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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나 번역을 업으로 삼는다는 건 어찌보면 매우 행복한 일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일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누군가에게 전수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예전엔 엄청난 전문가였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조용히 사라졌다. 기술의 발전이 그만큼 빠른 것이다. 나이 든 사람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거나 도태된 사람 취급을 당한다. 평생을 살면서 얻은 지식과 노하우는 낡은 것, 한물 간 것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소설이나 시 쓰기를 비롯한 글쓰기나 번역은 기술이 발달해도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AI가 지금보다 훨씬 발달하면 번역은 기술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미래의 언젠가 그런 날이 오더라도 ‘창작’만큼은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런 연유로 이 분야만큼은 지금까지 축적된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가능하다.
물론 지금은 영상의 시대이고,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이 장래희망을 유튜버라고 할 만큼, 활자가 이전보다 힘을 많이 잃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는 ‘자기표현의 욕구’와 연결된 아주 원초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어하니깐.
지금의 ‘어린친구’들은 잘 모르겠지만 안정효 선생의 명성은 꽤나 자자했다. <하얀전쟁>이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의 원작자로 영화광들은 물론 문학에 문외한인 일반 대중에게도 친근한 이름이었다. 창작자로서뿐만 아니라 번역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지금도 ‘고려원’이라는 출판사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릴 때 우리집엔 안정효 씨가 쓰거나 번역한 고려원에서 출간한 책들이 꽤 많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안정효’하면 제일 먼저 ‘고려원’이 떠오른다.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내게도 ‘안정효’라는 이름은 이미 ‘기성세대’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때 당시 막 활동을 시작했던 신진 작가들에 비하면 이미 오랫동안 활동을 해온 사람이었고, 당시에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작가군이 대체로 60년대생이었고, 70년대생들도 막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라, 조금 죄송한 표현이지만 ‘올드하다’는 느낌이 컸다. 20대가 ‘부모님 세대’의 작가에게 매력을 느끼기는 힘들테니 말이다.
그런데 70년대와 80년대, 90년대를 관통하며 꾸준히 활동하던 1941년생 작가는 늘 ‘왕성하게’ 일했다. 내가 10대일 때도 20대일 때도 이미 ‘기성’이란 수식어가 붙었던 작가가, 젊은이처럼 아니 젊은 사람보다 더 활발하게, 쉬지 않고 일한 것이다. ‘내가 옛날에 말이야~’ 왕년 타령이나 하는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란 책은 여전히 스테디셀러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잠깐 반짝하다 사라지거나, 나이가 들어 서서히 잊혀진 사람들이 대다수라면, 안정효는 늘 현역이었고 지금도 현역이다.
얼마나 경이롭고 대단한 일인가? 이제 40대 중반인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으로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매우 잘 알기 때문이다.
맨 처음에 이 책을 봤을 때 "자서전 쓰기는 삶을 반성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작은 혁명"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나는 원래 평전 읽기를 좋아한다. 소설도 좋지만 실존했던 인물의 한 생애를 오롯이 경험한다는 것이 주는 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다. 더군다나 한국처럼 압축적 근대화를 경험한 사회라면, 누구나 다양한 우여곡절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모두가 다 자서전을 쓴다면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한국 현대사의 ‘미시사’가 된다. 거시적 관점에서의 역사 쓰기가 놓치고 방기한 것들을 모두 아우르고 담을 수 있는, 한국의 현대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자서전 쓰기의 의미가 생각보다 크고, 자서전 쓰기가 유의미한 이유이다.
그러나 자서전 쓰기가 가치 있는 건 누구나 다 자서전을 쓸 수 있다는 데 있다. 자서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모두가 자신의 평전을 가질 정도로 유명하거나 위인이 될 수는 없지만, 누구라도 자서전은 쓸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나는 평소에 자서전 쓰기에 관심이 많았고, 노인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서전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자서전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테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막연하게 이 책이 노인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자인 안정효 선생도 1941년생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아무런 흔적이 생겨나지 않은 공백의 터전에 내 마음의 궤적을 그려 내려감으로써 열등감이나 죄의식을 극복하여 자존심과 자신감을 되찾으려는 고백은 일종의 퇴마 의식이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을 용서하는 고백록 형태의 자서전이 세상에는 적지 않으며, 영혼을 정화하는 일기체 수상록 또한 그런 분야의 문학에 속한다.
인생의 노년기에 ‘고백록’ 형태의 자서전을 쓰는 것도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잘못들을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참회하고, 자신의 불성실이나 무지로 소원해졌던 관계까지 회복할 수 있다면 인생의 마무리로서는 최상일 테니 말이다. 자신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죽는 삶은 얼마나 불행한가. 그 대상이 자신이 사랑했거나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런 측면에서도 자서전 쓰기를 노인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이나 나와 같은 중년에게도 자서전 쓰기는 필요하다. 뭐랄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걸 글로 쓰고 정리하는 과정이 정신과 의사를 만나 상담하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열등감이나 실패로 인한 좌절감을 겪고 있는 사람도, 우울감이나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에게도, 불안감에 사로잡힌 사람에게도, 자서전 쓰기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내 정체성이나 내 역할이 모호하기 때문에 삶의 모든 것들이 모호해지고 희미해진 사람들에게, 자서전 쓰기는 모든 것들의 윤곽을 또렷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 싶어졌다. 안정효 선생의 말을 빌리자면 고백 자체가 퇴마 의식이자 영혼을 정화하는 셈이다.
일기 외엔 써본 적이 없다거나, 편지 한 장 쓰는 데도 진땀을 흘린다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꽤나 친절하고 실용적인 가이드북이 되어줄 것이다. 왜냐하면 안정효 선생이 이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50년 전통 원조 맛집을 신뢰하며 찾아가듯, 경력이 50년 가까이 되는 전문가는 무조건 믿고 따를 만하다. 글쓰기의 처음부터 마무리까지를, 세부적인 부분들까지 구체적이고 꼼꼼하게 알려준다. 이런 값비싼 노하우를 이렇게 ‘거저’ 알려줘도 되나 싶을 만큼, 아낌없이, 모두, 다, 공유한다.
읽다보니 여러 의미에서 감동하게 된다. 1941년생의 저자가 여전히 현역이라는 것도, 삶의 단 한 순간도 예외없이 왕성하게 활동했다는 것도, 그렇게 축적된 전문적 지식을 모두와 공유하려는 것도, 그 지식이 지금도 ‘낡은 것’이 아니라는 것도, 모두 감동적이다.
이 책의 제목은 또 어떤가? ‘자서전 쓰기 교실’ 혹은 ‘자서전 쓰기 강의’ 같은 딱딱한 제목이 아니라 ‘자서전을 씁시다’란다. 함께 쓰자는 청유, 제안. 그리고 자서전을 쓰는 목적은 ‘글쓰기로 우리 인생을 되돌아보기 위해서’. 여러모로 감동적이다.
생각해보면 ‘자소서’도 일종의 자서전이니 대학이나 대학원, 취직할 때까진 어떤 식으로든 자서전을 쓴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자서전을 쓸 일이 없다. 그만큼 자기 자신의 삶을 돌아보거나 성찰하지 않고 산다는 의미다. 20대 이후의 나는 어떻게 살아왔나. 서른 이후의 나는 어떠했나. 오늘부터 나도 자서전을 써봐야겠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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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쓰기에 관심을 가진 건 꽤 오래 된다. 일제하에서 태어나 스릴 넘치는 어린 시절을 보낸 부모님 이야기를 들으며 혼자만 듣기 아깝다고 느낀 때가 있었다. 그당시 어머니의 자서전인 '타서전'을 쓰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작년에 벤야민의 철학사상을 설명하는 <희망은 과거에서 온다>를 읽으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벤야민의 글을 통해 회상하는 글쓰기의 가치에 대해 새로운 눈으로 보면서 오래 전에 잊었던 자서전 쓰기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는 계기가 됐다.
'글쓰기로 우리 인생을 되돌아보는 법'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은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가 한 권의 책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들을 세심하게 짚어준다. 작가는 자서전을 집필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으며 좋은 자서전, 읽을 만한 자서전을 쓰는 것은 신분이 아니라 화술이 결정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어떻게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거다. "평범한 소재는 거기에 담긴 잠재적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커다랗고 특수한 하나의 주제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서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인생의 전반기에 대한 자서전은 투쟁적이고 치열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반면, 후반기 자서전은 인생에서 배운 지혜를 섭렵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자서전을 씁시다>는 인생의 후반기에 해당하는 지혜를 '베푸는 자서전'을 쓰려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지침을 주로 다루고 있다고 밝힌다.
저자에 의하면 글쓰기가 안 돼 있는 사람은 자서전을 쓰면서 배우면 된다. 수영을 배울 때처럼 글쓰기도 직접 쓰면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또 잘 쓴 글은 여러 번 고쳐쓰기를 한 글이기 때문에 나중에 고치고 수정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어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작업 시간을 마련해 지키는 습성을 몸에 익히는 거다.
자서전 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좋은 방법이 바로 일기 쓰기다. 자서전 집필을 위한 연습으로 일기를 쓰려는 예비 작가는 단순히 나날의 사건을 수록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하루하루 그날의 느낌과 생각을 적어가는 틈틈이 과거를 한 조각씩 회상하여 일기 내용의 현재 흐름에 결합시키는 시도를 해보라"고 권한다. 밋밋한 글이 현재와 과거를 만나면 입체적인 효과를 낸다.
일기체 회고록을 몇 달에 걸쳐 써놓은 다음 따로 시간을 내어 처음부터 읽어보면 조각들끼리 뭉쳐 저절로 자서전 형태를 갖추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때부터 "내 일기를 읽으면 독자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며 고백하는 기술을 익"히라고 조언한다.
글쓰기에 대해 최소한의 기초를 갖추었고 당장 자서전 집필에 착수하고 싶은 사람은 '1차 계획표'를 짜면 된다. 저자는 이를 '인생살이 목록 만들기'라고 부른다. 두세 쪽 분량에 해당하는 '자서전 이력서'다. "자서전 설계도의 목록에서는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는 동안 기억에 남을 만했던 크고 작은 사건들에 저마다 식별하기 좋게 '춘자와의 첫 만남' 같은 소제목을 만들어 붙이고 그 꼬리표 제목들을 목차처럼 짧막하게 한 줄씩 열거하면 그만이다."
글쓰기 설계도는 수시로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할수록 좋다. 이렇게 연대기식으로 1차 목록을 만드는 게 처음 할 일이다.
"목록을 작성할 때는 논리와 원칙에 저항하지 말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기억의 흐름을 순순히 따라가는 편이 좋다." 추억은 연관된 배경의 흐름을 타고 무리지어 떠오르는 특성이 있어 나중에 집필할 때 하나의 줄거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끈이 된다. 또 요령을 터득하게 되면 "어떤 큰 주제를 여러 토막으로 분해하여 산발적으로 여러 곳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글을 씀으로써 긴장감을 주는 문학적 기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작성을 마친 인생목록 이력서는 수시로 확인하기 좋도록 문간 게시판 등에 붙이고 비망록으로 삼으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게시판의 소제목들은 오늘과 앞으로 며칠 동안 작업하거나 처리해야 할 단위 주제들을 안내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저자는 목록 활용 방법을 포도송이와 포도알을 비유로 들어 설명한다. "소제목 '가난한 밥상'을 하나의 독립된 포도송이로 키우려면 미리부터 여러 날에 걸쳐 포도알 정보들을 끊임없이 수집하여 틈틈이 '밥상' 항목에 추가로 보충해 둬야 한다. 물론 이런 정보 조각들은 머릿속에만 담아 두지 말고 단상이 떠오를 때마다 컴퓨터에 수록된 소제목 '밥상'의 뒤에 계속해서 부지런히 입력해 나간다."
집필 계획서에서 30쪽 정도를 써 한 단원을 끝낼 즈음 나머지 목록에 대한 검토와 수정이 필요해진다. 그러니까 2부로 넘어가기에 앞서 게시판의 이력서를 점검하고 나머지 목록을 다시 정리하라는 거다. 표현 방법도 다시 고려해야 한다. "이때 쓰는이는 지금까지의 경쾌한 전진 방향을 그대로 고수하느냐, 아니면 달라지는 시각과 화법의 분위기에 맞춰 다소나마 표현 방식을 보다 무겁거나 복잡한 쪽으로 진로를 바꾸느냐 결정을 해야 한다."
중간 점검에서는 실제로 집필을 시작하기 전에 선정했던 조각 정보들 가운데 진부한 것과 특이한 것을 다시 한 번 평가하고 지나치게 개인적이거나 유치한 것, 비논리적인 것을 솎아내고, 새로 편입될 일화들에 담긴 주제가 전체적인 흐름과 시각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따지는 일 등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중간 점검을 할 때마다 뒷부분의 소제목들을 일일이 살펴 이미 사용한 내용들을 모조리 뽑아 내버리는 제초 작업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이밖에도 "계속해서 조각 자료들을 무더기로 저장해 놓은 모둠 자리의 위치를 파악해 단박에 검색해 찾아내기 위해서는 식별하기 쉬운 꼬리표를 만들어 붙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작업 방식도 글쓰기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개발하거나 찾아낼 것을 주문한다.
앞에서 <자서전을 씁시다>에 실린 자서전 집필을 위한 시작 방법을 소개해보았다. 이외에도 작가가 전하는 자서전을 잘 쓰기 위한 많은 비법들은 특히 자서전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영화와 소설들을 통해 예를 들어 설명한다. 흔히 자서전을 '나'가 주인공인 나 혼자의 이야기로 접근하기 쉬운데 자서전은 독사진이 아니라 단체사진이라 한다. 20쪽 짜리 손바닥 소설 <가장 멋진 선물>에서 출발해 영화로 만들어진 <멋진 인생>을 첫 번째로 참고할 작품으로 소개한다. <멋진 인생>은 '나는 하찮은 인생'이라는 좌절감에 빠지는 어느 선량한 소시민의 일대기로 우리들의 인생이 '조립식'이라는 사실을 아주 쉽게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내 인생은 여러 사람이 있어 이루어지기 때문에 "나의 자서전이 곧 집단적 자서전이 되어야 바람직"하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의 기초가 돼 있고 많은 사람을 접하는 교육자와 언론인이야말로 자서전 집필의 적임자다.
그밖에도 생각이 문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글쓰기의 기본으로 알고 있는 육하원칙과 기승전결, 연대기식 서술에서 탈피하라고 주문한다. "영감이라는 창조 현상이 전체적인 기승전결 줄거리를 골고루 갖춘 성숙한 형태로 찾아오는 예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 방법을 영화 <애수>와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조이스의 <율리시스> 등을 통해 설명한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다보면 머릿속에 구조가 들어온다.
작가는 "고전의 수사법은 거의 다 현대 글쓰기에서 응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수백 가지 이야기를 한 권으로 묶기 위해서 참고할 만한 문학작품들로 <천일야화>, <데카메론>, <캔터베리 이야기>, <오디세이아>의 회상 장면 등을 소개하고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 책에 실린 그 많은 비법을 여기에 다 소개할 순 없다. 마지막으로 하나를 첨부한다면 자서전이 지루하다는 인상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서 언급한 '옥가락지 효과'다.
"성장 시절 어디선가 남긴 한 장의 사진에서는 그렇게 여러 해 동안의 온갖 추억이 함께 담겨 떼를 지어 몰려다닌다. 그렇기 때문에 자서전을 쓰려면 유럽 사진 100장이 아니라 중학 시절의 사진 한 장을 서술하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그래야 세월의 기억이 100개로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초점에 집결한다. 옥가락지 효과다."
작가가 말하는 '옥가락지 효과'는 "고심 끝에 선별한 주제를 절제된 표현으로 꾸미고 장식하는 정밀 공정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면 간결한 장면 하나로 100가지 비슷비슷한 장면의 집합을 능가하는 효과를 거둔다."는 뜻이다. 작가가 알려주는 자서전 쓰기 비법은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 창작과 많이 닮아있어 재미있고 인상깊게 읽었다. 그 많은 비법들을 하나씩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은 일단 쓰는 수밖에 없다는 걸 다시 절감한다. 나만의 자서전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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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 라는 이름 만으로 책을 집어들었다. 무엇을 의심하랴. 번역서든, 저서이든 한 번도 실망한 적 없다. 굳이 자서전 쓸 마음은 없지만 “글쓰기로 우리 인생을 되돌아보는 법”이라는 부제에 이끌려 곧바로 들어갔다. 인생을 되돌아 본다기에 저자의 사색이 담긴 에세이도 기대했으나 막상 열어보니 정말(?) 자서전을 쓰기 위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 누가 자서전을 쓰는가, 무엇을 써야 하는가, 왜 쓰기를 주저하는가,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 것인가, 나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이 시대 최고 작가의 특강이다.
누구나 자서전을 쓸 수 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오직 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누군가 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독자가 관심을 갖고 읽어줄 나의 이야기를 엮도록 도와주는 것이 저자의 목적이다. 평범한 삶이어도 좋다. 모두가 겪는 똑같은 일상에서도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줄 수 있으면 누구든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러려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을 통해 특별한 의미를 담아내는 과정이 필요하고, 들려주고 싶은 많은 이야기 중 독자들이 공감할 것들을 가려내야 한다. 이야기 방식도 다양하다. 내가 직접 말해주는 것 외에도 주변 사람들을 조명하며 간접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 어린시절 부터 지금까지 순서대로 가는 것 보다 처음과 끝을 교차해서 보여주거나 결말 부터 던져 놓고 그 시작을 궁금하게 한 다음 하나씩 인과관계를 풀어주는 방법도 좋다. 전통적인 기승전결의 전개도 있지만, 다양한 변주를 통해 완급을 조절하며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의 공감이다. 이를 위해 글 쓰는 이는 삶의 감성적 의미를 고찰하고 생동감 넘치는 어휘를 선택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내야 한다. 1인칭 시점 뿐 아니라 3인칭 시점에서도 쓸 수 있고, 일기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전적 소설로도 가능하다.
이 쯤 되면 이 시대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인 저자의 위상에 짓눌려 <자서전을 씁시다>로 제목을 달고는 <나 안정효는 이렇게 쓴다>로 읽히며 역시 글쓰기는 재능이 먼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시종일관 이 능력이 재능이 아니라 기술임을 강조한다. 훈련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떠나지 않으면 어디에도 이르지 못한다. 들으려는 마음이 애초부터 없는 사람은 영원히 듣지 못한다. 자꾸만 귀를 기울이면 나지 않는 소리를 상상하는 능력이 생겨나고, 모든 소리는 들으면 들을수록 잘 들린다. 예술적 환청은 초월적 능력이 아니고 심리작용이다.”(301쪽)
이는 단순히 격려가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초보자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예제를 준다. 총 22개 장에 걸쳐 보여주는 다양한 문학작품과 영화 해설은 훌륭한 표지판으로서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독자들의 용기를 북돋아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또 다른 이야기의 세계로 안내한다. 사실 글쓰기 수업에 별 관심 없었던 나는 본문에서 소개된 작품들 이야기에 더 빠져들었다. <젊은 날의 링컨>, <와룡 선생 상경기>, <인간 희극> 등 아직 접해보지 않은 영화와 소설만 해도 목록으로 정리해보니 20여편이 되어서 앞으로 찾아볼 생각이다. 이 외에도 글쓰기 방법을 설명할 때 자신만의 용어로 설명하기에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책을 덮지 못하고 계속 따라가게 한다. “늙은 소와 할아버지”, “반기문 총장의 알맹이”, “소중한 선물, 멋진 선물”, “조립식 인생”, “초인종과 꽃밭”, “공항 대합실의 소우주” 등등 안정효 만의 표현과 서술 방식에 존경과 감탄을 멈출 수가 없다. 글쓰기 수업 이라지만 내겐 또 하나의 문학 작품이었다.
흥미로운 작품 이야기와 실제적인 글쓰기 방법, 그리고 언제나 청춘 같은 노년의 대 작가로부터 가르침 받는 경험은 마치 어두운 대강당에서 말끔하게 정돈된 프리젠테이션을 곁들여 진행하는 한 편의 콘서트를 관람한 것만 같다. 아낌 없는 박수를 남기고 뒤돌아서서 나는 저자의 메시지가 자서전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것 뿐 아니라 글쓰기의 즐거움을 전하는 데에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을 쓰느라고 오랜 시간이 걸릴 때는 고통이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의 즐거움이 10년으로 늘어난다는 의식의 전환 역시 쓰는 이에게 큰 성취감과 많은 기쁨을 준다. 실패와 시간 낭비는 효과적인 훈련의 일부다.”(414쪽)
작가의 격려 덕분에 용기내어 리뷰를 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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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 작가님 책은 『멋진 신세계』번역만 읽어 봤을 뿐이었다. 아, 『안정효의 오역 사전』을 구입한 적이 있다. 사전을 엮으셨다니 놀라워서 읽어보려 했지만 사전은 예상외로(?) 재미가 없었고 중고 서점에 되팔았다. 어쨌든 책날개와 인터넷 서점 리뷰에서 그분의 명성을 익히 읽었다. '영원한 현역'이라 불리시는, 영문이든 한글이든 글쓰기라면 이미 대가의 자리에 오르신 분이라고. 2006년 창작 지침서 『글쓰기 만보』를 내셨고, 올해 두 번째 글쓰기 책인 『자서전을 씁시다』가 나왔다.
자서전을 쓰고 싶어 저자를 찾아왔던 약사 동창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앞 백여 페이지는 평범한 당신이라도 '자서전을 쓰면 좋다!'는 권유와 설득이 이어진다. 거의 '뽐뿌질' 수준이라 역시 필력이 대단하시다고 느꼈다.
다음은 글감 모으기와 글쓰기의 실제 스킬, 다양한 예시 작품이다. 특별하지 않은 글감이라도 남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섬세한 여러 가지 기교를 소개하고, 책은 물론 여러 영화를 예로 든다. 많은 책을 읽어낼 여건이 안 되는 독자들을 위한 배려다. 그래도 이왕 참고하려면 대가의 작품을 고르라고 한다. (파스테르나크가 쓴 싯구를 인용하는 건 독자를 좌절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다!) 소설과 영화 해석을 읽는 재미는 덤.
뒷부분엔 줄거리에 의미를 얻는 기법을 공부한다. 갖가지 사건이 내 인생에 갖는 의미는? '기승전결을 갖추며 줄거리에 공감과 감동의 뒷맛을 담는 기술(p.218)'은 어떻게 얻는가? 관찰하고 꿰뚫어보려면 여행. 산책. 사색. 휴식이 필요하다. 퇴고법을 배우고 앞서 다룬 내용을 복습한다.
글쓰기 강좌 22강을 묶은 느낌, 시간을 들여 곱씹을 내용이 많은, 자서전 혹은 소설 집필 시 펼쳐놓고 내내 참고할 책이다. 일부 내용만 남긴다.
#무엇을쓸까 #글감모으기
* 자료를 같은 내용끼리 모아두고, 필요에 따라 사용하라. 자료 가공과 이합집산을 두려워하지 말라. 많은 자료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려면 나만의 자료 포도송이 관리법이 필요하다.
* 글에 자료를 중복 사용하는 황당한 잘못을 하지 않으려면 더욱 주의.
* 작중 인물을 변신시켜 극적인 줄거리를 만들자. 자서전은 독사진이 아니라 단체 사진이다. "주변 인물을 이야기를 등장시키고 의미를 부여해라. 내가 주도해 온 사건과 상황의 나열로만 엮겠다 고집하지 않고 집단적인 자서전을 써서 영광을 여럿이서 기꺼이 나눌 여유를 보일 때 나 자신을 벗어나 주변 사람들의 내면까지 들여다볼 만큼 시야가 넓어지고, 그러면 할 이야기가 그만큼 많아져서 글쓰기 또한 다채롭고 수월해진다. (p.95)"
* 구체적인 경험을 써라. "낡은 골판지 상자에 다민 헌 구두 한 켤레"처럼 낯익은 표현, 하찮은 물건에 얽힌 개인적인 일화, 감각적으로 익숙한 일상 체험의 소품과 상황은 듣는 즉시 가시적인 연상(visualization)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가 개념으로만 간접적으로 파악했던 다른 정보를 압도한다. 구체성의 극적인 효과 덕택이다. (p.148)"
#어떻게쓸까 #구성하기
* 이산의 서술법을 사용하라. 순서를 뒤집거나 육하원칙을 탈피할 용기를 갖추자. 일대기식으로 쓰기보다는 이야기를 토막 내고, 과감히 취사선택하고, 상념을 곁들이자. " ... 글쓰기에서는 똑같은 정보와 똑같은 단어들일지언정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1-8-1이나 전결기승 구조로 배열 순서만 바꾸더라도 다양한 극적인 효과를 마련하기가 어렵지 않다. (p.139)"
* 단순한 연대기 형식보다는 주제나 인물 위주로 엮는 요령도 필요하다. 1에서 9까지를 순서대로 쓰는 것 말고, <67, 12345, 89>의 구성이나 <234, 19, 5678> 도 괜찮다.
* 기승전결을 다 쓸 시간이 없다면? 저자는 독일의 소설가이며 극작가인 구스타프 프라이타크의 '포물선'을 소개한다. 프라이타크는 희곡을 구성하는 5단 피라미드 양식을 만들었다. 제시-상승-절정-하강 흐름 -대단원 이다. 서양 소설 작법에서는 우리나라 기승전결과 비슷한 '프라이타크 곡선'을 고전적인 지침으로 삼았다. "기교와 문장을 연마하기 어렵다면 표준에 따르는 것도 방법이다. (p.191)"
* 여행기 스타일로 전개하는 방법도 있다. 살아온 운명이나 인생과 타협하고 화해하는 귀소 유형의 줄거리, 길을 가는 줄거리 등 여행의 형식을 빌려 방랑 스타일로 써도 좋다. 여행은 왕복이나 편도 모두 가능.
* 바보들의 배 스타일도 있다. 서양 회화와 문학 중에는 '바보들의 배'라는 장치를 사용한 작품이 많다. 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배 안에서 우스꽝스러운 짓을 벌이는 인간 군상을 풍자하는 내용이다. 자서전 집필을 공부하기 위해 스승으로 삼을 작가로 저자는 윌리엄 샤로안을 소개했다. 샤로얀은 '제한된 공간에 다양한 인물을 모아 놓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개하는 구성 방식'을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그의 『인간 희극』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나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같은 얼개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p.184) 주인공들이 여기저기 저리 떠돌아다니며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 주는 거다. 자서전도 비슷한 스타일로 써 볼 수 있다.
* 모은 글감에 깃발을 달아 줘야 작품으로 발전한다. 첫머리를 시작하는 '열어 주기' 깃발은 익숙하고 이해하기 쉬운 간결한 한두 가지 단면이면 된다. 평범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시작하면 무난하다. 도입부를 심각하게 준비할 필요 없다. 초벌 원고는 밑그림일 뿐이니 떠오르는 대로 써 내려가다 보면 사건의 경중이 가려진다. 일단 깃발을 꽂고, 여기가 아니라면 뽑아서 다시 꽂으면 된다.
*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며 예고편 노릇을 하는 열어 주기와 오랜 여운을 남겨야 하는 끝내기(p.207)" 가 중요하다.
#줄거리 에 #의미부여하기 #퇴고하기
* "자서전은 아름다운 추억들과 한 많은 기억들을 수집하여 전시하는 마음의 회고전이다. (p.225)" 회고전 개최는 쉽지 않다. 준비가 필요하다.
* 글은 산행과 같아서 양적인 균형이 중요하다. "상승 구조가 계단처럼 지속적을 올라가도록 이끌어 주기 위해서 징검다리 쉼터를 제공하는 구조적인 방편을 수사법에서는 절정 꺾기(anticlimax)라고 한다. (p.233)" "징검다리 분산 배치는 규모가 큰 글쓰기에서 흔히 무거운 머리의 쏠림과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는 편리한 기능을 맡는다. (p.235)"
*"감정의 과잉 발산은 자칫 잘못했다가는 비웃음이나 역겨움을 사기가 십상이다. 초벌 원고를 만들 때의 흥분 상태를 무자비하게 견제하는 냉정함을 갖추고 우리는 퇴고에 임해야 한다. (p.268)"
* "... '있다'와 '것'과 '수'처럼 흔한 단어를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불성실함은 글쓰기에서 가장 먼저 털어 버려야 할 심각한 악습이다. (p.263)" 적당한 어휘가 생각나지 않으면 반의어를 생각하자. "... 소설이나 비소설을 불문하고 서술문에서는 부사나 형용사보다 보통 명사와 동사가 많아야 탄력이 붙는다. 대화체가 거의 없는 산문이나 수필, 심지어는 명상록에서조차 기회가 보이는 대목마다 직접 화법을 동원하면 기나긴 무료함이 순간적이나마 잠깐 사라진다.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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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 넘치는 자서전
글쓰기로 자기 삶을 되돌아보는 사람은 행복하고 귀한 사람이다. 지나간 날을 기억하고 그 기억들을 모으고 모은 기억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기억을 글로 적는 일이 자서전 쓰기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일기이기도 하다. 그 일기는 자기의 내적 고백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시인의 <序詩> 다. 대단한 자화상이고 자서전이다. 시를 자서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주 특별한 자서전이라고 해도 억지는 아니다. 작가 안정효는 『안정효의 자서전을 씁시다』를 통해 자기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자서전을 쓰자고 권한다.
개인적인 생각을 따라 글이 흐르는 수상록 그리고 논리의 객관성을 갖춘 회고록은 엄격히 이야기하자면 분야가 다르지만, 둘 다 같은 자서전의 성격을 지닌다. 일기체 형태로 쓴 소설도 마찬가지다. 위인전, 영웅전, 고백서, 성공담 모두가 일종의 자서전 또는 타서전이어서 자료를 엮어 집필하는 요리법 또한 하나같이 비슷하다. (...) 그렇다면 자서전을 만드는 남다른 요리법은 어떻게 찾아내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서술한 천편일률적인 판박이 일대기가 아니라 인간미가 풍기는 자서전이나 타서전을 생산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남다른 작품은 남과 다른 방식으로 시도할 때만 탄생한다. 그러니까 집필에 착수하기 전에 독특한 각을 세울 적절한 비법을 찾아내고 선택하여 그에 따라 내용을 구성하고 깊은 맛이 나는 문장을 구사하는 요령을 익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34)
많은 사람들이 "내가 살아온 인생을 말하려면 소설 책 몇 권으로도 모자란다."라는 말을 한다. 그 말을 듣는 사람도 "내 인생도 보통이 아니라고." 하면서 서로의 삶을 자랑하듯 이야기를 한다. 우리 모두는 『천일야화』에 나오는 세헤라자데만큼 많은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문제는 문장을 구사하는 요령이다. 글쓰기는 복잡한 전술을 필요로 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그것은 고독하고 고통스러우면서도 매력이 넘치고 흐뭇하고 귀한 작업이다. 『안정효의 자서전을 씁시다』는 글을 써보지 않은 사람에게 자서전을 쓸 수 있도록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도움을 주는 책이다. 「1장 자서전을 쓰는 사람의 자격」에서 시작하여 「22장 마지막 훈수」까지, '조심스러운 충동'을 하여 '조금씩 즐기며 끝내기'로 이끌어 준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