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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것들을 고백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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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다 자라 열꽃을 피워낸다. 작고 소외된 세상에 갇힌 여자에게 끝난 사랑은 아름다워야 했다. 그녀는 슬픔에 젖거나 오열하는 대신 새로운 곳을 향해 손을 내민다. 하물며, 아직, 사랑은 부서지지 않았다. 고로 끝나지 않은 것이다. 뺏기기 싫은 장난감을 틀어쥐는 아이처럼 앙다문 입술과 치켜올라간 눈매, 둥글게 쥐여진 주먹. 부서진 세계와 불안으로 빚어진 세계가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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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다 자라 열꽃을 피워낸다. 작고 소외된 세상에 갇힌 여자에게 끝난 사랑은 아름다워야 했다. 그녀는 슬픔에 젖거나 오열하는 대신 새로운 곳을 향해 손을 내민다. 하물며, 아직, 사랑은 부서지지 않았다. 고로 끝나지 않은 것이다. 뺏기기 싫은 장난감을 틀어쥐는 아이처럼 앙다문 입술과 치켜올라간 눈매, 둥글게 쥐여진 주먹. 부서진 세계와 불안으로 빚어진 세계가 충돌한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기 위해 짧은 빛이 반짝하자마자 이내 사라져 흔적도 없다. 희망에 기대어 울어보기도 하고, 눈과 가슴에 맺힌 시간을 추억하며 절망도 한다. 어쩌면 거기 있기나 한 듯이 남자가 얼굴 가득 미소띤 채 손을 흔든다. 소유의 순간은 찰나에 불과한데 회상에 마침표 찍는 순간은 참으로 길다고 여자는 생각한다. 모든 시간이 찬란했다고 적는다. 잊는다는 것은 완벽하게 버린다는 뜻과도 같다. 쉼표나 느낌표 대신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이다. 사랑이 권하는 술잔에는 사랑했던 남자의 이름이 비친다. 또렷하게 각인된 그의 이름. 여자는 마침내 울음을 터뜨린다. 여자의 이마에 그리움의 징후가 묻어있다.

 

 

다시 찾아온 사랑은 노래가 된다. 다행이다. 떠나던 그가 다른 남자를 보내주었다. 그가 울다가 갔다. 알록달록한 들꽃이 수북한 마당가에 비스듬히 기대어 보는 것, 잘 닦인 길을 양손을 흔들며 저벅저벅 걸어 맞은 편 카페로 들어가는 것, 사랑이 시작된 곳에서 살구주스 한 잔을 시켜 마신 다음 뜨겁고 달콤한 키스를 나누는 것. 더이상 황홀한 시간은 없다. 단지 그를 잃었을 뿐인데 그녀에게서 사라진 것들은 수도 없이 많고 간절한 것들 뿐이다. 사랑이 이편에서 저편으로 가버렸다는 것을 여자는 깨닫는다. 칼 같던 로맨스. 사랑이 끝났다. 장막은 검정색 천으로 꼼꼼하게 그녀를 감싼다. 온 세상이 캄캄한 그녀에게 탈출구는 없다. 허무는 여자의 삶을 사각사각 갉아먹는다. 이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불가능성을 인정하는 순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좌절된 꿈은 각자의 방을 필요로 한다. 그의 부재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었음을 그녀만 모른다. 슬픔은 시간을 가두지 못한다. 벽은 공기를 차단하지 못한다. 사랑은 한 번도 똑같은 표정을 지은 적이 없고 우린 또다시 사랑을 말하는 일에 실패할 것이다. 시간은 무심할 것이고 슬픔은 간혹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그의 물건을 버리면 그가 버려질까. 집을 정리하고 비닐봉투에 그를 넣어 쓰레기통에 버린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생활에 태연히 착수함으로서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 

 

 

 

꽃이 물기를 잃고 말라가듯 시드는 나탈리의 일상을 뿌리째 흔드는 남자는 평범하고 소탈한데다 수줍음 많은 마르퀴스.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나탈리와 사랑의 상처가 두려워 망설이는 마르퀴스는 어느덧 옛사랑의 그림자에 심장을 부여잡거나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수줍어하는 이전의 그들이 아니다. 용기는 마음을 배반하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사랑을 시작하는 가녀린 연인의 복잡다단한 마음을 섬세하고 미묘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과거를 딛고 현재를 소망하기 시작한 이들의 새로운 발걸음을 응원한다. 잔 속에서 쓸쓸하게 찰랑이는 화이트 와인의 씁쓸함과 덜어낼 수 없는 시간과 지워지지 않는 추억이 한데 엉키는 소중한, 그래서 아름다우면서도 짠한. 눈물겹게 바라봐주는 친구와 화려한 조명 아래 춤춘다면, 늘 뒷모습을 응시해주는 내 모든 시간을 함께 한다면. 사랑은 결코 도돌이표가 되지 않을 것이다.



s*****d 2012.12.3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