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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편집자로 일하는 87년생 딸이 11개 직업을 갖고 일해온 56년생 엄마를 인터뷰하여 기록한 구술사다. 제목부터 와 닿는다. 아주 상류층 아닌 경우에야, 집에서 전업주부로 지내는 엄마는 얼마 안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남성 단독 부양자 모델에 익숙해서 일하는 기혼 여성들의 존재를 잊기 쉽다. 사실 기혼 여성 노동자들은 부불 가사노동과 임금 노동, 이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의 대부분인 사람들이 이들 기혼 여성 노동자들인데도.
주인공 영선씨는 56년 경남 의령군에서 태어났다. 공장 노동자, 방문 판매원, 가정 교사, 빵집 종업원, 만화방 주인, 하숙집 주인, 한복집 주인, 물류센터 노동자, 식당 종업원, 매점 판매원, 요양 보호사 등 11개 직업을 거쳐 늘 부지런히 일해왔다. 결혼 후에는 가사와 육아, 시부모 돌봄 노동을 전담해왔다. 가난한 집 딸로 배울 기회를 박탈당하고 일찍 마산창원지역 공장 노동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던 것 등등 영선씨의 개인사는 우리 현대사와 맞물려 돌아간다. 영선씨는 삶의 고비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움직인다. 가게를 내고 집을 사고 이사를 하고 경마에 빠진 남편과 이혼한다. 엄마 영선씨의 이야기를 채록하면서 딸 은화씨는 일하는 여성으로서 엄마가 본인의 삶에 가진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엄마를 불쌍하게만 봤던 인식을 바꾼다.
책은 대화를 구어체 그대로 인용한다. 연극 대본처럼 괄호 안에 손을 잡고 울었다든가 하는 동작 설명도 있다. 각 사건에 대한 다른 시각의 설명, 당시 사회 상황 논평, 자료, 사진 등이 영선씨의 삶을 입체적으로 보는 것을 돕는다. 당연히, '역사책'이니까 연표도 있어서 좋았다.
삶의 길 위에서 그녀들 하나하나가 적극적인 플레이어이며, 역사의 주인공이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살아남은 여자는 누구나 강하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밀려난 곳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 249쪽에서 인용
과연 여성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전략적으로 살아갈 것이다. 어머니 세대, 당신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 -250쪽에서 인용
눈물겹게 읽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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