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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병원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이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원을 좋아하지 않겠지. 하지만 병원은 좋아하지 않으면서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건 오로지 ‘돈’ 때문일까? 드라마나 영화 혹은 책. 이 많은 장르에서 병원은, 의사는, 간호사는 다양한 형태로 주제가 되고 등장인물이 되고 중심인물이 된다. 그 인물 중에는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는 정말 의사가 되고 싶어 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 인성적 잣대를 대고 싶지는 않지만 때론 의사라는 가면을 쓰고 무서운 일을 저지르는 사람을 보면 무섭도록 소름끼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아이를 살리고 싶은 자와 그 사람들을 이용해 막대한 돈을 벌려고 하는 자. 그리고 그 두 사람을 이어 줄 브로커까지. 생명을 ‘돈’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가 탓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 노리코는 꿈에 그리던 세이레이 병원 간호사로 첫 출근을 하게 된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아름답게 자리한 세이레이 병원. 이곳은 최첨단 의료기술과 의료진 그리고 베테랑 의사와 간호사들이 일하고 있다. 이런 엄청난 곳에서 일하게 된 노리코는 부족한 자신이지만 열심히 하겠다며 다짐을 한다. 기분 전환을 위해 산 정상 레스토랑을 찾은 노리코는 그곳에서 ‘무뇌아 출산’이라는 말을 한 묘한 커플을 보게 된다. 무뇌아 출산이라는 말이 노리코의 일상을 조금씩 흔들기 시작한다. 단짝 친구 유코가 전해준 병원 내 비밀 병동. 그리고 뇌가 없이 태어나는 아이들의 활용... 이 곳. 최첨단 의료기술이 있고 유능한 의사가 존재하는 이곳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무뇌아가 태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무뇌아로 태어나게 만드는 인간의 기술은 과연 맞는 것일까? 인간의 삶과 일생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즐거움이 있다면 슬픔이 있고, 건강이 있다면 아픔이 있고, 삶이 있다면 죽음이 있다. 그들은 영원히 같이 다닐 것이고, 어느 한쪽만 늘 함께 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아픔이 있어도 나름 헤쳐 나가는 용기가 생기게 되고, 우리는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하지만 그런 세상이치를 벗어나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생명이 수단이 되고 방법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내 아이만큼은 살리고 싶은 그래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장기 이식을 기다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한 사람들. 그리고 쉽게(?)돈을 벌기 위해 무뇌아 출산 대열에 합류한 사람들.
오로지 누군가의 장기이식을 위해 뇌가 없이 태어나는 아기들은 과연 생명이 있는 인간일까 그냥 도구일 뿐일까? ‘애초에 인간으로서의 생을 살고 있지 않으니까 죽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셈입니다.’ (331) 무뇌아란 존재는 뇌가 없으니 처음부터 브레인 라이프(뇌생)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336) 한명이라도 더 살리려는 의사의 사명은 어쩜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뇌사 상태의 환자가 기증한 장기로 죽음에 임박한 환자를 살리는 건 분명 구원 같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뇌사 판정을 누가 하는 것일까? 그리고 애초에 뇌가 없이 태어난 무뇌아의 장기는 누가 활용(?)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무뇌아는 그래서 생명이 없는 물건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나도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들이 아플 때엔 내가 대신 아플 수 없어 마음이 짠하기도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가치의 우열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어느 새 생명에도 우열을 가리는 것 같다. 하찮은 생명과 그렇지 않은 생명.
책을 읽으며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 이고, 그 이기심에 피해를 보는 사람은 또 누구인지 생각했다. 생명은 돈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모두 똑같이 존귀하지만 우리는 어느 새 그런 모든 걸 잊고 사는 것 같다. 자연이 주신 그대로의 삶과 그 삶을 연장하고 싶은 사람들. 모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걸 이용하는 또 다른 3자가 있어 슬퍼지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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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발전과 인간윤리의 문제를 다룬 소설 ‘장기농장’ 의학과 윤리의 대치를 주제로 다룬 소설들은 많지만 소설 ‘장기농장’이 가지는 특수성은 그 ‘대상’에 있다. 바로 ‘무뇌아’이다. ‘무뇌아’는 대뇌가 없거나 머리뼈도 없어, 뱃속에서 사산되거나 태어나더라도 24시간 안에 죽는 걸로 알고 있다. 보통 임부들이 초기에 신경관결손방지를 위해 엽산을 먹는데, 이때 엽산을 제때 먹지 않는다거나 신경관에 문제가 생기면 무뇌아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장기농장’은 주인공 ‘노리코’가 우연히 들은 ‘무뇌아’라는 한마디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리코’와 ‘유코’는 막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꿈에 그리던 ‘세이레이’ 병원에 취업을 하게 된다. ‘노리코’는 ‘소아과’로 ‘유코’는 ‘산부인과’로. 나름 둘 다 원하던 과로 배속을 받아 기쁨은 두 배가 된다. ‘노리코’와 ‘유코’가 일하게 된 ‘세이레이’ 병원은 최첨단 병원, 뛰어난 의료진, 베테랑 선배들로 꾸며진 이상적인 병원이었는데, 더 유명해진 것은 바로 ‘장기이식’의 뛰어난 성공률로 명성이 드높았다. 이 소설이 쓰인 시기에 일본은 ‘장기이식’ 수술이 쉬운 때는 아니었다고 한다. 특히나 소아에게 장기를 이식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세이레이’ 병원은 소아 장기 이식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이 분야의 전문의들이 포진한 ‘세이레이’ 병원은 장기를 이식받고자하는 어린 환자들이 유독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 ‘노리코’는 레스토랑에서 ‘무뇌아’를 임신했다는 부부를 만나게 되는데 기묘한 느낌을 받는다. 분명 ‘무뇌아’가 맞는데 임부는 7개월이었다. ‘무뇌아’는 보통 사산되거나 죽을 확률이 높은데 그들은 중절을 할 생각이 없어보였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친구 ‘유코’에게 하자 그녀는 산부인과에 ‘특별병동’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노리코’와 ‘유코’는 그 ‘특별병동’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하고 수많은 장기들이 대체 어디서 공급되는 지에서부터 의문을 느낀다. ‘노리코’는 우연히 친해지게 된 소아 장기 이식 전문의인 ‘마토바’의사에게 이 고민을 털어놓고, 평소 별 생각 없이 이식의 성공에만 집중했던 ‘마토바’역시 장기의 출처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그리고 ‘마토바’의사는 이식용 장기들이 어디서 나오는지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하고, 점차 진실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모두들 예상했듯이 병원에서 공급되는 장기들은 대부분 ‘무뇌아’의 몸에서 적출되는 것이었고, 병원이 어디까지 관련이 되었는지, 더 깊은 비밀이 있는 건 아닌지 점점 더 독자들을 궁금하게 만드는 와중에 ‘마토바’의사가 교통사고로 죽는 일이 생긴다. 경찰은 자살로 처리하지만 ‘노리코’와 ‘유코’는 병원의 비밀을 파헤치다가 살해당한 것임을 직감한다. 그러면서 ‘노리코’는 ‘마토바’의사의 일기로부터 병원의 숨겨진 비밀의 일부를 알게 되고 ‘유코’는 ‘마토바’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끝까지 파헤치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거대한 병원을 상대로 신참 간호사들이 비밀을 캐내기에는 한계가 있는데.
역자가 말했듯 이 소설에는 여러 가지 욕망이 분출되어 ‘무뇌아’를 이용한 장기이식이 벌어진다. 자신의 이름과 연구를 드높이고자했던 명예욕과 과시욕, 본인의 사명은 잊어버리고 돈과 자본주의의 노예가 된 병원과 의사, 또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뒤늦게 후회에 빠진 사람까지. 그들은 그들의 욕구를 충족하기위해 병원의 어두운 곳에서 오직 ‘장기이식’만을 위한 ‘무뇌아’들을 생산해낸다.
- 뇌가 없으면 사고도 없고 감각도 없다. 장기가 살아 있을 뿐, 애초에 인간의 존엄성을 갖지 못한다. - 무뇌아는 100% 사망한다. 무뇌아의 장기를 이식에 사용하면 죽을 운명에 처한 8~90%의 아이들이 목숨을 건진다. - 신선한 장기로 아이들을 살린다면 이게 바로 신이 내린 선물이 아닐까요
‘무뇌아’는 그들의 주장대로 정말 신이 내린 선물이며, 사고와 감각이 없기에 정말 인간의 존엄성을 갖지 못하는 것일까? 정말 그들의 몸을 하나하나 찢어발겨 나온 싱싱한 장기들로 아픈 아이들을 살린다면 병원과 의사는 제 몫을 다한것일까? 솔직히 ‘이성’의 움직임만 따른다면 심장, 간, 안구, 폐, 신장까지. 이식이 가능한 모든 것을 다른 아이에게 나눠줌으로써 그들이 구원을 받는다면 굳이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그동안 ‘마토바’의사가 ‘이성’에 의해 장기이식을 착착해나갔던 것도 오로지 ‘이성’에 의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구원’이라는 것은 순수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것이다. 위에 말한 자본주의와 자기과시욕에 물들어 이미 순수함을 잃어버린 ‘구원의 행위’는 더 이상 ‘신의 선물’이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에 물든, 생명을 경시한, ‘구원’이라는 이름만 거창한 ‘쓰레기’가 아닐까. 그래서 인간은 ‘감정’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비록 ‘기형(奇形)’이라는 탈을 쓰고 태어났지만, 단지 ‘기이할 뿐’ 그들 역시 인간이다. 그렇게 느끼는 것은 우리 인간이 ‘감정’을 가지고 ‘이성’ 만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을, 무뇌아를, 인간으로 보고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살아주어 고맙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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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이 많은 건 비가 개고 나서, 그것도 날이 활짝 갤 것 같을 때야. 비가 축축하게 오는 동안은 어두운 바깥이랑 자기 우울한 기분이랑 맞아들거든. 날이 갤 것 같아졌을 때 그 차이가 견딜 수 없어지는 걸 거야." - 여느 일본 추리 소설과는 달리 잔잔하다. '간호사'라는 직업의 헌신적인 면모를 엿보면서 덩달아 내 마음까지 따스히 물들었다. 그리고 후시노 시게루의 활약은 장애인이 결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님을 일깨워준다. 이는 단순히 '추리'라는 장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무뇌아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를 고민하면서, 의학 분야에서 갖는 법의 필요성도 짚어볼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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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끝을접다를 보고 너무 내용이 궁금하여 구매해본 책입니다. 꽤나 두꺼운 분량임에도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고 물론 읽는데 시간은 좀 걸렸지만 책 산 게 후회가 되지는 않네요. 상당히 만족스러운 소설이었습니다. 일본 장편소설 특유의 느낌마저 책을 읽는데 즐거움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한 재미로 끝나는 게 아닌 윤리적인 문제까지 곱씹게 되는 좋은 책인 거 같습니다. 스릴러 답지 않게 잔잔하지만 그마저도 소름 돋을 수 있게 만드는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꼭 다들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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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터 정말 철렁하게 만드는 작품 예전부터 읽고싶었는데 드디어 읽었다 ㅠ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솔직히 어디에나 있을 법한 소재여서 읽는 내내 씁쓸했다 여주가 굉장히 용감한 성격이다 나랑은 정반대여서 좀 멋있으면서 닮고싶었다 결말은 나름 잔잔하게 끝난거 같다 중간중간 어려운 부분 말고는 꽤 재밌게 읽은 작품이다 나중에 한번 더 읽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