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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쳇말로 우리나라를 '국난 극복이 취미'인 나라라고들 한다. '반도 국가'라서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수시로 침략을 해온 고난의 역사 속에서도 '단일민족 국가'를 유지해 왔다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또 내부적으로도 현대사에서 여러 국가적 위기가 있었는데, 정치적으로 독재, 쿠데타 등을 겪거나, 또 개방적인 경제 체제에서 IMF와 같은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를 온 국민이 똘똘 뭉쳐 이겨낸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국난 극복의 과정은 정말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고통을 겪어야 하는 무서운 것일 수 있다.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과 변화, 리더십 등이 필요하고, 많은 약자들이 희생되기도 한다. 과거의 국난 극복에 대해서 '취미'와 같은 가벼운 단어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원인과 과정을 명확하게 밝히고 이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국난이 유독 많다는 시선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시각에서, 지구상의 수많은 국가 또는 사회 집단 중에서 우리보다 더 많은 횟수나 강도의 위기를 겪은 경우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을 극복한 국가가 있을 수도 있는데, 우리의 자기중심적 역사 서사가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른 나라의 위기 및 극복이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될 만한 것이 있지 않을까? 어떤 점이 다르거나 또 비슷한지, 우리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클지 살펴보는 객관적 시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저자는 <총,균,쇠>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출간한 유명한 학자이다. 저자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지리학자로 꼽히는데, 무려 80살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 UCLA 지리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임에도 이처럼 책까지 출간하는 모습을 보니, 그 자체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원래 진화생물학, 생리학에서 출발한 학문적 이력과 관련하여, 저자의 이전 책들은 주로 자연과학의 시선과 방법에서 인류의 역사, 문화를 바라보면서 통합적인 시선을 가지려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국가의 위기'라는, 전작들에 비해 비교적 자연과학적 느낌이 덜하면서도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소재를 다루었다. 1부에는 저자가 생리학자를 포기하고 동시통역사가 될까 고민했던 위기를 언급한다. 그리고 심리학에서의 개인 위기 극복의 프레임을 가져와서, 국가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지 프레임을 구성한다. 2부에서 저자는 자신이 선정한 7개의 국가에서 큰 위기를 맞고, 이를 인식하고 극복하려는 정치 및 사회적 노력을 하는 과정에 대해서 하나씩 이야기한다.
저자가 첫번째로 꼽은 국가는 핀란드이다. 핀란드의 위기는 20세기 초 소련의 침공, 그리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위협을 가한 것이다. 인구가 1억이 넘는 소련의 군대가 인구 500만도 안되는 핀란드를 침공한 '겨울전쟁'에서, 핀란드 군대는 기적적으로 소련을 막아내서 '국난을 극복'한다. 이러한 극복의 원동력은 바로 국민들이 국가를 지키겠다는 구심력, 그리고 이를 전쟁에서 실천하기 위한 멋진 리더십의 지도자, 또 자신들의 지리적 환경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전술을 발휘하는 능력이었다. 또한 2차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도래한 이후에도, 핀란드는 여전히 지리적으로 소련과 맞닿아 있다는 점 때문에 소련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소련과 국경을 접하는 대부분의 나라가 공산화된 마당에, 핀란드도 시간문제라고 여길 수 있었다. 핀란드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지정학적 현실을 엄연히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현실을 맞추는 방안을 구상하고 실천했다. 강대국에 인접해 있는 조그마한 나라인 핀란드가 국가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수 차례 닥친 국가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내의 조건 및 대처 방안들이 인상적이었다. 글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상황과도 자꾸 비교하면서, 우리의 지정학적 위기는 핀란드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보게 되었다.
![]() 1920년대와 1930년대에도 핀란드는 소비에트연방으로 재편된 러시아를 게속 두려워했다. 이념적으로 핀란드와 소련은 서로 반대편에 있었다. (...) 그들은 소련이 핀란드 공산주의자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핀란드 정부를 전복하며 재정복을 시도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따라서 핀란드는 스탈린의 공포 정치와 편집증적인 숙청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며 1930년대를 보냈다. 소련이 핀란드와 국경을 맞댄 지역, 게다가 인구말도도 희박한 지역에 비행장과 철로를 건설하자 핀란드의 걱정은 더욱 커졌다. 특히 핀란드로 향한 철로는 국경을 조금 앞둔 숲 한복판까지 이어졌다. 따라서 핀란드를 쉽게 침략하려는 목적 이외에 다른 목적은 뚜렷이 생각나지 않았다.(p.90-91) 병력과 군비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하던 소련군에 맞서 핀란드군이 오랫동안 방어하는 데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의 이유는 동기부여였다. 핀란드 병사들은 가족과 조국, 독립을 위해 싸운다는 걸 알고 있었다. (...) 둘째, 핀란드 병사들은 겨울이면 숲에서 스키를 타고 다니는 데 익숙했다. 게다가 그들은 전투 지역의 지형을 훤히 알고 있었다. 셋째, 핀란드 병사들은 핀란드의 겨울에 적합한 의복과 신발, 천막과 소총을 갖추고 있었지만 소련군은 그렇지 못했다. (p.98-99) 핀란드가 조그맣고 약한 국가라는 사실은 그들에게 견디기 힘들었지만 엄연한 현실이었고, 서방 세계로부터 어떤 도움도 기대할 수 없었다. 따라서 핀란드는 소련의 관점을 이해하고 항상 염두에 두어야 했다. 최고위층부터 말단 관리까지 모든 계급의 소련 정부 관리와 끊임없이 대화해야 했고, 핀란드는 약속을 지키고 협정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걸 입증하면서 소련의 신뢰를 얻고 유지해야 했다. 따라서 위협받지 않는 강력한 민주국가라면 결코 양도할 수 없는 국권이라 생각했을 경제적 독립과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표현의 자유를 부분적으로 희생하더라도 소련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p.112) 두 번째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의 19세기 말 근현대사에서의 위기는 고립된 나라 일본에 도래한 외부 서양 세력의 개방 요구, 그리고 내부적으로도 중앙과 지방 세력 간의 충돌이 발생한 점이다. 일본은 이를 메이지 유신이라는 개혁으로 극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리고 일본이 어떻게 서양의 제도를 받아들여 개혁하고자 노력했는지, 또 국가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한 노력을 하는지 등이 나왔다. 우리와 과거사 측면에서 감정이 없을 수 없는 일본의 '잘나가는' 얘기이다보니 기분이 불편하면서도, 동시에 여러 우연(메이지 유신을 주도한 지배 계층 확립 과정은 우연성이 큰 것 같다)과 내부적인 노력이 함께 뒷받침되었다는 사실은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렇게 메이지 시대에 위기를 극복한 일본이 정작 2차대전 때에는 무리한 군사 팽창 정책을 펼치는 무모함을 보이는데, 저자는 여기서 세대의 경험 차이를 지적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다만 그정도의 세대 차이가 상반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들어, 향후 더 알아봐야 하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1854년 이후로 막부의 기본 전략은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달리 말하면 최소한으로 양보하며 서구 열강을 만족시키되 그동안에 군사와 비군사 분야 모두에서 서구의 지식과 장비, 과학기술과 장점을 도입함으로써 하루빨리 서구에 저항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서겠다는 뜻이었다. (...) 그러나 막부와 강력한 영지가 힘을 키우려고 애쓰는 동안에도 서구와의 접촉으로 일본에서는 여러 문제가 생겨났다. (...) 셋째, 많은 사무라이(무사 계급)와 상인이 외국 무역을 독점하려는 막부의 노력에 반발했다. 넷째, 페리가 처음 일본에 입항했을 때 쇼군이 다이묘에게 조언을 구한 이후로 몇몇 다이묘가 예전처럼 모든 결정을 쇼군에게 일임하지 않고 정책 수립과 계획에 참여하기를 원했다. (p.140-141) 첫째, 일부 지도자는 쇄국주의자를 편들며 당장 서구인을 추방하기를 바랐지만 현실주의가 더 우세했다. (...) 서구인을 추방하기 전에 일본도 서구가 강해진 근원을 받아들임으로써 강한 국가로 거듭날 필요가 있었다. 무기를 구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강력한 서구 사회를 뒷받침하는 정치, 사회적 개혁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둘째, 메이지 시대 지도자들의 궁극적 목표는 서구가 일본에 강요한 불평등조약을 바로잡는 것이었다. (...) 세 번째 원칙은 각각의 생활권에서 일본의 상황과 가치에 가장 적합한 외국 모델을 찾아 채택하고 수정하는 것이었다. 메이지 시대 일본은 특히 영국과 독일, 프랑스와 미국의 모델을 다양하게 차용했다. 결국 여러 국가가 다양한 영역에서 본보기가 된 것이다.(p.146-147) 메이지 정부는 세제 개혁과 법 체제 같이 세속적이지만 화급한 과제를 처리한 후, 메이지 시대의 마지막 20년 동안 일본 국민에게 사회적 의무감을 심어주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 과제는 전통 종교에 대한 정부의 지원으로 적잖게 성취되었고, 교육에 대한 정부의 깊은 관심은 더 큰 역할을 해냈다. 일본의 전통 종교는 애국심과 시민의 의무, 효도, 신에 대한 공경심과 황제는 신의 후손이라는 공유된 믿음을 가르치며 일본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따라서 정부는 전통적인 종교 신도와 유교 철학을 권장했고, 주요한 신사들에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그런 신사를 관리할 사제를 임명하기도 했다. (...) 메이지 시대 지도자들이 추구한 목표는 일본의 '서구화'가 아니었다. (...) 서구의 많은 장점을 채택하되 일본 상황에 적합하도록 수정하고 전통을 대폭 유지하는 것이었다. (p.157-158)
칠레의 위기는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것으로, 1970년대에 발생한 정치적 양극화이다. 사회주의의 극단에 있는 아옌데 대통령의 집권과 여러 정책에 이어, 극우파 피노체트의 쿠데타가 일어난다.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국가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저자는 칠레의 위기의 원인을 내부적인 부분에서 주로 찾는데, 다른 책에서는 미국 등 외세의 영향을 더 중요하게 말했어서 더 알아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긴 군사정부를 종식하고 다시 민주화 및 좌파 집권이 이루어지는 과정, 이후의 좌파의 정치적 행위 및 칠레 국민들의 인식은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정치적 선명성의 강조, 극단주의의 반복에 수반되는 복수의 정치 등은 국가적 위기를 심화시키기만 하고, 국가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화해와 협력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를 짓밟았던 반대 진영이라고 해서, 우리에게 기회가 왔을 때 똑같이 짓밟고 복수하려고 하지는 않았는가? 만약 그래야만 한다면, 칠레의 상황과 어떤 부분이 다른 것인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과거에 민주주의를 경험한 국가가 어떻게 그처럼 야만적인 국가로 전락할 수 있었을까? 칠레 역사에서 군부가 개입한 적은 있지만 어떻게 기간과 살상자 수 및 가학적 고문에서 과거의 사례를 훌쩍 넘어서는 군사정부가 계속될 수 있었을까? 완전한 대답은 아니겠지만 정치적 분위기의 양극화와 폭력성의 증가 및 정치적 타협의 결렬이 크고 작은 원인이었다. 또 아옌데 시대에 심화된 극좌의 무장, 극우에 의한 대학살을 예고하는 듯한 '자카르타 비에네'라는 벽보도 원인으로 손꼽을 만했다.(p.196-197) 서유럽으로 망명한 칠레 좌익은 온건한 사회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 또 서유럽 국가들은 생활수준도 높고 정치적 분위기가 칠레보다 평온한 것도 확인했다. 그 결과, 서유럽으로 망명한 칠레인은 좌익이라고 해서 반드시 급진적이고 비타협적일 필요가 없으며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과 협상하고 타협함으로써 많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피노체트에 반대한 이유가 제각각이었지만,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승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피노체트가 기업체와 상류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어 피노체트를 지지하는 세력이 피노체트 이후 시대에도 개인적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면 승리하지 못하고, 승리하더라도 권력을 잡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깨달았다. 달갑지 않았지만 좌익은 권력을 잡더라도 과거의 적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했다.(p.204-205) 칠레의 국가 정체성과 자부심은 현재의 결과에서 주로 형성되었다. (...) 칠레는 라틴아메리카의 여느 국가들과 다른 길을 걷고, 효율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무척 노력해왔다. 다른 계통의 칠레인을 같은 조상의 후예로 받아들이지 않는 칠레인이 많고 그들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칠레 국민은 '모든 칠레인을 위한 칠레'를 건설하자는 구호를 예부터 충실히 지켜왔다. 이런 국가 정체성이 없었다면 칠레는 정치적 마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고,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가장 부유한 국가로 되살아나지 못했을 것이다.(p.214-215) 인도네시아 역시 칠레와 유사하게 주로 국내 수준에서의 정치적인 반목이라는 위기에 주목한다. 네덜란드로부터 갓 독립한 수천 개의 섬과 700여개의 부족이 사는 국가가 하나의 나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가 흥미로웠다. 수카르노, 수하르토 등의 인물의 이름만 세계사 교과서에서 스쳐 본 기억이 나는데, 이들이 국민국가로서 인도네시아를 만든 주요 인물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집권 과정에서의 정치적 위기가 있었지만, 그들 나름의 정치적 역량으로 (때로는 인권 탄압도..) 극복하고, 국가의 '질서'를 세우고 국민을 '만들기' 위해 사상, 언어, 교육 등을 통일하여 현재처럼 비교적 안정된 국가의 형태를 띠게 하였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민주적인 방법은 아닌 데다가, 국가 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한 것도 아니기에 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하기는 애매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섬과 민족으로 분리되어 있던 나라가 하나의 나라로 기능하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1960년대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세 세력이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뒤섞이며 싸우던 때였다. 한 세력은 수카르노였다. 그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였고 노련한 정치인이었다. 또 조국 독립의 아버지이자 초대 대통령이며 그때까지의 유일한 대통령으로 많은 인도네시아인에게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 두 번째 세력은 군사력을 독점한 군부였고, 세 번째 세력은 인도네시아 공산당이었다. (...) 그러나 세 세력은 독립된 주체로 기능하며 각각 다른 방향을 지향했다. 수카르노의 교도 민주주의는 자신과 군부의 결탁에 기초한 것이었지만, 정작 그 자신은 군부를 견제하려고 공산당과 동조했다. (p.239) 수하르토는 수카르노의 교도 민주주의라는 통치 원칙을 '신질서'로 교체했다. 신질서는 1945년 헌법의 순수한 정신과 판차실라의 다섯 가지 원칙으로 돌아가자는 뜻이었다. 또 수하르토는 인도네시아 정당들의 잘못된 행동에 따른 나쁜 변화를 바로잡겠다고 선언했다. (...) 그는 인도네시아 국민이 제대로 교육받지 않아 무지하기 때문에 위험한 사상에 쉽게 휩쓸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 수하르토의 중심사상, 즉 하나의 길만 있고 분쟁이 없어야 한다는 사상은 삶의 많은 부문에 적용되었다. 하나의 이념, 즉 판차실라만 용인했다.(p.251)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쪼개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놀랍게도 신속한 속도로 국가 정체성을 구축했다. 그 정체성은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지만 정부의 의식적인 노력으로도 크게 강화되었다. 인도네시아의 국가 정체성을 뒷받침하는 근원 중 하나는 1945-1949년 일어난 독립 투쟁으로 네덜란드의 지배를 떨쳐냈다는 자부심이다. 정부는 1945-1949년에 벌인 투쟁을 여러 형태로 변환해서 독립을 위한 영웅적 투쟁 이야기로 국민에게 전달하며, 이런 자연 발생적인 자부심을 북돋워주는 역할을 한다. (...) 인도네시아는 광활한 영토 또한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국가에도 '사방에서 메라우케까지'라는 뜻의 "다리 사방 삼파이 메라우케"라는 가사가 있을 정도이다. (...) 인도네시아의 국가 정체성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근원은 국어로 선택한 바하사 인도네시아어이다. 배우기 쉽고 놀라울 정도로 유연한 바하사 인도네시아어를 국어로 신속히 채택하며 700개의 지방어와 공존하고 있다. 독일의 위기는 얼핏 나치 시대를 꼽을 것 같았는데, 저자는 나치 이후의 상황에 주목한다. 2차대전 이후 '탈나치화' 정책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아는 것처럼 당연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자칫 나치의 유산이 잘 청산되지 않는 분위기로 갈 위기가 있었지만, 68혁명과 관련한 새로운 세대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개혁하는 정치인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점이 중요했다. 그리고 이는 근본적으로 독일의 지리적 위치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인접 국가가 많기 때문에 그들과의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부분이 바탕에 있었다. 독일의 지리적 위치에 대한 오판으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무모하게' 일으켰다가 패전했고, 브란트 총리 시절의 정치적 행보와 개혁은 독일의 지리적 위치에 따른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으로서 성공적인 위기 극복을 했다고 보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뉘른베르크 재판과 탈나치화 작업으로는 나치의 유산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했다. 수백만 명의 하급 관리는 확신범이든 나치의 명령을 어쩔 수 없이 따랐든 간에 기소되지 않았다. 또 재판 주체가 독일이 아니라 연합국이었던 까닭에 독일인에게 가한 행동에 대해 책임져야 할 독일인은 기소되지 않았다. (...) 1945년 당시 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독일인 중 압도적 다수가 나치 정부에서 일한 경력자였다. 달리 말하면 전후 독일 정부에서 일할 만한 경험을 갖춘 관리와 판사는 모두 확신에 찬 나치였더나 적어도 나치에 협력한 사람이었다. (...) 나치 범죄는 사악한 지도자로 이루어진 소규모 패당의 잘못이고, 대다수 독일인은 결백하며 소련에 맞서 영웅적으로 싸운 평범한 독일 병사들도 죄가 없고 더 깊이 조사할 만한 중대한 나치 범죄는 남지 않았다는 해석을 대부분의 독일인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p.277-278) 브란트는 동독과 조약을 체결했고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과도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또 오데르-나이세 선을 폴란드와 독일의 국경으로 인정함으로써 그 선의 동쪽 영토를 완전히 상실했다는 현실도 받아들였다. 달리 말하면 오랫동안 독일의 영토였고 독일 정체성의 중심이던 슐레지엔, 프로이센과 포메라니아의 일부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 브란트의 이력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은 1970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방문했을 때였다. (...) 폴란드 군중 앞에 자진해서 무릎을 꿇었고, 나치에게 수백만 명이 희생된 사실을 인정하며 히틀러 독재와 제2차 세계대전의 용서를 구했다. 독일인을 끝없이 불신하던 폴란드인조차 브란트의 행동을 계획하지 않은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난 것으로 인정했다.(p.293) 독일이 극단적 특징을 띤 첫째 요인은 지리적 제약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떤 행동을 독자적이고 주도적으로 시행할 수 없고 주변 국가들의 행동에서 비롯되는 유리한 기회를 수동적으로 기다려야 하는 지리적 제약이다. (...) 현재의 독일 지도와 유럽의 최근 역사 지도를 보면 독일의 자주성을 제한하는 지리적 제약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현재의 독일은 육지에서 아홉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공화국, 폴란드, 덴마크), 바다로는 북해와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여덟 개 국가와 마주 보고 있다(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게다가 독일은 1938년 오스트리아를 합병함으로써 세 국가(이탈리아, 유고슬라비아, 헝가리)를 이웃으로 얻었고, 1918-1939년에는 또 한 곳의 이웃 국가(리투아니아)를 얻었다. 1918년까지 몇몇 국가는 러시아와 합스부르크 제국에 속해 있었다. 따라서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이중으로 계산하지 않으면 역사적으로 독일의 이웃 국가는 무려 20개 국에 이른다. 20개국 중 스위스를 제외하고 19개 국이 1866-1945년 육지나 바다로 독일을 침략했거나 독일의 침략을 받았고, 독일군이 주둔하거나 독일군이 통과하도록 영토를 내주어야 했다. 한편 다섯 국가는 현재 강대국이거나 과거에 강대국이었다(프랑스, 러시아, 영국, 합스부르크 제국, 과거의 스웨덴). 물론 독일에만 이웃 국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국가에는 이웃이 있지만 국경이 지리적 방어 장벽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북독일은 평평한 북유럽 평원의 일부여서 어떤 자연의 방어벽으로도 국경이 나누어지지 않는다.(p.299) 오스트레일리아의 국가 위기는 전쟁이나 쿠데타 등의 가시적인 위기가 아니라, 비교적 비가시적인 정체성의 위기였다. 자신들이 유럽인, 영국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또 원주민과 아시아계 이주민을 차별했던 오스트레일리아의 백호주의에 대해서는 얼핏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주민의 증가 및 아시아 여러 나라와 수많은 교류를 하고 있는,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상반된 모습에서의 중간 연결고리에 대해서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이 조국 영국을 위해 1,2차대전 때 희생했음에도, 영국은 자신들을 지켜주지 않고 심지어 배신했다고 집단기억을 가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이후 여러 정치 및 경제지리적 상황을 인지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하게 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성하였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변화하는 마음과 주변 정세를 읽고 대처하는 정치인의 존재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유효했고, 국가의 점진적인 위기를 극복하는 데 여러 정치적 의사결정이 수반된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 오스트레일리아가 자체 방어력을 키우는 걸 등한시한 것도 잘못이었다. 하지만 영국에 대한 오스트레일리아의 배신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싱가포르 항복이 있고 50년이 지난 1992년 말, 오스트레일리아 총리 폴 키팅은 의회 연설에서 영국을 준열하게 비판하며 증오심을 유감없이 터뜨렸다. (...) 제2차 세계대전이 오스트레일리아에 남긴 교훈은 두 가지였다. 첫째, 영국은 전혀 오스트레일리아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 일본의 상륙이 있었다면 영국이 아니라 미국이 방어하고 나섰을 게 분명하다. (...) 둘째,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오스트레일리아는 두 전쟁에 모두 참전해 멀리 떨어진 유럽 무대에서 싸웠지만 정작 중대한 위협은 가까운 아시아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p.340-342) 군사적 보호라는 고려 사항에 관해 말하자면 제2차 세계대전으로 영국이 더 이상 태평양을 지배하는 군사적 강국이 아니라는 게 명백해졌다. 오히려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과 유대 관계를 맺는 게 더 유리했다. 이런 관계는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가 1951년 앤저스 안전보장조약을 체결함으로써 공식화되었다. (...) 이번에는 아시아의 정치적 발전에 대해 말하자면 아시아에서 과거에 식민지와 보호령과 위임 통치령이던 곳이 하나씩 독립국가가 되었다. (...) 모든 국가가 독자적으로 외교정책을 추진했고 과거처럼 식민 지배국의 외교정책에 종속되지 않았다. 게다가 경제적으로도 성장하고 있었다. (...) 1980년대 오스트레일리아의 최대 무역 상대국은 일본이었고, 그 다음은 미국이었으며 영국은 한참 뒤였다.(p.346) 휘틀럼은 그런 개혁을 무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혁명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 현상의 인정"이라고 정확히 표현했다.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영국인이라는 정체성은 점차 위축되고 있었다. (...) 백호주의의 해체도 휘틀럼이 공식화하기 전에 이미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예컨대 1949년 일본인 전쟁 신부의 입국 허용이 첫 단계였다. 그리고 아시아 개발을 지원하는 콜롬보 계획 아래 1950년대 1만 명의 아시아계 학생 방문자를 받아들였다. (...) 따라서 1972년 휘틀럼이 백호주의의 종결을 선언하며 한 세기 넘게 완강히 옹호해오던 온갖 형태의 인종차별 정책을 공식적으로 폐지했을 때 예상한 수준보다 저항은 훨씬 더 적었다. (p.354) 3부에서 저자는 앞에서 제시한 같은 프레임으로 과거가 아닌 현대의 국가 위기의 현황과 문제를 짚는다. 먼저 일본에 대해서 간단히 짚은 뒤, 미국에 대한 이야기가 뒤이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 보통 저자가 '친한파'로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서의 일본 부분을 읽으면, 저자를 단순히 일본을 싫어하고 우리를 좋아한다고 분류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느꼈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또 여러 관심어린 우려를 표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미국 부분은 저자의 모국이기도 해서, 이 책을 쓴 핵심적 목적인 듯 싶었다. 저자는 미국이 축복받은 지리적 조건을 바탕으로 민주국가를 세워서 초강대국으로 번영하는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여러 정치, 사회, 경제적 문제점을 우려한다. 특히 민주국가를 200년 넘게 유지하는 미국에서 최근 SNS에서의 편향적인 정보 취득으로 정치적 대립과 반목이 커지는 점, 사회적 자본의 쇠퇴와 정치적 무관심의 증가, 경제적 격차의 증가 및 빈곤층 증가 등을 특히 우려한다. 게다가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인식하고 평가하려고 하지 않는 '미국 예외주의'가 있다는 점을 특히 비판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미국의 여러 정치적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처럼 보였다. 온대 지역 토양은 고위도 빙하기의 빙하가 진퇴를 거듭하며 바위를 잘게 부수고, 그 결과로 비옥한 흙을 생성하거나 드러나게 하며 남긴 부분적 유산이기 때문에 열대 지역 토양보다 일반적으로 더 비옥하다. 이런 현상은 북아메리카뿐 아니라 북부 유라시아에서도 나타나 유라시아 토양도 비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빙하 작용은 북아메리카에서 특히 효과가 있었다. 북아메리카가 세계 대륙에서 유일하게 지리적으로 특유한 특징을 띠기 때문이다. (...) 북아메리카는 특히하게도 북극 쪽으로 점점 넓어지고, 저위도로 내려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쐐기 모양이다. 이런 지리적 특징의 영향으로 북아메리카 토양이 비옥해졌다. (...) 고위도에서는 넓고 큼직하게 형성된 빙하가 저위도로 내려갈 때 깔때기 모양의 좁은 공간으로 이동하며 밀도가 높아졌다. 한편 유라시아는 쐐기 모양이 아니어서 고위도에서 형성된 빙하가 동일한 폭으로 저위도로 이동했다. (...) 따라서 고위도에서 생성된 빙하가 진퇴를 거듭하며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낸 효과는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극대화되었다. 한편 유라시아에서는 그 효과가 약간 떨어졌으며, 남반부의 세 대륙에서는 효과가 미미하거나 거의 없었다. 그런 빙하 작용의 결과로 형성된 그레이트플레인스의 깊고 비옥한 토양에 유럽에서 이주해온 농부들은 놀라면서도 기뻐했다. 현재 그레이트플레인스는 세계에서 가장 드넓게 펼쳐진 생산적인 농지이다.(p.407-408) 따라서 나는 현재의 관심사와 생각에 집중해 채널을 선택하며, 다른 주제와 달갑지 않은 견해에는 아예 담을 쌓을 수 있다. 그 결과, 나는 내가 선호하는 '정치적 틈새'에 파묻히고 나만의 '사실'에 집착하며 내가 예부터 선호하던 정당에 계속 투표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상대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고, 내가 선택한 의원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의원들과 타협하지 않기를 바란다. (p.433) 다른 국가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는 미국의 태도는 '미국 예외주의'라는 믿음과 관계가 있다. 달리 밀하면 미국은 유일무이한 국가여서 다른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것도 미국에는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 미국식 방법이 서유럽과 캐나다의 방식보다 항상 더 낫고, 미국은 특별하기 때문에 서유럽과 캐나다에 적용한 해법이 미국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란 잘못된 확신에서 비롯된 오만이다. 이런 부정적 사고방식 때문에 많은 개인과 국가가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유용한 방법을 미국인은 스스로 내치고 있는 셈이다 (p.471-472). 저자는 책에서 당대 나라의 위기를 인식하고 지도자의 역할에 대해 배울 것을 강조하면서 마무리를 한다. 저자는 여러 국가의 사례를 통해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도 인류 사회에 대해 애정어린 희망을 잃지는 않는다. 저자는 사회과학적 연구 단위인 국가를 대상으로 연구하면서, 통계 수치를 나열하고 면밀한 분석을 하는 건조한 방법을 쓰지 않는다. 대신에 마치 부모님이 자식에게 자신이 방문했던 국가의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흥미롭게 스토리텔링을 한다. 그러면서도 나름의 국가 위기에 관한 프레임을 개발하여 적용하는 부분은 언뜻 체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해당 국가에 대해서 잘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되어 좋았다. 다만 좀 더 많은 국가의 사례를 다루지 않아 객관성이 떨어져 보이는 것이 아쉽고, 이는 저자도 책 초반부에서 인정하면서 자신이 잘 아는 국가를 다루었다고 언급한다.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의 국가적 위기에도 이러한 프레임을 적용해서 분석하면,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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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예시로 든 여러 나라 중에서 내가 가장 몰랐던 나라는 핀란드였다. 광고를 통해 익히 알고 있던 휘바휘바 자일리톨 껌, 귀여운 무민 캐릭터 그리고 모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접했던 순박한 몇몇 핀란드 청년들의 모습은 그 나라가 별 탈 없이 그저 잘 지내온 것만 같은 밝은 이미지였는데 1939년 소련과의 겨울 전쟁에서 막대한 사상자를 낸 역사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군사력 면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는 소련군에 맞서 소수 정예의 스키 부대 등이 활약하면서 끈질기게 저항하고 오랫동안 방어했다니 우리의 구한말 일제 강점기가 떠오르면서 핀란드 국민들도 암울했던 외세 침략기가 있었구나 하는 모종의 동질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종전 후 핀란드는 파시키비-케코넨 원칙을 고수하며 서방 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하면서도 소련의 신뢰를 얻는 일명 '외줄 타기'를 끊임없이 계속해 왔다는데 이 점 또한 현재 우리가 미중 두 나라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는 현실과 비슷한 게 약소국의 어떤 공통된 숙명 같은 것이 느껴져 씁쓸했다.
이 밖에도 일본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칠레 등과 같은 나라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중국어 '웨이지' (한자어로는 '위기')는 위험을 뜻하는 '웨이'와 기회를 뜻하는 '지'로 이루어졌다고.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개인이든 국가든 위기를 잘 대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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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총·균·쇠’라는 명저의 저자로 각인되었던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책을 또 열게 되었다. ‘대변동’. 충분히 설렘을 가지고 책장을 열었다. 아프리카를 제외한 나머지 대륙에서 하나 이상의 나라를 선택하여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러나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으로 인해 약간은 서운한 감정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서문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아시아를 대표하여 뽑은 나라가 하필이면 일본이었다. 차라리 역사와 사건이 많은 중국이라면 조금 서운한 감정이 덜했을 텐데… 일본에게는 1원도 주기 싫어서 일본인이 번역한 책도 안 읽는 나에게는(물론 편협한 생각으로 일본으로 인쇄가 흘러 들어간다는 생각) 몹시 서운했다. 그래도 저자가 나름대로 생각하는 바가 있을 것 같기에 읽기 시작했다.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있다. 각 파트 별로 몇 가지 적어보고 나름의 생각을 적고 마치겠다. 아무리 그래도 2부 국가 편에서는 양이 많아지겠다. 총 7개의 국가를 선정하여 예를 들고 있는데 무려 6나라를 한 묶음했으니…
먼저 1부 개인 편이다. 모든 개인의 위기와 극복의 과정이 국가와 같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어느 정도 참고는 될 것이다. 저자는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아 개인의 위기 극복과정을 12단계로 제시하고 있으며(p.57) 이 중 7가지의 단계는 국가의 위기 극복과정과 유사하다고 제시하고 있다(p.70). 그런 점에서 개인의 위기 및 극복과정은 주의 깊게 살펴봐야겠다. 위기(危機)라 함은 영어로 crisis로 표기되는데 ‘중대한 시점, 임계점, 기회’를 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위기가 곧 기회다’라는 긍정적인 표현은 단순히 안도용으로 쓰는 표현이 아닌 것이다. 위기에 대한 두 위인의 말을 가슴에 새기면서 1부를 넘긴다. ‘우리를 죽이지 않는 것은 예외없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Friedrich Nietche’-, ‘좋은 위기를 헛되이 보내지 말라. Winston Churchill’(p.51).-
다음 2부 국가 편에서는 6개국이 등장하고 있다. 첫 번째로 핀란드이다. 소련과 기나긴 국경을 마주하는 지정학적으로 요인으로 소련의 침공을 받을 위치에 있는 나라. 그 핀란드가 소련과의 전쟁 후 평화조약 조건 중 전쟁배상금이라는 어마어마한 위기 앞에 처해있다. 그러나 그 위기가 가난한 농업 국가인 핀란드를 현대 산업국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다. (p.110) 전쟁이 끝나고 핀란드는 소련과의 외줄 타기 외교를 하였고 서구의 국가들은 그것을 ‘핀란드화’라는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분명 민주국가의 틀을 유지하면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강대국 소련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기 위해 민주국가이면서 독립 국가의 많은 것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변(辯)으로 ‘핀란드화는 수출용이 아니다’라는 한마디로 함축할 수 있다. 핀란드는 위기를 잘 대처해서 오늘날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국(富國)이 될 수 있었다. 두 번째 국가인 일본은 건너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객관성이 결여된 것 같다. 저자가 일본을 직접 경험한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경우를 미국에 있는 일본인 또는 일본계 미국인을 통한 간접 경험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해외에서 비치는 일본의 이미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하고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세 번째 국가는 칠레이다. 선택한 이유가 참 극적이다. 민주 정부를 잘 운영하고 있다가 갑자기 극좌의 사회주의 시스템으로 갔다가 쿠테타에 의한 독재정치를 17년간이나 경험하고 다시 민주 정부로 돌아왔으니 한 나라가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었다. 그간에 두명의 정치지도자를 말할 수 밖에 없다. 먼저 ‘아옌데’-분명 선거를 통한 대통령이었고 이전에 공직을 아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는 정치인으로서 많은 국민이 기대했으나, 그를 둘러싼 정당의 힘을 무시하지 못한 채 극좌의 노선으로 공산주의의 길을 걸음으로써 경제 폭망, 치안 위험 등 쿠데타의 원인을 제공하고 말았다. 둘째 ‘피노체트’-쿠데타를 일으킨 많은 군인 들에게 온건한 느낌을 주고, 심지어 엄청난 정보력을 가진 미국의 CIA조차도 온건주의자로 분류했을 정도이지만, 막상 권좌에 앉자 무려 17년의 독재를 한 인물이다. 여기서 다음의 본문 글귀가 떠오른다. ‘어떤 나라에나 명령을 받거나 허락을 받으면 사악한 짓을 서슴없이 행하는 수천명의 반사회적 인격장애자가 있게 마련이다(p.187). 네 번째 국가는 인도네시아이다. 네덜란드로부터 신생 독립한 국가로서 맞이하는 여러 가지 위기들이 처음 가보는 길이여서 참고할만한 경험이 없었기에 유독 갈팡질팡한 국가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그럭저럭 민주국가로 연착륙하는 중이다. 앞서 언급한 칠레와 같이 두 명의 정치지도자를 언급해야겠다. 먼저 ’수카르노‘-독립영웅으로서 초대대통령이었지만 정치적인 면에서 친일 친중 정책으로 일관되게 밀고 나갔고, 본인의 정치적 욕망 때문에 제3세계에 영향을 끼치려는 태도를 보이며 경제를 망치면서 쿠데타의 빌미를 제공했다. ’수하르토‘-공교롭게도 전임대통령과 이름이 비슷하지만,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과감히 친중 정책 등을 포기하고, 또한 제3세계에 대한 정치적인 관심도 끊고 서구와 외교를 통해 국내 경제 회복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는 볼 수 있으나 심한 독재의 여파로 국내 정세가 약간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 또한 신생국가로서 국가적인 위기에 대처하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인듯하다. 다섯 번째 국가는 독일이다. 2차 세계 대전 패망으로 국가 존망 위기를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경제 기적을 통해서 극복해 나가는 좋은 예였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은 한두 번의 위기가 아니라 무려 4번이나 되는 위기를 지속적으로 이겨내는 모습에서 그들의 강인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날의 통합 유럽 EU에서도 앞장서는 모습이 어색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1848년에 여러 개의 소국으로 분할된 독일을 통일 독일로 만들려는 시도에서부터 [1871년(통일독일)~ 1918년(1차대전)~ 1939년(2차대전)~ 1968년(학생운동)]의 위기를 겪으면서(통일된 힘으로 1차대전을 일으키고, 1차대전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과정에서 2차대전이 일어나고 2차대전의 패망 전후로 태어난 젊은 세대들이 2차대전에 참여했던 기성세대들을 히틀러에 부역한 세대로 세대 갈등을 일으켜 학생운동을 일으켰으나 실패하고) 그들이 품었던 이상은 ~1990년의 독일 재통일의 결실로 맺어졌다. 많은 독일인 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1968년이 없었다면 1990년도 없었을 것이다(p.311)‘. 위의 위기는 21~23년 사이로 대략 인간의 한세대와 비슷하다. 세대비판이 있었던 같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완전히 위기를 극복한 단단한 나라같이 보인다. 여섯 번째 국가는 오스트레일리아다. 내가 보기에는 다른 나라만큼 별다른 위기도 극복도 보이지 않는 데다 파트 부제 또한 “우리는 누구인가?”여서 좀 엉뚱한 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 나라의 역사(?)를 보면 좀 이해가 된다. 원주민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현재 주축을 이루고 있는 인구는 처음 영국에서 온 수인(囚人) 집단부터였다. 여기에 수인(囚人) 관리를 위한 집단 등 여러 백인 이민자 들이 모여서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국이 모국이었고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은 모든 것을 영국에 의존하며 살다가 2차 세계 대전 중 본국 방어에도 벅찬 영국 때문에 군사적으로 준비를 안해서 일본에게 침공을 당한다. 이때 느끼는 것이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자각이다. 2차 대전 후 영국이 EEC가입으로 오스트레일리아를 포기하자 독립의 의지가 싹트면서 이 나라에 서서히 변혁이 일어난다.
마지막 3부에서는 현재진행형인 위기를 가지고 있는 일본과 미국에 대해서 썼다. 저자의 식견에 약간 반한 나로서는 이 책이 발간되었을 초기에 접했다면 감명을 받으며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일본과 미국의 민낯이 드러난 마당에 굳이 쓰고 싶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경우가 몇 가지 있었다. 대통령으로 트럼프를 선택한 미국인들이 좀 이해가 안 되었는데 미국 선거의 문제점 들을 알게 되니 이해가 되었다.
앞에서 여러 나라의 위기 극복의 경우를 살펴봤지만 나에게는 칠레의 내용이 많이 다가왔다. 칠레의 우익 독재자 피노체트가 정치 판세를 잘못 읽어 절차적으로 완벽한 선거에서 대통령직을 놓치게 되었고, 그가 실각 후 정치적 망명자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정권을 잡았지만 그들에겐 피의 숙청이 없었다. 망명자들이 유럽 등지에서 세계적인 흐름을 통해 좌익의 특성이 결코 강경으로만 대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이 화해와 타협의 결과 경제 부흥으로까지 이끈 좋은 위기 극복의 예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칠레는 약간 불안정한 정세를 보인다. 이유는 독재자인 피노체트가 경제적인 면에서 좋은 결과를 내었다고 아직도 국민에게 인기가 제법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항상 군부의 쿠데타를 염려하고 사는 상태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의 박정희 대통령이 생각나는 점이다. 아직도 박정희 대통령의 망령 속에서 사는 국민이 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저들과는 다르다는 것은 분명한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시아에서 위기를 극복한 나라로 대한민국을 넣어서 책을 썼으면 하는 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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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대의 일곱 국가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일어난 위기와 그에 대응한 선택적 변화를 비교하며 이야기식으로 써 내려간 입문서이다. 나는 그 일곱 국가의 위기를 개인적으로 경험했고, 개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선택적 변화라는 관점에서 그 위기를 분석했다." (p.27)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대변동』은 현대 일곱 국가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했는지 비교하고, 앞으로 일본, 미국, 세계가 마주할 위기를 논한다. 저자가 20여 년 전 출간한 『총 균 쇠』는 여전히 한국에서 널리 읽히는 베스트셀러다. 칠팔백 페이지의 분량과 여러 학문 분야가 섞인 내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논증방식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구대륙이 먼저 발전한 건 지리적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에 대한 증명이 수백 페이지에 달한다. 하나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렇게 철저히 근거를 제시하다니, 읽으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올해 출간된 『대변동』은 그에 비해 무척 부드러운 느낌이다. 82세 노학자가 손자를 곁에 앉히고 여러 나라 이야기를 들려주며 "위기를 맞은 나라들은 이렇게 대처했단다. 그런데 난, 미국의 앞날이 걱정이야"라고 말씀하시는 듯하다. 저자가 살아온 시대, 경험했던 사건과 지인들 이야기가 이어진다. 세계 곳곳에 거주했던 저자에게 현지 친구들이 털어놨던 그 나라 속 사정이 생생함을 더한다. 위기를 맞은 여섯 나라를 둘씩 짝지었다. 다른 국가가 야기한 충격에 격변을 맞은 핀란드와 일본, 갑작스러운 내부적 요인으로 위기를 맞은 칠레와 인도네시아, 2차 세계대전의 스트레스 때문에 점진적으로 확대된 위기를 맞은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다. 마지막에는 일본, 미국, 세계의 위기를 다루니 총 일곱 국가를 다룬다. 위기를 극복한 나라도 있고 그렇지 못한 나라도 있다. 그 차이는 무엇에서 비롯되었을까? 저자는 국가가 위기에 대응했던 양상을 12가지 요인으로 분석했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 중 하나는 국가의 위기를 개인의 위기에 비유하여 분석해 이해를 도왔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진로 결정이나 이혼, 사별 등 다양한 위기를 맞고 나름의 대처 방식을 취하는데, 혼자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 임상심리학자나 치료사의 도움을 받는다. 심리 치료사들은 개인이 심리적 위기를 맞았을 때 성공적으로 극복할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12가지 요인을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고 한다. 다이아몬드 교수(그의 아내는 임상심리학자라고 한다)는 이 12가지 요인을 국가의 위기에도 적용해 '분석의 기준틀'로 삼았다. 물론 제도, 지도자, 내전 상황 등 국가만이 갖는 문제가 있으니 개인과 국가에 똑같은 틀을 적용하긴 어려울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국가 간 비교 연구의 입문서 역할을 하여 더 깊은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그리고 역사에서 배움을 얻으라고, 국가도 개인처럼 자아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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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길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다이아몬드 교수는 우선 무엇이 위기인지 정의하고 위기 해결에 영향을 주는 12가지 요인을 분석한다 그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내 외부적 압력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 우해서는 선택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외부적 요인으로 갑작스레 격변을 맞은 두 국가(핀란드와 일본) 내부적 갈등으로 위기에 처한 두 국가(칠레와 인도네시아) 점진적으로 확대된 위기에 시달린 두 국가(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등 다층적 비교 연구는 고통스럽지만 정직한 자기 평가와 대응이 근현대의 격동기를 어떻게 극복하게 했는지를 실제 역사적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오늘날의 일본과 미국 세계가 직면한 대응이 근현대의 격동기를 어떻게 극복하게 했는지를 실제 역사적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오늘날의 일본과 미국 세계가 직면한 대변동을 해설하고 현재와 미래의 변화 가능성을 제시한다 국가 간 불평등 환경자원의 부족 기후변화 핵전쟁 인구 변동 문제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 이후 세계의 전망과 과제를 냉철하게 파헤친다 마지막으로 위기는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유발 하라리의 추천사대로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는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이 시대에 절실히 필요한 책이다
인류사적 문명사적으로 거대 담론을 논했던 기존의 저작과 달리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 책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현재와 미래의 세계에 집중한다 특히 지정학적으로 한국 사회와 가장 밀접한 일본과 미국이 당며한 위기에 대해 상세하게 분석한다 특유의 예리한 시선으로 현실을 정확하게 포착한 그는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최선의 해법을 제안한다 우리 사회가 세계의 위기를 경청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7개국의 모습은 우리 현대사의 면면과 닮아 있따 소련이라는 강대국을 이웃한 핀란드 군사독재를 경험한 칠레와 인도네시아 지리적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아온 일본 양극화 현상이 확대되고 있는 미국까지 그들의 위기와 선택 변화는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이제 우리가 선택해야 할 미래는 무엇인가?
다이아몬드 교수의 날카로우면서도 냉철한 진단을 통해 우리는 위기 상황을 명확히 하고 미래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 전 세계와 한국사회에 위기의 해법과 통찰을 제시하며 변화와 회복의 가능성을 전하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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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로 유명한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UCLA 지리학과)가 내놓은 책이다. 지난 2019년 하반기에 나온 책으로 드디어 다 읽었다. 작년 말에 도전하는 것들에 골몰하느라 사둔 책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다른 책을 읽기도 했거니와 해당 서적이 좀처럼 잘 읽히지 않았던 것도 있다. 그러나 집에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어렵지 않게 책을 독파해 갈 수 있었다. 관심 있는 부분에 들어서는 오히려 속도감 있게 읽어나갔다. 참고로 다이아몬드 교수가 쓴 다른 책들을 읽어보진 않았다. 문명의 붕괴(원저 Collapse)를 읽고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 여름 이후 멈춰진 지 오래다. 해당 서적에서 그린란드 부분까지 읽었다. 이후 다른 부분은 아직 읽지 못하고 있지만, 그린란드 부분을 보면서 다각도로 해당 지역에 집중하는 부분이 사뭇 재밌었다. 이에 '대변동'에는 관심이 있는 국가들이 대거 들어가 있어 선뜻 국문으로 번역된 책을 구입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 국가들 이야기, 미국을 필두로 하는 세계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1부는 상당히 짧게 구성되어 있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내고 있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워낙에 똑똑한 사람인 만큼, 어떤 일생을 보냈나 나름 궁금하기도 했다. 언어에 밝고 생태학에 관심이 있었던 만큼, 다방면에 두루 밝은 인물이라는 것이 거듭 느껴졌다. 동시에 공부를 잘 했기에 당연히 좋은 학교에서 훌륭한 학자들을 만나 견문을 넓혔다는 것을 당연히 어렵지 않게 알았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국가 문제를 두고 여러 의문을 제기했다. 정치 제도와 경제 제도의 역할, 위기 시 국가 지도자의 역할, 집단 의사 결정 방법, 평화적 타협과 폭력적 혁명을 거론했다. 동시에 한국은 이번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는지, 지도자가 누구인지, 타협과 혁명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금의 상황을 두고 질문에 답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국가를 하나의 개인으로 치환한다면, 어떤 수준인지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핵심은 역시나 2부에 있다. 2부에는 핀란드, 일본, 칠레, 인도네시아, 독일, 호주에 대해 저자의 견해를 전했다. 각 국 현대사를 폭 넓게 살펴본 후, 이를 통해 각 국가가 마주한 상황을 두루 언급했다. 특히, 핀란드는 러시아와 스웨덴 사이에서 자리 잡기 어려웠던 국가인 만큼, 한국 사회에 몸담고 있는 이라면 충분히 눈여겨 볼만한 곳이다. 핀란드도 전쟁 전후에 힘겹게 생존했던 만큼, 핀란드의 상황과 역사는 반드시 보고 배워야 하는 부분이다. 지나치게 한 쪽에 경도되지 않은 부분을 눈여겨 봐야 한다. 핀란드화(Finlandization)이라는 국제정치 용어가 이를 충분히 설명해 주고 있다.
이어 일본이다. 일본의 근대화 과정은 아시아 국가가 모두 주목해야 한다. 대폭적인 변화와 대대적인 변화를 통해 국가 구조를 어떻게 획기적으로 바꿨는지는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메이지유신 전후로 당시 한국과 일본의 명운은 확실하게 엇갈렸다. 큰 전쟁을 치른 조선이 움츠러드는 것은 당연했고, 지리적인 이유로 일본이 미국에 강제 개항할 수 있었던 부분도 크지만, 내재적으로 변화해서 발전하고자 했던 부분을 두루 배워야 한다. 더 나아가 정치적인 부분에서 일본의 의식은 저조하지만, 사회적 시민의식이 서구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수준인 점을 보면, 이웃 국가로서 배워야 할 부분은 확실하게 깨칠 수 있어야 한다. 독일은 당연히 중요하다. 독일은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전후 처리와 분단 문제를 모두 극복해야 했다. 독일은 이를 확실하게 헤쳐나갔다. 군사권을 과감하게 내려놓았으며, 통일 이후 경제 부침을 역내 경제통합이라는 혁신적인 발판을 통해 슬기롭게 헤쳐나갔다. 빌리 브란트 전 총리의 예상치 못한 사과와 선제적 조치를 통해 독일은 이웃과의 정치적 위협요소를 줄였고, 경제적으로 떠오를 발판을 마련했다. 과감한 결단과 확실한 선택을 통해 독일이 지금과 같은 경제대국으로 자리를 잡은 것을 보면,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안겨줄 수 있다. 한국도 전쟁과 분단까지 마주했지만, 독일과 상황이 많이 다르게 전개됐다. 지금에서라도 독일의 사례를 보고 역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관계 개선에 나설지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호주는, 독일도 마찬가지지만, 꼭 한국과는 별개로 흥미로운 지역이다. 호주의 역사는 식민지 시대가 도래한 이후 생겨난 곳이 대륙 국가로 어떻게 성장했는지 과정을 보면 세계사의 흐름에서 측면에 있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 곳이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이후 독립해서 지금처럼 도약한 것은 재미난 상황이다. 지정학적 위기는 커녕 주변에 호주를 견제할 만한 국가들은 단 하나도 없는 말 그대로 축복받은 곳이다. 대륙이 여러 국가로 나눠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연방이 되면서 오히려 호주는 외부 위협요소를 확실히 제거했다. 호주와 맞설 수 있는 뉴질랜드는 이미 혈맹이다. 오세아니아를 통틀어 보더라도 호주와 견줄 나라는 없다. 문화적으로 인종차별이 만연한 곳이지만, 많은 이민자와 유학생들이 호주로 향하는 것만 보더라도 호주의 현 상황을 어렵지 않게 진단할 수 있다. 끝으로, 3부에서는 일본의 변화와 미국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의 변화에 대해서 역내 강국으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꼬집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경제적으로 내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정국을 보면, 일본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된다. 이어 미국의 방향도 제시하고 있으나, 제대로 와닿지는 않았다. 그러나 끝 부분에 언급한 말은 귀감이 될 만하다. 문제 해결을 위한 첫 시도는 실패할 수 있고, 연속적인 시도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인정하며 인내해야 한다. (중략) 정직하게 자신의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p.566 이전 작인 '문명의 붕괴'와 마찬가지로 '대변동'은 지역연구서적으로 손색이 없다. 붕괴에서는 특정 국가라기 보다는 기존 지역(혹은 국가)이 어떻게 내려 앉았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린란드와 이스터섬 등 지역을 개인으로 변환해 보면 흥망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을 확실히 깨쳐야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핀란드, 일본, 독일의 과정을 보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한국은 유달리 미국, 중국, 일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어 있는 것이 수십 년째 변하지 않고 있다. 궁극적으로, 책에서 언급한 국가들이 위기 상황을 어떻게 이겨내는 선택을 통해 종국적인 변화와 마주할 수 있는 지를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 다른 국가들을 살펴보고 생존 방법을 모색하고, 발전 방향을 거듭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blog.naver.com/seung46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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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이는 석학 중의 석학, 문화인류학에서 역사, 과학, 미래 전망까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세계의 역동적인 변화를 예리하게 파헤쳐온 위대한 지성,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 그의 글로벌 베스트셀러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는 기존의 상식을 뒤바꾸며 세기의 역작이 되었다. 그 후 6년, 전 세계가 기다려온 신작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원제: Upheaval)가 세계 최초 영어판과 한국어판으로 동시 출간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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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나 <어제까지의 세계>보다는 훨씬 읽기 쉽고 내용도 유익했다. 이 책에서는 7개 국가(핀란드 / 일본 / 칠레 / 인도네시아 / 독일 / 오스트레일리아 / 미국)의 근대사에서 위기와 극복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내가 잘 알지 못했던 내용이 많았다. 핀란드가 어떻게 소련과 전쟁을 벌이고 또 승리했는지, 칠례의 좌우 대립 후 쿠데타 과정, 인도네시아의 신생국가 형성 과정 등 말이다. 책의 주 내용은 7개국의 위기와 해결 과정을 담고 있지만, 책을 보는 내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책 제목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이다. <총, 균, 쇠>의 영향 때문인지... 저자가 제시하는 위기는 한 개인, 한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위기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인류 역사의 줄기 속에서는 흔하게 발생하는 사건들일 뿐이다. 좌우 대립, 쿠데타, 독재, 외세 침략 등등... 그 어떤 나라가 위기 없이 지내는 나라가 있는가? 제목부터 '대변동 위기'라고 해서 뭔가 엄청난 변혁을 말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데.. 실제 내용은 7개 나라의 근대사에서 특징적 사건들을 다룬 데 지나지 않는다. 최근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책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의 특징을 보면 내용보다 제목이 너무 거창해서 실제 내용을 접하면 황당한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중에서는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이 가장 읽기 쉽고, 근대사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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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가면서 항상 선택이라는 것을 한다. 나이가 많은 어른은 물론이요, 사탕과 아이스크림 사이에서 무엇이 나에게 만족감을 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어린아이에게도 선택은 중요한 부분이다. 잘 선택하여 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묻는 이 책을 사기전에 한차 고민을 하다가 샀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책 중 유일하게 읽다가 중간 중간 이게 뭘 말하는 거지???라는 의문을 가진 총,균,쇠를 소장하고 있는 지라 그 책을 다 읽고 나서 산다는 원책을 넘겨버리고 그이 책은 읽지 않더라도 가지고 있겠다는 치기어린 선택이었지만 현지에 코로나로 많은 위기를 대면하고 있는 지금에 이 책이 나에게 온건 많은 걸 알려 주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삶이 흘러가는 물처럼 그냥 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고, 내가 하는 선택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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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다이아몬드 교수는 우선 무엇이 위기인지 정의를 하고 위기 해결에 영향을 주는 12가지 요인을 분석한다. 그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내/외부적 압력에 성공적으로 대처키 위해서는 선택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 외부적 요인으로 갑작스레 격변을 맞은 두 국가 핀란드와 일본, 내부적 갈등으로 위기에 처한 두 국가 칠레와 인도네시아, 점진적으로 확대된 위기에 시달린 두 국가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 등 다층적 비교 연구는 정직한 자기평가와 대응이 근현대의 격동기를 어떻게 극복하게 했는지를 실제 역사적 사례로 보여주고 있고. 나아가서는 오늘날 일본과 미국, 세계가 직면한 대변동을 해설하고 현재와 미래의 변화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 국가 간의 불평등, 환경 자원 부족, 기후의 변화, 핵전쟁, 인구변동 문제를 어떻게 타개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후 세계 전망과 과제를 냉철히 파헤친다. 마지막으로 위기는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 던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