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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과 머저리 /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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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한글, 오른쪽은 영어로 되어있는 소책자다. 액자소설로 두 형제의 아픔과 그것을 극복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966년에 발표된 이 작품이 지금까지 많은 독자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가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병신과 머저리는 형이 동생을 타박하며 한 말이다.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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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한글, 오른쪽은 영어로 되어있는 소책자다. 액자소설로 두 형제의 아픔과 그것을 극복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966년에 발표된 이 작품이 지금까지 많은 독자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가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병신과 머저리는 형이 동생을 타박하며 한 말이다. 두 형제는 서로 어떤 문제에 부딪혀 해결책을 모색하는 중이다. 형은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소녀 때문에 병원 문을 닫고 술에 취해 지낸다. 동생이 보기에 형의 죄책감은 좀 심해 보인다. 다른 병원에서는 수술하기를 꺼려했고, 소녀의 부모도 만약 수술이 잘못되더라도 원망하지 않겠다는 말을 한 걸 보면 애초에 성공 확률이 낮았던 수술이었다. 우연히 형이 쓰고 있는 소설을 보게 된 동생은 이번 일로 되살아난 형의 상처를 알게 된다. 형은 전쟁 중에 사망한 김 일병에게 깊은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형의 자전적 소설을 몰래 훔쳐보던 동생은 며칠동안 진전이 없자 답답한 나머지 자신이 결말을 써버린다. 그런 동생을 향해 형은 병신과 머저리라고 한 것이다.

 

동생은 형의 그런 핀잔에 수긍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짧은 내용이지만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가를 살펴보기에 좋은 내용이었다. 형은 한국전쟁 때 위생병으로 참전했다. 압록강 앞까지 갔다가 1.4후퇴로 북한 땅 강계에서 낙오된다. 그런 극한의 시기에 함께 낙오된 김 일병의 죽음을 막지 못한 죄책감이 마음에 상처로 남았던 것이다.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 건강한 사회인으로 돌아오기 위해 형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회피보다는 복기해서 문제의 해결점을 찾고자 한 것이다.

 

동생은 심한 부상을 당해 회생하기 어려운 김 일병을 형이 쏘는 것으로 대신 결말을 맺었다. 김 일병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형은 약자에게 위해를 가하면서 그것이 약자를 위한 행동이라고 위선을 떠는 동생의 결말이 못마땅했다. 또 자신과 달리 연인을 붙잡지 못하고 우울감에 빠진 동생의 모습도 보기 싫어했다. 혜인은 다른 사람과 결혼날짜를 정해놓고도 동생을 두 번씩이나 찾아오고 결혼 당일에는 속달편지까지 보내왔다. 혜인은 그 편지에서 아무 것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동생을 비판하며 생각 속에만 갇혀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런 사정을 다 알고 있는 형은 현실적 감각 없이 회의주의에 빠진 동생에게 세상은 이분법으로 규정할 수 없다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요구한다.

 

형은 동생이 쓴 내용을 지운 뒤, 김 일병을 죽이고 온 오관모를 자신이 총으로 쏘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다. 약자를 보호하지 못했던 죄책감을 소설 속에서 해결한 형은 병원 문을 다시 열었다. 하지만 아직 이야기가 남아 있다. 일상으로 돌아온 형 앞에 오관모가 나타난 것이다. 형은 오관모를 만나고 온 날 자신이 쓴 소설을 불에 태운다. 허구를 통해 상처를 극복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으며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만이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두 개의 이야기가 뒤섞여 진행되는 이 소설은 독자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동생은 형의 얼굴이 명료한데 반해 자신은 그렇지 않음을 자각한다. 그 명료함이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올바른 답을 형은 갖고 있으며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의 상처는  약자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있다. 이런 감정은  이타성이 큰 사람들이 가진 공감 능력이다. 앞으로 형은 더 강한 이타성을 발휘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자신도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 갈 것이다.

 

 이에 반해 동생의 무기력함은 타인과의 공감 능력 결여라고 생각한다. 혜인은 이런 동생의 태도를 비판한 것이다. 오래전 소설이지만 두 형제와 혜인, 형수의 모습을 보면서 사는 일의 고민은 언제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t******e 2020.06.06. 신고 공감 10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