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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차양이 예쁜 작은 동네 서점에 갔다가 전미화라는 작가이름 하나로 선뜻 손을 뻗어 들인 책. 다소 거친듯한 선 위주의 그림을 깊이 있는 텍스트와 함께 담아내는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던 전미화 작가의 신작이다. 표지를 활짝 펴서 살펴보니 언듯 마티스가 생각난다. 가위 오리기의 달인이기도 하면서 그의 작품 구석에 늘 식물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던데 왠지 비슷한 화풍 같기도 하고....앞표지는 흰표지의 한사람이 나신으로 다소곳하게 앉아있다. 저 삐딱한 고개와 부릅뜬 눈은 뭐지?(이때까지도 성별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나의 무심함인지....) 표지를 넘기고 면지를 넘기다 종이에 코를 박는다. 넘기는 순간 손 끝에 와 닿는 느낌이 좀 달랐다. 손 끝으로 슥슥 문질러도 보는데 그냥 맨들맨들한 종이는 아니다. 서걱서걱 뭔가 줄이 쳐진듯한 느낌..왜 이런 종이를 썼을까 궁금하다. 속표지의 이사람의 한끼, 짠하다. 손바닥만한 삼각김밥 하나에 달다구리한 딸기 우유 하나. 전혀 어울리거 같지 않은 조합의 한끼다. 또 한편으로 벤치에 앉아 한끼 정도 먹는건 아무 것도 아닌듯한 내공의 철벽이다. 사실 폐쇄된 공간도 아닌 참새가 노니는 공원 벤치의 한끼 쉬운 일은 아니다. 나도 식당에 들어간 1인 메뉴를 시키고 한끼를 하기까지 귀 달아오르는 부끄러움을 넘기며 오랜 시간이 걸려 해낸 일이다. 이번 그림책은 글없는 그림책이다. 내 맘대로 그림을 살피며 이야기를 구성해 내는 재미로 좋아하는 형태의 그림책이다. 칸칸이 나뉘어져 벽처럼 같디 좁은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는 사람들. 사무실 벽 시계는 6시를 넘고 있다.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 다들 무슨 일을 하고 있는걸까? 이미 컴퓨터를 끄고 준비를 마친 주인공의 샐쭉한 눈에 완전 공감. 짐짝처럼 실려가는 지옥철 속에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싶다. 퇴근 시간의 도로는 그야말로 아수라장. 빵빵거리는 경적 소리와 사고 차량 사이 오가는 육두문자, 자동차 배기구로 쏟아져 나오는 후끈함, 길다란 장대 위 거짓 웃음 가득한 입꼬리의 삐에로, 쌍쌍히 어딘가로 즐거이 길을 걷는 사람들. 그 사이 무엇에 홀렸는지 습관적으로 발을 내딛는 사람. 자신이 무엇을 밟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피곤한 눈망울....짠하다. 결국 목발에 의해해야 하는 사태 발생. 어색한 목발에 겨드랑이는 뻐근하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친 다리를 대신해 반대쪽 종아리에 알이 배기는 것만 같다. 어깨에 맨 가방은 또 왜이리 흘러내리는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 뭣 때문에 장은 이리 많이도 봤는지, 결국 떨어져서는 안될 계란의 추락. 와! 이 사람, 오늘 진짜 재수 없는 날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밥 한 술 먹자고 벌여 놓은 밥상은 초라하다. 전자렌지의 잔망스런 떨림으로 데워진 포장밥과 뚜껑 채 밥상에 올라온 반찬 가게의 반찬들이다. 그나마 요리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계란후라이가 저녁 준비의 전분였을거 같다. 방청객의 가짜 웃음과 감탄사 난무하는 텔레비전조차 이 사람에게 웃음을 주지 못한다. 왜 사람들은 텔레비전 앞에서 밥을 먹을까?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을 그 순간에 잊고 싶어서일까? 그렇게 먹은 밥이 자신의 건강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지 몇 알의 약을 털어 넣는다. 암막 커튼에 눈 가리개까지 하고 수면제처럼 몇 장의 책을 읽고 잠자리에 드는 모습이 무겁기만 하다. 먹구름은 한꺼번에 몰려 다닌다고 했나? 절뚝거리며 울리는 초인종에 나선 현관 앞에 당도한 선물은 누군가의 이별 선물. 하트 숑숑인걸 보니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의 이별 통보인듯. 그리도 무덤덤하던 얼굴이 드뎌 팔자 눈썹이 되었다. 꽉 움켜진 주먹이 부르르 떨리다. 뭔 그런 사람이 다 있냐, 이별 선물로 화분이라니.....반가울리 없다. 잡동사니를 내어놓는 한켠에 툭 밀어두었다. 당연하지, 집어 던지지 않은 것이 다행. 하지만 얄상한 포장도 풀어지고 잔뜩 풀죽은 화분을 보자니 저 식물이 뭔 죄가 있나 싶다. 나쁜 놈은 나쁜 놈이고 화분도 생명인데 싶어 두텁게 쳐 놓았던 암막 커튼을 살짝 열어 햇살을 덜어주었다. 하나둘 늘어가는 가지에 꽃망울까지 터트리는 녀석을 보니 자꾸 눈길이 간다. 분무기로 쫙쫙 물도 뿌려주고 비좁아진 화분의 분갈이에 식물 영양제까지 두개 쿡쿡 찔러 넣어 주었다. 그러고나서 보니 빈 화분이 왠지 허전해 보인다. 화분 구입할 때 달려왔는지 씨앗 한 봉지가 있어 이별 선물 화분에 심는다. 그렇게 화초의 집 불리기는 계속되고 어수선한 베란다는 정원 용품으로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정성스런 손길에 반짝반짝 윤이 나는 잎사귀들과 함께 햇살에 그을려진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한층 똘망해진 눈망울과 옹골차진 손끝. 건강이 꾹꾹 묻어있다. 이젠 잠자리 주변 가득 화초다. 수면제처럼 잠자리를 지키던 책은 식물백과 사전이 지키고 있고 뭔지도 모를 약병들 대신 싱그런 화초들이 올라와 있다. 꾹 감긴 눈이 왠지 기분좋은 피곤함이 느껴진다. 방안 가득한 화초들을 보며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함을 깨달았을까? 트럭에 모두모아 이사를 한다. 아무리 정성을 들여 가꿔도 땅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뿌리 한가득했을 화분을 털어내고 땀 뚝뚝 흘리며 땅을 파고 애정하던 녀석들을 이사시킨다. 4면으로 활짝 펼쳐진 정글 속의 한 사람. 이젠 표지의 초란한 쭈글이가 아니다. 자유롭고 탄탄하고 당당하다는 느낌이 든다. 마티스의 그림에서 느껴지던 원시의 생명력이 그대로 전해진다. 식물의 힘, 자연의 힘일까? 식물을 키우며 도닥이던 손길, 긍정의 주문들이 온전히 돌아온 느낌이다. 식물을 키운게 아니라 나를 다독이며 나를 채운 시간들이 된 것 같다. 식물 키우기를 좋아해 화분을 실을 트럭이 오며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작은 화분이라도 들여 매일 들여다본다. 떡잎 떼어주고 화사하게 피고나서 추리해진 꽃도 떼어준다. 영향제며 분갈이며 잦은 손길과 눈길을 주며 내 손길만큼 잘 자라는 모습에 뿌듯해지기도 한다. 삶이란 그런걸까? 다독이고 적당한 햇빛과 바람과 물, 예쁘다예쁘다 칭찬하는 긍정의 말들이 나를 키우는걸까? 왠지 더 베란다의 화분에 눈길이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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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61 《그러던 어느 날》 전미화 문학동네 2019.6.5. 어버이 손가락 하나조차 움켜쥐기 어렵던 아기는 어느새 자라서 나뭇가지를 쥘 줄 알고, 이 나뭇가지를 입에 넣다가 흔들다가 던지더니, 곁에서 어른이 나뭇가지로 흙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나뭇가지는 이제 붓이 됩니다. 나뭇가지로 땅을 살살 파서 씨앗을 심으니 날이 가고 달이 가는 사이에 부쩍부쩍 오르는 줄기에 잎에 꽃에 눈을 똥그랗게 뜹니다. 똥그란 눈에 더욱 동글동글 열매가 맺고, 아이는 이 삶을 좋아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은 아무것도 아닌 듯 지나갈 수 있던 일이 가득하던 하루가 어떻게 조금씩 달라지는가를 보여줍니다. 참으로 아무것도 아니니 아무것도 아닐 테지요. 그런데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온몸이 파르르 찌르르 울리고, 한 걸음 두 걸음 새롭게 내딛고 보니 어느덧 확 달라진 모습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할 적에 즐거울까요? 무엇을 하기에 기쁜가요? 어디에서 누구하고 살면 될까요? 마음이 맞는 짝은 어디에서 찾을 만할까요?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작은 씨앗을 마음에 심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조그마한 사랑을 보금자리에 심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켜고 나뭇가지를 살살 깎아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렸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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