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10.0
  • 50대 0.0
리뷰 총점 종이책
세상을 떠나고도 여전히 내게 말을 거는 그리운 이름
"세상을 떠나고도 여전히 내게 말을 거는 그리운 이름" 내용보기
지난 추석 연휴에 고향에 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봉하마을에 들렀다. 부산에 있는 우리집에서 차로 한시간이 채 안 걸렸다. 이렇게 쉽게 올 수 있는데 왜 그동안 한 번도 오지 않았냐며 아내에게 핀잔을 들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사저 쪽으로 가는데 노란 바람개비를 만들어주는 자원봉사자 아저씨를 만났다. 흔히 있는 아이들 체험 부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아저씨가 직접 만들
"세상을 떠나고도 여전히 내게 말을 거는 그리운 이름" 내용보기

지난 추석 연휴에 고향에 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봉하마을에 들렀다. 부산에 있는 우리집에서 차로 한시간이 채 안 걸렸다. 이렇게 쉽게 올 수 있는데 왜 그동안 한 번도 오지 않았냐며 아내에게 핀잔을 들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사저 쪽으로 가는데 노란 바람개비를 만들어주는 자원봉사자 아저씨를 만났다. 흔히 있는 아이들 체험 부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아저씨가 직접 만들어주시는 거였다. 수만 개쯤 만드셨다나. 두 아이에게 바람개비를 하나씩 쥐어주고 사저를 향해 난 길을 따라 생가에 먼저 들렀다가 담벼락 옆에 선 감나무 아래에서 다같이 사진을 찍었다. 밀짚모자를 쓰고 있는 등신대 옆이었는데, 그 옆에 있는 벽걸이 티비에서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여러 가지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주차장 입구에서 파는 한 송이에 천 원짜리 국화를 사면서부터 일렁거리던 마음이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듣자 눈으로 물을 왈칵 내보냈다. 목소리만 들어도 슬펐다.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했을 것인가. 새로운 시대의 물결을 불러오는 마중물이었던 사람. 그 새로운 시대가 오면 왠지 본인은 거기에 없을 것 같다고 되뇌던 사람. 여러 글에서 그런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했는데, 정치를 저렇게 정직하고 바른 방향으로 우직하게 실천해 나가는 사람이 있고, 또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준 사람. 그런 고마운 사람에게 이제서야 찾아왔다는 미안함도 잠시. 사저를 견학하려면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하고, 우리가 간 시간대는 이미 매진이 되었다는 아쉬운 소식을 들었다. 다음 시간까지 기다리기에는 추석 연휴 막바지의 정체가 걱정이었다. 다음에 또 올 핑계거리가 생겼으니 더 좋다고 해야할까.

 

대통령이 누워 계신 누름돌 앞에 헌화를 하고 분향을 하고. 마지막 흔적이 남았을 부엉이 바위를 올려다보며 그가 꿈꾸었던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가를 수반에다 비춰 보았다. 내가 처한 학교 현장에서 그런 세상을 만들려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또 그런 꿈을 함께 꾸는 아이들을 길러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또 고민한다.

 

감기에 걸려 칭얼대는 아이들 때문에 대통령의 생전 행적이 나열된 사진 전시물을 간단히 둘러보고 차로 돌아가는 길에 기념품 판매소에 들렀다. 생전의 그를 추억할 수 있는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다. 자칫 십만 원도 넘게 쓸 뻔했으나, 진정하고 가장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른 게 이 저작집이다. 올해 전반기에 가장 큰 울림을 주었던 <김대중 자서전>에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사상과 고뇌를 두루 담은 이 전집을 이어서 읽고 싶었다. 사실 10주기를 맞아 이 전집이 발간된다고 할 때 곧장 사려 했으나 7만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망설였다. 한달 용돈이 15만 원 뿐이니까. 지난 생일에 장모님께서 용돈을 주신 것도 있고 해서 시원하게 질렀다. yes24에서 10% 할인된 가격에 살 수도 있었지만, 그 7천원 노무현 재단에 기부하는 셈치고 현장에서 산 것이다. 장모님께서 주신 용돈 절반을 책 사보는 데 썼으니 이만큼 유용하게 잘 쓰기도 어려웠을 거다. 아무튼, 이제 좀 바쁜 일이 지나갔으니(학생부 선생이 이런 말 하면 입방정이라고 큰일 나는데..) 읽던 책들만 마무리하고 노무현 전집에 손을 대볼까 한다. 법무부 장관 임명 가지고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야당과 언론이 들썩거리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듯도) 이 혼란한 세태에,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흔들리지 않고 생각하며 살 수 있도록.

s*************k 2019.09.18. 신고 공감 34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