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기사 출신이었던 안나는 도스토옙스키라는 천재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통제했던 실질적인 매니저였다. 그녀의 회고록은 사실을 나열하는 매우 건조하고 행정적인 성격을 띤다. 특히 악령이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같은 거대한 소설들이 어떤 철학적 영감이 아니라, 도박 빚을 갚고 뇌전증 발작을 견뎌내는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압박 속에서 쓰였음을 정확하게 증명한다. 문학 작품 뒤에 숨겨진 작가의 찌질함과 생활고를 가감 없이 해부한 이 책은, 천재를 신격화하지 않고 하나의 인간이자 직업인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매우 유용한 데이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