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내 그 모자 어떻게 됐을까요? 그해 여름, 우스이에서 기리즈미로 가던 길에 골짜기에 떨어뜨린 그 밀짚모자 말예요. 엄마, 그건 참 멋진 모자였어요. 그때는 정말 약이 올랐더랬어요. 하지만, 느닷없이 몰아닥친 돌개바람은 어쩔 수 없잖아요? 엄마, 그때 건너편에서 다가온 젊은 약행상 기억하세요? 감색 각반에 팔목받이를 했던...... 모자를 주워 오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었죠. 하지만 끝내 실패하고 말았죠. 깊은 골짝, 빽빽히 우거진 숲에 손을 들고 말았어요. 엄마 그 모자 정말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때 길섶에 피어 있던 들백합은 오래 전에 오래 전에 시들어 버렸겠죠. 가을이면 회색 안개에 젖던 그 언덕, 그 모자 밑에서는 밤마다 밤마다 귀뚜라미가 울었을지도 몰라요. 엄마, 지금쯤은 오늘밤쯤 그 계곡에는 분명 소리 없이 눈이 쌓이겠죠. 그 옛날 반짝반짝 빛나던 이태리 밀짚모자와 그 속에 내가 써 둔 Y. S 두 글자를 묻어 버릴 듯이, 조용하고 쓸쓸하게...... 이 시는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사이조 야소라는 일본 시인의 <밀짚모자>라는 제목의 시다. 후기에 작가는 이 시를 감동적으로 읽었다고 한다. 내가 읽어도 어릴 적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다. 작품은 흑인 미국인이 호텔 스카이 라운지에서 살해되면서 시작된다. 그 흑인을 살해한 범인을 쫓는 일본 형사와 미국의 형사, 범인으로 지목되는 일본인 어머니, 그리고 또 다른 사건인 뺑소니 살해 사건의 가해자인 아들과 아내와 정부를 동시에 잃은 두 남자의 아무 상관없을 것 같은 인간들의 이야기가 맞물려 결말을 돌출해 낸다. 이 작품의 주제는 인과응보라는 느낌이다. 마지막 켄의 무의미한 죽음에서 그가 예전에 자신이 무의미하게 구타하고 모욕했던 일본인에 대한 죄의 대가라고 느끼는 것이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그들은 왜 죄를 뉘우치지 않는지, 어쩌면 작가가 국수주의자거나 아니면 소수의 양심있는 작가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 상황이 조금 달랐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일본이 가당찮게도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일본인 입장에서 패전을 하지 않고 승전을 했더라면(우리 입장에서는 끔찍한 일이지만)... 서로 만나지 말았더라면... 잘 살 수 있었더라면... 지금의 위치가 아니었더라면... 그때 그곳을 지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그들은 시험에 들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증명이라... 참 거창한 제목이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인간들의 나약함을 이해할 수 있다. 죄 있는 자 돌을 던지라고 했다던가... 인간이란 오히려 이런 존재일 수밖에 없는 증명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자식을 놔두고 도망을 가기도 하고, 인간이기 때문에 매 맞는 이웃을 구경하는 것이고,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을 모욕하는 것이고, 인간이기 때문에 자식도 죽일 수 있는 것이고, 인간이기 때문에 죄를 짓고 도망가고 적과 손을 잡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짓이다. 인간이 아니라면 어떤 존재가 이런 일을 매일매일 반복하며 살 수 있겠는가...밀짚모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