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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좋은 아이든 나쁜 아이든 상관없어. 그냥 너랑 있는 게 좋아." 나도 베티와 함께 있는 게 좋다. 베티가 좋은 아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베티라서 좋았다. 좋다는 건 그런 거다. - p117 "그 남자는 네 아빠가 아닌 것 같아." "왜?" "너는 이렇게 예쁜데, 그 남자는 너무 못생겼어." 베티가 또 웃었다. 베티가 내 말에 웃어주는 게 너무 좋다. 마치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 된 것 같다. 학교에서처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애가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산소 같은 사람 말이다. - p130~131 그런데 어떤 선물은 한번 주고 나면 어떻게 해도 고스란히 다 빼앗아 가지는 못해. 이를테면 마음 같은 거. 우정 같은 거. 우정이 한번 마음에 들어오면 구석구석 스며들어. 누군가 도로 가져가 버린다고 해도, 내 마음은 이미 우정을 알아 버린 마음이 되는 거야. 우정을 아는 마음과 모르는 마음, 그건 아마 어릴 때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한 번이라도 받아 본 사람과 단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사람의 마음만큼 다를 거야. - p214~215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창밖의 아이들'을 쓴 이선주 작가의 장편 동화, '그냥 베티' ? 학교에서, 바깥에서도 혼자 다니는 게 일상인 열두 살 서연이에게 외국인 친구가 찾아온다. 필리핀에서 온 아이, 베티. 베티는 '코피노'라고 불리는, 필리핀 사람인 엄마와 한국 사람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다. 아빠를 만나기 위해 엄마와 함께 한국으로 왔다. 베티의 엄마, 앤절라가 서연의 엄마와 친구인 까닭에 베티는 서연이의 방에서 함께 지내게 됐다. ? 제목인 '그냥 베티'를 생각해보면 살짝 이 책이 어떠한 고정관념 혹은 선입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나 보다 생각할 수 있다. 보통 내가 생각했던 수식어를 뒤로 하고 본연 그대로를 보려 할 때 '그냥'이라는 말을 붙이곤 하기 때문이다. 서연이는 엄마에게서 외국인 친구가 올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헤르미온느 같은 서양 아이를 떠올렸다. 베티가 서연의 앞에 나타났을 때 느낀 실망감은 외국인 친구에 대한 서연이의 고정된 생각을 알게 해 준다. 우리나라보다 못 사는 나라에 사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도 이선주 작가는 꼬집는다. 특히 어른들의 편견이 아이들보다 더 심하다는 걸 이야기를 통해 드러낸다. 어른의 눈에는 정화 작용을 하는 아이들의 순수함마저 없으니. ? 베티의 이야기에 집중하면 '코피노'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 혹은 부정적인 생각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고하게 해주는 구나 라고 생각이 들다가 진정한 아빠의 역할, 아빠의 모습 혹은 부모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나 생각해보게 된다. 엄마가 슬퍼하는 게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엄마를 따라 한국에 왔지만 아빠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은 베티 그리고 마음 속을 제대로 들여다봐주지 않는 아빠와 항상 하고싶은 대로만 하는 엄마 떄문에 친구를 잃었던 서연이. 단순히 엄마, 아빠니까, 엄마, 아빠가 하라고 했으니까 따르는 착한 아이에서 벗어나 그냥 서연이, 그냥 베티가 되고픈 열두 살 아이들이다. ? 학교에서 서연이는 혼자다. 등하굣길에도 혼자 걸어가고 교실 안에서도 혼자 앉아있는 일이 다반사다. 친구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다 들어주지만 돌아오는 건 없다. 친구들은 자기들이 친해지고 싶은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서연이는 착한 서연이다. ? 열두 살 아이들의 방식으로 어른들에게 속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알아달라고, 어른들이 생각한 게 정답이 아니라고. 서로의 속마음을 많은 소통 없이도 이해한 서연과 베티는 그냥 서연이어서, 그냥 베티여서 좋다는 걸 깨닫는다. 이게 진심 어린 우정이라는 걸 배운다. 베티가 필리핀으로 돌아가고 나서 서연이는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발표 시간에 베티의 이야기를 꺼낸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멀어진 건 아니라는 걸, 우정은 그런 거라는 걸, 그리고 베티는 그냥 베티라고, 내 친구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