그토록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중의 하나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베네치아는 그렇게 내 맘에 살며시 들어와 앉아버렸다.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중의 한 곳이 베네치아라고 하고, 저자도 베네치아를 몇년 전에 가보고 잊지 못해 또 다시 방문했다고 할 정도이니.. 도대체 베네치아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토록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자신들의 문화재는 벽돌 하나까지도 소중히 여기는 그들의 마인드, 결코 큰 사업이 아님에도 대를 이어 가는 장인정신..이런 것들은 굳이 베네치아 뿐만 아니라 유럽 어디서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그래도 이런 점들 역시 베네치아를 변하지 않는 관광제일의 도시로 만드는데 한몫 하지 않았을까 싶다. 베네치아는 어촌마저도 왜 이렇게 예쁜거야. 파스텔식의 각각 다르지만 주변의 집들과 잘 매치가 되는 집의 색깔들은 어촌의 분위기를 한결 더 생동감있게 만들고 있다.
물의 도시, 가면의 도시, 영화제의 도시, 곤돌라의 도시. 한 도시를 수식하는 문구들이 이렇게 많은 곳은 아마도 베네치아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러한 수식어 가운데 저자는 물의 도시 가 가장 맘에 든다고 한다. 나는? 그냥 다 좋다. 다 베네치아만을 표현하는 수식어인만큼~~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른 번짐시리즈도 마저 다 읽어보고 싶어진다. 읽는 족족 그 나라들도 분명 매료될 듯 하지만 다른 시리즈에는 어떤 사진들이 실려 있을까...이 시리즈는 이야기보다 이렇듯 사진들이 너무 궁금해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