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는 젊은 사람들, 소비자들에 대해서만 관심이 많지 한국 사회를 뒷받침해왔던 노년층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 이 책에서 역시 그런 점을 짚어 할매들의 삶에 대해 인터뷰 형식으로 받아 내용을 적어나갔다. 소설 못지 않은 몰입력. 최현숙 작가의 구술생애사는 정말, 역사서와 같다. |
|
할매의 탄생 아니 우리 할매들의 삶의 이야기. 내추럴본 서울내기인 내가 읽기엔 할매들의 찐한 사투리가 조금 어려웠지만, 그래서 더 꼭꼭 씹어 읽게 된 책. 고통의 전시가 아닌 그녀들의 삶의 이야기. 많은 부분에서 기록되어야 할 이야기가 기록되어 다행이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여기에 나오는 할매들과 울 엄니가 배슷한 세대.. 지만, 도시여자로 자란 울 엄니의 삶은 참 달랐지. 외려 구순을 훨씬 넘긴 도시여자 울 외할머니의 삶에 더 비슷한 부분들이 있으려나. 그분의 삶의 이야기를 길게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더 남았으려나 싶은 생각이 들던 책 |
|
우록리 할매들의 분투하는 생애 구술를 글로 옮겨적은 책이다. 책에서 구술된 할머니는 모두 여섯 분이시다. 첫 번째, 조순이 83세 대촌댁 할머니의 ‘내 살은 거를 우예다 말로 합니꺼’이다. 두 번째는 유옥란 78세 안동댁 할머니의 ‘나 살아온 거야 좋지도 안하고 나쁘지도 안하지 뭐’이다. 세 번째, 이태경 86세 각골댁 할머니의 ‘글씨는 머리로 안 드가고, 배 짜는 거만 머리로 드가고’이다. 네 번째, 김효실 할머님의 ‘나는 담배 따는 기계였지만 이젠 편케 생각한다.’이고, 다섯 번째는 곽판이 92세 창녕댁 할머니의 ‘죽은 사람은 죽어도 산사람은 모를 숨궈야 하는 거라.’이다. 여섯 번째는 임해순 수점댁 할머니의 ‘허리 주저앉으면 맘도 주저앉는 기라.’이다. 이렇게 여섯 분의 삶을 작가가 할머님들의 어투로 그대로 글로 옮겨 놓은 도서이다.
이번 도서는 친정엄마의 세대를 글로 담은 것이라 사실은, 이미 알고 있던 삶의 짠함을 가지고 읽게 된 도서이다. 친정엄마 세대의 결혼생활이 갖는 의미도, 베품도 배려도, 희생까지도 극에 달했던 세대가 아닐까 생각된다. 시대적으로 조선 시대의 어르신들을 모셔야 하는 세대였다. 또 당사자가 겪은 시대는 일제 강점기와 6.25를 겪은 세대이다. 경제적으로도 예법도 어느 것 하나 수월한 것이 없던 시기에 겪은 여자의 삶이다. 유교 사상이 강했던 조선 시대를 살아낸 어르신들을 모셔야 했던 시대이다. 그래서 아마도 이 시대의 어르신들은 자신의 삶을 책으로 엮으면 트럭 몇 차는 될 거라고 하신다. 어르신들은 자신의 의지로 삶을 살아오신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에도 집안의 생계형 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를 도와야 했다. 또 장녀로 태어난다면 더더욱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한다. 결혼은 어떤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무조건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던 시대이다. 혹여 어린 시동생이나 시누이라도 있다면 그들의 성장과 결혼까지도 책임져야 한다. 공통적인 생활의 모습이 그려지는 가슴 짠한 세대이다. 밤새도록 길쌈을 해야 했던 세대이다. 여자는 글을 알지 못해도 되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조선 시대의 연속 선상에 있었던 시기가 아니였을까 생각된다. 또, 남편의 외도까지도 오로지 여자인 아내가 감당해야 될 몫이었던 시대이기도 하다. 혹여 누구에게 원인이 있는지 조차도 모르면서 자식이 없다면 당연히 남편의 외도를 받아들여야 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결혼해서의 삶이 정당한 가족으로서의 삶이라기보다는 그 시대에 있었던 일꾼의 개념이 더 컸을 것 같은 기막힌 현실을 오로지 몸으로 견뎌내신 분들이시다. 마을 우물이 있었던 시기 새벽같이 일어나 물동이에 물을 길어와야 했던 생활 구조였다. 시댁에서는 부지런한 며느리를 원했고, 거기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이른 새벽에 우물물을 뜨기 위해 쪽잠으로 잠자는 시간까지도 자유롭지 못했던 시기였다. 불과 그것이 친정엄마 세대, 지금 막 90대 언저리에 있는 어르신의 젊은 시절의 생활 모습이다. 일제 강점기, 정신대에 착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10대에 혼인했다. 그렇게 성장하기도 전에 모진 시집살이를 견뎌내야 했다. 또 전쟁으로 인해 숨죽이고 살아야 했던 젊음이었다. 먹거리조차도 넉넉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의식주, 어느 것 하나 풍요롭기는커녕 부족하기만 했던 시기이다. 무섭도록 노력했던 분들이시다. 그분들의 표현을 빌리면 뼈가 으스러지도록 일만 했던 분들이다. 어디 여자들만의 삶이 주는 문제겠는가. 물론 그시대 한량으로 삶을 보낸 남자도 있으리라. 그러나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삶을 살아내신 분들은 어떨까. 맏이, 장남이라는 이유로 모든 생활을 책임져야 했다. 커가는 동생들의 공부도 시켜야 했다. 그렇게 동생들이, 본가의 가족들이 우선이었던 삶이다. 그렇게 뒷바라지 하다가 보면 정작 자신의 자녀들에 대해서는 여력이 없어져 버린 맏이들의 삶이다. 누군가 나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다고 가정해보면 얼마나 부담 백배일까. 무언가를 끝없이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아마도 숨 막히는 일이 아닐까. 이 도서는 어르신들의 생애 구술을 통해 작업한 자서전이라 선택해서 읽게 된 도서이다. 현재의 내가 자서전을 공부하는 이유와도 어쩌면 비슷해서, 앞으로 어떻게 서술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조금씩 익혀간다는 의미로 선택한 도서이다. 경제적 활동을 그만두게 된다면 나는 힘든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신 어르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 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작은 책자로 편집하여 삶의 선물처럼 드리고 싶다. 그래서 자서전을 공부하는 입장으로 도서를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집중도 안되고 이야기의 앞뒤 의미를 맞추기에도 바쁜 책읽기였다. 만약에 이책이 할머니 한분한분의 소장용이었다면 이런 컨셉이 적당할지 모르겠으나, 독자를 대상으로 출간되는 책으로 엮기에는 어떤 의도를 부여하든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듯하다. 구어체를 그대로 옮겨적은 내용으로 구성된 도서이다. 그래서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가 읽기에는 내용보다 읽기에 바빠지는 도서이다. 내용의 짠 함을, 위대함을 느낄 틈도, 공감할 여유도 없이 읽기 바빴던 도서라 아쉬움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