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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주소법이 시행됨에 따라 내가 지금도 외우고 있는 우리집 주소도 바뀌어야 하지만 이미 오래 입에 익어버린 주소는 쉽게 변할 생각을 하지않는다. 앞의 주소는 그대로일테고 몇글자도 되지않는 새주소가 입에 달라붙지않는 이유는 아마도 익숙하지않아서일것이다. 몇글자 되지도 않는 주소가 익숙해지는것도 힘든데 하물며 입에 익은 사투리대신 표준말을 써야한다면 그것이 쉽게 고쳐질리가 없다는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 사투리때문에 죽은 귀신이 사는 집이라고..
사투리귀신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때만 하더라고 시골에서 올라온 주인공 소녀인 연정이 당연히 사투리귀신이라고 생각했다.시골에서 올라와 표준말을 쓰는 친구들 사이에서 툭하고 튀어나오는 사투리때문에 고생하는 소녀의 이야기일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귀신이 그 귀신이 아니었다. 정말로 사투리때문에 죽은 사투리귀신이 있었다네..
미술대학에 진할할 꿈을 안고 연정은 서울로 올라왔다. 시골집 일이 예상보다 늦어져 연정이 먼저 큰집에서 생활하고 나중에 다른 식구들이 올라오기로 한것인데, 연정의 손에 들린 한장의 종이에는 큰집주소가 적혀있었는지만 문제는 아무도 그 주소를 알아보지못한다는것이었다. 부동산중개소에 들러 동사무소에 전화를 해가며 간신히 알아낸 그 주소를 찾아갔을때 그 주소는 폐가나 다름없는 빈집이었다. 다행히 슈퍼집의 도움으로 큰집을 찾아내갔을때 연정을 반긴것은 큰엄마의 엉뚱한 말한마디. "어머, 네가 여긴 웬일이니?"
큰집에서 학교를 다니게 된 연정은 학교에 가자마자 사투리때문에 곤욕을 겪고 시골의 친구들이 그리워지지만 의기소침해지지않으려고 노력한다.좌절을 모른다는것이 바로 연정의 약점이라면 약점이자 장점이었는데 그런 연정의 곁에 자꾸 말을 붙이려는 옆짝 진영과 폐가나 다름없는 빈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영교.. 오가며 슈퍼집에서 전해들은 정보로는 그 빈집에 살던 전지아나운서였던 며느리가 죽고나서 다른 가족들도 그곳을 떠났는데 죽은 며느리가 사투리귀신이 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흉흉한 소문이 돌고 그 빈집의 처리를 두고 동네사람들 의견이 분분하다고 하는데..그 빈집의 얼굴을 찾기위해 영교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예쁘고 착한 여자였던 아나운서는 대가족의 장남인 한남자를 만나 결혼을 한다. 그리고 지금은 빈집이 된 그집에서 시부모와 함께 결혼생활을 시작했는데 아나운서에게는 한가지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고쳐지지않는 사투리였다는것이다. 하루라도 사투리를 쓰지않으면 등에 두드러기가 나는 며느리는 할머니를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사투리로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친해졌는데 사투리때문에 실수를 하는 일이 생기고 남편과 불화가 생기자 어느날 대추나무에 목을 매고 죽고 그 일 이후로 그 집안에는 '개루와' '개루와'하는 소리가 들리고 모두가 결국 그곳을 떠났다고 한다. 그 며느리가 이곳을 떠날수 있게 도와주기위해서는 그 빈집의 얼굴을 찾아야한다는것.
나중에 연정과 영교가 찾아낸 빈집의 얼굴은 바로 말이었다. 타인을 해치는 말, 아무런 의미없이 뱉었지만 결국엔 사람의 마음에 상흔을 남기는 말.. 북적북적한 옆집의 대가족이 부러웠던 이웃의 할머니는 사분사분한 그집 며느리가 자신의 며느리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다. 사투리때문에 힘들다고 찾아오는 며느리에게 악의가 없는척 한마디 한마디 말을 건넸지만 그 말이 며느리에게 상처로 남을것이란것을 몰랐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게 시작된 말은 결국 한가족을 불행에 빠뜨리고 말았고 그일은 할머니에게 두고 두고 죄책감으로 남았다.그렇게 빈집의 얼굴을 찾는동안 연정의 큰집에서는 큰엄마가 분노의 화산을 뿜어내고 있었다.
연정이 큰집에서 나와 향한곳은 시골의 집이었다, 그런데 당연히 그곳에 계셨어야 할 부모님은 이미 일주일도 전에 시골을 떠났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일이 있는것일까. 큰아버지와 통화를 한 후 엄마와 통화를 한 후에야 연정은 돌아가는 사정을 알게되는데.. 그리고 주저하며 말을 하는 순선에게 일방적으로 화를 내고 뛰쳐나간다. 당연한 말을 당연하게 하는 지금 왜 화가 나는것인지, 그것이 진실이라 그런것인지. "가서 버텨, 그러면 넌 살아남을거야" 괄호안의 세상에 속하기위해서라면 연정은 기꺼이 버텨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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