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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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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한형조 교수의 글은 어바닉하다. 맞다! 현대적이라기보다는 도회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그래서 그의 안내를 받으면 고전이 주는 고리타분한 느낌이 싹 사라진다. 고전은 근본적으로 다른 우주(시공)의 사유다. 이것을 현대적 맥락으로 소화해야 하는 독자에게는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혹자들은 불필요한 멋을 부린다고 탓하지만 어쩌랴, 그 멋이 독자를 유혹하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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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한형조 교수의 글은 어바닉하다. 맞다! 현대적이라기보다는 도회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그래서 그의 안내를 받으면 고전이 주는 고리타분한 느낌이 싹 사라진다. 고전은 근본적으로 다른 우주(시공)의 사유다. 이것을 현대적 맥락으로 소화해야 하는 독자에게는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혹자들은 불필요한 멋을 부린다고 탓하지만 어쩌랴, 그 멋이 독자를 유혹하고 고전에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데야. 전공자가 아닌 아마추어 독자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만한 일이 아닌가?

율곡의 성학집요는 선인들의 언어를 정리하고 해설하면서도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붙여 해설을 가한다. 문장도 평이하다 그만큼 잘 읽힌다. 반면 달랑 그림 열 장에 자신의 학문을 온축한 퇴계의 성학십도는 전혀 다르다. 첫눈에는 평이한 듯 보이지만 막상 이해하려들면 난해하기 그지없다. 퇴계가 이룩한 성리학(그의 성리학이 어떤 의미에서는 오소독스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의 진수에 진입하는 암호라 할 만하다. 참으로 어렵다. 그만큼 뛰어난 해설서가 필요했다.


이제 제대로 된 성학십도 해설서가 나왔다. 성학십도가 갖는 난해함 만큼이나 그 동안의 해설서들도 난해하기 그지 없었다. 전공자라면 몰라도 아마추어나 초심자라면 몇 장 읽다가 서가 장식용 도서로 꽂아두기 딱 좋았다.
다만 성학십도 자체가 원래 어렵다는 것은 감안해야 하겠다. 초심자로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것들은 그냥 넘겨가면서 완독에 이른다면 흐릿하기만 했던 성리학의 큰 그림이 마치 안경을 쓰고 사물을 보는 것처럼 한꺼번에 선명해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겠다. 그만큼 현대인의 감각과 언어로 잘 풀어냈다(다시 말하지만 저자의 특별한 재능이고 능력이다). 퇴계가 그려놓은 큰 길 뿐만 아니라 성리학의 작은(그러면서도 결코 덜 중요하지 않은) 골목까지도 자세히 안내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성학십도 해설서를 빙자한 성리학 해설서를 썼다는 혐의(!)가 있다.

저자는 선인의 입을 빌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독자에게 묻는다. 본래 타고난 자유로운 정신의 힘을 믿고 앞으로 갈것인가, 아님 관성에 사로잡힌 퇴행의 길에서 헤맬 것인가? 저자는 협박한다. 그 관성이 누구나 가진 창조성을 질식하게 하고 타인과의 소통을 방해하고 있다고. 끝까지 읽고 나면 저자의 강권을 수용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도 있겠다. 부디 모든 독자가 그렇게 되길......

초심자에게 약간의 방해물도 있다. 다른 책과 달리 한자에 독음을 달아놓지 않았다.
'번역은 반역'이라는 이태리인들의 속담처럼 한 문자를 다른 문자로 바꾼다는 것은 단순 치환이 아니다. 오역의 위험성을 각오해야 한다. 현대인이 이해하는 한자 역시 고전의 그것이 아니라 서양문물에 오염된 한자라서 마찬가지다. 한자에 달아놓은 독음에 현혹되지 말고 고전을 원래의 뜻으로 음미하라는 저자의 각별한 배려는 아닐까?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방해물이 아니라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판형은 참으로 불만이다. 46판의 850페이지라니... 조금만 더 큰 판형이었더라면 두께는 얇아지고 읽기는 훨씬 편하지 않았을까?
기획자의 의도가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옥에 티다.

r****a 2019.05.07. 신고 공감 6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