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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롭게 공부하고 있는 내용이 있는데,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연도별로 꼼꼼하게 훑어보는 것이다. 강제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전 국민 건강보험체제로 전환되면서 병원을 찾기가 쉬워진 건 사실이다. 부작용 사례를 찾아보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의료 세계화, 자본은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를 읽어가며 우리나라에 태어난걸 새삼 감사하게 되었다. 걸어서 5분 내에 내과, 이비인후과, 치과 등이 위치해서 불편한 증상이 있을 때 손쉽게 병원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천국처럼 느껴질 수 있다 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을 외계인이 방문한다면 그는 모선에 지구의 모습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쩔쩔맬 것이다. 시민 X가 화려한 펜트하우스에서 생수를 마시는 동안 시민 Y의 어머니는 물 한 방울이라도 더 얻으려고 더러운 물웅덩이 앞에 엎드려 있어야 하는 곳이 지구이기 때문이다.>
외계인이 보기에도 이해하기 힘든 광경-그것이 바로 현재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처참한 현실이다. 삶을 이어가기 위해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하는 의,식,주가 파괴된 사람들. 그 사람들은 깨끗한 물을 먹지 못하고,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고 그래서 수많은 질병으로 죽어간다.
절대 빈곤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부유한 나라들이 나름 묘안을 짜내서 돕고자 하지만, 독재정치 자나 부패한 관료들에 의해 그 돈은 사라지거나 혹은 전달되더라도 아주 가난한 형태로 남게 된다. 결국 악순환의 반복이며 빈곤은 가난과 절대 떨어지지 않게 된다.
'새천년개발목표'같은 보이기 위한 제목만 발표하는 유엔이나 국제사회는 그럴듯한 의견을 늘 내놓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다. 왜 그들이 의료의 손길 한 번 받지 못하고 처참하게 죽어 가는지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대책다운 대책이 나오고, 전 세계인의 도움도 체계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보는 것은, 현재 자신의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고자 하는 착한 사람들이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내가 일하는 곳에서도 아프리카로 의료 봉사를 떠났더랬다. 나도 가고자하는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여러 가지 여건을 핑계로 떠나지 못했었다.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고자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언젠가는 세계불평등 또한 해결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하는 요점 역시 바로 그것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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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살고 있는 친구가 잠시 고향에 다녀가면서 쵸파라는 캐릭터 알람시계를 선물로 들고왔다. 사실 만화캐릭터 소품을 선물받고 애처럼 좋아할 나이는 지났지만 어쩐지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수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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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2011년 5월 중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식량 손실과 식품 낭비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매년 총 13억 톤의 식량이 버려진다고 한다. 이 결과는 식량의 총량이 모자라는 탓에 누군가가 굶어죽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나누지 않기 때문에 굶어죽는 것임을 말해준다. 이런 안타까운 현상은 의료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치료약을 구하지 못해 아프리카를 비롯해 많은 저개발 국가의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낳은 것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세계화이다. 세계화가 인류의 삶을 결정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의 첨병(尖兵)은 단연 거대 다국적 기업이다. 구체적으로는 약을 더 싼값에 유통시키지 못하게 하는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과, 개발도상국의 1차 보건 의료를 몰락시킨 구조 조정 프로그램이다. 이것들은 생명을 투기의 대상으로 대함으로써 이윤 추구에 열을 올리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바젤에 본부를 두고 있는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 회사 노바티스(Novartis)의 경우 만성 골수성 백혈병 특효약인 글리벡을 연구, 개발하는 데 10여 년 동안 1조원 이상의 엄청난 비용을 들였다고 한다. 그렇기에 100 밀리 그램짜리 캡슐당 23,000원의 고가에 약을 팔았는데 문제는 1년 약값이 3,000만원에 가깝게 든다는 점이다.
그런데 노바티스는 글리벡 시판을 개시한 이래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1억 5,000만 달러 이상의 매상을 올렸다. 인도의 낫코(Natco)社의 경우 글리벡의 제네릭(성분을 분석하여 Original 약과 똑같이 만든 약)인 비낫을 글리벡의 7분의 1 가격으로 시판하기 시작했는데 최종적으로는 미국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노바티스에 독점 판매권을 넘겨주었다.(글리벡 이야기는 지난 2011년 4월 나온‘과학윤리특강‘을 참조한 것이기에 그 이후의 변화는 반영하지 못했다.) 캐나다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자본주의적 이윤 동기보다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우선시하기에 약품의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는데 비해 이윤 추구에 열을 올리는 미국은 생명을 볼모로 장사를 하고 있다.
‘의료 세계화, 자본은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의 저자인 셰린 우스딘이 남아프리카 국적의 의사라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장하준 교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특허권이 없으면 새로운 기술 진보가 있을 수 없다는 특허권 로비 단체들의 주장은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오늘날의 선진국들은“지식의 관점에서 볼 때 후진국이었던 시절에 하나같이 다른 나라들의 특허권과 상표권, 저작권을 닥치는대로 침해“한 나라들이다.(‘나쁜 사마리아인들‘ 206 페이지)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적 재산권 제도를 비판하는 것과 지적소유권 자체를 전면 폐지하자는 주장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장 교수가 제시하는 대안은 지적소유권 보호 기간 단축, 독창성의 기준 강화, 강제인가와 병행 수입의 조건 완화 등이다. 이는 아이디어의 창출은 격려하되 사회에는 최소의 비용을 부과한다는 목적에 기여할 것이다. 관건은 생명을 다루거나 생명과 직결된 분야는 시장(원리)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우리 나라도 의료 민영화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이라고 문제가 없지는 않다. 크리스 헤지스에 의하면 미국의 의료보험 가입자가 지출하는 의료비의 31퍼센트가 관리비로 들어간다. ”영리 목적의 의료보험 산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만일 국가 단일 의료보험이 모든 국민에게 제공되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방위산업처럼 영리 목적의 산업도 정치자금 기부와 로비 활동으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맹렬히 싸운다...어떤 대가가 우리에게 돌아오는지 보라. 그러나 의료보험 제도의 현실은 결코 논의되지 않고 있다. 주요 양당에 정치자금을 대는 기업들이 원치 않기 때문이다.“(’미국의 굴욕‘ 256, 257 페이지)
하버드 의과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국영 의료보험을 실시하면 1년에 3,50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헤어나기 어려운 거대한 늪에 빠진 미국식의 의료 민영화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세계화가 초래한 현실은 참담하다. 세계 인구의 1%가 전 세계 재산 총액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가장 부유한 상위 10%가 전체 자산가치의 85%를 독점하고 있다. 아기와 엄마를 넉넉히 먹이고 최소한의 의학 치료에 쓸 돈을 마련하지 못해 세계적으로 매시간 유아 1,250명이 죽어가는데 시간당 1억 2,500달러의 돈이 전쟁 또는 전쟁 준비를 위해 쓰이고 있다.
‘의료 세계화, 자본은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는 의료 세계화에 대한 고발을 매개로 신자유주의 체제의 광기를 알린 책이다. ”달러 - 월스트리트 체제와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지배 블록 등으로 뒷받침되며‘금융화’를 그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가 의미하는 자유는 정치적 자유가 아닌 관료, 재벌, 초국적 자본이라는 고리에 한정되는 경제적 자유이다. 셰린 우스딘의 책을 계기로 다시 한번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자본의 광기를 다룬 책들을 찾아 읽게 되었음에 감사한다. 물론 그의 책은 느슨해진 마음을 조율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늘 그렇지만 작고 연약한 묘목이 크고 튼튼한 나무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에게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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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인터네셔널 해럴드 트리뷴 지에서 아프리카의 의사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는 서구권에서 학위를 받았는데, 아프리카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을 읽었을 때, 왠지 그 생각이 났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사례를 다루며 지원을 호소하는 류의 책이 아니다. 이 책의 제목에서 포커스는 쉼표 뒤에 있다. 위의 기사가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었다면, 이 책은 왜 그렇게 열악한 곳과 우수한 곳이 공존하는 가에 대한 구조적 대답과 대안을 제시하려는 시도다. 이 책의 주된 논점은 세계화에 대한 비판으로, 관련 논의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리 새롭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구체적인 디테일이 더해졌을 뿐이지 크게 새로운 논조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추상적인 이론과 논의가 현실속에서 구체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준다. 이 책의 대안 역시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중요하다. 의료영역은 공익이라는 가치와 결부되어 있고, 따라서 의료 시장에도 다소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 이러한 공익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보건의료예산비율이 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 결코, 개발도상국에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역시 적지 않은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세계화는 개발도상국에만 미치지 않는다. 개인의 건강은 절대로 수치로 환산할 수 없다. FTA논의 때 다양한 정치색의 사람들을 촛불아래 모이게 할 수 있었던 근본원인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이 본질적으로 중요한 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정치에서 그러한 공약은 별 관심을 얻지 못한다.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책들을 읽고 스스로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해 고민해보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간다면, 사회는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 아닐까. 사족 : 좀 더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장 지글러의 책들을 읽어보기 바란다. UN에서 기아문제를 담당했던 그의 책들은, 이 책보다 체계면에서는 좀 산만해도 구체적이고 충격적이며 생생하게 현상을 보여주고, 원인을 짚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