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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만남은 음식을 매개로 이어지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상대방도 좋아할 때, 내가 만든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어줄 때, 같은 날 같은 순간 같은 음식을 먹고 싶을 때, 그런 상황에서 우리의 마음은 연결되고 만남은 이어지고 상대방에 대한 애정지수는 상승한다. 그렇기에 음식은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서로 이어주기에 안성맞춤인 매개체라는 걸 부정하지 못한다.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는 대부분 따뜻하다. 슬픔을 내포하고 있더라도 기저에 흐르는 분위기는 따뜻함과 위로를 전제하고 있다. 오가와 이토의 7편의 음식 관련 단편이 속삭이고 있는 이 책 『따듯함을 드세요』 역시 그러하다. 각기 만남, 이별, 죽음 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음식'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남는 건 슬프게도 맛있는 맛의 온기이다.
7편의 단편은 대부분 사람과 사람 간의 '헤어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다른 무엇보다 슬픈 감정이 우선 되는 건 어쩔수 없다. 신혼여행지에서 전해 듣게 된 아버지의 병환과 짧은 투병 후 이별,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손녀딸의 마지막 추억, 10년을 만났던 애인과의 이별 후 홀로서기를 하는 여인, 결혼을 앞두고 홀로 남게 될 아버지를 걱정하며 엄마와의 추억을 조심스레 꺼내보는 딸의 이야기 등, 하나하나 이들의 끈끈한 유대로 이어진 '음식'과 함께 나름대로 치유를 하길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에게는 사소하고 별 의미 없는 것들이라도 나에게만은 큰 의미가 있는 것들이 있다. 음식도 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누구는 스트레스를 먹는 즐거움으로 대신할 것이고 누구는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아픔을 토로하기도 할 것이고 또 누구는 먹는 그 자체를 즐기기도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음식이라는 건, 인생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동시에 아름다운 동행자이기도 하다.
동행이 없는 삶은 얼마나 고달픈가. 근본적으로는 사람이 동행이 되어야 함이 맞지만, 그 외에 부수적인 것 중에서 내 기분을 수시로 상승시켜 줄 것으로 음식만 한 게 없다. 어디까지나 먹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야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마음이 맞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자리 역시나 좋아한다.
죽을 날까지 사는 동안 얼마나 무수한 이별을 하며 살아가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사람 대 사람 간의 이별 안에는 그 종류만도 다양하다. 부모와의 이별, 연인과의 이별, 친구와의 이별, 지인과의 이별 등 이미 몇 번의 이별을 겪고 몇 번의 이별을 더 겪어야 할지 모르기에 살아있는 동안에는 내 인생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사람들은 하는 걸 것이다. 내 인생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 속에는 곧, 내 주변의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도 온 마음을 다하라는 의미 또한 내재해 있다. 음식이든 무엇이든, 전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전하고 표현하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훗날, 최소한의 따듯함은 남기 때문이다. 미워하고 시기할 시간에 내 삶에 집중하고 내 주변에 더 집중해서 살아보라. 그렇다면 설사 남는 게 적더라도 따듯함은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모두 슬픈 이야기인데도 따뜻함이 전해지는 것도 그들의 마지막에는 항상 서로를 이어주는 음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별을 앞둔 최후의 만찬일지언정 함께 먹는 동안은, 음식의 맛으로 행복해지는 법이니까.
오늘, 기분이 울적하다면 좋아하는, 마음이 가는 사람과 함께 맛있는 음식점을 탐방하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겠다. 맛있는 것을 먹으며 우울을 날리고 상대방과의 이야기 속에 마음의 짐을 덜어버리고 남길 건 포만감이 차오른 배와 달짝지근한 감정상태만으로 충분하다. 『달팽이 식당』으로 처음 만났던 작가였던 오가와 이토는 '음식 작가'라 애칭을 붙여야겠다. 실제로 자신의 사이트에 다양한 요리법도 게재하고 있다니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애칭이 아닌가. 요리하는 걸 즐기고 먹는 걸 즐기는 사람은 대부분 천성이 따뜻하다. 마음의 가시도 오래 박아두지 않는다.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먹는 걸 즐기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슬픈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즐겁게 먹고 맛있게 먹으며 살아가자. 음식이란 건 죽지 않기 위해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활력을 찾기 위해 먹어야 하는 삶의 동행자니까 말이다.
단지 '먹는다'는 행위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동행해야 할 요소라고 생각한다면 음식은 그야말로 날개를 다는 격이다. 왜 음식을 배를 채우는 미미한 존재로만 생각하는가. 그건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나를 위한 배부름의 행복을 배척하는 결과와 다름없다. 먹는 행위를 즐기는 건 함께 먹는 사람과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고 나를 위한 배부름을 즐기는 시간이다. '먹는다'는 지극히 당연한 행동을 통해 우리는 기쁨과 슬픔과 짜증과 위로를 동시에 충족한다. 이왕이면 즐기며 살자, 사는 게 여유가 없다면 최소한 먹는 즐거움을 통해서라도 나를 찾는 시간을 가지는 게 어떨까. 행복한 사람은 좋은 일이 있어서 행복한 것만이 아니다. 스스로 행복하고자,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찾고자 해서 더욱 행복한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행복을 찾는 어려운 길보다는 우선 가장 기본적인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 해보는 게 어떨까. 나는 당신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함께인 시간이 행복한 미소와 함께 한다면 그 어떤 음식이라도 최고의 만찬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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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타나봐요. 요즘 자꾸 눈물이 나요. 제 옆지기는 노환이라고 늙어서 그런거라고 하네요. 바람이 차가워져서 그런지 옷 사이 스며드는 바람에게도 울컥거려요. 밥벌이에 지쳐 늘 늦게 들어오는 옆지기의 헬쓱한 얼굴에 안쓰러움이 밀려오고 자신의 뜻대로 안된다고 떼쓰는 딸아이마저도 절 서글프게 하네요.게다가 가을을 노래하는 시들은 모두 왜그렇게 다 슬픈지... 가을은 고독한 계절이 맞나봅니다. 이 책 《따뜻함을 드세요》는 마치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이쁜 책입니다. 그런데 이 이쁜 책을 읽으면서도 눈물이 나다니... 아마도 우리네 사는 생生이 모두 그렇게 슬픔속에서 애틋해지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할머니의 빙수>는 세 모녀가 아버지가 없는 상황에서 치매걸린 할머니를 돌봐주는 이야기입니다. 치매걸린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어린 마유. 가장이 없는 가정의 삶은 무언가 한가지가 빠진 허전함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생계를 꾸려가고 있지만, 삶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죠. 어느 날, 회사에서 쓰러진 엄마를 보며 마유는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고아가 되는 줄 알고요. 할머니가 이상해지자 요양원에 할머니를 보내고 맛있는 도시락을 싸가지만 어린아이로 돌아간 할머니는 굳게 입을 다물어요, 아무것도 먹지 않는 할머니때문에 엄마는 속상하답니다. 할머니는 어찌 된게 계속해서 '후'라는 말만 하죠. 옆에서 보던 마유는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할머니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죠. 엄마, 아빠, 마유, 할머니 온가족이 빙수를 먹으러 갔을 때 할머니가 '꼭 후지산 같다' 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마유는 홀로 먼거리의 빙수가게를 찾아가요. 마유는 빙수를 사러 간 사이 할머니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외치죠 . "할머니가 이제 곧 돌아가실 것 같아요.마지막으로.." 전 그 외침 속에 마유의 모든 간절함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빠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린 후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마유 셋이 사는 그 모습을 보며 할머니는 어쩌면 마음이 많이 아팠겠죠 .아마도 가족이 모두 모여살았던 그 시절의 그리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암에 걸린 엄마가 죽기 전 딸에게 된장국 끓이는 법을 가르쳐 준 이유는 아빠를 위해서 였답니다. 자신이 죽고 나면 홀로 남은 남편과 딸을 위해 엄마는 많은 것을 준비해야 했죠. 어머니는 어린 딸에게 가장 먼저 된장국 끓이는 법을 가르쳐줘요. 그러면서 유언처럼 "매일 아침 아빠에게 된장국을 끓여주라" 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그 딸이 장성해서 내일이면 아빠를 떠난답니다. 마지막으로 된장국을 끓이는 딸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악착같이 음식을 가르쳐준 어머니덕에 일찍 살림을 배워 아빠의 뒷바라지를 해 왔으니 하늘나라에서 엄마도 아마 마음이 뿌듯했을 거예요. 하지만, 아빠만 남겨두고 떠나려하니 더 애잔해지죠. 된장국은 이들에게는 엄마이자, 아빠이자, 가족의 역사였으니까요. <코짱의 된장국>은 부정父情이라는 날실과 모정母情이라는 씨실이 직조되면서 가족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탄생시켜가는 과정을 무척 애잔하게 그리고 있어요. 그리고 그 가운데에 된장국이 이들 가족들의 사랑을 더욱 끈끈히 이어주고 있답니다.
"엄마는 코하루 속에 살아 있어. 전혀 외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이 된장국 속에도 엄마가 있는 걸."
책에는 일곱가지 사연과 일곱가지 음식이 나와요. 모두 아름다운 사연들과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지만 저는 <그리운 파트콜로릿>을 제일 가슴 아프게 읽었어요. 쇼조라는 치매걸린 노인이 남편이 죽은지도 모르고 정신이 나가서 남편과 생전에 함께 한 추억의 장소를 찾아가죠. 옆에 남편이 있다고 생각하면서요. 남들의 이상한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끊임없이 대화를 하죠. 남편이라는 투명인간과...전 쇼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남편에게 늘어가는 흰머리처럼, 늘어가는 주름살이 , 우리가 점점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지만, 남편의 빈자리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답니다. 남편은 가끔 그런 소리를 잘해요. "내가 없으면, 이런 것도 할 줄 알아야돼." 하는 말이요. 이 말처럼 남편없으면 할 줄 아는게 전혀 없는 저로서는 남편의 빈자리는 상상이 안돼요. 그래서 쇼조가 받아들이지 않는 현실과 옆에 항상 존재해주는 남편을 상상하는 그 모습이 슬프게도 느껴지지만, 왠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이 참 이쁩니다. 아름답고, 우리네 삶이 언제나 햇살 가득한 삶이면 좋겠지만,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도 있고, 아픔도 있고,상실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날 것 그대로의 생生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이 작가가 보여주는 소설속의 삶이 더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따뜻한 음식을 먹고 난 후 얼었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 책을 다 읽고 나면 가슴속에 온기가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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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이었던가? 엄마와 나의 사주가 같이 있으면 두 사람의 건강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외갓집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나 엄마의 아픔이 한국인에만 있는 화병이라는 것을 알았다. 암튼... 그 당시 외할머니는 우리 엄마를 위해, 엄마에게 좋다는 음식을 하루가 멀다 하고 만들어 서울로 보내셨다. 그 많은 음식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음식이라고 칭하기엔 좀 그렇지만... 할머니께서 직접 만드신 조청 같은 엿. 시골 아궁이에서 볏짚과 장작으로 하루 종일 불을 지피고, 긴 나무 주걱으로 굳지 않게 휘휘 돌리며 만들었던 그 엿. 그 엿에 깨 섞어 먹었는데 그 맛은 30년이 지난 지금 어디서도 먹을 수가 없다. 엿과 함께 그 안에서 깨가 터지면 고소하고, 고소한 맛이 지나가면 달고, 단 맛이 지나가면 착착 감기는 감칠맛이 오묘했다.
사실 나에게 음식이란 그리 중요한 뭔가는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행복해 하지만 나는 그런 시간들을 낭비라고 생각했었다. 어차피 입으로 들어가 소화되면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이런 사고방식이었으니 나랑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은 어쩜... 고통스러웠을지 모르겠다. 학창시절에도 먹는 것을 즐겨하지 않아서 사실 나는... 음식에 대한 추억도, 기억도 별로 없다. 그런 나에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음식에 대한 기억들은 굉장히 신선하고 즐겁다. 나는 왜 진작 이렇게 좋은 추억을 만들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께 추억이 담긴 빙수를 가져다 드리는 손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자주 찾던 삼겹살 덮밥을 애인과 함께 먹으며 아버지를 추억하는 남자, 유치원 시절 엄마를 여의고 결혼하기 전까지 아버지께 된장국을 끓여준 딸, 거동이 불편한 남편과 젊은 시절 자주 찾던 레스토랑을 간 할머니, 돼지와 동성연애를 하는 남자, 아버지를 보내고 엄마와 함께 아버지가 가장 좋아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딸, 이별을 앞둔 남자친구와의 마흔 살 생일 아침에 먹은 요리 이야기.
모두 음식에 관련된 추억을 이야기 한다.
음식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죽음 그리고 이별이 배경이 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다. 이별을 하고 나서도 사람들은 배가 고프다. 그 음식이 어떤 맛인지 모른 채 밥을 먹고 살아간다. 그래서 음식에 대한 추억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적어도 그 음식을 먹을 때 만큼은 그 사람을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으니까... 먹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았던 내가 예전보다 먹는 것에 민감한 이유는 하나다. 바로 우리 아이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먹는 걸로 유난스러운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아이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은 집 밥이라는 정성스럽고, 따스한 밥을 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어디에 있든, 어디에 가서든 집하면 따스하고 맛난 엄마표 음식이 있다는 것. 그것을 기억하게 해 주고 싶다. 대단한 요리는 할 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된장찌개, 김치찌개, 감자탕, 호박죽, 전복죽 등은 언제라도 콜을 외칠 수 있다.
슬픔이 왔을 때, 그 슬픔 안에 매몰되지 않게, 일단은 맛있게 먹고 기운차려 슬픔과 맞서 싸우라는 의미가 아닐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별을 피하는 사람은 없다. 이별이 오지 않는 사람도 없다. 이별이 찾아올 때 위로가 되는 음식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렇게 맛있는 음식 먹고 이길 수 있다 자기 최면을 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좋은 추억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누군가 실연의 슬픔에서 헤매고 있다면, 따스함을 드세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맛난 음식점을 알아두면 좋겠다. 일단... 먹고 기운 차리자... 그리고 그 다음에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치?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긍정적인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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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살아가다 보니 따뜻한 것이 그리울 수 밖에 없는 피폐한 시대다.『따뜻함을 드세요(あつあつを召し上がれ)』는, 많지 않은 분량을 담고 있지만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오랫동안 여운을 주는 감미롭고 따뜻한 이야기다. 내게도 추억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눈 음식이 있었는지 뒤돌아보게 만든다. 그러고 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더없이 친해졌던 계기는 바로 음식이라는 매개였다. 음식을 통해 불안한 마음을 추스리고 서로에게 위로를 주고 그리움이 되고 더 진한 사랑이 될 시기다.
![]() 부패하는 것과 발효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달라. -p15
「할머니의 빙수」 소복하게 쌓인 빙수를 드시며 후지산을 떠올리고 행복해했던 할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오면서 모든 음식을 거부한 것을 본 손녀 마유는, 한달음에 자전거를 씽씽 달려 소문난 빙수집에서 빙수를 안전하게 공수해온다. 「아버지의 삼겹살 덮밥」 주카가이에서 제일 더러운 식당이지만 유명한 맛집 <xx반점>에서 이 가게 음식을 맛있게 먹어준 여인을 아내로 맞으라는 부친 유언에 따라 아케미는 애인으로부터 프로포즈를 받는다. 「안녕, 송이버섯」 송이버섯의 계절, 야마시타와 오쿠노도에 있는 소박한 온천 여관으로 고토의 30대 마지막 날이자 이별여행을 떠난다. 살아온 인생에서 최고의 아침 식사를 한 근사한 이별식이었다. 「코짱의 된장국」 엄마의 유언대로 코하루는 유치원생 시절부터 시집가기 전가지 매일 아빠에게 된장국을 끓여준다. 된장국 속에는 코하루의 정성은 물론 엄마의 사랑과 질투, 아빠의 천국같은 기쁨까지 담겨 있었다. 「그리운 하트콜로릿」 지금은 아들의 소유가 된 근사한 추억의 레스토랑에서 과거 신바시의 게이샤였던 고바야시는 미대생이던 남편 쇼조를 회상하며 크로켓으로 이름이 바뀐 하트콜로릿을 주문한다. 그것을 먹는 순간 쇼조를 사랑하게 되었고 바로 사귀게 되었음을 회상한다. 「폴크의 만찬」 돼지처럼 살이 찐 폴크와 동성연애를 하던 남성이, 폴크를 초일류 돼지로 키우는 것을 인생 최고의 기쁨으로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정체성의 혼란으로 로맨틱한 동반 자살을 실현하기 위해 파리로 가서 'pot-au-feu(포토푀)'로 최후의 만찬을 즐긴다. 「때아닌 계절에 기리탄포」크리스마스 특별 음식이 언제나 기리탄포로 정해져 있을 정도로 돌아가신 아빠에게 기리탄포는 솔 푸드(soul food)였다.
옮긴이의 글에서처럼 이 책은 읽고 나면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해야만 할 것 같다. 일곱 편의 짧은 단편에는 저마다 특별한 음식들이 소개된다. 고기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 내게도 마치 요리를 더없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혼이 정령처럼 스며들은 탓인지 섬유 한 가닥 한 가닥에까지 풍미가 입 속에 얹힌 것만 같다. 맛이 우아하다는 표현이 바로 이런 것일까? 글로써 맛을 음미하다니.. 새로운 감각으로 변화된 느낌이다. 일본에서는 본문에 언급한 '코크스'라는 연료가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것 같다. 언젠가 우리나라 음식집을 소개했는데 그곳에서도 현대식 가스가 아닌 '연탄불'로 조리를 해야 참맛을 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겉보기에만 화려하고 세련된 곳이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만이 진정한 맛을 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래되고 낡았어도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곳, 가족끼리 오붓하게 둘러앉아 시끌벅적하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곳이 진정한 맛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난 지금 거짓말 조금 보태서 천상의 음식을 먹은 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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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 , 기분 좋은 분위기 , 그리고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들.. 이 모든 것이 함께 할 때 행복을 느낀다. 먹는다는 것은 사람이 살아나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자 욕망인 듯 하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먹는다는 개념을 떠나 그 음식속에 그 음식을 만든이의 정성이, 함께한 추억이 , 그리고 사랑이 곁들여질때,, 그 음식은 작가가 말하는 그 따뜻함 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음식을 소재로한 영화나 드라마를 볼때 그 음식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각각의 재료가 자신만의 역할을 하며 맛을 추가하고 색을 곁들이고 모양이 변해가는 그 과정.. 그리고 완성되어 하나의 절묘한 맛으로 재탄생하는 그 음식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져가는 과정으로 끝나버린다면 일반 요리강좌 프로그램하고 별만 다를 것이 없을것이다. 그들이 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은 그 요리, 음식속에 함께 녹아있는 그들의 사연 그리고 그것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일 것이다..
여기 <따뜻함을 드세요>에는 작가가 추천하는 7가지의 음식이 등장한다.
차례가 마치 정성드려 만들어지 차림표와 같다.. 재료와 조리과정이 설명되어있는 일반 메뉴가 아닌 그 음식속의 따뜻함을 전달해줄 의미있는 음식들.. 그래서 하나하나씩 그 진정한 맛과 따뜻함을 맛보기로 한다..
할머니의 빙수 어린시절 함께했던 할머니의 추억이 생각나시는 분들께 추천한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 할머니의 기억속에서 하나둘씩 자취를 감춰버리는 추억들. 그 안타까움.. 그러나 어느때인가 가족들과 함께 후지산에서 함께 먹었던, 마치 후지산처럼 생긴 그 빙수를 기억하신다.그 빙수의 달콤함이 묻어있는 할머니의 잠든 얼굴... 그렇게 할머니는 점점 달콤하게 발효되고 있다고 믿는 손녀딸의 따뜻한 사랑.. 시원한 빙수가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니... 할머니가 보고 싶다.
아버지의 삼겹살 덮밥 프로포즈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젊은 연인들에게 추천한다.. 어린시절 아버지와 함께 했던 그 단골가게.. 비록 허름하고 볼품은 없는.. 아버지와 함께했던 맛난 음식의 그 맛을 함께 느끼고 같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연인을 찾은 행복한 남자..삼겹살덮밥으로, 그것도 허름한 가게의 2층방에서..
안녕, 송이버섯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어떠한 이유든 이별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슬픔이다. 하지만 조용한 시골 온천의 한 여관에서 담백하게 차려진 송이버섯 요리들과 함께하는 그들의 이별은 그만큼 담백하다.. 음식과 함께 이별식이라... 특이하다.. 그들의 뒷모습은 아련한 송이향과함께 기억이 될 것이다..
코짱의 된장국.. 결혼을 앞둔 여성들에게 추천한다. 어린시절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 엄마가 어린 딸에게 가르쳐주신 된장국 끓이는 비법.. 아버지와 함께 살다가 결혼을 하게 되는 딸과 아빠의 마지막 식사.. 그리고 된장국.. 엄마의 아빠에 대한 사랑, 그리고 딸과 아버지의 사랑..이 구수한 된장국과 함께 전해지는.. 아빠에게 이렇게 정성드려 밥 한번 해 드린 적이 없는 듯 해서 맘이 짠했다..
그리운 히트콜로릿.. 고운 노부부가 한 레스토랑의 예약석에 앉는다.. 남자 쇼지는 몸이 불편한 듯 아무 말도 없고 음식을 먹지 못하지만 같이 온 여인 고바야시는 그들의 옛날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행복해한다.. 그저 그게 현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운 두 노부부의 행복한 식사..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맘속에 있는 희망사랑일 뿐 텅빈 의자와 그녀를 데리고 가려는 가족의 오열만 있을뿐이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그 추억과 함께 살고 있는 한 여인의 이야기.. 그 고운 여인을 한번 안아주고 싶었다..
때 아닌 계절의 기리탄포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닥친 아버지의 죽음.. 아버지와 함께 그 좋아하시던 기리탄포를 나눌 수 있는 기회조차도 주지 않고 그렇게 가버리신 아빠. 아빠를 기리며 엄마와 함께 그 음식을 준비하며 남편을 아빠를 추억하는 두모녀의 이야기..
노란표지의 얅은 책이다 읽는 데 걸린 시간은 얼마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다양한 음식들과 그 음식이 전해주는 따쓰한 사랑은 오랜시간 기억되고 그 여운이 남을 듯 하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고 함께할 누군가가 필요한 상처받은 사람들과 외로운 사람들.. 어찌보면 우리네 삶속에 은근히 포진하고 있는, 누구나가 느끼고 있지만 웬지 외면하고 싶어하는 면들이 아닐까 한다. 따뜻한 음식들을 통한 위로와 어루만짐.. 화려한 진수성찬이 아니라 소박하고 평범한 음식이라도,그것만으로 떠올릴 수 있는 아련함과 함께 할 수 있는 기억이 있다면 그것들은 우리네들의 외로움과 상처를 점점 묽게 희석시켜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함께.. 웬지 보고픈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 만나서 밥 한번 먹자고... "
얼마전 읽었던 <무지개곶의 찻집>을 읽은 후에는 웬지 그곳에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에 읽은 이 <따뜻함을 드세요>를 읽은 후에는 역자님의 말처럼 잘 읽었다가 아니라 "잘 먹었습니다.." 로 인사해야만 할 것 같다...
덧) 할머니의 빙수와 그리운 하트콜로릿을 읽으며 예전에 들었던 시인과 촌장의 <기쁨 보리떡>이 생각이 났다.. 후지산의 빙수를 잊지못하는 할머니와 사랑하는이 쇼지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고바야시 할머니..
어머니, 걱정마세요. 이제 꽃밭이 열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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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크게 좋아하는 음식을 말하라하면 겨울 김장김치에 맹 미역국이다. 이것만 있으면 나는 최고다. 친정엄마가 해주시는 김장김치가 맛나게 익어서 거기에 미역국 군침에 꿀꺽 넘어간다. 남들은 왜 비싸고 유명한 음식점에서 먹는 걸 말할지 모르지만 내가 최고로 자주 먹고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그런가 보다. 시골에 계신 친정엄마가 보고파진다. 그리운 날 저녁에 미역국 먹으면서 엄마를 생각해 보련다. 이렇게 이 글은 누군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음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 점에서 음식들에 정성과 추억 따듯함이 느껴진다.
목차를 보면 할머니의 빙수 아버지의 삼겹살 덮밥 안녕, 송이버섯 코짱의 된장국 그리운 하트콜리릿 폴크의 만찬 때아닌 계절에 기리탄포 책속의 내용을 이야기 하자면 <할머니의 빙수>는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셔서 기억을 잘 못하시고 많이 힘들어 보인다. 왠지 아픈 사람이 집에 있다면 그럴 것이다. 그리고 음식도 잘 못 드시는 게 너무 안타깝다. 손녀인 마유가 병문안 갔다가 은연중에 말씀하시는 “마유, 꼭 후지 산 같지?” 이 말에 과거 가족 모두 빙수를 먹으러 간걸 생각해서 그걸 사다 드리는 거다. 먼 거리지만 마유는 할머니를 위해 단숨에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이렇게 가족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음식이란 걸 생각하게 된다. 할머니가 아파서 가슴 아프지만 따뜻한 이야기다.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가 생각난다.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셔서 고생한 기억이 생각난다. 어릴 적에 할머니와 같이 잤던 추억도 떠오르고 오늘은 우리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진다. 더 잘해 드릴 걸 후회하게 만들었다. 이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부모나 아픈 이들에게 더 잘해드릴 수 있는 이야기다. <아버지의 삼겹살 덮밥>은 오래되고 허름한 집 두 연인이 그 집에 간다. 그 식당은 구석구석 맛있는 냄새가 난다. 남자가 이별을 이야기 할 줄 알았는데 남자의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그 식당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나오는 음식마다 너무 맛있다. 여자는 그 맛에 감동을 하는데 거기서 남자가 프로포즈를 하면서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의 유언이야. 아내를 선택할 때는 이 가게의 맛을 아는 사람을 선택하라고 했거든.”두 사람은 마음이 통했다. 그리고 식당을 나오면서 애인의 손이 따뜻하게 손을 감싼다. 너무 맛난 음식에 아름다운 이야기다. 정말 저런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프로포즈를 받는다면 황홀할 것 같다. 갑자기 남편이 결혼 전에 삶아준 고구마가 생각나고 만들어준 추어탕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얼굴이 미소가 가득해지게 만드는 이야기다. <안녕, 송이버섯>은 부부가 이별을 고할 때 가서 먹은 곳이다. 예전에 가서 먹고 추억을 기리고자 예약을 한 식당인데 그곳에서 마지막 식사를 한다. 이별도 아름답게 하는 것 같다. 이별한다고 누군가를 비워만 한다면 앞으로 살기 힘들 것이다. 이별을 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아름다운 이별이 되기를 바란다. 나 같으면 물론 입에 음식이 안 넘어갈지도 모르지만 미리 이별을 예고 한 사람들이라면 아마 그 음식을 맛나게 먹을 것 같다. <코짱의 된장국>은 코하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아버지에게 된장국을 매일 해드리라고 한다. “ 시집갈 때까지 매일 네가 아빠한테 된장국을 끓여드리렴.” 그래서 코하루는 된장국을 정성스럽게 해드린다. 그리고 시집가는 날 아버지와 엄마를 그리면서 된장국을 맛나게 해드린다. 엄마가 자기를 낳다가 일찍 돌아가신 걸 안다. 임신했을 때 해결했어야 하는데 아이를 가져서 병을 몸에 지닌 것이다. 그래서 일직 돌아가신 엄마 아버지는 딸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느 부모가 이런 일로 원망할까 자식이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부모가 소중하다. 친정엄마를 닮아가는 코하루와 아버지의 따듯한 이야기다. 가족 중에 먼저 가신 분들이 있다면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먹는 음식이 있을 것이다. 많이 그리운 음식, 돈장국과 같은 따듯한 이야기다. <그리운 하트콜리릿>처음에 무슨 내용이지? 한참 읽다가 가슴이 멍해진다. 식당에서 쇼조씨와 마주앉아 맛나게 주문하고 음식을 먹는 어머니, 그런데 “어머님, 며칠 전에 쇼조 할아버지 13주기 마친 것, 벌써 잊어버리신 거예요?” 돌아가신 쇼조씨와 마치 같이 먹는 그런 이야기다. 너무 슬프다. 혼자서 식당에 와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 먹는 음식, 기억을 못하는 것 같다.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도 다 기억 속에 지운 듯하다. 너무 그리워서 병에 걸리신 건가 보다. 가슴이 멍하게 슬프다. 아마 많이 그리운 하트콜리릿 일거다. 어느 음식을 먹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잇다. 같이 했던 사람 말이다. <폴크의 만찬>을 읽으면서 이건 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성연애? 돼지? 그와의 마지막 만찬을 준비하는 것이다. 죽음을 생각하면서 찾아간 프랑스 여행에서 먹는 음식들, 죽음도 음식 앞에서 맞이할 수 없다. 음식으로 인해 자살하려던 마음들이 수그러드는 것 같다. 우리나라 자살율 1위라 하는데 이런 맛난 음식을 먹고 그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 세상 참 살만한 곳이다. 한 번 더 생각하는 그런 이야기다. 내용이 사실 이상했지만 이런 듯이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때아닌 계절에 기리탄포>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49제 날 엄마가 음식을 같이 먹자고 초대를 한다. 엄마 집에서 같이 해먹는 기리탄포 이야기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먹고 싶다던 음식이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것을 챙기지 못해 아쉬워하는 엄마다. “어째서 그럴까. 잃어버린 뒤가 아니면 소중한 것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넌 남편을 소중히 잘 챙겨줘.”엄마가 아버지가 귀지를 파달라고 한 걸 못해드린 게 내심 아쉬운 것이다. 그리고 기리탄포를 못해드려서 속상하다. 딸 유리와 더움 여름날 탕 요리인 기리탄포를 해 먹으면서 겪는 이야기다. 간장대신 잘못 들어진 것 그래서 둘은 웃고 아버지에 대한 무거운 마음을 조금은 더는 것 같다. 이렇게 추억의 음식을 해 먹으며 슬픔을 조금 덜고 딸과 같이 웃으면서 추억을 생각한다. 음식이란 게 추억을 생각하고 그리움을 생각하고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음식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 대부분 따뜻함이 전해진다. 음식이 따뜻함과 함께 더욱 따듯해진다. 이야기는 짧은 글 형태지만 내용은 참 알찬 것 같다. 음식으로 인해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기도 한다. 참 좋은 소설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생각나게 만드니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아픔을 가진 사람들 다 치유하길 바라고 그리운 이들을 그들을 생각하며 그리움을 덜기를 바라고 새로 시작하는 연인들 행복한 미래가 되길 바란다. 모두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많이 바라게 하는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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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딱 한장 넘겼을 뿐인데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냥 일반적인 면지 대신 프린트를 해서 면지 자체에 맛나는 음식이 가득 그려져 있었던 덕분이다. 한동안 그림을 보고 있게 된다. 달걀 프라이가 올려진 팬, 아이스크림 주전자와 컵 두 개. 그냥 흔하게 보이는 건데도 조그마한 그림들이 아기자기 반복되어 있는 그림은 사람의 마음을 끈다.
2백 페이지가 안 되는 얇은 책이다. 다 읽고 났을 때 마음이 묵직해진다기보다는 따스해진다. 마치 가슴 속에 무언가 뜨끈한 것을 품고 있듯이. 그래, 그게 좋겠다. 가슴 속에 지금 막 꺼내서 열심히 흔들어 열을 힘차게 내뿜고 있는 핫팩을 하나 넣은 듯이 뜨근해지는 느낌이다. 아니 비단 겉만 그렇게 따듯한 것이 아니라 뜨거운 국물을 한모금 넘겼을 때처럼 식도부터 위장까지 뜨거운 것이 타고 넘어가는 그런 느낌이다. 제목 그대로 따뜻함을 먹은 그런 느낌이다.
아픈 할머니를 위한 빙수를 사러 달려가는 한 아이의 이야기를 그린 <할머니의 빙수>. 아버지가 가장 많이 갔던 가게에 애인을 데려간 <아버지의 삼겹살 덮밥>, 연인과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여행을 하는 <안녕, 송이버섯> 엄마가 돌아가신 후 결혼하기 전까지 계속 아버지를 위해 끓인 국의 이야기를 담은 <코짱의 된장국>과 모든 것은 잊었어도 사랑하는 사람 먹었던 음식은 기억하는 <그리운 하트콜로릿> 동물이 인간과 통하는 조금은 독특한 시점의 이야기였던 <폴크의 만찬> 마지막 이야기는 아버지는 떠나셨지만 남은 엄마와 함께 아버지가 좋아했던 음식을 먹는 <때아닌 계절에 기리탄포>
모두 일곱 개의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음식을 다루고 있어서 이야기를 읽으면서 각각 다른 음식을 저절로 상상을 하게 된다. 하트콜로릿같은 경우에는 단어가 낯설어서 대체 무얼 의미하는 걸까 했더니 그것이 크로켓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 대번 정겨워졌다. 그렇게도 부르는구나 무언가 새로운 것을 알아서 뿌듯한 마음이 든달까. 기리탄포처럼 일본 특유의 음식이 나올 때도 있지만 된장국처럼 우리나라도 익숙한 음식들도 있어서 그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아시아권이라서 그럴까 영미권이나 유럽 권의 이런 소설을 읽을 때와는 다른 공감대가 형성이 된다. 그것은 서양과 동양으로 나뉘어진 인종적인 차별이라기보다는 그냥 다른 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정이라는 단어가 주는 감정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듯이 말이다.
배가 고프면 짜증이 나고 일도 잘 되지 않는다. 혹시 배고파 하는 이가 있다면 밥 한 그릇 사주면서 이 책을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 따뜻함을 드세요 하면서 말이다. 따뜻함 한 사발. 아주 잘 먹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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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리 외할아버지를 생각하면 '막걸리와 매운탕'이 생각난다. 외할아버지는 천렵도 잘하셨지만 그것으로 끓인 '매운탕'을 즐겨 드시기도 했고 우리집에 오면 꼭 엄마는 내게 노란주전자를 들고 가서 막걸리를 받아 오게 했다. 그리곤 오빠들에게는 마을 앞 뒤 개울에 가서 물고기를 잡아 오게 하여 매운탕에 막걸리를 대접해 드렸다. 그러니 마을 어귀에서 한복을 정갈하게 차려 입으신 외할아버지가 나타나면 난 얼른 노란주전자를 들고 뛰었다. 그래서였을까 외할아버니는 다른 손주들보다 나를 무척이나 이뻐하셨다. 돌아가시기 일주일전에는 물 한 모금 넘기시지 못하며 내가 보고 싶다고 해서 가서 뵙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또한 물한모금 넘기지 못하다가 내가 왔다는 말에 할아버지는 물을 한모금 한모금 넘기셨다. 여름방학만 주면 외가댁에 가서 할아버지와 함께 그물을 들고 난 양동이를 들고 물고길르 잡으러 다니기도 했다.난 매운탕을 먹지를 않았지만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그 시간이 좋았다. 할아버지는 그래서였는지 영면하시고 다른 식구들 꿈에는 한번도 나타나지 않으셨는데 내 꿈에는 두어번 다녀가셨다. 엄마는 외손녀딸을 아끼긴 아꼈나보라며 말씀 하시곤 하셨다.
외할아버지는 매운탕과 막걸리가 생각이 난다면 친정아버지는 아버지가 늘 아궁이 잔불에 끓여 주시던,물론 엄마가 다 준비하셔서 아궁이에 안쳐 놓았지만 보글브글 잔불에 끓어 넘치지도 않고 맛있게 끓었던 된장찌개와 잔불에 석쇠를 올리고 구워 주셨던 '고등어구이'가 생각난다.아버지는 막내딸 입에 가시가 들어갈까봐 늘 조심조심 살을 발라 주시고는 했다. 말로는 잘 표현하지 않으셔도 지금으로 말하면 '딸바보'쯤 되는 울아버지는 그렇게 막내딸을 아끼셨다. 그런 아버지가 폐암으로 병원에 계실 때 난 일주일 동안 엄마와 아버지 밥반찬을 해서 병원으로 날랐다. 아버지가 아궁이 잔불에 끓여 주시던 된장찌개의 맛은 아니어도 국물멸치와 콩나물 바지락 두부를 넣어 시원하고 담백하게 끓인 된장국을 끓여 가면 좋아하셨다. 밥을 잘 드시지는 못했지만 국에 말아서 떠먹기 좋았던 것, 병원밥을 맛이 없는데 내가 해 가는 반찬들을 올려 놓아 드리면 그래도 한그릇 뚝딱 드셨던 아버지, 그때 간식거리로 과자를 사다 드렸는데 그중에서 '새우깡'과 '커스타드'인가 하는 것을 참 좋아하셨다. 새우깡은 안드신다고 하시면서 한봉지를 혼자서 맛있게 다 드시는 것이다.그래서 날마다 과자를 사다드렸는데 병실 아저씨들께 막내딸이 사왔다고 자랑도 하시고 당신도 한봉지씩 드시면서 '아버지는 과자 싫어하는데...' 그 말씀을 꼭 하셨다.다음엔 사오지 말라고. 아마도 그 말씀에는 내가 돈을 많이 쓸까봐 걱정이셨던 것 같다.그래도 날마다 맛나게 드셨던 생각이 난다.
오가와 이토의 <달팽이 식당>을 가지고 있는데 난 아직 읽지를 못했는데 큰딸이 지난 겨울방학에 읽고는 '엄마, 이 책은 꼭 읽어보세요.정말 감동이에요.' 했던 기억이 있어 언젠가 읽어야지 했는데 못 읽고 있었다.그런데 이 책을 보니 얼른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고나니 더 읽고 싶어졌다. 이 책에는 7가지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이 삶의 한 부분인 약속,이별,죽음등과 함께 하는 이야기와 연결이 되어 있다.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거나 추억할 때 거기에 '음식'이 함께 하면 과거의 추억은 더욱 진하게 맛이 나고 그 기억을 잊을수가 없다. 나 또한 외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음식과 연관이 되어 더욱 생각이 난다. 한동안 아버지가 맛있게 드시던 과자를 먹을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날 나도 아버지처럼 맛있게 먹어볼까 하며 먹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들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아버지와 떨어져 엄마와 살고 있는 나,할머니가 요양병원에 들어가시게 되고 밥을 드시지 않아 엄마는 걱정이 많다.엄마가 그렇다고 음식솜씨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갖은 솜씨를 부려서 음식을 해가지고 가 할머니 앞에서 어린애같은 말로 할머니께 음식을 드려도 할머니는 금쩍하지 않았다.그런 할머니가 우연히 열은 창문밖 후지산에 반응을 하고 언젠가 아빠와 엄마와 함께 모두 모여 먹었던 후지산을 닮은 '빙수'를 찾는 다는 것을 알고는 얼른 빙수를 사러 가서 할머니 사정을 이야기하고는 후지산을 닮은 빙수를 사가지고 와서 할머니께 드렸는데 할머니는 맛있게 드신다.그리곤 할머니가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빙수를 건네 주신다. 빙수를 먹고 곤히 잠든 할머니와 엄마, 할머니의 입술에 묻는 빙수맛을 보며 '할머니는 부패하고 있는 건지,아니면 발효하고 있는 건지.'에 대하여 생각을 하다가 할머니는 빙수맛처럼 맛있게 '발효'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을 한다. 소녀는 아버지로부터 외면당하고 할머니 또한 나이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나니 '삶과 죽음'에 대하여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그것이 음식과 함께 하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아버지와 삼겹살 덮밥,아버지는 미식가였다.한곳에서 밥을 다 먹는 경우가 없을 정도로 어느 가게에 무엇이 맛있는지 맛순례를 하듯 엄마와 나를 데리고 다니며 먹곤 하셨다.그러던 아버지도 인정한 맛집이 있다. 요코하마 주카가이의 허름한 중국집,그곳에서는 미식가였던 아버지도 한곳에서 식사를 코스별로 다 마치셨다.아버지가 가시고 나서 나는 애인을 데리고 이곳에 왔다.그녀는 이곳에서 나오는 요리마다 맛있다며 정말 맛있게 먹기도 하고 그릇을 싹싹 비운다. 마지막까지 배부르게 먹는 애인,너무 먹어서 헤어지자고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는 순간 그는 프로포즈를 한다.아버지는 이곳에서 맛있게 먹는 사람과 결혼을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에는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지금 자신의 인생을 바뀌 놓고 있다. 음식이라 정말 마음이 맞는 사람과 먹으면 더욱 맛이 배가 되는 겨우가 있다.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먹는 사람과 상황이 좋지 않으면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맛있는 음식과 그 맛을 알아주는 사람,그런 사람이라면 인생을 함께 해도 된다는 가슴 따듯한 이야기.
안녕 송이버섯, 10년을 함께 했지만 그들은 이제 이별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송이버섯 요리를 먹으러 가는 온천여행,애인의 생일날 여행을 그들은 취소할 수가 없어 마지막이지만 함께 한다. 따듯한 온천과 정말 맛있는 송이버섯 요리들, 송이버섯 철에 오면 더욱 맛있는 아침에 먹는 송이버섯 요리는 최고인듯 하다. 왜 그들은 십년을 사귀었는데 결혼을 못하고 이별여행을 오게 된 것일까.아무리 남자가 다른 여자가 있는듯 하다고 하지만 자신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마지막까지 난 그들이 해피엔딩이 될 줄 알았는데 애인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진심을 알게 되는 여자, 인생은 그렇게 엇박자인듯 하다.엇박자라고 비난하거나 자책할 것이 아니라 서로 합일점을 찾아서 마음을 나누어 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남자는 왜 진심을 표현하지 않았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왜 잡으려고 안했을까? 이별을 앞에 두고 그들은 이별과는 별개처럼 맛있는 음식들을 함께 한다.맛있는 음식들로 인해 그들의 이별의 감정이 녹아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보다. 맛있는 음식과 삶은 별개이기도 하다.아니 그런 와중에 삶은 진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코짱의 된장국, 엄마는 그녀를 남겨 두고 암으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만약에 그녀를 임심하지 않았다면 엄마는 아빠와 오래도록 살 수 있었던것 아닐까? 자신의 탄생이 괜히 자책감이 들어 아빠에게 물어보지만 아빠는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그녀가 있어서 엄마와 아빠는 더 행복했다고 이야기 한다. 엄마는 그녀가 아주 어린 나이부터 그녀에게 '된장국' 끓이는 법을 알려 주었다. 엄마가 빨리 갈 것을 알고 어린 그녀에게 된장국 끓이는 법을 알려준 것일까?이제 그녀는 결혼을 앞두고 아빠에게 마지막 된장국을 끓여주고 있다.그녀가 떠나면 아빠는 혼자서 된장국을 끓여 먹어야 한다. 아빠의 프로포즈와 같던 말에 엄마는 평생 맛있는 된장국을 아빠에게도 끓여 주었고 그녀에게도 가르쳐 주었다. 엄마는 떠났지만 엄마와 함께 했던 맛있는 된장국은 오래도록 남아 있다. 인생도 그런것 같다. 삶은 소멸하고 탄생하고를 반복하는 가운데 음식이라 이어지고 이어져 누군가의 기억에 오래도록 추억을 남겨 놓는다. 엄마는 분명 떠났고 이제 그녀도 아빠의 곁을 떠나야 하지만 그들의 기억속에는 모두 함께 했던 된장국에 대한 행복한 기억이 존재한다. 그 따스함을 전해주고 있다.
그외 이야기로 동성연애를 하여 딸과 아내에게 소외된 남자가 돼지와 함께 프랑스 여행을 간다. 아사를 하겠다고 하다가 맛있는 것을 앞에 놓고 그들은 마지막 음식으라며 먹고는 하는데 그들이 과연 죽을 수는 있을까. 그런가하면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맛있는 고르케에 대한 추억을 잊을 수 없어 찾아 왔지만 맛있는 음식은 있는데 사람이 없다. 삶은 또 그렇게 흘러 가고 있는 것이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먹어야 한다. 사는 것이 먼저인지 먹는 것이 먼저인지 한참 그런 질문이 돌았지만 먹어야 살 수 있는 것 아닐까? 그것이 맛 없는 음식보다는 보다 더 맛있고 한때의 기억속에 행복했던 사람과 나누었던 음식은 그것이 맛이 없어도 더욱 맛있게 기억된다. 돌아가신 아빠가 그토록 먹고 싶어 했던 '기리탄포'를 아빠 49제에 함께 나누기 위하여 엄마와 하지만 실패를 한다.왜 갑자기 그 맛이 변했을까? 간장을 넣어야 하는데 직원이 가져다 준 약초물을 잘못 넣은 것이다. 그리곤 다른 요리를 하여 먹는 모녀, 아빠와 함께 했던 기억이 있기에 기리탄포가 더 맛있게 기억되고 마지막까지 아빠가 그 음식을 먹고 싶어했기에 더 기억되는 음식인데 지금 그들이 만들어 낸 맛은 그 맛이 아니다. 맛이란 시간이 지나면 변할 수도 있다. 추억이란 것도 시간이 흐르면 퇴색해 간다. 삶 또한 영원하지 않다.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사랑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일상적인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음식과 나누는 일상적인 맛 이야기는 결코 일상적이지 않은 것처럼 목울대를 막히게 한다. 나이가 들어가니 점점 음식과 함께 한 '행복한 만찬'이나 '행복한 기억'들 속의 음식들을 찾게 된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사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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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면서 행복함을 느낄 때 중의 하나가 바로 먹는 행복이라고 한다. 먹는 동안에는 슬프고, 아픈 일들을 잠시 놓아둘 수가 있기에 그 행복함이 더 커지는 거 같다.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거나, 누군가를 기억할 때 우리는 그 기억과 함께했던 음식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난 친정엄마가 떠오를 때면 으레 엄마가 끓여주었던 만두국과 김칫국이 떠오른다. 아무리 노력해보아도 그 손맛을 흉내낼 수가 없다. 반대로 만두국과 김칫국이 먹고 싶을 때는 자연스레 친정 엄마가 떠오른다. 누구나 이런 기억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따뜻함을 드세요>>는 바로 음식에 얽힌 우리네 이야기 7편이 수록되어 있다. 읽는내내 따뜻해지는, 겨울에 따뜻한 어묵국물을 마실 때처럼 온 몸에 따뜻함이 전해진다.
첫 번째 이야기 [할머니의 빙수]는 나에게 참 특별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치매인 할머니에게 캐러멜을 주려던 마유는 할머니의 '후'라는 소리에 몇 년 전에 가족 모두 빙수를 먹으러 갔던 일을 떠올렸다. 한참이나 줄을 서서 겨우 소문난 빙수를 먹었을 때, 후지 산 같다고 했던 할머니와의 기억을 말이다. 마유는 황급히 할머니를 위해 빙수를 사 오게 된다. 할머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달콤하게 발효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본문 26p)라는 마지막 글귀는 코끝이 찡한 느낌을 주었는데, 어제 치매로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를 뵙고 온 탓에 그 찡함이 더 했는지도 모르겠다. 평소 군것질을 절대 하지 않으시던 분이 어제는 情파이를 너무 맛나게 드시는게 아닌가. 얼마 전 친정 아버지의 치매가 식탐으로 온 거 같다는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한동안 情파이를 보면 친정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날 거 같다.
주카가이에서 제일 더러운 식당으로 애인을 따라 오게 된 여성은 애인이 마음대로 선택한 메뉴를 먹으면서 애인의 아버지 이야기를 듣게 되고, 아주 로맨틱한 프러포즈를 받는다. [아버지의 삼겹살 덮밥]은 함께 맛있는 식사를 먹을 수 있는 상대가 제일이라는 애인 아버지의 유언처럼 좋아하는 사람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사소한 행복을 느끼는 법을 알게 된 한 여성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안녕, 송이버섯]은 일년 반 전 처음 함께했던 노도 여행지에서 마지막 여행을 하게 된 남녀의 이별 여행을 보여준다. 큰 공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이들의 이별은 나중에 이들에게 아름답게 기억 될 것 같다. [코짱의 된장국]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와 함께 단둘이 살던 딸이 결혼식 전날 아빠를 위해 마지막 된장국을 끓이는 내용을 담아냈다.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된장국을 통해 여전히 이어져 있음이 따뜻하게 그려졌다. "엄마는 코하루 속에 살아 있어. 전혀 외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이 된장국 속에도 엄마가 있는걸." (본문 86p)
[그리운 하트콜로릿]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준 작품이다. 거동이 불편해진 남편과 자주 다니던 레스토랑에 온 할머니의 이야기는 할머니가 남편에게 말하는 대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남편에게 건네는 할머니의 말이 너무도 애달프게 들려온다. [폴크의 만찬]은 프랑스 어로 돼지고리라는 뜻을 가진 폴크라는 애인과 파리로 자살 여행을 떠난 동성애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때아닌 계절에 기리탄포]는 아빠의 49제에 딸을 초대해 남편이 마지막까지 가장 먹고 싶어하던 음식 기리탄포를 만들어 먹는 아내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남편을, 아빠를 잃은 딸이 기리탄포를 만들어 먹으면서 그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이 담백하게 그려져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저편에서 엄마가 미소 지었다. 이제야 조금 평소 엄마의 웃는 얼굴에 가까워졌다. 아빠는 이런 표정의 엄마 얼굴을 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때아닌 계절의 기리탄포는 의외로 씁쓸하고 맛이 없었다. 이 맛을 잊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본문 156p)
7편의 이야기에는 일곱 가지의 음식과 일곱 가지의 사연들이 담겨져 있다. 때로는 안타깝게, 때로는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를 통해서 [아버지의 삼겹살 덮밥]의 주인공이 느낀 것처럼 좋아하는 사람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가치있는 것임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은 이렇게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행복, 내가 만든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 때 느끼는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사랑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런지.
(이미지출처: '따뜻함을 드세요'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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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추억 깃든 음식 하나 둘 쯤은 있기 마련이다. 소풍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소풍날이 되면 내일 비올까 싶어 밤에 몇 번씩 잠을 깨어 창문을 내다보던 초등학생들에게는 엄마가 싸주셨던 김밥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북(北)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에게는 어릴적 어머니께서 해주셨던 고향 음식이, 가난했던 시절 수도 없이 먹어 성공하면 절대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성공하고 나니 다시금 그 맛이 그리워 찾게 된다는 어느 여배우의 수제비가 바로 그런 음식들일 것이다. 이렇게 추억과 사연이 있는 음식의 맛은 가슴 속 깊은 곳에 각인(刻印)이 되어 세월이 한참이 흘러도 결코 잊어지지가 않고 엊그제 먹은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음식은 식재료와 양념 본연의 맛과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하는 걸까? 음식과 이야기가 한데 잘 어우러진 음식 소설인 <달팽이 식당>으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는 일본작가 “오가와 이토”가 또 다른 음식 소설을 선보였다. 제목부터 음식으로 맛보는 감동이 느껴지는 <따뜻함을 드세요(원제 あつあつを召し上がれ/북폴리오/2012년 8월)>가 바로 그 책이다.
책에는 추억과 사연 있는 음식에 관한 7편의 짤막한 소설이 실려 있다. 첫 편인 <할머니의 빙수>에서는 치매 걸린 할머니의 “음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마유는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할머니, 셋이서 살고 있는 여자 아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기 조금 전 할머니는 치매에 걸리시고, 엄마는 할머니 뒷바라지를 2년 가까이 계속해왔지만 과로로 회사에서 쓰러지면서 어쩔 수 없이 요양원으로 모시게 된다. 엄마와 마유는 자주 찾아가 음식을 권해보지만 할머니는 입을 굳게 다물고 드시려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마유가 캐러멜을 꺼내 입에 물려 드리려 하자 할머니의 입가가 느슨해지며 “후”라는 소리를 낸다. 마유는 후지산을 보고 싶어 하신다 생각하고 침대 창가의 커튼을 열었다가 순간 깨닫는다. 할머니가 말씀하신 “후”가 바로 몇 년 전에 가족 모두 빙수를 먹으러 갔을 때 할머니가 빙수를 보시면서 “마유, 꼭 후지 산 같지?”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말이다. 마유는 부리나케 빙수를 사가지고 오고 할머니는 그제서야 입을 벌려 빙수를 드시고 손녀딸인 마유에게 먹어보라고 스푼을 내밀기까지 하셨다. 할머니는 지금 몇 년 전 여름, 가족끼리 갔던 빙수 가게의 그 정원,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돌아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책에는 음식에 얽힌 소소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다만 표지 그림의 이야기인 애완용 돼지와 프랑스로 음식 여행을 떠난 남성을 그린 <폴크의 만찬>만은 꽤나 당황스러운 이야기였다. 전작인 <달팽이 식당>을 읽지 않아 이 작가의 경향이 원래 이런가 싶어 다른 독자들의 감상을 읽어보니 전작에서도 그로테스크한 면이 있었다고 하니 전혀 의외의 글은 아닌 듯 싶은데, 잔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툭 튀어나오는 이 단편은 어째 음식의 감동을 “따뜻함”으로 표현한 이 책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였다. 읽으면서 들었던 의문점 하나, 이 단편에서 돼지는 과연 “진짜” 돼지일까 아니면 뚱뚱한 동성 연인에 대한 비유적 표현일까? 아무래도 후자가 맞을 것 같은데 삽화들은 “진짜” 돼지가 그려져 있으니 그것 참 요상하기만 하다.
이렇게 튀는 단편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무난한 이야기들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금세 읽을 만한 소설 - 물론 분량이 161 페이지로 보통 소설의 반도 채 되지 않았고 이야기도 가벼운 음식 에세이 수준에 그치긴 하지만 - 이었다. 작가는 책에 나와 있는 문구(P.38)처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기분 나쁜 일도 괴로운 일도 그때만큼은 전부 잊을 수 있다고 이 책의 일곱 편의 단편 - 위에서 말한 “이상한” 단편도 프랑스 정찬에 대한 세세한 묘사만큼은 절로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든다 - 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너무 짧은 이야기라 작가가 말하는 음식의 행복을 올곧이 읽어내기가 어려웠지만 전작을 재미있게 본 분들이나 음식 이야기를 즐겨 읽는 분들, 그리고 가벼운 읽을꺼리를 찾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다 읽고 나니 문득 어머니께서 끓여주시던 따뜻한 된장국이 그리워졌다. 그저 된장 풀어 야채 넣고 끓인 평범한 된장국이지만 특제 조미료인 어머니의 사랑이 듬뿍 들어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 된장국 말이다. 이번 주말에는 어머니 된장국을 먹으러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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