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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얘기를 하자면 신화나 동화 같은 이야기를 사실로 여기고 심각한 신학적 논쟁까지 벌이고, 심지어 다르게 해석하는 이를 이단으로 몰아서 죽음으로까지 몰아갔다는 것이 납득이 되질 않는다. 물론 그건 지금의 생각이고, 그 당시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지적 토대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걸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고개가 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창세기,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다. 스티븐 그린블랫은 이 이야기(‘이야기’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이에 대한 해석이기도 하다)가 어디서 유래되었으며, 어떻게 성서라는 형태로 고착되었으며, 신학적 교조가 되어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고, 또 누군가 이를 의심하고, 달리 해석하였는지 등등에 대해 쓰고 있다. 그의 글을 빌어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오래된 추측에서 교조로, 교조에서 액면 그대로의 진실로, 액면 그대로인 것에서 현실적인 것으로, 현실적인 것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것에서 사기(詐欺)에 이르며 뒤엉키는 오랜 역사는 마침내 허구로 끝이 났다.” (342쪽)
등장인물은 많은 것 같지만, 핵심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당연히 아담과 이브, 그리고 여호와 하느님이 있다. 그 이전(그 이전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또한 이 이야기에 대한 평가다)의 인물로 길가메시가 있고, 길가메시의 이야기를 점토판에 새긴 어떤 서기가 있다. 이후로 여러 난립하던 문서들을 하나로 정립한 신학자(?)들이 있었지만, 그들이 누구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는 아우구스티누스다. 앞의 인용문에서 ‘교조’로의 이행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아담과 이브를 그린 화가들이 있다(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아담과 이브를 해석했으되 시대를 뛰어넘지는 못했을 것이다). 스티븐 그린블랫이 밀턴에 대해 3개 장에 걸쳐서 쓰고 있는 것은 그가 셰익스피어 전문가인 것과 맥락을 함께 한다고 볼 수 있다.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어떻게 변모했는지 아는데 그의 삶이 그렇게 중요했는지는 다 읽고도 의문이다. 그러나 그의 삶이, 특히 아내와의 불화와 화해(?)가 아담과 이브라는 인류 최초의 쌍에 대한 해석에 영향을 준 것만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을 잃고, 시력까지 잃은 후 쓴 명작 『실락원』에서 그는 아담과 이브를 ‘현실’로 이해한다.
그 이후 등장한 등장 인물 중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은 이삭 라 페이레르다. 17세기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에서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는 의문, 이를테면 아담과 이브의 큰 아들 카인이 결혼을 했다는데, 세상에는 아담과 이브 밖에 없는 상황에서 누구랑 결혼을 했단 말인가? 또 누구를 만난다고 기록했는데 그건 누구지? 하는 등등의 의문을 품고 그것을 기록하고 발표한 인물이다. 말하자면 “아담 이전의 사람들”이란 제목의 책이고, 그는 그 책에서 아담과 이브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모든 인류의 아버지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직 유대인의 아버지일 뿐. 물론 그의 책은 교황청에 의해 금서가 되고, 그는 교황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철회함으로써 살아남는다.
마지막은 다윈이다. 그가 명시적으로 그렇게 쓰지는 않았지만, 그와 그의 후계자들(말하자면 현대의 과학자들)은 “아담과 이브의 액면 그대로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끈질기게 유지되는 현상은 믿을 수 없는 허구에 대한 퇴행적 집착 이상”이라고 보게 된다. 즉 ‘사기(詐欺)’인 셈인데,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끝이 난 것은 아니다(만약 다윈으로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끝장났다면 스티븐 그린블랫이 이 책을 쓸 필요도 없었을 지 모른다).
오래고도 복잡한 경로로 거친 이야기이면서, 비록 사실이 아닐지라도 그 이야기로 생각에 자극을 받고, 매혹되며,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있다고 받아들인 이들이 있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위대한 예술이 탄생하기도 했고, 파생된 이야기들이 인류의 자산이 되기도 했다. 그것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아직도 이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부터 따져 우주가, 인류가 6천여 년 전에 탄생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심지어 과학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들을 포함하여)이 있다는 것이 심히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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