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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하나만으로도 사람은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이 문구를 보고 선택했던 책이다. 아침에 신나게 출근을 하고, 오늘 하루 업무를 정리하고 시작하려고 하면 점심시간, 밥을 먹고 커피 마시고 졸린 눈을 비비며 업무에 집중을 하다가 문득 시계를 봤을 때 어김없이 오후 네 시다. 내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시계를 보면 오후 네 시다. 그 시계바늘을 보면 뭔가 평안함이 밀려 온다. 그 순간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때도 있다. 아마 네 시는 나의 집중력이 다하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그림으 특출나게 잘 그리는 작가가 틈틈이 글을 써왔던 것을 책으로 엮었다. 그래서인지 일상을 통해서 느낀 것들을 부드럽게 고요하게 써내려갔다. 챕터마다 글이 그리 긴 편은 아니다. 그래서 더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예술적인 부분들도 눈에 느껴지고 문장에서도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우면서 맛이 난다고 해야하나? 또박또박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하고, 자신의 감정표현에 충실하게 다 털어놓는다.
털털하면서도 우아하고, 가벼우면서도 단호한 그 문체에 더 눈이 갔다. 깔끔하고 담백하게 느껴졌다. 참으로 이런 문장 오랜만이었다.
간단하게 이런 글은 틈틈이 써두고 싶은,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만큼 소박하면서도 나에게 공감을 많이 준다.
문득 느껴지는 그리움을 빨리 이겨내고 싶을 때, 우울함을 떨쳐내고 싶을 때, 가볍게 읽고 싶을 때, 일을 마치고 나른한 오후 네 시에 읽고 싶으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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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이다. 요런 담백한 글... 나 또한 저자와 같이 시골동네 출신이라 요런 기름기 쫙 뺀 담백한 글을 참 좋아라 한다. 저자는 화가이면서...작가이기도 하고...사진가이기도 하고...생활가이기도 하다.
저자는 유년시절 고향에서 보고 느낀 꽃들과 풀들, 나무들, 새들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는 그림을 그리움이라 말하고 있다. 그 그리움으로 저자는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면서.... 지방 출신 사람들의 특징일까? 한 번 인연을 맺은 것에 대해서는 쉽게 버리지 못하는 거 같다. 그것이 사람이든, 무생물이든... 저자는 TV를 20년 넘게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그리고 가버린 그 인연의 빈자리를 다른 인연으로 메꾸지 않고 있는 것또한 지난 인연에 대한 예의라 볼 수 있겠다.
에세이를 읽는 또하나의 즐거움은 저자가 풀어놓은 글 속에서 나의 유년을 투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끔찍하게도 싫어하는 새...참새. 요녀석을 잡으려 바구니에 나뭇가지 실메달아서 쌀로 유인하던 기억....쇠고기 열 점과도 참새 한 점을 바꾸지 않는다는 참새 고기를 먹기 위함이 아니라....참새란 녀석을 키우고 싶었다. 학교앞 노란 병아리를 키워서 닭으로 변신 시키듯이..요 쪼그만 참새 녀석을 키우면 독수리나 뭐 그 비슷한 무엇은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참새는 가축화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하나.... 여름이면...푸른 하늘을 흰 색으로 변화시키고도 남을 만큼의 하얀 감꽃이 핀다. 그리고 이 감꽃은 떨어져 나에게 좋은 간식거리가 되곤하였다. 흰 면실에 하나 하나 꿰어서 벽에 하루쯤 걸어두었다가 그 꽃을 두고 두고 따먹으면 달달한 맛이 입안 한 가득...출출한 오후를 채워주곤 했다.
한두 쪽의 색종이만으로도 무지개보다 더 찬란하게 보이는 신비한 프리즘. 저자의 추억도 나의 추억도 아마 이 프리즘 속에 들어있는 몇조각의 색종이에 불과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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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오랜만에 작가의 순수한 이야기만 담긴 책을 읽는게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말해주는 이 책이 느릿느릿한 느낌도 있다. 그래서 더욱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책 제목 돌아와 앉은 오후 네시... 왠지 책 제목만 봐도 느릿느릿한 느낌이 든다. 나는 이 느릿느릿한 느낌이 좋았고, 후반에 저자의 그림이야기를 해주기 전까지 전반부의 작가의 이야기는 읽는내내 참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가 말해주는 그리움... 이 그리움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리움 하나만으로도 사람은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라고 생각할 만큼 저자는 이 그리움을 통해 때로는 행복해하고 때로는 차분해주며 또 때로는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저자 권오영은 그림을 그리던 화가였다. 그러나 화재로 인해 한순간에 모아두었던 그림들이 소멸되면서 저자는 방황하며 오랜시간을 보냈다. 분명 저자가 처음 시작한 방황에는 절망과 슬픔이 있었겠지만 후반에는 이 방황의 시간속에서 저자의 행복한 시간을 천천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참 느긋하고 자연을 볼줄 알고 느낄줄 알며 사람들을 천천히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듯하다. 절망만 남아있었을 듯한 시간이 오히려 뒤돌아보니 저자에게 행복한 시간들을 주는 것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참 좋다. 오랜시 간 함께 생활하던 텔레비전이 예고도 없이 사물한테 운명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저자는 정말 오랜 친구가 떠난것처럼 아쉬워 한다. 다시 텔레비전을 구입하게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다고 하지만 그 시간을 저자는 참 담담하게 이야기 해준다. 누구나 본인이 구입해 오랜시간을 함께 하던 물건이 고장이 나 버릴일이 생길 때 한번쯤은 생각할 법한 그런 이야기들을 들려주어 아 정말 그렇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후반부 그림에 대한 이야기들은 사실 조금은 지루하긴 했지만 그래도 저자가 말해주는 그림의 이야기에서 저자가 그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림을 얼마나 그리고 싶어하는지를 보여준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의 기가막힌 글솜씨도 좋지만 다음에는 저자가 사랑하는 그림과 저자의 그림이야기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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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권오영이 틈틈이 써 둔 글들을 모아 만든 한 권의 책입니다.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으며 글도 쓰는 분,남자 작가인 줄 알았다가 어딘가 느껴지는 여성성의 글이어서 놀랐는데 미혼의 여성작가였습니다. 그녀는 스스로의 일상을 돌아보기도 하고 주변의 식물이야기, 동물이야기, 떠나온 고향이야기도 있고요, 저자의 예술과 관한 전시회 관람기, 그리고 저자의 모사그림과 마우스그림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그림움이 있네요.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아서였을까요? 하긴 우리네 삶엔 늘 그리움과 함께 하지요.
그림을 그렸으나 화실에 불이 나서 그림을 다시 그리지 못하고 대신 마우스를 잡았느나 사물이 굴절돼 보이는 병이나서 못하고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하하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삶의 굴곡이 그를 글을 쓰게 한 것 같습니다.
인간적으로 작가 권오영은 참 착한 사람인 것 같아요. 여름에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을 키지 않고 20년이 넘은 티비를 가지고 있는 것도 놀라운데 티비가 꺼지던날 너무 슬퍼하더군요. 인간의 육식을 싫어하고 허기를 채우는 이사의 식사는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외로움을 느낄수도 있지 싶기도 하네요.
책은 참 소박하고 정갈하며 차분합니다. 제목처럼 감성이 뚝뚝 묻어나는 글이지요. 차분히 담담히 써 내려간 듯한 글이 가슴 깊이 와 닿습니다. 작가의 시선이 참 부드럽습니다. 글 한줄 한줄이 다정하게 말해주는 것 같아 따스합니다. 편안한 느낌으로 읽어 내려갈 수 있어 마음 복잡하고 스트레스 받는 날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작가가 그린 고운 그림과 멋진 사진들이 곁들여져 더욱 편안함을 주기도 합니다. 모사한 명화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재밌더라구요. 작가의 상상이 때론 우습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하여 저에게 더 많은 위안을 주기도 합니다. 가을과 어울리는 책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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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덥다 입에 뜨거움을 달고 있던 여름이 가고 바람이 살랑 부는가 싶더니, 어느새 한낮 해 비추는게 시원치않네 싶고 깜박 뒤돌아 보면 어느 새 따라오는 차가움과 이 모든 걸 덮는 가을밤이 벌써이다. 이렇게 금방 가고 오는 시간을 생각하다보면 똑같았던 그 날 어떤 일이, 낮과는 다르게 생각되는 예전의 기억을 끄집어내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그 추억에 얼룩 덜룩 기름때가 묻게끔 닦고 또 닦아가며 그 일이 다른 일로, 점점 이쁜 파스텔 색깔 있는 이야기로 생각되기도 한다.
이런 과거의 추억이란 별거 아닌 남루한 기억 하나가 세월과 더불어 아름다운 비단으로 변한 것이라는 권 오영님의 말(p.40)이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그 한 순간 한 순간, 누군가를 믿고 따르던 예쁜 내가 보여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어쩌다 생각나는게 아이들 어릴적 그 때이거나(아직 지금도 어린데 말이다.) 지금 꺼내놓는 이야기나 먹거리에서도 예전의 어린 내가.. 를 말하거나 혹은 더 그전 나만으로 충분하다던 분들이 함께 하던 그 때, 칼라와 흑백으로 섞인 기억이지만 지금의 나를 따뜻하게 하는 그 사랑이 주는 기억이 있어 내가 행복이라는 느낌을 안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권 오영님의 '돌아와 앉은 오후 네시'란 이야기에서 쏟아지는 기억들이 그리고 이야기들이 감나무,호두나무, 할미꽃을 이야기 할 땐 언제나 도시에서만 살아서 시골가면 오히려 "도시 촌 것" 이었고 지금도 그런 나를 데리고 이것 저것 좋은 것들을 보여주고 먹여주려 하시는 시어른들의 마음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일상의 이야기에는 맞아 맞아 하며 친구의 이야기를 듣듯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렇게 사람에 대해 기억에 대해, 인생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가며 내가 알지 못하던 사람, 그녀가 꺼내는 낯설지만 나도 가지고 있는 추억에, 같이 선을 그어가며 꽃향기를 뽐내는 멋진 추억의 그림을 하나씩 그려보기도 해본다.
"언제라도 쉼 없이 내릴 것 같더니 지금은 세상이 다 고요하다." "예쁘게 그린 그림만이 아름다운 그림은 아니었던 것이다."(p.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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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인생이란 얼마나 변화무쌍하던지요. 평탄한가 싶으면 어느새 천 길 낭떠러지를 만나기도 하는 게 우리의 삶입니다. 저는 제 화실의 화재사건 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은 자신에 대한 성찰과 함게 제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 머리에서
책표지가 단박 눈에 들어왔고 제목까지도 외면할 수 없게하는 매력이 있었다. 제목을 생각하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건지, 어떤 사연들을 들려줄지 너무 궁금했었고 줄곧 머릿속에서 맴돌던 제목을 떠올리며 책을 기다렸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바로 얼마전 태풍 '볼라벤'과 '산바'의 영향으로 직장도, 학교도 쉬었을 때가 떠올랐다. 올핸 유난히도 잦은 태풍의 영향으로 곳곳에 막대한 피해를 남겼기에 강한 바람과 함께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부디 큰 피해없이 얼른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산바'가 몰고 온 강풍때문이었는지 한나절동안 정전이 되고 말았다. 문명의 이기를 잊어야 하는 시간.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던 텔레비젼도, 컴퓨터도, 꽁꽁 닫힌 공간을 시원하게 식혀줄 선풍기 마저도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난 오래전부터 이런 공간을 꿈꾸었던 적이 많았었기에 꽤나 반가워하며 여유자작하면서 즐길 수 있을 줄 알았건만 막상 할 수 있는 일이 제한 되었다는 사실에 오히려 허탈해지며 전전긍긍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내 모습과 너무도 극명하게 대비가 되는 듯하였던 시간...
그러나 몇 권의 책이 될 만큼 사연이 많은 사람이라도 가만히 자신을 돌아보고 과거를 기억하라고 하면 그 기억의 양이 보잘것없음에 놀라게 된다. 가장 가까운 부모와 형제에 관한 기억조차지극히 미미해서, 시간으로 따진다면 아마 채 하루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저 한컷 한컷을 기억할 뿐이지만, 그 한컷 한컷이 또한 우리의 기나긴 일생이기도 하다. -194
일상, 식물, 동물, 고향 그리고 그림의 이야기에 저자의 삶, 생각, 추억과 그리움에 대한 단상이 묻어나 있었다. 세밀화와 명화 모사에 뛰어난 자질이 있었으며, 나중엔 마우스로 그림을 그렸다는 저자의 타고난 솜씨도 부러웠다 특히 꽃, 풀, 나무. 그리고 새들이 속삭이는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느낄 줄 아는, 그림이나 사진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읽어내는 저자의 마음의 눈이 더 부러웠다. 어느날 문득, 내가 지내온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난 어떤 생각, 어떤 모습, 어떤 추억들을 그리며 서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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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앉은 오후 네시. 제목에서 느껴지는 뭔가 여유 있고 한가로운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지은이 권오영님이 직접 찍은 사진과 하나하나 소재에 지은이의 감정과 인생이 녹아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언제라도 쉼 없이 내릴 것 같더니 지금은 세상이 다 고요하다".. 책의 표지에 써있는 이 문장이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읽으면서 단지 아쉬웠던 점은 사진이 각 섹션마다 있었으면 하는거였습니다. 물론 책에는 사진이 많지만 미선나무라던가 일곱 여덟 마리의 사냥개들에 포획된 사슴이라는 그림에 대한 사진이 없어서 결국 인터넷으로 찾아 보았다는...ㅎㅎ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제목처럼 오후 네시의 느낌을 느끼게 되었네요. 제가 느끼는 오후 네시의 느낌은 일에 또 생활에 지쳐있다가 그 시간쯤 되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유로워지는 느낌.. 그 느낌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거 같습니다.
지은이와 똑같은 사물과 건물을 봐도 어쩜 이렇게 생각하는게 다른지..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독서 시간이었구요. 나도 언젠가 이 책에 쓰여있는 물건, 건물을 본다면 권오영님의 생각에 동의를 할 수 있을거 같아요.
여유로운 시간에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인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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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곧 사람이다. 특히 신변잡기를 적은 에세이를 읽으면 그 사람이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순둥이인지 악바리인지, 가벼운 성격인지 진중한 성격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오랜만에 신선한 작가, 순박한 예술가를 만나게 되었다. 겉멋만 든 화려한 '방송용' 예술가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원석과도 같은 이를 발견한 것 같다.《돌아와 앉은 오후 네시》(소동, 2012)의 저자 권오영이 그 사람이다. 출판사에서 소개한 저자의 프로필이 인상적이다.
"최소한으로만 먹으며 육식은 하지 않는다. 주로 손수 만든 옷을 입고 다니며, 커피를 좋아하지만 센 음식이라 한 잔 다 마시지는 못한다. 사는 곳이 정해져 있지만, 동가식서가숙으로 친지들과 지인들을 집을 오가며 지낸다. 그림을 그렸으나 지금은 눈이 아파서 대신,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지낸다. 보헤미안이란 별명으로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연재해왔는데, 이번 책은 그 중 일부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혼인을 하지 않은 점, 발랄한 문체, 엉뚱한 상상력은 일본 작가 요네하라 마리를 떠올리게 한다."
책제목 '돌아와 앉은 오후 네시'라는 표현은 적어도 두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저자가 고향의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떠올린 황금빛 추억의 낭만적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이제 인생의 황혼기를 준비해야 하는 저자 자신의 현실적 시간을 상징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글과 그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저자도 착하고 소심하다. 윤동주의 <서시>나 최승자의 <참 우습다>에 드러난 시인의 마음처럼 착하고 동심을 간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확실히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착한 여자'다. 그래서 그미의 에세이엔 집 주변의 식물과 동물이 대거 등장한다. 인간관계에 능숙한 작가는 아닌 것이 확실하다. 인물이라면 추억 속의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가 등장할 뿐이다. 간혹 저자의 인간이란 존재의 약함, 비겁 그리고 잔인함에 대한 실망과 세상에 대한 허무주의가 심하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저자가 건강한 유머를 구사할 줄 안다는 점이다. 유머가 있는 한 인간에 대한 실망은 언제나 회복가능하다.
자연을 사랑하는 저자는 낮은 데로 임한 고결한 미선나무에서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기도 하고, 생활력이 남다른 식충식물 '네펜테스'의 강단과 뻔뻔함 혹은 야비함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항아리통을 닮은 주머니로 벌레를 잡아 먹는 네펜테스는 식충식물의 스타에 해당한다는데 처음 들어본 것처럼 무척 생소하다. 예전에는 식충식물이나 파충류를 기르는 사람들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이들은 무언가 위험한 요소를 마음 속에 품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과 경보장치가 작동하곤 했다. 나만 그런가. 그런데 상처받기 쉬운 타입의 사람들에겐 식충식물이나 파충류도 매우 기특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나름 별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닭, 공작새, 까투리 같은 날짐승 가운데 참새가 저자를 가장 닮은 것 같다. 저자의 말대로 새들 중 '참'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유일한 새인만큼,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고 "아무리 작아도, 약해도, 줏대있게 살아"가는 자주성이 기특해 보인 것이다. 그런데 막상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새는 원앙이란다. 창경궁 춘당지의 원앙 한 쌍을 보면서 남 모를 님을 몰래 그리워 해 본 것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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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제법 찬 기운이 집안을 감싸고 있다. 가을에는 늘 그랬듯 내 마음이 조금씩 낙엽처럼 흩날리고 바스락바스락 부서지곤 한다. 평소와 다름없는 삶을 오늘도 살아가고 있는데, 특별한 일도 없는데 마음은 계절의 기운을 타 의미도 없는 생각 속에 잠기고 있다. 괜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이 특별하게 들리고, 떨리는 음성을 가진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소름이 끼치기도 하는 요즘이다. 그러한 생활 속에서 이 책은 너무나 내 생각과 잘 맞아 떨어진다. 꽃을 보고, 동물을 보고, 그림을 보고, 사람을 보고, 열매를 보는 등 주변의 모든 것들이 이야기가 되고 추억이 된다. 평소에도 감성적인 글을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이렇게 가을바람과 함께하니 그 만족감이 2배가 되는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출퇴근을 하는 법도 달라졌다. 길 가에 심겨져있는 나무들, 그리고 이름 모르는 꽃들을 보면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약간의 미소를 띄우며 쳐다보는 여유도 생겼다. 이런 내 모습이 어색하지만, 그런 모습이 왠지 당당하고 자랑스럽다. 난 감성적인 사람이야, 가을을 제대로 타고 있는거야 하면서 외로움보다는 혼자 이 기분을 만끽이라도 하는 듯이 누리고 있다. 권오영 작가가 적어 놓은 글 중에서도 여러 부분 공감하였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내용과 섬세하고 예쁘게 포장해놓은 듯한 글을 보면서 참 글을 아름답게 적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의미가 있어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있도록 만들어주면 그것이 바로 내게 추억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추억이 현재가 되고 그것이 미래가 되는 것도 말이다. 이 좋은 가을, 이 책과 함께라면 제대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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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표지도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책의 첫인상은 소박하면서도 차분한 느낌. 평소에 감성적인 글들을 좋아하는편이라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되었던 것 같다. 책에 들어간 사진이나 그림 모두 작가가 그렸다고 한다. 여기서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좌절. 왜 글도 잘쓰고 그림도 잘그리고 사진도 잘 찍는 능력을 이렇게 한사람에게만 몰아서 줄까하는 생각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넘긴 페이지에서 작가가 결코 젊지 않은 나이이고, 여성이고, 미혼이라는 사실에, 내가 생각했던 이 책의 작가의 이미지와 달라서 조금 놀랐다. 그리고 목차부분에서 먼저 읽어내려갔던 소제목들이 평범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들어 큰 부담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1장부터 그녀의 단단하면서도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내 주위에 일어나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그녀의 시각을 통해 보여준다. 어찌보면 너무 담담해서 무미건조해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나는 더욱 그녀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면서 무심결에 쉽게 지나칠 수 있었던 주위의 풍경과 사물에 초점이 맞춰지기도 하며, 식물과 동물이 되어보기도 하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사진이나 그림 또한 책을 읽는 재미 중에 한가지를 느끼게 만들었다. 이렇게 이번 책을 통해 오후 4시의 나른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처럼,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그녀의 이야기가 아직도 잔잔하게 내마음을 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