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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모
이른 봄 햇살 한 줌 아까우면 농사꾼이 다 된 것이다 거미줄의 아침이슬 한 방울 안타까우면 외할머니 다 된 것이다
도심 아파트에서 자다 일어나 자주 고향 별빛이 그리웁고 겨울산 북사면의 흰 노루구기가 눈에 밟히면 그는 이미 세속도시에서 멀어진 사람 제대로 실패할 준비가 다 되었다
벌써 오래 전에 지구는 망쳤지만 아직 망해보지 않은 목숨은 모른다 패자부활은 졌지만 결코 지지 않은 자의 것 감나무에 까치집 몇 개 남길 줄 알면 김남주 시인의 조선의 마음 살가운 촌놈촌년이 다 된 것이다
예저기 지구 사막의 대리모들 어치계곡 백학동의 빈집 텃밭에서 녹슨 호미 들고 배추씨 세 개를 심고 있다
시인이 찍은 별나무 사진은 아름답다. 하늘과 지상이 한 화면에 담겨있고 거기에 꽃나무가 우뚝 서 있다. 봄날 즐비하게 피어 있는 벚꽃길과 별 총총 하늘의 조화, 흰 목련꽃이 소담스레 달려있는 목력나무와 까만 하늘에서 빛나는 별빛의 어우러짐, 폐사지에 나무처럼 우뚝 서 있는 하늘 위로는 은학수가 흐르고, 겨울날 도드라지게 익어 있는 주홍빛 감을 달고 있는 감나무와 밤하늘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유화로 보는 아름다운 그림 같았다. 우리나라 밤하늘이라고 하기에는 실감이 나지 않는 그림. 그래서 환상처럼 다가왔다. 우리가 도시를 벗어난 시골의 일상에서 바라다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닌 듯했다. 그래서 좋았고 그래서 아쉬웠다.
시 사진집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별나무 사진이 여럿 있지만 야생화를 찍은 사진도 있다. 시인의 집 풍경일까 시골 집 풍경이 있고 로드 킬을 당한 고라니를 전경으로 클로즈업해서 찍은 사진도 했다. 일상에 더 다가서 있다. 농사꾼이 되어 녹슨 호미 들고 배추씨 세 개를 심고 있는 마음이 있다. “기타 하나 제대로 못 치는 텃새, 분단국가의 한국어 시인이 된 것을”(「후회막급 시인」) 난생 처음 후회하기도 하지만 “팔베개는 지상이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라며 “마구 뛰는 심장을 맷돌로 누르고 / 저린 팔 그대로 코끝에 침을 바르며 / 단 하룻밤만이라도 당신의 곤한 잠을 지켜주고 싶”(「지리산 팔베개」) 마음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