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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낱말인데도 어떤 낱말과의 조합이냐에 따라 느낌이 상당히 다른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일본 젊은이들의 전설이 된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방랑>이라 하면, 여행의 여유로움과 새로운 것에 대한 상상, 호기심, 부러움 등이 떠오르는데 <나이방랑>하면 왠지 불안함, 정착에의 희망, 덧없음, 무능력자, 세상과 동떨어진 부적응자, 쇠퇴 등이 떠오른다.
심리학 박사이자 미국 광고계의 베테랑으로 한 광고대행사의 대표를 역임했고, 현재 소비자 행동과 트렌드에 관련한 칼럼을 유명 시사지에 쓰고 있는 제프 존슨과, 사회학 박사이자 광고 대행사의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는 파울라 포먼의 공저 <나이방랑>은 중년의 위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중년의 위기는 40세에서 45세 사이에 찾아온다고 한다. 이 책은 극단적인 자기 회의와 우울감이 지배하는 이 시기에 대한 극복 방법에 대한 이야기 해 주고 있다.
나는 이 위기의 시기를 이미 지나왔고, 그 당시에 우울하단 생각도 하지않고 지나쳐 왔는데 그것은 그 시기에 아주 바쁘게 지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긍정성이 강한 기질 덕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중년에는 흔히 관심사나 가치관이 변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 온 일이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그러다보면 흥분도 사라지고, 흥분이 없으니 활기도 없다. 그 때까지 제아무리 자신의 모든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왔더라도, 수많은 열정과 흥분을 담아 정말로 많은 선택의 가능성들을 안고 출발했던 젊은 시절의 삶은, 결국은 사람들이 많이 밟아서 잘 다져진 고착화된 길로 낙찰되었고, 한때 커다란 만족감을 주었던 도전은 그저 의무와 타당성이 되어버린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중년의 위기를 만들어 낸 것은 남은 인생에 대한 아무런 선택의 권한도, 통제권도 없이 예전의 발자취에 <갇혀 있다>는 바로 그 감정이라는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그것도 그 어떤 선택권도 없이 갇혀 있다는 그 느낌, 그것이 위기로 내몬 장본인인 것이다. 두 저자는 45세에서 65세 사이의 모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 시작했다. 모든 사회 경제적 수준, 직업, 라이프 스타일, 지역을 망라하여 광범위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자신의 남은 인생을 스스로 다스릴 힘을 되찾고자 하는 요즘의 젊은 중년 세대를 위한 지침서이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얻은 경험을 길잡이로, 젊음의 열정과 흥분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이 책은 풍요로운 성인기로 갈 수 있게 해 주는 열쇠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 곳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 곳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자, 그 사람만이 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중년의 위기를 모래시계 현상으로 설명한다.
모래시계 현상이란, 우리가 살면서 해온 수십가지 인생의 선택들이 차곡차곡 누적되어 중년기 이후에는 더 이상 자신의 삶에 대해 아무런 선택권이 남아있지 않다고 느껴질 때 나타나는, 무언가에 갇혀버린 듯한 무기력한 심리적 증상을 말한다. 이것은 또한 과거에 우리가 내린 이러저러한 결정과 선택들이 어떻게 <중년의 구속복>이 될 수 있는지도 설명해 준다. 심지어 수십 년 동안 당신을 적잖이 만족시켜 왔던 자신의 삶에 대한 여러 선택과 결정들이 나이가 들면서는 어떻게 당신을 옭죄는 의무와 책임의 올가미가 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모래시계 현상의 가장 뚜렷한 증상은, 기본적인 욕구조차 채워주지 않는 삶에 갇혀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기분>이 당신을 지배하는 것이다. 그런 삶을 살아온 결과로 나타나는 증상은 자살에서부터 약물 중독, 질병, 우울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25쪽)
자신의 자유의지로 자신의 삶의 모습, 삶의 방향을 적극적으로 선택한 사람들은 인생후반기 또한 그들 자신을 만족시키다. 하지만 그 곳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삶의 교착상태>에 빠져있는데 모래시계에 비유하자면, 모래시계의 딱 중간인 목부분에 계속 걸려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에겐 그 어떤 선택권도 남아잇지 않기 때문에 계속 그 곳에 남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겐 모래시계의 좁디좁은 목 부분을 다소 힘겹더라도 무사히 통과하면 또 다른 삶이 광활하게 펼쳐진다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요구된다. 하지만 삶의 병목구간에 갇혀 온갖 문제들을 안고 씨름하다 보면 에너지가 남아돌지 않는다. "난 새로운 것을 배우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 "집중력이 예전같지 않아. 책을 읽으려고 해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질 않아." "전에 내가 알던 것 중에 절반은 잃어버린 것 같다." 이런 말들은 주위에서도 흔히 듣는말이다. 이런 것들은 수동적 노화의 증상 가운데 가장 쇠약하게 만드는 <권태>를 만들게 하는 언어라고 한다. 나이를 먹으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시력이 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10번 할 것을 20번 30번 하면 되지 않을까?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으면 실제로 필요한 정보를 제 때에 꺼내 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기억력이 떨어지면 거기에 필요한 것들을 집어넣으면 좋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본다.
중년 세대들의 일에 대해서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놓고 보면 세 가지 범주로 나줄 수 있다. 당신이 지금까지 해온 일을 계속하는 것, 그 능력과 기술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 그리고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규정하든 상관없이, 나머지 하나는 은퇴하는 것이다.(183쪽)
이 책에는 이 세가지 방법으로 병목구간을 벗어난 사람들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에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시간이 걸려서 그런 결과를 얻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종종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고 한다. 자신이 삶의 교착상태에 빠져 있음을 깨닫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한 것이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모래시계 해법의 완전한 실현은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삶을 일구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 활력에는 크게 세 가지 측면이 있는데 <육체적 활력>, <감정적 활력>, <지적 활력>이 그것이다. 건강과 외모를 향상시키고, 지적 호기심을 깨우고, 타인에게서 지지와 자극을 얻는 것 모두 활력을 촉진하는 에너지 가속기의 역할을 한다. 특히 지적활력은 모래시계 해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뇌의 화학반응에 관한 연구결과를 보면, 새로운 경험들이 도파민과 노르에키네프린(부신수질 호르몬)을 활성화 시킨다는 것이 증명되었단다. 이는 낭만적 사랑의 초기단계에 불꽃이 일어나는 화학반응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외국어를 배우거나, 노래를 배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독서임에 가입하는 등의 지적 활동에 도전해 볼 일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최대한 짐을 줄여라.
그리고 마지막 여행을 떠나라
그것이 인생의 단계에 기동성을 줄 것이다. 그 여정에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 당신이 좋아하는 것만을 데리고 가라. 당신이 불필요한 무게를 덜어내면 새로운 가능성을 진심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 것이다.(254쪽)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동요하거나 흥분할 만큼의 느낌은 없었느나 진지하게 후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는 있었다. 병목구간을 벗어나는 세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길다. 나를 좀더 떨어져서 바바보면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노년의 삶이 아직도 먼 것 같고 막연하게만 느껴지지만 바로 코앞이다. 인정사정 볼 것도 없이 어느 날 쌩하니 내 앞으로 달겨들 것이다. 중년 이후의 삶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분명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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