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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하고 게으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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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경제학을 전공했고,  그림이 좋아 홍익대 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면서 여러 매체에 미술에 관한 글을 쓰고 있고, 방송 강연도 하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림 속 경제학>으로 처음 만났는데, 그림과 경제를 어떻게 접목해서 써냈을까 궁금했었는데, 어렵지 않게 재미있는 경제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이후 <명화독서>를 읽었고, 이 책으로  세 번째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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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경제학을 전공했고,  그림이 좋아 홍익대 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면서 여러 매체에 미술에 관한 글을 쓰고 있고, 방송 강연도 하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림 속 경제학>으로 처음 만났는데, 그림과 경제를 어떻게 접목해서 써냈을까 궁금했었는데, 어렵지 않게 재미있는 경제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이후 <명화독서>를 읽었고, 이 책으로  세 번째 만남을 가졌다.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기대감에 책을 구입했는데, 딸이 먼저 읽고는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좋았다고 했다. 영화 이야기가 많다고? 그림이 아니라? 읽어보니 이 책은 한 분야를 매개로 쓴 책이 아니었다. 책, 영화, 그림, 음악, 사회의 주요 이슈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었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통해 모성의 진화와 그에 대한 탐구가 계속되어야함을, [세이프 오브 워터]를 21세기 [미녀와 야수]로 보는 시각도 신선했고, [패터슨]을 보고는 '내가 가진 것들'이 있다고 해서 '내가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입을 다물지 말고 불편함을 말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기를 바랬다. 한병철의 [피로 사회]를 읽고 규율사회와 성과사회가 공존 및 혼재하고 있음으로써 발생되는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데 이 책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지난 겨울 재미있게 봤던 영화 [일일시호일]이 나와서 반가웠는데,  한병철의 [피로사회]에서 읽었던 문장의 의미를 그 영화에서 찾아내어 보여주었다.영화 속에서 많은 생각들을 길어 올리고 있었다.

 

 미술에 관해 공부하고 글을 쓰는사람이라  글의 분위기에 맞는 그림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두어서 읽는재미를 더했다. ( 많은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다) 커피는 자의식을 동반하는 음료라며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더니 자의식이 동반되지 않은 순수한 커피향이 느껴지는 그림 한 점을 소개했다. 그 그림이 유독 마음에 들었다. 요즘 핫한 먹방에 대한 견해를 이야기하면서 등장한 고흐의 [감자를 먹는 사람들]에는 한참동안 시선이 머물렀다. 현대의 엄친아와 조선시대 화가들의 [평생도 : 돌잔치- 혼례- 과거급제-고관이 되어 행차- 회혼례]에 대한 글에서는 성공적인 삶의 기준이 그다지 변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저자의 말처럼 스스로 변화해해 나가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할듯하다. 

 

 

 

 

 

 < 사랑을 거절할 권리도 있소이다> 라는제목의 글에서는 "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을 믿었습니다." 라고 밝힌 한 서울시 공무원의 스토킹 사건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러한 사회적인 문제를 꼬집으면서 서구의 문학작품을 가지고 왔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등장하는 베르툼누스와 포모나 이야기. 그것을 소재로 한 그림 한 점을 소개하고 있었고, 비슷한 맥락의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중 이야기 한 편도 들려 주었다. 이 이야기의 끝에 등장하는 책이 [돈키호테]였다. 부유한 독신주의 여성 마르셀라 때문에 상사병으로 죽어가는 남자들이 있어 그녀는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런 상황을 두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마르셀라는 당당했다. 그런 그녀의 말에 공감한 돈키호테는 그녀를 괴롭히는 자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하는데 ····· 이 예를 들면서 돈키호테의 '현대성'과 400년 전 세르반테스의 생각보다 더 케케묵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분야에 관심과 지식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깊이 있게 들여다 보아야지만 이런 글을 쓸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내가 읽었던 책들, 보았던 영화에 대해서 저자의 생각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것에 더해 아무 생각없이 지나쳐버렸던 많은 부분들에 대해서 깊이있게 생각하고,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이 뻗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자극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문학, 영화, 그림, 책등 다양한 매개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써낸 그녀의 글을 통해, 나를 성숙시키는 것이 필요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세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함도.

 

ps : 읽어보고 싶은 책, 보고싶은 영화들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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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3 2019.09.09. 신고 공감 8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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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하고 게으르게』다양한 시각으로 보는 예술 그리고 이야기
"『광대하고 게으르게』다양한 시각으로 보는 예술 그리고 이야기" 내용보기
글을 읽는데 어쩐지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알고 있는 인물인데 작가를 어디서 봤더라. 한참을 생각해봤다. 프로필을 보고는 내가 팔로우하고 있는 이웃임을 알게 되었다. 미술 관련 자료를 찾다가 작가의 블로그에서 발견했었다. 이웃 신청하고 글이 올라올때면 조용히 지켜보았던 독자였다. 미술관련 글을 쓰는 기자 분들 중 몇 분을 팔로우하고 있다. 마음속에 자리한 미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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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는데 어쩐지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알고 있는 인물인데 작가를 어디서 봤더라. 한참을 생각해봤다. 프로필을 보고는 내가 팔로우하고 있는 이웃임을 알게 되었다. 미술 관련 자료를 찾다가 작가의 블로그에서 발견했었다. 이웃 신청하고 글이 올라올때면 조용히 지켜보았던 독자였다. 미술관련 글을 쓰는 기자 분들 중 몇 분을 팔로우하고 있다. 마음속에 자리한 미술에 대한 갈망을 타인들에게서 푸는 것처럼.

 

제대로 글을 읽은 기억이 없고 그림만 보았었기에 작가의 글을 잘 알지 못했다. 늦게 꽃핀 대가들을 말하는 글에서부터 작가의 열망이 드러났다. 문학과 예술부분의 많은 작가들이 늦은 나이에 데뷔하여 꽃을 피웠다. 마흔 살이 되어 등단한 박완서 작가나 피에르 르메트르 작가도 꽤 늦은 나이에 데뷔하여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글을 말하며 그 기조에 미술이 있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미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작가가 언급한 그림들에서 익숙함을 발견했고 반가움이 들었다.

순전히 샐리 호킨스 때문에 본 영화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였다. 영화를 보고 난 뒤 함께 본 이와 많은 이야기를 했었는데, 작가가 말한 것과는 좀 차이가 있었다. 괴생명체를 사랑하게 된 일라이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어렴풋이 느끼긴 했지만, 그녀의 외로움이 괴생명체를 사랑하게 되었음을 말이다. 제임스 진이 그린 <셰이프 오브 워터>가 익숙한 아름다움을 준 그림이라 여겼었지만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참고했다는 건 새로운 발견이었다. 두 그림을 마주하고 보니 전체적인 구도가 닮았다는 게 느껴졌다.

 

 

봄이면 벚꽃이 만발한다. 벚꽃잎들이 휘날릴때면 그저 마음이 설렌다. 이처럼 벚꽃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자체는 벚꽃축제를 한다. 벚꽃하면 일본이다. 일제 강점기기 생각나서인지 사람들은 벚꽃의 원산지가 제주임을 밝혔었다. 나 또한 그런 말을 하곤 했었다. 일본에는 벚꽃을 말하는 하이쿠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걸 보면 벚꽃은 일본인들이 사랑한 꽃임을 알 수 있다. 작가가 말했다시피 우리나라엔 주로 매화나 진달래꽃을 노래했다고 한다. 혜원의 그림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말이다.

 

TV의 코미디 채널에서 흑인 분장을 하고 나왔을 때 웃기려고 참 고생하는구나, 이렇게만 생각했지 인종차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국내에서 바라보는 것과 외국의 아프리카계 사람들이 불편하게 바라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또한 아시아계 인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면 매우 기분나빠하지 않는가. 세계화와 세계시민의식을 일깨우는 말에 뜨끔했다. 아니라고 하지만 은연중에 그런 마음을 내비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다.  

 

미술관련 서적에서도 읽은 바 있지만 영국박물관에는 한국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한국관과 일본관, 중국관의 차이점을 말하는데 아무래도 국가의 차이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중국관과 일본관과는 다르게 심플하게 몇 작품만 있는 있어 빈약한 유물 전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백자 달항아리는 많은 예술인들이 아름답다 말하는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그 고유한 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커다란 달이 떠 있는 듯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이 점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의 에세이를 먼저 읽었다. 하정우도 에세이에서 자신의 먹방 이야기를 했었는데 문소영 작가 또한 먹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하정우를 언급했다. 영화 <황해>에서의 하정우의 먹는 장면을 담은 사진과 함께 말이다. 하정우는 먹는 장면을 찍을 때 식은 음식 말고 따뜻한 음식을 주라고 한다고 한다. 그리고 맛있게 먹는다고 한다. 먹방에 대한 이야기를 『제인 에어』 속의 문장을 말하며 고전문학 작품 속에서도 먹는 장면이 꽤 많았다는 걸 말했다.

 

우리의 인생도 이런 망설임과 선택의 연속일 것이다. 그리고 어느 길을 택하든, 가지 않은 길은 그 미지로 인한 신비와 아쉬움을 황홀한 안개처럼 두르고 저 멀리에 있을 것이다. (51페이지)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에 대하여 말하는 글이다. 삶의 통찰을 다루는 글들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는 시였다. 나에게 두 갈래 길이 있을 때 내가 갔던 길과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신비로움을 말했다. 인생이란 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늘 선택의 기로에 서 있게 된다. 그 길에서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는 자신에게 달렸다. 훗날 과거를 떠올렸을 때,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질문 받았을 때, 어떠한 시기로 가겠다고 답을 하곤 했지만 지금 드는 생각은 역시나 그 시기로 가도 똑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다. 그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예술에 대한 저자의 특별한 감각과 함께 폭력과 문화 또는 유물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담았다. 문학과 일상에서 바라보는 수많은 예술적 감각을 기르는 방법들을 말했다. 느리게 혹은 게으르게 가도 삶에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할 일이 덜하지 않을까.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9.07.25. 신고 공감 7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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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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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 향하는 통로는 다양하다. 누군가는 언론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영화를 선택하고 누군가는 개인 블로그를 선택하며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통로로 세상을 읽고 말한다. 누군가는 통로를 차단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쁨을 떠나 그것은 취향의 문제라 말한다. 통로를 통해 접하는 것들이 하나의 삶을 완성시키는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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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 향하는 통로는 다양하다. 누군가는 언론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영화를 선택하고 누군가는 개인 블로그를 선택하며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통로로 세상을 읽고 말한다. 누군가는 통로를 차단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쁨을 떠나 그것은 취향의 문제라 말한다. 통로를 통해 접하는 것들이 하나의 삶을 완성시키는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가장 크고 넓은 통로는 책이다. 책을 통해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사회현상을 관찰하고 나의 감정을 진단한다. 알지 못했던 진실과 방관하고 싶었던 이슈를 향해 마음이 이동한다. 문소영의 『광대하고 게으르게』는 닫혔던 통로를 열게 만들고 더 앞으로 나가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사실 예술, 문화, 사회에 대해 자신의 일상과 사유를 접목시키는 글은 많다. 문소영의 글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자신의 의견과 생각의 바탕이 되는 근거를 정확하게 설명하면서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 아는 영리함이라고 할까.

 

저자는 ‘게으르게’, ‘불편하게’, ‘엉뚱하게’, ‘자유롭게’, ‘광대하게’, ‘행복하게’, 6개의 주제로 나누어 42개의 글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주제부터 읽어도 상관없다. 어쩌면 6개의 키워드는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획일적인 사고를 강요하는 사회임을 부정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조금 느리고 천천히 나를 발견한 예술가(윤석남, 박완서, 에드워드 호퍼, 세잔)의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서글프면서도 용기를 불러온다. 내 안의 뭔가를 깨워도 괜찮다는 생각, 게으르면 어때?

 

게으름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들리기까지 하니 나는 부지런보다는 게으름을 택할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백배 천배 낫잖아. 그런 의미에서 불편하게나 엉뚱하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에 분노한다. 그러나 뉴스와 기사를 클릭할 뿐 댓글을 다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 불편함에서 멀어지려 한다. 저자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무고한 아이가 끔찍한 불행 속에 살아야 하는 이야기, 어슐러 르 권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투영한다. 조직과 나라의 위상을 위해 누군가(피해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은 정말 사라져야 할 일이다. 불편함을 바로잡기 위해 불편함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것, 변화를 위해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사회적 통념이라는 틀안에 갇힌 것들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유연하면서도 완고하다. 최근 심각하게 증가하는 청소년 문제와 스토킹과 데이트 폭력, 왕따를 영화로 접목시켜 들려주는데 뜨겁게 다가온다. 범죄자의 엄마로서 그 책임을 다하면서도 맹목적이 사랑을 전하지는 않는 영화 「케빈에 대하여」에서는 모성의 다양성을 언급한다. 일방적인 사랑을 무조건 아름답다 여겼던 과거에서 벗어나 그것이 주는 비뚤어진 욕망을 「돈키호테」속 에피소드로 연결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세상이 변함에 따라 통념도 바뀌어야 한다는 걸 현실에서 체감하지 않았냐고 묻는 것이다.

 

엄마와 자식의 관계는 가장 원초적인 인간관계다. 설령 미래에 결혼제도가 사라진다 해도 존속될 것이다. 그래서 모성의 진화와 그에 대한 탐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117쪽)

 

그러니 하나의 기준만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고 시선을 확장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집을 장만하는 게 보편적인 인생이라 여기고 강요하지 말라는 거다. 언제 강요했냐고 따지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만 생각하면 옆집 누구, 엄마 친구 누구, 친척 누구로 시작해서 명절이면 어른이라는 쓸데없는 귄위를 내세워 강요를 쌓아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상대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그냥 있는 그대로만 바라보라고 말하는 말은 그동안의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그냥 다 같이 나대고 다 같이 잘난 척하면 안 될까? 서로의 나댐, 서로의 잘난 척을 관용하면서 ‘나도 잘나고 너도 잘났어.’. ‘아, 나 특이해. 어, 너도 특이해.’의 마인드로 산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열려 있고 다양하고 여유로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166쪽)

 

우리는 한 번씩 쉽게 내뱉는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진로를 결정하는 청년들에게 용기와 격려라는 말로 뭐든 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런 말들이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부담스러운 멍에로 남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좋은 의도라고 해서 무조건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할 의무는 없다. 사회 곳곳의 고민과 어려움을 자상하게 들여다보는 저자의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을 느낀다. 그 시선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산다는 건 불편하고 힘든 일 투성이며 자주 무너진다는 걸 알면서도 힘을 내자는 거다. 진심으로 사랑하며 지켜봐 주고 아름답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처럼.

 

기억되는 것, 그건 결국 사심 없는 사랑만이 받을 수 있는 사랑의 보답일지도 모른다. (275쪽)

 

나의 시선은 책을 읽기 전과 달라졌을까? 당당하게 답할 수 없지만 조금은 그렇다 말하겠다. 그리고 상상한다. 세상을 향한 통로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세상을 향했으니 세상이겠지만 그 길에는 다채로운 삶이 가득하다. 다양한 삶이 어우러져 만드는 다채로운 삶을 그린다. 나의 시선이 닿는 그곳에.

 

r*********s 2019.07.26.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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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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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기본적으로 이상하거나 특별한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러므로 작가 자신이 남들과 다른 이상한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을 기록할 수도 있고, 특별한 삶을 살았거나 지금 현재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열심히 만나거나, 찾아내거나 또는 다른 이를 통해 전해 들으면서 그들의 삶을 기록할 수도 있겠다. 작가로서 그렇게 살 자신이 없다면 자연과 주변 환경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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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기본적으로 이상하거나 특별한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러므로 작가 자신이 남들과 다른 이상한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을 기록할 수도 있고, 특별한 삶을 살았거나 지금 현재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열심히 만나거나, 찾아내거나 또는 다른 이를 통해 전해 들으면서 그들의 삶을 기록할 수도 있겠다. 작가로서 그렇게 살 자신이 없다면 자연과 주변 환경에 대한 남들과 다른 독특한 시선이라도 갖고 있어야 한다. 연예인이 대중 앞에서 자신이 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소설이든 시든 에세이든 우리가 자주 읽는 문학 작품은 대개 이런 범주에 속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보편적이거나 평범한 삶은 문학의 객체로서 흥행 가치가 없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거나 특별하다는 건 우리의 삶과 전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우리에게 있는 대부분을 그들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더하여 어느 것 하나가 특별하다거나 이상할 뿐이라고 보는 게 옳다. 그러므로 내가 말하는 이상하다거나 특별하다는 건 모든 걸 아우른 채 보너스처럼 하나가 더 첨가된 것일 뿐 보편의 부재는 전혀 아니다. 결국 문학가가 된다는 건 평범 너머의 다른 하나를 취득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남들 다 하는 건 뭐든 빼놓지 않고 겪어봤음은 물론 웬만한 사람들은 듣도 보도 못했던 일도 무엇 하나쯤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비로소 문학가로서의 자격을 갖춘 셈이 된다.

 

"어릴 때도 잡지에 심리테스트, 성격테스트만 나오면 질문들 옆에 빈 네모칸에 체크를 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했다. 요즘도 소셜미디어 친구들이 올린 테스트 결과가 뉴스피드에 줄줄이 올라오면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 손가락이 움찔거린다. 좋아하는 색깔로 내 성격을 알려주고, 몇 가지 질문에 답만 하면 좌뇌형인지 우뇌형인지 알 수 있고, 내게 맞는 남자친구 유형을 알 수 있고, 내가 살 만한 세계도시를 골라준다니!" (p.27)

 

문소영의 에세이 <광대하고 게으르게>는 작가의 특별한 이력과 개성이 충분히 드러나는 산문집이다. 자신을 한없이 게으른 인간이라 말하면서도 나름 완벽주의 성향 탓에 괴롭다는 작가는 '미술 작품에서, 또 영화, 웹툰, 광고, 길거리 디자인을 비롯한 모든 시각 문화에서,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에서 학사와 석사를, 그리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술학과에서 박사 과정 중에 있다는 특이한 이력도 문학가로서의 자격에 신뢰를 더한다.

 

"생각해 보면 비교적 일찍부터 주변에서 예기치 않은 죽음을 여러 번 봐왔다. 대학교 때 동기 두 명이 각각 교통사고와 스스로의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고, 교수님 한 분도 심장마비로 요절했다. 그때 그분의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보다 적었다는 걸, 그리고 그땐 내가 어른인 줄 알았는데 지금 대학생들을 보니 병아리들로 보인다는 걸 떠올리면, 채 다 피지도 못하고 가지에서 떨어진 그들의 젊음에 새삼 가슴이 서늘하고 아릿해진다. 몇 년 전에는 신문사 선배 두 분이 두 주 간격으로 각각 불의의 사고와 지병으로 별세해 모두들 혼이 반쯤 나갔던 일도 있다." (P.277)

 

작가는 문득 떠오른 생각이나 자신의 경험에 비춰 그동안 읽고 보아 왔던 책, 영화, 그림, 사진, 도자기 등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버무려서 자신만의 개성이 한껏 드러나는 40여 편의 글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1부 '게으르게', 2부 '불편하게', 3부'엉뚱하게', 4부 '자유롭게', 5부 '광대하게', 6부 '행복하게'라는 부제도 재미있다. 출산율 최하위 국가인 대한민국에 사는 싱글 여성으로서 정부가 내놓는 저출산 해법이 불편하기도 하고, '계속 끄적거리라'는 프랭크 매코트의 명언이 무기력하게 게으른 자신에게는 서늘하고 무거운 충고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행복 경쟁'을 하다 보면 '왜 행복해야 하나?'라는 질문까지 나오게 된다는 작가.

 

문소영 작가의 에세이는 자유분방한 작가의 성격이나 본성대로 살고 싶어 하는 작가의 꿈이 글에서 묻어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작가의 꿈을 방해하는 여러 요소들, 이를테면 관습이나 주변 환경에서 오는 장애물 등에 대한 작가 자신의 불편한 심기들도 언뜻언뜻 드러난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들 각자의 현실이 그리 녹녹지 않으며, 매번 그런 현실에 대해 툴툴거리면서도 다시 힘을 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게 우리네 삶이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마음속 구호를 힘차게 외치면서 말이다.

 

오늘 보았던 어느 신문의 기사에는 '밥 한 번 편하게 먹자'라는 문구로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를 소지한 아동에게는 식사 비용을 받지 않는다는 어느 파스타 가게의 훈훈한 소식과 함께 그의 선행이 SNS를 비롯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자 선한 영향력에 동참하고자 하는 식당, 극장, 카페, 학원 등 다양한 업종의 업체가 결식아동에게 식사나 음료를 제공하고 공연 할인이나 무료 수강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연락해왔다는 소식이 실렸었다. 우리가 읽는 신문이 매일 이런 기사들로 넘쳐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럼에도 우리는 끔찍한 사건 사고에 진저리를 치다가도 이따금 읽게 되는 이와 같은 따뜻한 소식에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구나' 하고 느끼는 게 아닐까. 문소영의 에세이와 우연히 읽은 어느 신문 기사가 묘하게 오버랩되는 그런 하루.

이달의 사락 s*****l 2019.07.23.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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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광대하고 게으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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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지식을가장 쉽게 그리고 확실하게나의 얉은 지식으로 바꿔주는 좋은 방법은전문가가 자기 분야에 대해서 쓴 에세이를 읽는 것이다.이 책은 그러한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지적 허영심에 굶주려있던 찰나에 아주 좋은 책을 만나게 되었다.지식의 배움도 있고관점의 확대도 있고또 거기에 힐링도 느끼게 되니종합선물같은 책이었다.본문에 삽입된 그림들도 미술관을 여행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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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쉽게 그리고 확실하게

나의 얉은 지식으로 바꿔주는 좋은 방법은

전문가가 자기 분야에 대해서 쓴 에세이를 읽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지적 허영심에 굶주려있던 찰나에 아주 좋은 책을 만나게 되었다.


지식의 배움도 있고

관점의 확대도 있고

또 거기에 힐링도 느끼게 되니

종합선물같은 책이었다.


본문에 삽입된 그림들도 미술관을 여행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k*******4 2019.08.2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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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느리지만 즐거운... 『광대하고 게으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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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방 하나를 그려봤다. 방안의 한 면에는 책장에 책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고, 다른 한 면에는 많은 영화의 DVD가 진열되어 있다. 나머지 한 면에는 그림과 영화와 공연 포스터가 차지하고 있는 방이 될 거다. 그 방 안에 들어가면 심심할 시간이 없겠지. 책 한 권 꺼내 읽다가, 그 책의 한 문장에 꽂혀 연상되는 영화 한 편을 꺼내 보고, 영화의 한 장면에서 떠오르는 그림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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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방 하나를 그려봤다. 방안의 한 면에는 책장에 책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고, 다른 한 면에는 많은 영화의 DVD가 진열되어 있다. 나머지 한 면에는 그림과 영화와 공연 포스터가 차지하고 있는 방이 될 거다. 그 방 안에 들어가면 심심할 시간이 없겠지. 책 한 권 꺼내 읽다가, 그 책의 한 문장에 꽂혀 연상되는 영화 한 편을 꺼내 보고, 영화의 한 장면에서 떠오르는 그림을 보기도 하는 어떤 시간. 생각하는 많은 일과 누군가와 함께 얘기하고 싶은 온갖 주제가 그 방안에서 터져 나올 것만 같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불합리한 상황을 문제 삼고, 친구의 고민에 같이 고민하게 되는 공감의 순간을 떠올리고, 역사의 한순간을 그려낸 화가의 일생을 생각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일들에 여전히 한 손을 얹어놓고 애쓰는 다짐들을 굳건히 하게 되는 공간. 아마도 그 방은 현실과 상상 그 사이에서 삶의 모든 것을 생각하게 되는 공간일 것 같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 방을 계속 그리게 된다.

 

사실 미술과 디자인 같은 분야에 많은 이력을 가진 저자의 이름에서 이런 책을 만날 줄은 몰랐다. 그림에는 워낙 문외한이라, 아무리 조금씩 알아가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누군가가 전문적인 지식으로 풀어놓은 글을 읽는다는 게 아직 힘들다. 저자가 들려주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그런 쪽은 아닐까 싶어서, 끝까지 이 책을 읽을 수나 있을까 걱정부터 했다. 기우였다. 조금 과장해서 말해도 된다면, 요즘 이렇게 재미있게 읽은 책 드물었다. 배달된 작은 상자 하나를 열었더니 온갖 것이 튀어나오는데, 그렇게 튀어나오는 게 끝이 없다. 이야기가 다양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는 말이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세상을 보는 많은 시선을 다양하게 들려준다. 상상 조금 보태서 세상을 향한 새로운 시선을 만드는 것도 즐거웠다. 스스로 게으른 사람이라고 칭하면서, 저자가 보는 많은 것이 게으름과는 거리가 멀더라. 정말 게으른 사람은 이렇게 많은 책, 영화, 그림 등을 접하지도 못할뿐더러, 그렇게 바라보는 많은 것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낼 수조차 없으리라.

 

게으르게, 불편하게, 엉뚱하게, 자유롭게, 광대하게, 행복하게. 총 6개의 챕터로 나뉜 이야기들에 저자가 바라보는 예술 작품, 작가들, 주변 사람, 작가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처음에는 늦게 꽃핀 대가들의 소개에서 대기만성 위대한 인물을 언급하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그런 인물들이 있으니 우리도 언젠가 '늦게 꽃핀' 무언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에 웃으면서도 골똘히 생각하게 되더라. 뭐랄까. 무엇이든 꾸준히 하다 보면 어떤 결과를 마주하게 되기도 하는 순간이 오지 않는가. 미쳐야 미친다고, 바라던 일을 계속하다가 다다른 어떤 목적지가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가 생기는 이상한 심리가 발동한다. 물론 저자도 자신의 게으름을 미워하지 않고 '늦게 꽃핀' 이들을 생각하면서 앞으로의 인생에서 뭐가 더 채워질지 상상하고 있지 않을까? 그저 늦게 이름을 알린 예술가와 작품들의 이름 정도로만 알고 있던 대상에서 다른 시선을 읽게 된다는 게 이런 재미구나 싶다. '그래, 이런 사람들도 있었는데, 혹시 나도?' 하는 인간의 묘한 심리 말이다. ^^ 허무맹랑한 시도와 도전이 아니라, 간절히 바라는 것들을 떠올리며 계속 나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이보다 더한 응원과 위로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읽다가 더 마음에 들었던 건, 우리가 오해하는 작품의 해석을 다시 해주는 부분이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 나는 이 시의 완전체를 몰랐다. 그저 유명한 구절 몇 부분만 기억하는 정도다. 나도 저자의 지적처럼 이 시의 흐름을 오해했던 거다. '가지 않은 길'이 다른 사람이 가지 않은 길을 내가 가야 한다고 '으쌰으쌰'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내가 가지 않은 길이었던 거다. 타인과 비교하면서, 그들이 가지 않을 길을 내가 가서 정복하는 성공의 과정이나 목적지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이 시는 타인의 시선 따위 상관없이, 오직 자기 자신과의 문제였다. 갈라진 두 길 앞에서 우리는 오직 한길로만 갈 수 있으며, 내가 가지 않은 길은 언제나 궁금하고 미련이 남기 마련이라는. 그러니 우리가 어떤 길로 가더라도, 가지 않은 다른 길에 대해 아쉬움은 항상 품고 살아간다는 말 아닐까 싶다. 타인과 연결하여 비교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그냥 나 자신만 바라보고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저자는 조지 이네스의 그림 <몬트클레어, 11월>을 시와 함께 떠올린다. 마치 숲속의 두 갈래 길에 서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망설이는 듯하다고.

 

조지 이네스 / 몬트클레어, 11월 (1893)

 

우리의 인생도 이런 망설임과 선택의 연속일 것이다. 그리고 어느 길을 택하든, 가지 않은 길은 그 미지로 인한 신비와 아쉬움을 황홀한 안개처럼 두르고 저 멀리에 있을 것이다. (51페이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오해)

 

'내가 가진 것들'이 있다고 해서 '내가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해 그저 입을 다무는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자 혼자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비유럽계 인종들이 인종차별 받지 않고 돌아다닐 세계를 만들기 위해, 나는 내 불편함을 말해야 한다. 비록 그 변화가 산을 숟가락으로 떠서 옮기는 일 같더라도……. (59페이지, 프로불편러가 될 수밖에)

 

명절에 대한 기원을 듣고 심하게 놀랐다. 지금까지 알던 명절은 가족이 모여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날이라고 알았다. 열심히 명절 음식 만들고 먹으면서 연휴를 보내고, 귀경길에는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와야 하는 날. 그러니 명절이 재미있고 즐거울 수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저자를 통해 듣게 된 명절의 기원은 차례 음식 준비하면서 보내는 오늘날의 명절과 달랐다. 기록에 따르면, 사월 초파일에는 연등 행사로 볼거리가 풍성했고, 구경꾼들이 온 거리를 채우는 광경이었다고 한다. 추석도 본래는 축제일이었다고, 닭 잡고 술 빚어 온 동네가 취하고 배부르게 먹는 날이었지, 조상의 제사상 차리는 게 주된 행사가 아니었다고. 차례상도 몇 가지 음식이 올리고 간소했다고 한다. 다 함께 먹고 놀고 즐기는 날이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거한 차례 음식 만드느라고 허리 한번 펴지 못하는 날이 되었을까? 명절의 의미가 어떻게 왜 변했는지까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의 모습대로 명절이 계속된다면 아마 '다 함께 먹고 놀고 즐기는' 순간은 절대 오지 않을 것 같다.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누군가는 편하게 먹고 놀고 쉬는 날이 된다면, 언젠가는 파국에 이를 것이다. (차 파국을 불러와~) 거기에 안부를 묻는다면서 계속되는 말과 또 한 번 타인의 시선에 공격당한다면, 더는 명절의 의미는 사라질 것 같다.

 

안중식 / 평생도 과거 급제 부분 (조선 후기)

 

안중식의 그림 <평생도>와 김홍도의 <평생도>로 한국인의 비교 강박의 기원을 찾기도 한다. 몇 폭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것은 탄생부터 결혼, 과거 급제, 고관이 되어 행차, 회혼례로 이어지는 인간의 생애였다. 마치 성공한 삶은 이런 것이라고 증명이라도 하듯, 모든 인간의 삶과 성공이 이렇게 흘러가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은 생김새부터 태어나서 자라는 환경까지 제각각인데, 세상이 증명하고 판단하는 삶의 흐름은 왜 이렇게 한 가지로 통일되어야만 하는 걸까. 이렇게 살아가는 것만이 최상의 생애라는 거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불편하다. 그렇게 탄생한 '엄친아'라는 단어는 오랜 세월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지금도 디테일한 내용만 조금 첨가되고 변화되었을 뿐이지 여전히 우리 곁에서 비교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통해 어머니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나는 소설로 이 내용을 접했는데, 이들의 감정을 다 이해할 수 없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소시오패스 아들과 그 아들이 저지른 범죄의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부모의 처지를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꾸만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는 어때야만 하는지 묻게 된다. 그런데 저자는 아들보다는 엄마의 이야기로 이 영화를 해석한다. 엄마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어떤 엄마가 가장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모습인지 되묻는 것만 같다. 이제까지 우리가 상징하는 엄마는 어떤 모습이었던가? 자식에게 희생하고, 당신 인생보다 아내와 엄마의 역할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순간 없었던가? 대개 그렇게 생각하는 엄마의 모습이 많았을 거다. 무조건 자식 뒤에서 자식의 수호신처럼 보호해야 하는 존재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엄마는 다르다. 원하지 않은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의 성장에 무관심하지 않다. 케빈이 죄를 저질렀을 때도 맹목적으로 아들 편을 들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아들의 죄에 관한 부모의 책임을 다한다. 케빈의 엄마는 감정이 없는 사람일까? 아니다. 그녀에게도 자식에 대한 개념이 있다. 단지 우리가 그동안 고정관념처럼 쌓아왔던, 자식에게 맹목적이고 희생이 우선시되었던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을 뿐이다. 조금은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엄마와 아들 사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태도였다. 이런 케빈의 엄마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자도 이 부분에서 엄마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 생각한 듯하다. 남자에게 엄마의 심장을 가져다 달라고 하는 여자 이야기('어머니의 심장이야기'가 싫다)를 들려주는 부분과 닮았다. 어머니를 살해하고 그 심장을 여자에게 갖다주려고 뛰면서 떨어진 어머니의 심장이 말한다. "얘야, 괜찮으냐. 다치지 않았니." 듣다 보면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동을 뿜어냈다. 이런 엄마가 어디 있느냐며, 엄마는 죽어서까지 자식을 위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저자는 이 이야기 듣기 불편하다고 했다. 나도 그렇다. 내가 아무리 엄마를 사랑해도 나의 모든 것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엄마에게도 자식을 위해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는 게 있을 것이다. 그게 사람이다. 그게 인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엄마이기 전에 한 인간일 뿐이다.

 

엄마와 자식의 관계는 가장 원초적인 인간관계다. 설령 미래에 결혼제도가 사라진다 해도 존속될 것이다. 그래서 모성의 진화와 그에 대한 탐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117페이지, 새로운 어머니에 대하여)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제각각의 인생을 걸어온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떤 결말로 도착할지 궁금해지곤 했다. 이렇게 누군가의 이야기만 들려주면서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전달하려는 걸까? 저자는 '광대하고 게으르게'라는 모순되게 들리는 삶의 자세로 어디에 도착하고 싶은 걸까? 차근차근 듣다 보면,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저자의 말은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마주하는 일들과 다르지 않았다. 한쪽에서 굶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먹방의 인기는 무엇을 더 생각해야 하는지 묻기도 하고, 욕을 먹으면서까지 셀럽이 되어야만 하는 요즘 세상의 흐름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저출산의 문제를 다양한 시선으로 계산하는 이들이 범하는 오류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흥미롭게 들려준다. 사실 이 저출산 문제는 어느 한 사람의 문제로 시작된 것도 아니고, 누구 한 사람의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낮은 혼인율과 저출산의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기도 하겠지만, 사회적 문제라는 게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거 아닐까. 결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개인의 만족이 미혼일 때보다 크다는 계산이 있어야 결혼과 출산이라는 인생 계획을 생각할 텐데, 가사와 육아 같은 돌봄 노동이 저평가되는 현실에 발생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저자의 말처럼 뼈있는 경제학 농담으로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들여다보는 방법도 의미가 있다.

 

사회적 차원에서의 자유와 선택의 공허함에 대한 문제, 자본이 없고 선택을 학습할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유가 주어져 있는데 왜 못해'라고 하는 문제는 사회 제도로 보완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다. 『멋진 신세계』를 떠오르게 한 푸념을 했던 경제학 교수 친구는 그런 문제들을 연구한다. 그는 자유의 개인적, 사회적 피로를 잘 알고 있지만, 또한 여전히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기에, 자유를 지키면서 자유의 피로를 줄일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나도 그렇다. 그러기 위해서 종종 우리는 '멈추어 집중'해야 한다. (192페이지, "뭐든지 될 수 있어"의 피로와 뜻밖의 위로)

 

인생, 삶이, 세상이, 참 아이러니하다. 노력하면 원하는 것만 취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더라는 걸 우리는 안다. 복과 화는 쌍둥이처럼 항상 같이 다니기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화를 피하고 복만 맞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인생에서 어느 순간 마주칠지도 모를 온갖 상황들을 부딪치면서 살아가야 한다. 불평등과 불이익을 마주하고 싸우기도 한다. 불편하다는 말을 소리 내어 해야 하는 순간도 많다. 피해 가지 말아야 한다는 걸 새삼 새기고 싶어지게 하는 저자의 이야기들에 공감하게 된다. 우리 살아가면서 타인과 세상을 질투하고 미워하기도 하지만, 사랑하고 아끼며 함께하고 싶은 순간이 더 많지 않을까? 영화 <코코>의 주인공들이 기억하는 시간은 삶의 의미였고 행복이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찾으며 유한의 시간에 행복을 누리라고 했다. 늘 거기 있을 거로 믿었던 소중한 사람이나 장소는 예기치 못한 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더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영원하지 않기에, 괴로운 것보다 즐거워질 수 있는 것을 찾아다니는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가 보여준 다양한 시선들은 그 즐거움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

 

경쟁은 스트레스를 낳는다. 그래서 '행복 경쟁'을 하다 보면 '왜 행복해야 하나?'라는 질문까지 나오게 된다. 물론 불행하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불행하지 않은 것 이상의 행복을 추구할 필요가 있을까? 무엇보다도, 대체 뭐가 행복일까? (245페이지, 행복도 경쟁해야 하나요)

 

예술과 영화, 문학 작품으로 이렇게 다양하게 쏟아낼 수 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게으르다'는 저자는 어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을까? 게을러서는 절대 나오지 못할 내용에 독자로서 한껏 즐기는 시간이었다. 저자가 챕터별로 언급해준 모든 이야기를 여기에 옮기고 싶을 정도로, 이 책 안에서 다양하고 깊은 시선에 곁들인 유쾌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지막에 배치한 행복에 관한 이야기들에서는, 저자가 게으름(?) 때문에 한껏 행복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빠르게, 타인보다 먼저, 많이 갖는 인생을 만들어가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들려서 좋았다. 천천히 가다 보니 어느 순간 도착해 있더라, 하는 완성 같은, 영화 <일일시호일>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아, 부럽네. 이렇게 다양한 것을 보면서 만들어가는 또 다른 시선들. 가끔은 부끄러운 감정을 드러내면서 챙피해 하고, 대가가 되겠다며 게으름을 집어넣고 싶기도 하는, 특히 예술 작품을 보면서 현실에 들여놓은 시각을 읽어내는 방식들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 음식에서 편식하듯 예술이나 문학, 영화에도 여전히 편식하는 내가, 저자가 들려주는 방식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으로 느낀 어떤 감각들이 나를 깨우는 것 같아서, 저자처럼 게으르지만 광대한 시선을 만나보려고 애쓰고 싶다. 어떤 날 마주하는 일상의 모든 이야기를 한꺼번에 들은 것 같아서 배가 부르다. 게으름과 닮은 느림이 어쩌면 행복을 더 가깝게 부르는 손짓일지도. 천천히 가도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 없다. 자기 속도대로,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

 

"계속 끄적거리세요! 뭔가가 일어날 겁니다. (Keep scribbling! Something will happen.)" (20페이지, 늦게 꽃핀 대가들)

 

n******i 2019.07.25.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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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하고 게으르게 - 문소영의 유쾌한 일상과 예술의 이야기를 만나다
"광대하고 게으르게 - 문소영의 유쾌한 일상과 예술의 이야기를 만나다" 내용보기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이라는 블로그로 예술에 대한 깊이 있는 글을 써내려가는 문소영의 신작 '광대하고 게으르게'라는 제목과 하늘을 향해 눈을 감고 있는 여성의 표지가 시선을 이끈다. 책 <광대하고 게으르게>는 <명화 독서><그림 속 경제학><명화의 재탄생><미술관에서 숨은 신화 찾기>의 작가 문소영이 쓴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와 유쾌한 유머를 담았으며, 일상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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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속 비밀도서관'이라는 블로그로 예술에 대한 깊이 있는 글을 써내려가는 문소영의 신작 '광대하고 게으르게'라는 제목과 하늘을 향해 눈을 감고 있는 여성의 표지가 시선을 이끈다. 책 <광대하고 게으르게>는 <명화 독서><그림 속 경제학><명화의 재탄생><미술관에서 숨은 신화 찾기>의 작가 문소영이 쓴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와 유쾌한 유머를 담았으며, 일상의 예술과 글쓰기에 관한 지적인 시선을 만나볼 수 있는 에세이로 인상적이다. 이 책에서 저자인 문소영은 '게으르게, 엉뚱하게, 불편하게, 자유롭게, 광대하게, 행복하게'라는 주제로 현실의 다양하고 민감한 주제들을 영화, 그림, 문학작품 등을 통해 독창적인 시선으로 풀어내어 흥미롭다. 

 

이 책에서 저자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는 길'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를 이야기하여 인상적이다. 저자는 이 시의 제목인 '가지 않은 길'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 아니라 '내가 가지 않은 길'이며, 이 시는 어느 길을 택하더라도 가지 않는 길에 미련이 생기는 인생의 아이러니에 대한 이야기라도 전한다. 이와 함께 저자는 떠올리며 온통 노란 숲 속에 한 나그네가 소복한 낙엽을 밟고 서 있는 미국 풍경화가 조지 이네스의 그림 '몬트클레어, 11월'을 떠올린다. 이 책은 '시'라는 문학의 글과 그림이라는 예술작품을 혼합하여 삶의 풍경을 상상하는 저자의 창조적인 시선이 눈길을 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길을 택하든 가지 않은 길은 단지 가지 않았기에 아름답다. 내가 밟지 않은 낙엽이 소복이 쌓인 채 저 멀리 떨어져 있기에 아름답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숙명적인 동경과 아쉬움도 우리 삶의 한 부분이다. 덧붙여, 그러니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에 너무 빠지지 말고, 그저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겨두고, 내가 선택한 길을 가라는 뜻도 있을지 모르겠다."

 

저자는 영화 '패터슨'에서 십대들이 강아지 마빈을 두고 불량스러운 태도로 이야기한 장면에서 자신만이 느낀 씁쓸한 감정들을 말하여 인상적이다. 저자는 '패터슨'의 장면을 떠올리며 무소유길이라는 불일암을 걸어가던 풍경 안에서 여성으로서 느꼈던 두렵고 불편한 감정을 침묵하지 않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름다운 영화를 보면서도 씁쓸함을 느끼고 불편한 시선들을 거두지 않겠다는 저자의 의지는 삶의 불편한 진실들을 놓치고 살아가지 않겠다는 거침없는 태도가 아닐까?

 

"'내가 가진 것들'이 있다고 해서 '내가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해 그저 입을 다무는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자 혼자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비유럽계 인종들이 인종차별 받지 않도 돌아다닐 세계를 만들기 위해, 나는 내 불편함을 말해야 한다. 비록 그 변화가 산을 숟가락으로 떠서 옮기는 일 같더라도......"

 

저자는 대만계 미국 아티스트 제임스 진이 그린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의 포스터와 클림트의 <키스>를 비교하여 흥미롭다. 저자는 사랑으로 인한 고통의 시간을 함께 나눠온 연인의 모습으로 표현한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의 포스터가 더 끌린다고 말한다. 영화의 가장 시각적인 대표물로 여겨지는 포스터의 이미지와 미술 작품을 저자만의 시선으로 감성을 풀어내는 글들이 상상력과 감정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나는 클림트의 <키스>보다 제임스 진의 포스터 쪽이 더 끌린다. <키스>의 연인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단계 아닌가 싶다. 그러니 발치에서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바람에 둥실 뜰 것 같은 모습에 살짝 어색하게 오글거리지. 반면에 제임스 진의 연인은 사랑으로 인한 고통의 시간을 함께 나눠온 모습이다. 힘주어 끌어안은 팔들에서 그 무게가 더 느껴진다. 더 깊고 더 무겁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자유라는 삶의 철학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을 이야기하는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희곡 <출구 없는 방>(1944)의 대사인 "지옥, 그것은 타인들이다"라는 대사에 대해 장폴 샤르트르가 1965년 강연에서 말한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는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을 들을 때 타인이 주는 상처를 원망하는 대신, 샤르트르의 의도대로 스스로 타인의 시선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져야겠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영화 <일일시호일>을 통해 '뭐든 될 자유가 있어, 그런데 왜 빨리 선택을 못할까, 왜 이 정도밖에 못해낼까.'의 압박에서 해방되어 자신과 세계를 관조할 수 있는 자유를 성취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건네주어 인상적이다.

 

저자는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의 거장인 카라바조의 작품인 <성 토마의 의심>을 통해 자신의 목숨을 바쳐 따르던 스승에게도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토마'의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는 맹신하는 것보다 의심하고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토마'의 이야기를 통해 소셜미디어에서 가짜 뉴스가 범람하며 같은 생각이 메아리치는 '반향실'에 갇혀 메아리를 즐기면서 진위에 관심은 덮어두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한다. 이처럼 이 책에서 저자는 미술작품을 아름다운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편협하고 획일화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비판 정신과 질문거리를 던져주어 흥미롭다.

 

"그러한 '반향실'을 깨고 나올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의심하는 토마'다. 토마는 자신이 목숨을 바쳐 따르던 스승에게도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아마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모든 철학과 과학은 그런 회의에서 발전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영화 <코코>와 엘리우베더의 그림 <기억>을 이야기하며 기억된다는 것에 대한 섬세한 감정을 전한다. 사람이 죽어도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는 한 그는 '현재와 그 가까운 전후'를 뜻하는 '사사'의 살아있다고 한다. 저자는 치매 걸린 할머니가 노래로 아빠에 대한 기억을 찾는 장면과 엘리우베더의 <기억>은 황량한 바다 위 구름 속에 드러난 얼굴은 화가의 기억으로 인해 사사의 시간에 살고 있던 누군가였을지도 모른다며 예술의 기묘한 힘에 대해 말한다.

 

"'기억'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그림이 있는데, 엘리우베더의 <기억>이다. 이 그림에서, 황량한 바다 위 구름 속에 드러난 얼굴도 어쩌면 화가의 기억으로 인해 사사의 시간에 살고 있던 누군가였을지도 모른다. 그는 화가의 애틋한 기억으로 생명을 얻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화가마저 죽어서 그가 사사의 시간에서 생명을 잃었다고 해도, 누군가 이 그림을 보고 그에 대해 찾는다면 그는 사사의 시간에서 부활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게 예술의 기묘한 힘이 아닌가."

 

바쁜 일상에서 목적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경주마처럼 주위를 돌아올 여유도 없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시선을 포용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멈추어 서야 한다. 예술은 일상을 넓고 깊게 바라보며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현실의 부조리와 지난한 일상에서 예술은 멈추어 선 자리에 숨을 쉬게하여 삶의 변화를 시도한다. <광대하고 게으르게>는 현실과 일상의 문제들 속에서 다양한 예술작품을 보고 느끼고 새로운 시선으로 써내려간 저자 문소영의 철학적이며 유쾌한 글을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광대한 호기심으로 삶과 예술을 논하며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는 여유를 찾는다면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s*****0 2019.07.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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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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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함이 느껴진 내용으로 예술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가질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목에 먼저 끌렸고, 그동안 작가님이 쓴 책들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예술가들의 모습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지식이 쌓여 마음이 충만해진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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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함이 느껴진 내용으로 예술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가질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목에 먼저 끌렸고, 그동안 작가님이 쓴 책들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예술가들의 모습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지식이 쌓여 마음이 충만해진 느낌이었습니다
s*****1 2025.02.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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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하고 게으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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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통해서 접하는 문소영 기자님의 글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다. 본인을 '시각문화연구자'라고 지칭하시는데, 그보다 더 정확한 수식어가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다방면에 통찰한 지식과 정보를 예술과 엮어서 쉬운글로 엮어내시는데 나는 그 글을 사랑하는 팬중 하나 이다. 이렇게 팬이라고 자청함에도 기자님이 출간하신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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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통해서 접하는 문소영 기자님의 글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다. 본인을 '시각문화연구자'라고 지칭하시는데, 그보다 더 정확한 수식어가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다방면에 통찰한 지식과 정보를 예술과 엮어서 쉬운글로 엮어내시는데 나는 그 글을 사랑하는 팬중 하나 이다. 이렇게 팬이라고 자청함에도 기자님이 출간하신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주로 그림과 함께 엮은 글이라서 크레마 같은 이북 보다는 종이책으로 읽어 싶어서 구매를 미루게 된 것이 사실.. 그래서 눈이 좀 피로하겠지만 태블릿으로 읽자는 생각으로 해당 책을 구매했다.



그림 뿐만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에 대한 여러 이슈와 논쟁에 대해서 본인의 확고한 입장과 생각을 가지고 풀어낸 일반 에세이집이다. 어려운 내용은 전혀 없고, 잠들기 전에 꺼내들고 한 두꼭지씩 가볍게 읽으면서 하루를 정리하기 딱 좋은 책이다. (내가 그렇게 읽었음..ㅋㅋ) 지금 활짝 피어나지 않아도 늦게 꽃 피는 사람들이 있으니 초조해 하지 말라는 다정함도, 영화 '패턴슨'에서의 일상의 예술과 예술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과 함께 유색여성으로써 가질 수 밖에 없는 두려움을 떠올리는 프로 불편러의 모습도, 벚꽃을 즐기는 지금의 문화를 '벚꽃의 원산지는 제주도'라는 정신승리에 기대어 합리화 하는 문화에 대한 뼈있는 통찰도. 일상을 일상으로 바라보되, 그 속에 있는 함의를 읽어내는 능력. 이 능력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읽는 내내 들었다. 이 다음에는 기자님의 무슨 책을 읽을까 기대가 되게 만드는 첫 책이였다.

YES마니아 : 로얄 g*******1 2020.07.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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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하고 게으르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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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배우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경험하고 많이 알기 원하고 또 많이 아는 딱 요즘 "배운사람"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요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2,30대.. 넓게보면 40대까지 공감할 수 있는 글귀가 많고 공감할 수 있는 생각이 들어 있는 책이다. 특히 책 초반부는 책갈피를 많이 했을 정도로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요새의 마인드로 트랜드나 사회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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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배우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경험하고 많이 알기 원하고 또 많이 아는 딱 요즘 "배운사람"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요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2,30대.. 넓게보면 40대까지 공감할 수 있는 글귀가 많고 공감할 수 있는 생각이 들어 있는 책이다. 특히 책 초반부는 책갈피를 많이 했을 정도로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요새의 마인드로 트랜드나 사회 현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또 요즘 사람이라고 생각 되었던 점은 생각보다 일본에 영향을 많이 받은 부분이 보인다는 점. 일본문화개방을 온몸으로 체험한 느낌이 온다. 특히 문화 쪽으로는 일본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많은데 저자도 그 중 한 사람 같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각 챕터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영향 받은 영화나 책을 이야기할 때 일본서적, 일본영화 등 일본의 것이 많은게 눈에 띄었다.

나 또한 학창시절 일본문화개방을 맞이한 사람으로서 공감이 되었지만 또 경각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j********8 2019.09.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