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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의 눈으로 불교를 곱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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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출가를 시도했다고 한다. 중학교 삼학년 가을에 첫 출가를 시도했다. 공주 갑사를 찾아갔다. 누굴 만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대웅전에 들어갔다가 부처님이 등 떠미는 것 같아서 하릴없이 내려왔다. 고등학교 이학년 때는 예산 수덕사를 찾았다. 주지 스님이 단칼에 내쳐 또 하릴없이 터벅터벅 산길을 걸어 내려왔다. 세 번째는 한 여자와 짝을 맺고 딸 하나를 낳은 뒤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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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출가를 시도했다고 한다. 중학교 삼학년 가을에 첫 출가를 시도했다. 공주 갑사를 찾아갔다. 누굴 만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대웅전에 들어갔다가 부처님이 등 떠미는 것 같아서 하릴없이 내려왔다. 고등학교 이학년 때는 예산 수덕사를 찾았다. 주지 스님이 단칼에 내쳐 또 하릴없이 터벅터벅 산길을 걸어 내려왔다. 세 번째는 한 여자와 짝을 맺고 딸 하나를 낳은 뒤였다. 번듯한 일터도 있었다. 송광사 마당도 쓸고, 부엌일도 돕고, 노장 스님 방도 닦고 요강도 비우고, 법정 스님이 계시는 불일암에 공양도 날라드렸다. 아내에게 쓴 편지에 찍힌 우체국 소인 때문에 붙들려 내려와야 했다. 세 번의 시도가 실패한 뒤 선생님은 출가 대신 가출을 하여 살았다.

 

선생님은 지극 정성으로 절을 한다. 절을 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변산 운산 땅 수백 살 된 팽나무에게 세 번 절하는 모습을 보면 따라서 절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도록 정성스럽게 절을 한다. 제주도 남녘에 있는 마라도에 있는 부처님에게 절을 할 때도 지극 정성으로 절을 하고, 알뜨르 비행장 근처 죽어간 사람들을 추모하는 탑 앞에서 절을 할 때도 지극 정성으로 한다. 죽은 사람은 물론 살아있는 사람한테 절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절하는 모습, 머리를 깎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삼 년 동안 기리는 모습, 곧잘 합장을 하는 모습, 무엇보다 돈이 없지 않지만 당신을 위해 돈을 쓰지 않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출가자의 삶을 본다.

 

선생님은 스스로 가난하게 살며 농사꾼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불교를 곱씹을 때도 기본 시각은 다르지 않다. 찰스 램의 말을 끌어와 세상에는 두 가지 인종만 있으니 있는 놈과 없는 놈, 그 밖의 여러 살갗 가름과 인종주의는 겉보기일 뿐이고, 진짜 무서운 인종주의는 있는 놈이 없는 놈을 업신여기는 데서 생긴다며, 없는 놈이 왜 없는 놈인지, 무엇이 없는지, 빠져 있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무’자를 ‘없는 놈’으로 여기고 가슴에서 불길이 치솟아 온 세상 쓰레기들을 죄다 불사를 힘이 생길 때까지 용맹정진하라고 한다. 그리고 “하루 짓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마라”는 백장의 말을 여러 차례 인용하며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불교 사상을 이야기한다.

 

무소유 사상은 계급 지배 사회에서 인간을 개나 돼지만큼으로도 여기지 않는 탐욕스러운 지배 계급의 목덜미에 겨누어진 칼끝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부처님이 누더기를 걸치고 깡통을 차고 비렁뱅이 노릇을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부처님은 호사스러운 왕궁을 버리고,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저잣거리에 나섬으로써 욕망의 축소가 아닌 건전한 욕망의 확대를 위해서 애쓰신 것이다.  … 중략 … 부처님의 무소유 사상은 궁극적으로는 무계급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부처님이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바랐던 불국토는 탐욕에 바탕을 둔 억압과 착취가 없어지는 계급 사회라고 할 수 있겠다. (18 - 19쪽)

 

농사꾼의 눈으로 구름을 봐라. 물을 보고, 바람을 보고, 햇살을, 불을, 사타구니를 봐라. 고루 비추고,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불어 꽃가루 날리고, 거기에 자리 잡고 자라는 것들 두루 살리고, 아래로 아래로 흐르면서 닿는 곳마다 움 돋우는, 불과 바람, 땅과 물을 부처님 보듯이 봐라. 불벼락이 되고, 어둠을 몰아내는 바람이 되고, 저 밑바닥에서 사납게 물결치는 바다가 되고, 이 헐벗고 굶주리는 땅을 불국토로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제대로 된 운수행각이 아니겠는가. (99쪽)    

 

중립이라는 말은 남녘에서도 북녘에서도 빈말이 되어 버렸다. 가파르게 기울어진 땅에서는 중립이 불가능하다. 한가운데 서겠다는 사람은 그 뜻은 갸륵할지 모르나 아래쪽으로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시소를 머리에 떠올리면 된다. 한쪽에서는 힘 있는 놈이 그 힘으로 내리누르고 다른 한쪽에는 힘 없는 사람이 하늘 쪽으로 들려 있는 판에 가운데 서겠다고 우기는 사람은 힘 있는 쪽에 서겠다고 이미 마음먹은 사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140쪽)

YES마니아 : 골드 g*******g 2019.09.1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아픈 데 마음 간다는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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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데 마음 간다는 그 말, (윤구병)>을 읽었다.  선생의 혜윰(생각)이 물 흐르듯이 적혀있다.  선생은 <뿌리 깊은 나무>라는 월간지 편집장을 했고,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했고, 변산공동체를 꾸렸다. 어린이에게 좋은 책을 만들려고 ‘보리기획(보리출판사)’을 세웠고, 지금은 ‘영세중립 통일연방 코리아’로 평화 마을 만들기를 한다.  쓴 책으로는 <잡초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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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데 마음 간다는 그 말, (윤구병)>을 읽었다.

 

선생의 혜윰(생각)이 물 흐르듯이 적혀있다.

 

선생은 뿌리 깊은 나무라는 월간지 편집장을 했고,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했고, 변산공동체를 꾸렸다. 어린이에게 좋은 책을 만들려고 보리기획(보리출판사)’을 세웠고, 지금은 영세중립 통일연방 코리아로 평화 마을 만들기를 한다.

 

쓴 책으로는 잡초는 없다>, <실험 학교 이야기>, <모래알의 사랑>, <철학을 다시 쓴다>, <꽃들은 검은 꿈을 꾼다>, <내 생애 첫 우리말>, <윤구병 일기가 있다.

 

선생의 책들은 베껴 쓰면서 읽었고, 사서 선물로도 많이 나눴다. 선생이 보리에서 펴낸 책들도 꽤 많이 사서 읽었다. 심지어는 보리 도서목록 1998’을 가지고 꼼꼼하게 책을 샀다.

 

세밀화와 말모이(사전)는 정말 아끼는 책이었다. 선생을 떠올리며 글 읽었다. 그때처럼 밑줄을 긋거나 베껴 쓰지는 않았지만, 그때처럼 글들이 마음에 가라앉는다. 선생과 20123월에 만났던 사진을 여기 놓는다.

 

g*****l 2020.02.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