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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작가 '리앙'의 첫 장편 소설이라고 한다. 대만 출신의 작가가 쓴 소설은 첨이라 어떤 설레임이 있었다. 그것은 중국작가의 소설을 재밌게 읽었던 좋은 트라우마에서 비롯되었다. 1. 이 소설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여 주인공인 '주잉홍'의 감정이나 느낌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기술하고 있다. 살짝 독특한 구성이라고 할까.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 소설을 읽기 전에 대만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아 둘 필요가 있을것 같다. 왜냐하면 이 책은 대만의 역사를 실루엣을 통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문장이 있다. '나는 청일전쟁 말년에 태어났어.' 주잉홍이 어렸을 때 작문시간에 쓴 문장이다. 이 문장은 소설에서 자주 나온다. 대만은 1894년 청일전쟁때 일본에 식민지로 된다. 1945년 일본 패망에 의해 독립을 하게 된다. 중국 국공 내란전에서 패한 국민당이 대만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국민당이 40년 독재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잉홍의 아버지 '주엔엔'은 탄압을 받고 자신의 주체성에 대해 알아가는 노력을 하기는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놓아 버리려고 하는 듯 함원에 있는 정원을 가꾸거나 비싼 카메라를 사는 일에만 몰두한다. 2. 주잉홍이란 여자는 유부남인 링시겅과 사랑에 빠지는데 소설에서는 링시겅이란 남자에 매력을 그다지 자세히 기술하지 않았다. 그저 주잉홍이 처음 본 순간 가슴이 떨렸다는 것에서 그치고 있다. 아마도 링시겅이란 남자가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한 재벌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첫눈에 반했다는 것인가. 주잉홍은 링시겅과 관계를 가지면서도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갖기도한다. 그와 헤어지고 나서 심한 상처에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결국 재결합을 하고 나서 링시겅의 아이를 가졌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낙태를 결심한다. 3. 이 소설을 보면 특이한 점이 아버지 주엔엔의 말이다. 그는 거의 대부분 일본어로 이야기를 한다. 주잉홍의 일본 이름 아야코를 자주 부른곤 한다. 아마도 국민당 정부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한 가문의 역사를 통해 대만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유추해 볼 수 있게끔 작가가 설정을 그리한 거 같다. 4. 소설은 큰 사건이라 할 것이 없다. 아버지가 딸에게 이야기를 하는 형식을 취하고 주잉홍의 회상과 곁들여져 있다. 일상적인 이야기들 속에 그때 당시의 대만 사회를 엿볼수 있다. 주엔엔이 가꾼 정원은 뭘 의미할까. 그리고 왜 제목이 미로의 정원일까. 그것은 아마 대만이라는 나라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섬에 사는 본토인과 대륙에서 건너온 국민당 사람들이 마치 정원을 가꾸어 사는 것 처럼 보이지만 한치 앞도 볼 수 없고 길을 찾을 수 없는 미로속에 갇힌 신세라는 것을 말하는 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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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원은 주잉홍이 태어나고 자랐던 곳이다. 그곳을 이제 공동관리 기금회에 기증하려고 한다. 주씨 가문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함원, 정원은 이제 기증되는 것이다. 주잉홍은 아버지가 가꾸고 가꾸던 정원에서의 기억을 되새기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사랑, 린시겅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주잉홍의 아버지는 지식인으로 살았지만 그 이유로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병든 몸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나 평생을 침류각에만 홀로 있는다. 찾아오는 손님도 없고, 홀로 방을 지키고 있는 주잉홍의 아버지는 정원을 새로이 꾸미기도 했다. 타이완의 땅에는 그에 맞는 나무가 있어야한다면서 정원의 나무와 꽃들을 타이완의 것으로 바꿔 꾸민 정원. 그의 아버지는 타이완에서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집에서는 일본의 신발과 옷을 즐겨 입는다. 그리고 일본말을 하고 일본 이름을 사용하고....
주잉홍은 린시겅을 외삼촌이 가라고 한 모임에서 만나게 된다. 린시겅은 부동산이 활황을 이루었을 때 부를 쌓은 부자로 둘은 첫 눈에 반하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린시겅은 세번째 결혼이라는 사실, 그럼에도 주잉홍은 린시겅을 향한 사랑을 뿌리칠 수가 없다. 헤어져보려고 한 시간이 있었지만 그녀는 도저히 감당해내지 못하고 만다. 사랑은 주잉홍에게 불같이 찾아왔고 그 불꽃은 꺼지지 않고 오히려 활활 타오르기만 하는 것 같다.
책은 주잉홍이 함원에서 자라던 어린시절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또한 그녀가 린시겅을 만나 사랑하게 되는 그 이야기들로 번갈아 채워져 있다. 오래 전부터 주씨 가문의 정원이었던 곳을 공동관리 기금회에 기증하고, 주펑이라는 해적이라는 신분의 조상을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들은 이후로 기억에서 몰아낸 적이 없는 주잉홍이다.
타이완은 40년 계엄령이 실시되던 시대적 배경이 있었다고 한다. 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항쟁과 투쟁의 모습들이 타이완의 시대 속에 있다. 저자는 그것을 기억하고 있고 그것을 담아내고 있다. 상징과 은유로 채워진 책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그렇다고 항쟁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연인 간의 사랑과 부모님에 대한 사랑, 혹은 개인과 국가에 대한 이야기로 읽어도 된다고 말한다. 너무 무겁게만 다가가기 보다는 조금은 가벼운 시선으로 읽어도 주잉홍의 이야기는 우리들 곁에 다가서는 것이다. 저자는 이질적인 어둠 또는 잔혹함, 그 안에 들어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 속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던 바로 그것을 찾아가는 시선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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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랑은 그렇게 성난 파도처럼 나를 덮쳤다.” 책의 겉표지에 새겨진 문장 속의 감성. 정말로 내 눈앞에 높은 파도의 물결이 나를 덮치려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란 어떤 것인지 책을 읽을 덮은 후에야 비로소 온몸에 전해지기 시작했다.
성난 파도가 물결치는 모습처럼 <미로의 정원>에서 말하는 사랑 또한 피하기 어렵고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성질로 표현되어 읽는 내내 안타까웠던 것 같다.두 사람이 전개할 사랑을 가늠하고 예측하려 노력해봤지만 갑작스럽게 생겨버린 한 남자에 대한 맹목적인 일편단심과 어긋남 속에서 벌어지는 돌발적인 행동을 나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과연 린시겅의 매력이 무엇일까?’ 라는 의문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대한민국과 상당히 흡사한 사회구조 속에서 자수성가한 젊은 땅 부자라는 단어에 은유적으로 함축된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
즉, 자본주의에서 성공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상의 이미지. 다소 속물적인 기준의 매력기준에서 끌릴만한 요소가 많아 보이는 인물에게 주잉홍이 무섭게 빠져들었다는 생각에 나는 이 두 사람의 관계의 이어짐이 더욱 못마땅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2. <미로의 정원>의 페미니즘. 이것은 다소 능력치가 떨어지는 남성을 치명적인 매력의 여성이 주도하는 일반적인 관계와는 다른 새로운 설정이었다.주잉홍은 미실처럼 모든 남자를 휘어잡지 못하고 잡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단지, 린시겅에게 매료된다.
하지만 뼈대있는 가문 출신이라는 굴레 때문에 그에게 풀어놓지 못한. 오히려 그런 그녀가 린시겅에게 성적 도구 따위로 전락하는 장면. 남성으로서는 정복했다는 쾌감을 느낀. 하지만 여성에게는 무척이나 치욕스러운 그 순간. 깊은 곳에서 샘솟는 야릇한 욕구. 이것을 다른 남자에게 무자비하게 풀어내는 기이함.
이처럼 성적으로 결핍되어있는 그녀의 동물적인 감각이 요구하는 허용치는<미실>보다 훨씬 높았다. 그 강렬하면서 적나라한 행위는 치밀한 포르노그라피의 방식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그 순간 주잉홍의 내면이 개입하며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의 성애는 황홀하지만 밝은 모습이 전혀 아닌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퇴폐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감정을 이해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책을 읽고 손에 놓고 다시 읽은 일주일 내내 느끼는 어려움이다.
3. <미로의 정원>은 정말 집중하기 어려웠던 책이다. <정원>에서 주로 사용한플래시백 기법은 어떤 상황이나 사건에 대한 잠재적이거나 표면적인 과거의 원인이 될 만한 이야기를 덧붙여 인물의 내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의미로 사용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미로의 정원>에서의 시점전환은 그런 모습을 잘 관찰할 수 없었던 것 같다.
판이한 두 시대의 계속되는 전환은 나에게는 주잉홍의 내면을 이해하는 거울의 역할이라기보다는 시대의 어떠한 단절. 그리고 급격한 변화를 암시하는 장치로 다가왔던 것 같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나라의 급격한 경제성장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된 대만의 경제성장의 전과 후의 느낌이 바로 <미로의 정원>에서의 그려내고자 했던 단절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불과 이, 삼십 년 간의 짧은 시간차(인류역사의 발전 속도에 비하면 현대의 시간동안 발전한 속도는 무시무시하게 빠르다.)가 빚어내는 낯섦이 <미로의 정원>에는 숨겨져 있고 집중하기 어려운 느낌은 어떤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4. 그러나 그러한 변화가 낯섦을 불러내는 흐름 속에서 단 한 사람은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일제에 반대하고, 독재정치에 반대했던 그를 옥죄었던 감시의 눈초리들. 함원. <미로의 정원> 내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제한된 자유 속에서 행했던 여러 행동들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았지만 분명히 의도된 행동이었다.
그는 살아있는 현재를 남김없이 보존하려 했던 존재였고, 우리는 이와 같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남긴 무언가로부터 과거와 현재를 간신히 이어가고 추억하며, 그 감성을 아날로그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어떤 메시지를 느꼈다. 그리고 이것을 양분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아비의 마음이 전달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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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꾸며진 정원은 사람을 매혹시킵니다. 이 소설도 역시나 잘 꾸며진 정원 같습니다. 거대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곳 저 곳 둘러볼 곳이 많습니다. 잘 꾸며진 정원은 것으로 보기에는 별 다른 손이 갈 것 같지 않지만, 정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 많은 손이 들지요. 정원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주인공인 주엔엔과 주잉홍도 처음에는 잘 가꿔진 정원같습니다. 하지만 소설 속 시간이 지나면서 둘의 모습은 자주 손 보지 못하는 정원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 갑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추락이 시들어버린 정원처럼 추한 것은 아닙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모습은 흡사 아름다워 보입니다. 역사의 궤도에서 추락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쓸쓸하지만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막무가내로 그리고 지저분하게 사그라지는 것이 아니라 타락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러한 타락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변화의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정원을 돌보지 않으면 그 전처럼 정돈된 모습을 볼 수는 없겠지만 다음 해에 다시 봄이 오면 자연의 이치로 분명 꽃이 피고 다시 생기가 돌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변화의 가능성을 앞두고 있기에 그들의 추락이 처연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들의 타락이 타이완 역사와 맞물려 있기때문에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여성 작가의 시선이 어느 부분에서는 거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품의 본질은 지식과 문체에서도 그 빛을 다합니다. 이 작품 역시 그런 작품입니다. 타이완은 역사 역시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공감도 있습니다. 과거와 현실을 오가면서 서술하는 것이 극에 대한 아련함을 더합니다. '미로의 정원' 작가 리앙이 정원에 숨겨놓은 것은 무엇일까요? 나는 과연 그 정원 속에 있는 것을 읽어낸 것이 맞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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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대표적인 여류작가, 리앙(李昻, Li Ang)의 첫 번째 장편소설인 『미로의 정원(迷園)』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전에 대만 출신 작가의 글을 읽어 본 적도 거의 없는 데다 리앙의 소설도 처음인데, 이 작품은 출간 이래로 끊임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킨 소설이라고 하여 더욱 기대가 컸다.
작가의 조국인 대만의 역사와 한국의 역사는 닮은꼴이다. 둘 다 일본 식민지배를 받았고 한국이 그러했듯 대만도 오랜 기간 동안 국민당의 군사 독재를 겪은 후에야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 1949년부터 1987년까지 이어진 계엄령 하에서는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금지되었다고 하는데 작가, 리앙은 바로 이 시기에 『미로의 정원』을 집필했다고 하니 대만 민족의 역사와 관련된 민감한 이슈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이 얼마나 많은 검열을 받았을 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작가가 1991년에 쓴 서문에는 이런 문장이 등장한다.
"다만 마지막으로 밝혀두고 싶은 것은 『미로의 정원』은 <중국시보>에 연재되는 동안 일부 내용을 삭제당했으며, 출판된 단행본이야말로 진정한 원본이라는 사실입니다."
소인국이 등장하는 동화로만 알고 있던 『걸리버 여행기』를 무삭제 완역판으로 읽었을 때의 충격을 떠올리며 나는 소설, 『미로의 정원』의 첫 장을 넘겼다.
주잉홍이라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소설은 얼핏보면 (출간 당시로는 상당히 파격적이었을 장면이 다수 등장하는) 단순 연애소설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살펴보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대만 사회의 역사, 바로 그 자체가 아닐까. 각종 금기가 난무하는 시대에 쓴 글이기에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많은 주제나 메세지들을 은밀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가령,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중요한 장소로서 계속 등장하는 대만의 명문 세가 루청 주씨 집안의 정원인 함원은 실은 대만이라는 나라 자체이며 주잉홍이 이끄는 주씨 집안이 거쳐온 세월은 대만 민족의 역사를 의미하는 식으로 말이다. 주잉홍은 힘을 잃은 지식인이었던 아버지, 주주옌이 집에서만 칩거하며 소중하게 가꿔온, 그러나 아버지 사후에 황폐해져버린 함원을 다시금 일으켜 세운다. 주잉홍의 이런 노력은 어린 시절부터 미국과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그 곳에서 계속 살아가며서 이제는 대만인이라기보다는 외국인에 더 가깝게 되어버린-그래서 아버지의 장례마저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다시 대만을 떠나야만 했던- 주잉홍의 남자 형제들의 삶과 대조를 보인다.
주잉홍은 대만의 부동산붐을 따고 일약 거물로 떠오른 건축업의 대가이자 그녀의 남편인 린시겅의 도움으로 함원을 재건한다. 그리고 이공간을 정부에 헌납하는 대신 대만 사람들을 위한 공공의 장소로 기증을 하며 이야기를 맺는다. "나는 이 정원이 타이완의 것, 2천 타이완 사람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하는 거예요. 인민을 억압한 정부의 것이 아니라." 일면, 박경리의 『토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 소설을 통해 나는 짧게 나마 대만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여행을 한 듯한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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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의 정원> 이 책<미로의 정원>을 읽으면서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도 도무지 해 깔리기도 하면서 이미 알고 있었던 장르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하면서도 빨갛고 오돌토돌한 겉표지가 진정으로 정감이 와 닿아서 무척 설래 면서 아름다운 정원에 대한 꿈속 같은 환상을 모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 아버지 산소에 다녀왔었습니다. 사람은 늙어도 키가 적정한 크기로 원하는 데로 자라지 않지만 식물들은 놀라울 만치 훌쩍 키가 커있는데 감탄과 밑둥지가 두터움에 스스로 감탄을 감출 수 없습니다. 타이베이를 주제로 한 소설, 장르는 독자들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이 별로 없기에 많이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기존에 출간된 책들을 살펴보면 엄청나게 꼼꼼한 필력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아시아권에서 나오는 책들이 대부분 짜임새가 깊고 깊은 감동을 주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이 중국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타이페이작가의 책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송이 꽃에서 나는 향기를 느끼고 싶고 넓은 정원을 나름대로 상상하면서 소녀의 나비처럼 마음껏 감성의 나래를 펼치고 싶었던 이 소설의 나름대로 느끼고 싶었습니다. ‘함원’의 깊은 사랑과 과거 해적이었던 ‘주’ 가문에 대한 전설 같은 자부심을 비록 글이지만 마음 속 깊숙이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 책의 특징은 되도록 여성의 입장에서 아버지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습니다. ‘주이홍’이 소학교 3학년 때 작문공책에 ‘나는 갑오경쟁 말년에 태어났다’는 지문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격동적으로 살아간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기에 그 시절을 겪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격동의 세월을 모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고난의 세월을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까 어두웠던 기억이기에 아픔, 고통, 좌절을 ‘함원’이라는 정원을 통해서 잔잔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으로 표현하고 싶었기에 봉황이라는 의미로 하고 싶었지만 결국은 카메라에 집착을 가지고 죽음을 맞이 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과 함께 ‘’린시겅‘과의 사랑의 표현은 아이러니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학교에 입학할 때 머리에 대한 아버지와 엄청난 갈등 과 트라우마에 고통을 ’린시겅‘에 대한 사랑으로 변화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부동산으로 엄청난 부를 이룬 ‘린시겅’과의 진한 육체적 행위가 단순한 욕망이 아닌 소녀에서 숙녀로 변화 하는 ‘주이홍’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을 표현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아름다운 책인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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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타이완(대만)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른바 국공 내전(중국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 사이에 일어난 내전)에서 중국 국민당이 패배 후 타이완 섬으로 이주해 세운 국가로 중국과는 여전히 분쟁 중이라는 것,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 우리와는 여러 분야에서 경쟁 관계이며 예전에 뉴스에서 간혹 들렸던 자유중국이라는 단어는 중국과의 수교 이후 사라졌다는 것 정도가 타이완에 대해 알고 있는 대부분일 것이다. 게다가 현재의 경우 친일 국가, 우리를 질투하는 국가 등등 좋지만은 않은 이미지로 박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의외로 타이완은 역사적이나 경제적으로도 우리와 닮은 점이 무수히 많다. 역사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 공산당과의 내전 후 독재를 했던 점도 그러하고 경제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것도 그렇다. 친일이 득세한다는 것도 비슷하려나? 리앙의 『미로의 정원』은 1950년대 국민당 독재 시절과 1970년대 고도 성장기 타이완의 모습에, 주잉홍이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아버지 주주옌, 그리고 젊은 부동산 재벌 린시겅과의 관계를 시공간을 넘나드는 플래시백 기법으로 정치적, 경제적 격동기를 보낸 타이완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그려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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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삶은 쉽게 출구를 알려주지 않는 복잡한 미로와 같다. 계획과 의도와는 상관없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고 감당할 수 없는 일에 휘둘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현명하게 잘 이겨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이는 되돌아가는 길을 택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누구의 선택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건 역사도 마찬가지다. 지나온 역사 속 정치나 경제, 문화가 언제나 옳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으므로. 『미로의 정원(迷園)』속 타이완의 역사도 그렇다.
소설은 웅장하고 거대한 함원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거대한 미로같은 함원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아버지와 딸의 삶을 이야기한다. 함원은 주잉홍이 나고 자란 곳이다. 아버지는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이었지만 사상범으로 감시의 대상이다. 아버지는 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서 유배하듯 생활한다. 그의 일상은 함원을 가꾸고, 고가의 사진기를 수집하여 함원의 모습을 찍고, 자동차를 사들이는 게 전부다.
어린 주잉홍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지만 성장하면서 함원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다. 집안은 점점 몰락하고 주잉홍은 가족을 떠나 유학을 간다. 유학을 하는 동안에도 그녀는 아버지가 보낸 편지를 통해 함원을 만나고 그리워한다. 결국 아버지는 죽고 함원으로 돌아온다. 홀로 함원에서 살게 된 주잉홍은 부동산 개발업자인 린시겅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는 주잉홍에게 허물어진 함원을 복원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주잉홍은 분명 그를 사랑했지만 확신이 없었다. 그는 유부남이었고 소문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잉홍에게 린시겅은 어쩌면 함원과 같은 의미였는지도 모른다. 버릴 수 없는 존재, 지키고 싶은 존재 말이다.
소설은 계절마다 색다른 아름다움을 뽐내는 함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황홀하면서도 몽환적인 풍경은 놀랍도록 아름답지만 서글프다. 아버지와 딸의 몰락을 모두 지켜본 공간이고, 타이완의 역사를 비유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함원은 일본 식민지였고 군사 독재를 받았던 아픈 시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린시겅이라는 부동산 업자의 역할도 그러하다. 타이완의 경제가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하는지 그의 행동을 통해 알려주는 것이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한 소설이다. 매혹적인 슬픔을 담고 있다. 주잉홍과 린시겅의 사랑이 그러했고, 함원에서의 삶이 그러했다. 아버지와 주잉홍에게 함원은 같은 공간이었지만 의미는 달랐다. 함원은 곧 인생이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편지처럼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저마다의 함원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복잡하면서도 신비로운 미로같은 삶을 사는 것이다.
‘나는 일생 수십 년을 함원에서 살았지만, 아야코가 편지에서 말한 참억새꽃이 온통 하얗게 하늘을 뒤덮는 장면을 본 적이 없어. 어둠속에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인생의 인과응보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날 아야코가 본 것은 결국 이 끝없는 인생도 일종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이거나, 설령 정말 참억새꽃이 눈처럼 하늘을 뒤덮었다 해도 결국에는 땅에 떨어질 것인데, 이는 일체의 모든 것이 발생한 적도 없고 온 적도 없고 간 적도 없다는 것, 이 대천세계는 한바탕 꿈에 불과한 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p. 3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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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도 우리나라만큼이나 격렬한 현대사를 겪었다. 청일전쟁으로 일본에 져서 식민지 시대를 보냈고, 그 시기 안에 공산당과 국민당의 내전이 있었으며, 공산당에 밀린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이동해 나라를 세움으로써 중국 본토에서 온 이들과 원래 대만에 있던 이들의 갈등이 존재한다. 국민당 정부가 독재 권력을 떨치면서 40년간이나 계엄령이 실시되었던 어두운 과거가 있다. <미로의 정원> (2012, 리앙 지음, 은행나무 펴냄)은 이런 계엄령 치하의 대만에서 1986년부터 1990년까지 쓰인 여성 작가의 책이다. <미로의 정원>의 주인공은 대만에서 8대째 살고 있는 주씨 가문의 딸 주잉홍이며, 그녀가 나고 자란 '미로의 정원' 함원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여 대만의 문화를 담았다.
공산당과 국민당의 내전에 패하여 대만이라는 섬으로 쫓겨온 역사가 있고, 당시 중공의 군사적, 외교적 위협이 계속되고 있었던 터라 사상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그런 사상적 검열에 희생된 아버지 주주옌은 건강 악화 때문에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고 '함원'이라는 중국식 정원을 대만화하는 일과 딸인 주잉홍의 교육에 힘썼다. 함원이라는 감성적인 공간과 사상에 의한 아버지와 선생님의 부재라는 시간적 배경에서 성장한 주잉홍은 전통이 오래된 명문 집안의 우아함 같은 것을 갖추었고, 건설업으로 성공한 남자 린시겅을 만나 사랑하고 마침내 그를 얻게 되는 데 그 우아함이 유용하게 쓰인다. 아버지의 시대를 대표하는 함원과 린시겅이 대표하는 개발 사이에서, 주잉홍은 기금회를 만들고 함원을 거기에 기부함으로써 전통적, 문화적 가치의 훼손을 막는다.
저자는 1991년의 서문 외에도 2012년 한국어판 서문을 정성껏 곁들였다. 이 작품이 쓰인 시대의 상황과 그 안에 담고자 했던 이야기들, 책이 나온 후의 이야기 등을 말이다. 계엄령 하에서 직접적인 서술을 하지 못한 채 비유와 함축을 담은 터라, 그들이 살아온 시대와 민족적 배경, 문화를 알지 못하는 다른 나라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폭이 좁을 것이다. 이를 잘 보완한 것이 책 말미에 실린 '역자 후기'이다. 동국대 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역자는 리앙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면서 <미로의 정원>을 자세하게 풀어 놓음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 후기를 읽고 난 후에야 나는 <미로의 정원>에서 어떤 것을 이야기하고자 했었는지를 아주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나온 후로 벌써 20년이 넘게 흘렀는데, 그사이 대만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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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지리한 곳은 극동 아시아이다 한국 옆으로는 일본과 중국이 있고 북한도 있고...좀 더 범위를 넓히면 타이완도 있고 홍콩도 있다 홍콩은 그 인지도와 명성이 자자해서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홍콩에 대해 나는 아는 것이 없다 어디 내가 모르는 것이 홍콩 뿐이랴 좀 더 많은 책을 읽을수록 좀 더 지식이 쌓일수록 내가 아는 것이 정말 적다는 반비례의 진실을 깨달아간다 홍콩 뿐만이 아니라 타이완에 대해서는 더욱 아는 것이 없다 무지와 소양의 부족이 아니라 어쩌면 이것은 관심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솔직하게 인정한다 나는 타이완에 관심이 없다 홍콩은 그나마 관광과 쇼핑등으로 유명하고 하다못해 홍콩영화 때문이라도 접할 필요성이 있지만 타이완은 뭐 유명한 것도 없고 하는 방약무인한 마음에 무관심했던 것일 터이다 그러나 타이완도 굴곡진 현대 역사의 기억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한국과 동병상련의 처지이고 또 한국과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인접국가임을 주지할 때 알아야하겠다는 의식이 생겼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골랐고 또 조금은 역사 공부를 하겠다는 색다른 의미에서 이 책을 읽기로 작정했다
이 소설은 다층적인 은유와 간접적인 암시로 쓰여져 있다 그래서 내가 애초에 바랐던 현대타이완역사에 대한 지식은 아쉽게도 기대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검열의 철퇴가 굳건했던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모호한 표현을 해야 했을 것 같다 그런 탓에 구체적인 사건과 명확한 역사적 배경은 이 책에 상술되어 있지 않다 얼마간 상징적이고 다소 비유적인 언급으로 타이완의 지나간 그늘을 그리고 있다 아버지와 딸 그리고 그 딸의 연인이 그려내는 복잡한 무늬의 심리적 묘사는 어딘가 안쓰러운 슬픔이 배어 있다 몰락한 꿈을 안고 그 꿈의 뒷편에서 좌절의 상처를 되새기는 아버지의 허허롭고 쓸쓸한 마음을 딸은 명시적으로 자각하지 못하지만 심정적으로 공감하며 존경의 염을 보낸다 타이완의 기원과 무력을 상징하는 아버지의 그런 영락과 실의를 어린 딸은 안타까움과 사랑을 가지고 바라보며 점차 성장한다 타이완의 발아하는 근현대사의 움직임 ... 신선하고 청신하며 단아한 타이완이라는 새로운 움직임은 딸의 모습에 투과되어 변모하는 타이완의 성장과 함께 한다 그리고 타이완의 남성적 힘과 역동적인 기운을 상징하듯 딸의 연인인 남자가 있다 그 남자와 가까이 다가갈 듯 하면서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딸은 한다 다가가면 물러서고 멀어지면 아쉬워하며 무언가를 주고 또 돌려받으며 그들은 그렇게 자신 속에 서로의 흔적을 확인하고 진정한 사랑의 일치를 찾아 고뇌한다 타이완의 어둠과 아픔을 담고 있는 그 두 연인의 사랑은 쉽게 이루어질 듯 하면서도 심리의 질곡 속에서 간단없이 헤매며 출구를 찾아 방황한다 타락적이고 퇴폐적이며 퇴보적인 그들의 연애의 경로는 그 자체가 먼 길을 돌아 빛을 찾아 헤매던 타이완의 험난한 역사와도 일치한다 아버지의 영광스런 그러나 아픔으로 점철된 과거와 연인의 광대하지만 황량한 내적 세계 사이에서 딸은 자신이 사랑하고 지켜야할 가치의 중첩과 혼돈 그리고 추구의 지난함을 맛보며 타이완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이들어간다 과연 딸의 마음 속에서 타이완은 그리고 진정한 사랑은 어떤 영상으로 소중한 기억에 새겨질까
딸은 끝내 아버지를 잃고 말고 그리고 그의 부재에 자신의 일부가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을 자각한다 그리고 연인과의 결합에서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과거의 그녀가 아니고 독립적인 주체가 되어감을 인식하며 그렇게 연인과 결합한다 이 책에서 타이완은 독립적인 공간을 가진 고유의 국가로 상징화되며 그 안에서 딸은 타이완의 주체적인 정신으로 자리매김한다 과거의 그림자에서 현대시대의 빛으로 이행하는 그 과도기의 골목길을 딸은 혼란스럽게 그리고 심리적 방황과 모순을 거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 딸의 운명은 그 마음의 복잡하고 미묘한 파동에 따라 사랑과 후회의 점이지대를 지나고 그 속에서 성장의 중간점을 취하려 한다
읽는 내내 담담하면서도 독한 술을 마시는 것 같은 심리적 도취로 암울하면서도 낯설은 느낌에 혼란스러웠다 단순한 이야기이면서도 그 속에 여러 가지 많은 것을 집어 넣어 다의적으로 해석되게 열린 텍스트를 유지하며 써내려간 작가의 의도 과연 그런 작가의 의도한 바를 내가 얼마나 몇 개나 간취하였는지는 의문이다 눈 어두운 독자인 내가 이 책의 진정한 요체를 파악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타이완이라는 장소의 복잡한 흐름을 일별하며 그 여운이 주는 이국적인 심리의 게임에 잠시 정신이 없었다 여성이라는 정념적 주체로서 역사라는 환경 속에서 자신의 파토스를 추구하기 위해 흔들리던 딸의 모습에서 타이완 현대성의 시초가 태동하는 혼동의 내면을 들여다 본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