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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미 비포 유』에서 시작된 여정은 영화《잠수종과 나비》를 거쳐 소설『잠수복과 나비』에 다다랐다. "유일한 의사 소통 수단인 왼쪽 눈꺼풀을 20만 번 이상 깜박거려 15개월만에 완성한 책"이라서 그런지 쉽게, 빨리 읽고 싶지 않았다. 음미하듯 느릿하게 읽고 싶었다. 그 덕분에『미 비포 유』의 윌 트레이너만큼이나 매력이 철철 넘치는 장 도미니크 보비의 세련된 유머를, 그의 진심을 가슴 가득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단지 나쁜 번호를 뽑았을 뿐 나는 장애자가 아니다 나는 단지 돌연변이일 뿐이다" -p. 175
누구나 장 도미니크 보비처럼 나쁜 번호를 뽑을 수 있다. 다만, 나는 아니겠지, 라는 생각으로 살아갈 뿐이다. 장 도미니크 보비는 아들과의 주말 데이트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몸에 이상을 느낀다. 그리고 깨어나 보니 '로크드 인 신드롬'에 걸려 마치 잠수복이 몸을 죄듯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비록 육체는 잠수복에 갇혔지만, 정신은 나비가 되어, 이렇게 뒤늦게 책을 읽고 있는 나 같은 독자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기억이야말로 감각의 무궁무진한 보고이다. 먹고 남은 음식만을 가지고도 새롭게 먹을 수 있도록 조리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나에게는 기억을 더듬어 오래오래 음미하는 기술이 있다. 내 기억 속에서는 아무때고 식탁에 앉을 수 있으며, 까다로운 절차도 필요없다. 예를 들어 식당에 간다 하더라도 예약을 할 필요가 없다. 내가 직접 요리를 하는 경우에는 백발백중 대성공이다. -p. 50 소시지
정상적으로 호흡하는 것만큼이나 가슴 뭉클하게 감동하고 사랑하고 찬미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친구로부터 받은 편지, 엽서에 그려진 발튀스의 그림, 생 시몽이 쓴 한 편의 글이 흘러가는 시간에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미적지근한 체념 속에 안주하지 않으려면, 너무 적지도 너무 많지도 않은 적당한 양의 분노와 증오심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압력솥의 폭발을 막기 위해 안전 밸브가 달려 있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p. 75 내면 독백
지금 이 순간 가슴 뭉클하게 감동하고 사랑하고 찬미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더 늦게 전에 해야 할 것 같다. 나 역시 나쁜 번호를 뽑을 수 있고, 그래서 돌연변이가 될 수도 있으니까.
열쇠로 가득 찬 이 세상에 내 잠수복을 열어 줄 열쇠는 없는 것일까? 종점 없는 지하철 노선은 없을까? 나의 자유를 되찾아 줄 만큼 막강한 화폐는 없을까? 다른 곳에서 구해 보아야겠다. 나는 그곳으로 간다. -p. 174 휴가 끝
그곳에서 장 도미니크 보비가 열쇠를 찾았으리라, 믿고 싶다. 육체가 아니라 정신이 잠수복에 갇힌 사람이 많다. 나를 포함하여.. 서둘러 열쇠를 찾아야겠다. 테오필과 셀레스트, 그리고 많은 분들, 그리고 나에게 나비가 많이 찾아오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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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아버지가 우리곁을 떠나셨을때 추도미사때 목사님이 우리에게 전에 읽었던 책중에 `잠수복과 나비`하면 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며 읽어보라고 하셔서 집으로 돌아와 주문하여 여름에 읽었다. 아버지는 주인공보다는 덜하지만 30년을 교통사고 휴우증으로 전신마비로 지내셨었다. 책을 읽고나선 아버지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지만 옆에 계시지 않아 눈물만 글썽인다. 주변에 아픈 가족이 있는 분께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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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이고, 유머러스한데다 잘나가는 <엘르> 편집장 장 도미니크 보비. 어느 날, 원인 불명의 이후로 의식을 잃는다. 눈을 뜨고 보니 의사들이 어수선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영미 계통의 의사들은 그의 이러한 증세를 두고 'locked-in syndrome'이라고 한다. 죽지는 않지만, 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마비된 상태에서 의식은 정상적으로 유지됨으로써 마치 환자가 내부로부터 감금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같은 이름(거의 비슷 <잠수종과 나비)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나는 영화를 먼저 봤다. 늘 생각하는 두려움. 그것은 혹시 내게 어떠어떠한 안 좋은 일이 생겨서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하는 등의 가장 불길한 생각들이다. 그 근거 없는 생각들은 이따금 나를 극도로 우울하게 만든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이후에는 책도 읽었지만) 장 도미니크 보비의 용기와 삶에 대한 애착에 감동했고, 그로 인해 가슴이 벅찼다.
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살려고 노력하고 그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으려고 노력하는구나. 그는 쉽게 그 끈을 놓지 않는구나.
보비는 한쪽 눈만 움직일 수 있었다. 언어치료사의 도움으로 새롭게 배열된 알파벳(가장 자주 사용되는 알파벳 순)을 익히고 난 후, 그는 자신의 의사를 눈을 깜빡임으로써 표현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15개월 동안 그가 20만번 이상 눈을 깜빡임으로써 기록된 것이다. 어디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일까.
보비는 병원 생활에서부터 자신의 추억들, 사랑했던 여인에 대한 기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서술했다. 그러니까 <잠수복과 나비>는 로크드 인 신드롬으로 인해 내면의 세계의 감금된 자신이 상상과 용기로 인해 날개짓을 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게 잠수복을 입고 있지만 그는 상상을 통해 나비처럼 훨훨 날아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 나는 오랫동안 장 도미니크 보비를 기억할 것이다. 아니, 영원히 기억하려고 한다. 힘들 때나 지칠 때나, 장 도미니크 보비라면 이렇게 했을 거야, 하는 식으로 그를 생각할 것이다.
그는 어떠한 슬프고 힘든 상황에서도 결코 위트를 잃지 않는 멋지고 용감한 사람이었다. 진심으로 닮고 싶은 그런 사람이었다.
by pE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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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쓴 책이다. 온몸이 마비되고 왼쪽 눈꺼플을 깜박이는 것만이 유일한 의사소통수단이었던 장 도미니크 보비는, 클로드 망디빌이 불러주는 알파벳에 20만번이상 왼쪽눈을 깜빡이며 이 책을 완성한다.
로크드 인 신드롬(locked-in syndrome). "죽지는 않지만, 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마비된 상태에서 의식은 정상적으로 유지됨으로써 마치 환자가 내부로부터 감금당한 상태"에 빠지게 되는 병이다. <엘르>지 편집장이었던 장 도미니크 보비는 마흔 네살 되던 해인 1995년 12월 8일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지고 3주후 깨어나지만 로크드 인 신드롬(locked-in syndrome)이라 진단받는다.
몸은 잠수복처럼 둔중한 것에 갇혀 꼼짝할 수 없게 되지만 정신은 나비처럼 자유롭게 감금당한 몸을 벗어나 세상과 소통한다.
세상과 이어진 유일한 끈이었던 왼쪽눈꺼풀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을 표현한 이 책은, 책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깊고 숙연한 감동을 준다. 몸이 잠수복에 갇히기 전의 삶을 회고하던 글은 내게 하루하루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했고,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식물인간 수준에 놓인 상태지만 그러한 삶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에 성실했고 치열했던 삶의 자세가 무척 존경스러웠다.
장 도미니크 보비는 로크드 인 신드롬(locked-in syndrome)진단을 받고 잠수복에 갇힌 몸으로 15개월의 삶을 산다. 이 책이 출간되고 10일후 그의 몸도 비로소 잠수복을 벗고 나비처럼 날아오른다.
*** 11 온 몸은 잠수복이라도 입은 듯 갑갑하게 조여 온다.
13 잠수복이 한결 덜 갑갑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나의 정신은 비로소 나비처럼 나들이길에 나선다.
22 지금 현재로서는 끊임없이 입 속에 과다하게 고이다 못해 입 밖으로 흘러내리는 침을 정상적으로 삼킬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기분일 것 같다.
28 그렇지만 나는 이러한 현상을 계속되는 삶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고집스럽게 나 자신이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어차피 침을 흘려야 할 바에야, 싸구려 합성섬유로 된 운동복보다는 캐시미어 조끼를 입고 흘리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29 밤이 되어 사방이 캄캄해지고 TV의 빨간 표시등만이 유일한 삶의 흔적처럼 느껴질 때,
50 기억이야말로 감각의 무궁무진한 보고이다.
56 이같은 의사 소통의 단절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서 중압감으로까지 느껴진다.
58 나는 때때로 일방 통행식 대화로 만족해야 하는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할지 무척 궁금하다. 나 자신은 번번이 마음이 요동할 정도로 감정을 제어하기가 힘들다. 다정한 친지들의 전화에 침묵이 아닌 아무 말이라도 한 마디 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쁠까.
73 혹시 이 안과 의사가 내친 김에 세상과 나를 이어 주는 유일한 끈, 지하 감옥의 유일한 창문, 잠수복에 뚫린 유일한 현창인 왼쪽 눈마저 꿰매 버린다면?
75 하지만 미적지근한 체념 속에 안주하지 않으려면, 너무 적지도 너무 많지도 않은 적당한 양의 분노와 증오심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압력솥의 폭발을 막기 위해 안전벨브가 달려 있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97 하지만 내 의사 소통 체계로는 이같은 즉각적인 응수가 불가능하다. 한 마디 대답하기 위해 몇 분씩이나 시간을 끌다 보면, 언어의 섬세한 뉘앙스는 무디어지다 못해 아예 무미건조해지고 만다.
98 내 아들 테오필 녀석은 50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거리를 두고 얌전히 앉아 있는데, 나는 그 아이의 아빠이면서도 손으로 녀석의 숱 많은 머리털 한번 쓸어 줄 수도, 고운 솜털로 뒤덮인 아이의 목덜미를 만져 볼 수도, 또 부드럽고 따뜻한 아이의 작은 몸을 으스러지도록 안아 줄 수도 없다. 이런 기분을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까? 극악무도한? 불공평한? 더러운? 끔찍한? 순간적으로 나는 그만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다.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내리고, 목에서는 그르렁거리는 경련이 터져 나와 테오필을 놀라게 한다.
105 나는 점점 멀어진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멀어지고 있다. 항해중인 선원이 자신이 방금 떠나 온 해안선이 시야에서 사라져 가는 광경을 바라보듯이, 나는 나의 과거가 점점 희미해져 감을 느낀다. 예전의 삶은 아직도 나의 내부에서 불타오르고 있지만 점차 추억의 재가 되어 버린다.
111 내가 만일 나의 지적(知的)잠재력이 시금치나 당근의 지적 능력보다 월등하게 우수함을 증명하고자 한다면, 의지할 데라고는 나 자신밖에 없다. 이런 경유로 다달이 집단 서신을 보내는 방식이 채택되었으며, 이를 통해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항상 교신할 수 있다. 나의 콧대 높은 자존심 덕을 어느 정도 본 셈이다.
112 어떤 편지는 아주 심각한 내용이다. 삶의 의미와 영혼의 고귀함, 인생의 오묘함 등에 대해 말하는 편지들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표면상으로는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나와의 관계가 그다지 돈독하지 않앗다고 생각되는 사람일수록 이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경박하게 보이는 인간 관계 밑에 인생의 깊이가 감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토록 눈멀고 귀멀었던 것일까? 혹은 불행을 당해 보아야 비로소 진실한 사람 됨됨이를 알 수 있는 것일까? 다른 편지들은 소박하게 시간의 흐름을 구별지어 주는 일상의 작은 사건들을 이야기해 준다. 저녁 해질 무렵에 꺾은 장미꽃, 비 오는 일요일의 나른함, 잠들기 전 울음보를 터뜨리는 어린아이 등등. 삶의 순간에서 생생하게 포착된 이러한 삶의 편린들, 한 줄기 행복들이야말로 나에게 다른 어느 무엇보다 깊은 감동을 안겨 준다.
117 그러고 보니 내게 있어서 세상은, 나를 사고 전에 알았던 사람과 사고 후에 알게 된 사람이라는 두 그룹으로 이등분된다.
136 오늘은 일요일이다. 병문안 오는 방문객이 불행히 한 명도 없어서, 따분하고 느릿느릿한 시간의 흐름을 깨뜨릴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두렵기만 한 일요일. 물리치료사도, 언어장애치료사도, 심리학자도 오지 않는 일요일. 평일보다 훨씬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모단장만이 유일한 오아시스일 뿐, 일요일은 지루한 사막과 다름없다.
141 나는 여행을 굉장히 좋아했다. 운좋게도 과거 여러 해 동안 많은 풍경과 감동, 그리고 감각을 차곡차곡 저장해 두었으므로 여기처럼 하늘이 온통 잿빛이라 외출할 엄두를 낼 수 없는 날에도 나는 상상의 여행을 떠날 수 있다.
148 열린 창문으로 병원의 청동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온다. 매시간마다 네 번씩 푸른 창공을 향해 종을 치는 소리이다.
150 나는 처음엔 몇몇 사람들 때문에 몹시 두려워했다. 그 사람들이 내 감방을 지키는 문지기이며, 구역질나는 음모에 가담한 자들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 후로는 나를 바퀴 의자에 앉히다가 팔을 삐게 한 사람이나 켜진 TV앞에서 밤을 지새우게 한 사람, 너무나 고통스러운 자세로 내버려둔 사람들을 증오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대단한 분노라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그라지는 법이다.
160 늘씬한 갈색 머리 여인의 따뜻하고 보드라운 육체 곁에서 정상인으로서의 마지막 잠을 자고 눈을 떴으면서도, 그것이 행복인지도 모르는 채 오히려 툴툴거리며 일어났던 그 아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한단 말인가? 하늘, 오가는 사람들, 며칠동안 계속되는 대중 교통 수단의 파업 시위등, 모든 것이 잿빛이었고 질척질척한데다가 체념의 기운마저 감돌고 있었다. 수백만 파리 시민들과 다름없이 플로랭스와 나는, 마치 꼭둑각시처럼 잠이 덜 깬 눈에 피곤에 지친 안색을 한 채, 도저히 빠져 나올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수렁속에서의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다. 면도하기, 옷입기, 코코아 한 사발 마시기 등, 지금 생각하면 기적같이 여겨지지만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상적인 모든 동작을 기계적으로 해치웠다.
173 클로드는 2개월동안 매일 오후 우리가 무(無)로부터 끈기있게 건져올린 원고를 다시 읽고 있다.
174 열쇠로 가득 찬 이 세상에 내 잠수복을 열어 줄 열쇠는 없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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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다. 그는 『엘르』지의 잘나가는 편집장으로 그 누구보다도 인생을 자유롭게 즐기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 뇌졸증이라는 불청객이 갑작스레 찾아와 그를 쓰러뜨렸다. 3주 후, 다행히도 그는 의식을 회복하지만 그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왼쪽 눈꺼풀 뿐이다. 여전히 그의 머리와 가슴은 자유롭게 활개를 치고 있지만, 꼼짝도 하지 못하는 그의 몸 속에 갇혀 있다. 의식은 정상이지만 마치 환자가 내부로부터 감금당한 상태, 즉 '로크트 인 신드롬(locked-in syndrome)'이 그의 병명이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아무런 말도,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가 없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차라리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더라면 덜 답답했을텐데. 그의 언어치료사는 이런 답답함을 해소해주기 위해 새로운 의사소통 방법을 고안해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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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패션지의 편집장이었다가 졸지에 자신의 몸 하나 움직일 수 없는 갇힌 몸의 신세가 된 장 도미니크 보비의 '눈'으로 쓴 회고록이다.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는 왼쪽 눈과 좌우로 돌릴 수 있는 고개 뿐 ... 한 자 한 자의 알파벳을 셀 수 없는 눈 깜박임으로 짚으며 이 책을 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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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으로 쓰러진 전임 엘르 편집장이 왼쪽 눈꺼풀을 깜빡여 써내려 갔다는 책
'잠수복과 나비'라는 제목의 이 책에 대해서는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이 들었지만 책의 제목만으로는 도무지 무슨 내용의 책인지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책의 머릿말에 '로크트 인 신드롬(locked-in syndrome)'의 상태에 빠져 있는 자신의 육체를 잠수복으로 표현한 문장을 읽고서야 그동안의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참을 수 없는 상황과 대면하고 있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매우 담담하게 자신의 현재 상황을 서술하고, 옛일들을 회상한다. 책은 슬프다거나 혹은 눈물겹다거나 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지극히 따뜻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뿐이다. 우리 나이로 마흔 넷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비가 되어 거추장스러운 육체에서 벗어나 훨훨 날고자 한 것은 이미 죽음을 예견하고 있었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었을 것이다.
죽음이 가까이에 와 있음을 감지하게 되면, 하나 둘씩 체념할 수 있게 될까?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 갈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고독하고 힘든 싸움을 했을까? 등등의 생각을 하게 되면서 조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나이가 지금 현재의 내 나이와 큰 차이가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와 똑같은 처지가 된다면 나는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마음을 무겁게 한다.
담담한 독백들 속에도 그의 아쉬움과 후회는 애절하게 묻어 나온다. '아이의 아빠이면서도 손으로 녀석의 숱 많은 머리털 한번 쓸어 줄 수도, 고운 솜털로 뒤덮인 아이의 목덜미를 만져 볼 수도, 또 부드럽고 따뜻한 아이의 작은 몸을 으스러지도록 안아 줄 수도 없'는 아빠의 아쉬움의 심정은 어떠하였을 것이며, '늘씬한 갈색 머리 여인의 따뜻하고 보드라운 육체 곁에서 정상인으로서의 마지막 잠을 자고 눈을 떴으면서도, 그것이 행복인지도 모르는 채 오히려 툴툴거리며 일어났던 그 아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한단 말인가?'라며 정상적인 인간으로 살았던 마지막 날을 기억하는 그의 마음 속의 후회는 어떠하였을까?
오늘따라 일 때문에 떨어져 있는, '아빠 사랑해요'라는 문자를 엄마의 휴대폰으로 간간히 날리는 여섯 살배기 큰 아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아빠가 여전히 낯설은 두 살배기 작은 아들과 말 안 듣는 사내 아이들을 키우느라고 고생하고 있는 나이 어린 마누라쟁이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꼭 안고 있으면 품 안에서 전달되는 조그만 심장의 박동과 따뜻한 몸의 감촉이 그립다.
이번 주에는 가까운 공원이라도 놀러가서 손을 꼭 잡고 산책이라도 해야겠다. 무뚝뚝했던 우리 세대의 아버지처럼 완고한 집안의 가장이 아닌, 다정하고 상냥한 아빠 그리고 사랑스러운 남편으로 먼 훗날에도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BOOK : 2009-001-0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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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잠수복과 나비
저자 : 장 도미니크 보비
가격 : 원가 6,000원 ( 구입가 : 0원)
이유 : 인터넷서핑중에 이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당장에 시립도서관에서 찾아서 읽었다.
독서 후 : 처음에는 '잠수종과 나비'로 검색을 했는데 없어서 다시 인터넷을 뒤지게 되었다. 책은 '잠수복과 나비'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것을 알게되서 다시 시립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시립도서관에서 처음으로 '프랑스문학'쪽을 발을 옮기게 된 동기가 된 책이다. 그리고 이 책속에서 온 몸이 마비된 '록 온 신드롬'의 환자가 있지 않았다. 단지 갑갑한 잠수복을 입고있는 한마리의 나비가 있었다. 제목처럼 정말 그랬다. 시집처럼 작은 책자였지만 안에 들어있는 내용은 전혀 작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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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의 '곁에두고 읽는 니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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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은 말짱한데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장 도미니크 보비는 이것을 잠수복을 입은 나비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는 뇌일혈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비되었지만 의식은 멀쩡한 '로크드 인 신드롬'에 걸린 남자이다.
몸을 마음대로 제어하지 못해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너무나도 멀쩡한 의식은 나비처럼 추억 속을 살풋살풋 날아다닌다. 그는 나비가 되어 어디든 간다. 엘르지의 국제판 담당자들이 모임을 갖고 있는 홍콩으로도 가고,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어린 아이가 되어 외할아버지를 찾아가기도 한다. 추억과 상상에 의식을 내어주고 있다가 진열장 유리에 비친 입은 비뚤어지고, 코는 울퉁불퉁하고,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곤두섰고, 한쪽 눈은 꿰매져 있고, 나머지 눈은 카인의 눈처럼 커다랗게 열려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정도이다.
그를 보며 소통의 중요함을 느꼈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서로의 생각을 교환할 수 없자 소통의 단절에서 오는 답답함, 외로움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안타까웠다. 그는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나 병상에서 벌떡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고문 따위는 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이 아주 나쁜 번호를 뽑았을 뿐이라며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장장 15개월간 20만 번 이상 눈꺼풀을 깜빡거려 이 책을 쓴다.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 좌절감, 외로움, 고독함을 눈 깜빡임으로 풀어낸 것이다. 그는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나는 그의 행위에서 희망을 느꼈다. 책을 읽고 나서 ‘로크드인신드롬’이라는 병이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으나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같은 병명의 환자가 없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밑줄 긋기◀
- 기억이야말로 감각의 무궁무진한 보고이다. 먹고 남은 음식만을 가지고도 새롭게 먹을 수 있도록 조리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나에게는 기억을 더듬어 오래오래 음미하는 기술이 있다.
-나는 점점 멀어진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멀어지고 있다. 항해중인 선원이 자신이 방금 떠나 온 해안선이 시야에서 사라져 가는 광경을 바라보듯이, 나는 나의 과거가 점점 희미해져 감을 느낀다. 예전의 삶은 아직도 나의 내부에서 불타오르고 있지만 점차 추억의 재가 되어 버린다.
-모자라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나만 제외하고. 나는 거기에 없고 다른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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