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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부터 청대 말기까지는 신유학의 시대다. 그런 신유학의 집대성자가 바로 주자(1130~1200)다.예수에게 사도 바울이 있다면, 공맹에게는 주희가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스도교의 제도화 기틀을 확립한 이가 바울이었다면, 공맹교의 제도화를 확립한 이가 주자다. 바울과 주희 모두 인문 사상의 외재화와 내재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공이 크면 그만큼 과도 큰 것일까? 원시 기독교와 원시 유학을 숭상하는 이들은 오히려 이런 바울과 주희의 성공이 부른 병폐를 지적하곤 한다. 나 역시 그런 원조의 맛을 그리워하는 편에 속한다. 바울과 주희는 제도화와 보편화의 공이 크지만, 너무 교조적인 내면화와 이단 배척의 폐해를 불러온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
가령 정통론자 주희가 본 이단은 외부의 적과 내부의 적으로 나뉜다. 외부의 이단은 불교와 도교로, 주희는 불교와 도교는 뿌리채 근절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먼저 주희가 본 가장 큰 외부의 적은 선불교였다. 주희의 거의 동시대 인물인 선계의 거두 대혜종고(1089-1163)가 선풍을 주도했는데, 주희도 그런 대세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어 선학에 심취한 적이 있다. 그래서 청소년 시절부터 마흔 중년에 이르는 시기까지 이십 여년간 이단과의 내적인 투쟁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 도교는 그리 큰 적수는 못되었다. 주희는 노장사상과 도교를 확실하게 구분하는데, 노장사상이 오직 청정무위라면, 도교는 청정무위에 장생불사가 결합하여 지금은 청정무위는 사라지고 마치 무당처럼 가지기도에만 매달려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불교만큼이나 위험한 이단사설로 다가온 것이 바로 유학 내부의 적이다. 이때 유학 내부의 이단은 선학의 돈오에 빠진 강서(江西)의 육학과 공리에만 급급한 영강(永康)의 사공학을 가리킨다. 주희는 자신의 논적 육구연을 맹자의 논적이던 고자에 비유하였는데, 육학의 심즉리설이 맹자가 이단이라 공격한 고자의 생지위성설(生之謂性說)과 동질의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주자가 남긴 문헌은 크게 문집『주자집』, 문답집『주자어류』 그리고『사서집주』나 『주역본의』 같은 경전주석서로 구분된다. 『주자어류』는 주자와 제자들이 나눈 문답을 기록한 어록집이다. 경학의 입장을 들여다보면, 주희를 비롯한 당시 송학자들은 오경보다는 사서를 더욱 중시하였지만, 오경에서는 『역』을, 사서에서는 『중용』을 중시했다. 이 두 책은 천지인 삼재를 관통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세계를 새롭게 구상하고자 하는 송학자들에게 최적의 근거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주돈이의 「태극도설」과 「통서」, 장재의 『역설』, 소옹의 『황극경세서』, 정이의 『역전』, 사마광의 『잠허』, 주희의 『주역본의』와 『역학계몽』이 그러하다. 물론 주희 개인은『중용』보다 『대학』을 더욱 강조했다고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아래에 주희의 학문적 키워드와 주자의 학생들을 정리해보았다. 그리고 원문 해독을 위한 단어장도 마련해 보았다.
■주희의 상용어 ▶협흡(浹洽): 물이 물건을 적시듯이 널리 고루 퍼지거나 전하여짐. 사물을 숙독하고 도리를 숙고한 결과, 성현의 말이나 도리가 마음 속에 깊이 스며든 상태를 말한다. 비슷한 말로 '융석(融釋)'이 있는데, 주자의 청년 시절 스승이었던 이동(연평 선생)이 즐겨 쓴 표현이다. 송학자들은 완미를 통한 진리와의 합일을 중시한다. 그래서 주희를 비롯한 송학자들의 상용어는 체인體認, 체첩體貼, 체험體驗, 체회體會, 체구體究, 협흡浹洽, 함영涵泳, 함양涵養, 존양存養 등과 같은 말이다. ▶완미(玩味)
주희는 '착의끽반'의 일상생활에서 실천궁행하는 것을 중시한다. 구체적으로 삶의 현장에서 실천할 것을 중시했다. 주희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지 철저함의 '철徹'이란 말을 매우 좋아했다. 그래서 『주자어류』에 철골徹骨, 철저徹底, 철처徹處, 철두徹頭, 철시철종徹始徹終, 철상철하徹上徹下, 철두철미徹頭徹尾, 철심철수徹心徹髓와 같은 말을 자주 사용했다. ▶거경(居敬) 성학의 방법은 존양이다. 존양이란 마음을 보존하는 존심과 본성을 기른다는 양성의 줄임말이다. 존심이란 경을 통해 마음을 붙들고 있는 것이다. 양성이란 함양이다. 마음이 몸의 주재라면, 경은 마음의 주재이다. 경은 하나를 주로 하고 마음이 다른 곳으로 달아나지 않는다는 주일무적이다. 경은 단순한 심리학적 주의나 인지적 마음의 단속과 집중을 의미하지 않는다. 함양은 함영으로 자신의 내면에 깃든 하늘의 뜻과 합치하고 주객일치하는 것이다.
▶궁리(窮理) 궁리는 사물의 리를 탐구하는 것으로, 성인의 저작인 사서를 읽는 독서가 중시된다. 궁리의 정신은 정이를 계승한 격물치지이고, 공부의 방법론으로 위학為學, 문학問學, 강학講學과 연관된다. 리는 『주자사서혹문색인』에서는 소이연지리所以然之理, 소당연지리所當然之理, 리일분수理一分殊로 분류된다. 리理와 사事의 변증법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극기복례는 건도이며, 주경행서는 곤도이다."(『집주』, '중궁문인'장) 극기복례에서 '기'는 인욕을, '례'는 천리를 뜻한다. 유가와 달리, 불가는 '극기'는 있지만 '복례'가 없다. ■어류사전 골돌鶻突: 모호, 호도糊塗. 분명하지 않으면서 애매한 모습을 형용한다. 도단倒斷:판단하다, 계획하다, 해결하다. 도당賭當:안배하다. 발월發越: 정신이 고양되다, 안에 있던 것이 힘차게 분출되어 나오다. 비양飛揚: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은 모습. 타첩打疊:완전히 깨끗하게 처리하다, 안배하다, 처치하다. 하루罅漏: 균열, 틈의 뜻이다. 하극罅隙, 극루隙漏, 극하隙罅와 같은 말도 주희는 자주 사용한다. 흠궐欠闕, 공궐空闕, 휴궐虧闕, 휴흠虧欠, 결궐缺闕, 혹은 간間, 간단間斷, 간격間隔, 간극間隙과 같은 말과 통한다. 합하合下: 바로. 합득기소合得其所: 각득기소各得其所 '어류사전'을 위해 율곡학파에 속하는 이의철(李宜哲,1703-1778)의 『주자어류고문해의』(42권 10책)를 참조했다. ■주자문인(朱子門人) ▶보광輔廣: 보광의 자는 한경, 호는 잠암으로 절강성 숭덕 사람이다. ▶서우徐㝢: 서우의 자는 거보, 절강성 영가 사람이다. 그의 사사기는 3기로 나뉘는데, 제1차는 소희 원년(1190) 5월에서 이듬해 2년(1191) 2월 18일까지, 제2차는 소희 4-5년(1193-1194), 제3차는 경원 원년(1200) 3월 전후이다. ▶섭하손葉賀孫: 섭하손의 본명은 미도(味道)이고, 하손은 그의 초명이다. 절강성 온주 사람으로, 가정 13년(1220)에 진사가 되었고, 관직은 저작좌랑까지 올랐다. 그의 사사기는 네 시기다. 제1차는 1191-1193년(또는 1194년)이고, 제2차는 1194년, 제3차는 1196-1198년이고, 제4차는 1199년부터 주희 서거 때까지이다. ▶심한沈僴: 심한의 자는 중장이고 절강성 영가 사람이다. 경원 4년(1198) 이후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진순(陳淳,1159-1223): 진순의 자는 안경, 호는 북계로 복건성 장주 출신이다. 주문의 제자들 가운데 두드러지게 기록이 풍부하다. 주희가 가장 신뢰하였고 기대를 걸었던 주문의 준재다. ▶황간(黃幹, 1152-1221): 황간의 자는 직경, 호는 면재로 복건성 민현 사람이다. 주희가 크게 기대를 걸었던 제자로 그 사사기는 1176년부터 주희의 죽음 직전까지 단속적으로 30여 년에 이르며, 스승의 사위로 선택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