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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12기] 격암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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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저자의 『격암유록』은 지인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책이다. 이 책을 직접 대하기는 처음이고, 약간의 배경지식은 있었지만 단편적인 것이었다. 조선 중기의 예언가인 남사고의 예언을 담은 책인데, 그의 호를 따서 『격암유록』이라고도 하고, 이름을 따서『남사고 비결』이라고도 하지만, 후대에 작성한 위서(僞書)로 보고 있다는 정도가 나의 상식이었다. 아무튼 어떤 책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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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저자의 격암유록은 지인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책이다. 이 책을 직접 대하기는 처음이고, 약간의 배경지식은 있었지만 단편적인 것이었다. 조선 중기의 예언가인 남사고의 예언을 담은 책인데, 그의 호를 따서 격암유록이라고도 하고, 이름을 따서남사고 비결이라고도 하지만, 후대에 작성한 위서(僞書)로 보고 있다는 정도가 나의 상식이었다. 아무튼 어떤 책인지 관심이 있던 터라 반가운 마음으로 펼친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읽기가 쉽지 않은 책이었다. 일단 방대한 분량(540)에 기가 질렸고, 한문으로 된 책을 한글로 번역했으니 문장이 매끄럽지 않았다. 또한 비결서 또는 예언서이니 내용이 막연했다. 더구나 불교, 도교, 기독교 등의 종교적인 색채에 정감록의 민간신앙도 더해졌으니 좌충우돌이라고 할까, 이해가 곤란했다. 원문보다는 저자의 풀이와 주해가 더 많아서 그곳까지 읽으려니 책장을 넘기기가 더욱 힘겨웠다.

 

둘째, 저자의 정성이 놀라웠다. 이 책의 한문 원전만 기록한다면 50여 쪽 내외면 충분하리라고 본다. 그런 책을 번역과 풀이까지 더해서 열 배 가까이의 분량을 만들었고, 본문에 대한 주석만 591개나 된다.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된 주석만 모아도 한 권 분량은 충분히 되리라고 본다. 이 책에 쏟은 저자의 정성이 느껴져서 그 부분에서는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셋째, 한문을 공부하는 이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한문으로 된 책을 번역한 것이다. 단순히 번역만 한 것이 아니라 문장이나 글자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풀이하고, 자신의 생각까지 전개하고 있다. 책의 내용의 시비를 떠나서 한문 공부는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자로 된 경서를 풀이하는 자세를 배울 수는 있을 것이다.

 

넷째, 위서인가 성서인가는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다. 이 책은 고서로 분류되기는 했지만, 실상은 1977년에 이도은(본명 이용세)이 자신이 원본을 필사한 것이라 한다.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는데, 이도은은 박태선이 세운 신흥종교 천부교의 추종자이다.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 책의 원본이 아직 발견되지 않고 1977년에야 필사본이 나타난 점, 사용된 한자가 일본식 한자어가 많은 점, 철학(哲學)이나 공산(共産) 등 만들어진 지 100여 년 밖에 지나지 않은 한자 조어가 사용된 점, 성경의 일부 내용이 그대로 베껴진 점 등을 이유로 남사고의 이름을 가탁한 위서로 보고 있다고 한다. , 환단고기와 같은 성격의 책이 아닌가 싶다.

 

그것을 기화로 이 책을 전혀 가치가 없는 책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기독교 일부인사들은 성경과 불경과 정감록 등을 적당히 조합하여 이단 종교의 정통성을 강변한 허황된 책이라고 폄하하는 듯하다. 그런 시각이 모두 맞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폄하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기독교의 경우에도 개신교는 종교개혁으로 인해서 천주교에서 나왔고, 천주교는 예수의 탄생으로 인해서 유대교에서 나왔다. 야훼를 믿는 유대교 역시 여러 종교를 받아들여서 형성되었다고 한다.

  

원래 야훼는 엘 사타이산() 은거하던 목양자(牧羊者)의 신에 불과했다. 거기에 모세의 광기가 접한 호렙산()의 영기가 더해져서 야훼는 곧 가나안 쟁취를 위한 무자비한 군신으로 변질되었다. 그 뒤 엘리야와 호세아는 그에게 농경신의 권능을 부여했고, 아모스와 이사야를 통해 민족의 신에서 우주의 절대 유일자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바벨론에서 바빌로니아인들의 창조론과 우주론을 표절하는 한편 페르샤인들의 사탄과 종말론을 도입함으로써 우리의 야훼는 완성되었다. 결국 야훼가 우리를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야훼를 만들었을 뿐이다. (사람의 아들, 이문열, 민음사 196쪽) 

위 예문은 소설의 일부이지만, 어느 정도의 근거를 갖춘 이론이기도 하다. 기독교를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다. 야훼가 우리를 만들었는지, 우리가 야훼를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도들의 정성과 희생에 의해 세계적인 종교인 기독교가 되었고, 성서는 세계의 고전으로 확립되었다는 점이다. 불교 역시 많은 사상을 받아들여서 오늘날의 불교가 되었다. 격암유록역시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사도들을 끊임없이 만날 수 있다면 새로운 고전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관심이 있는 이에게는 흥미로운 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비판적인 입장이라도 일단 읽어보고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책을 만나게 된다면 50여 쪽 정도를 읽어본 뒤에 더 읽을 것인지 책장을 덮을 것인지 결정하면 된다. 영감을 담은 성서가 되거나, 펼치면 안 될 금서가 되는 것은 독자의 인연이라고 본다.

 

y******3 2017.03.1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