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아버지와 나는 이 강둑을 거닐며 많은 말을 나누었다. 언제인가,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쉬지 않고 흐르는 강처럼 너두 쉬지 않고 자라거라. 다음에 크면 어떤 길이 우리 모두에게 행복과 평등을 가져다주는 길인지 배우고 깨우쳐야 한다······. 그러자, 아버지가 죽었다는 실감이 비로소 내 마음에 소름을 일으키며 파고든다. 이제부터, 앞으로 영원히 아버지는 내게 그런 말을 들려줄 수 없다. 나는 홀연히 떨기 시작한다. 서른일곱 살 나이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아버지. 이제 내가 죽기 전 만날 수 없게 된 아버지. 어린 나에게 너무 어려운 수수께끼를 남기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길지 않은 인생을 더듬을 때, 나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떤다. 두려움과 함께 어떤 깨달음이 내 머리를 세차게 친다. 그 느낌은 살아가는 데 용기를 가져야 하고 어떤 어려움과 슬픔도 이겨내야 한다는, 그런 내용이다.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이 안개 저쪽같이 신기한 세상, 내가 알아야 할 수수께끼가 너무 많은 이 세상을 건너갈 때, 나는 이제 집안을 떠맡은 기둥으로 힘차게 버티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결심이 내 가슴을 적신다. 눈물을 그 느낌이 달랜다.(어둠의 혼, 80~8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